Dark Fantasy Genius Dem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03
306화
잘못된 정보
원정대원들은 그들의 지도부에게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입맛에 맞춰 말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희생 덕분에 저희가 살아 돌아올 수 있었지만……그들도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수림을 공격해온 마왕군은 죽여도 죽여도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끔찍이도 많았으니까요.”
원정대원들은 마치 눈앞에서 몰려드는 마왕군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흘끔.
곁눈질을 해가며 소속 세력 지도부의 표정이 자못 심각해질 때쯤 다소 희망적인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까지 닮아있었다.
“다행인 건, 대수림을 벗어나기 전에 환수 계약에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정말인가?”
“호오……환수 계약이라.”
그들은 환수 계약으로 인해 자신의 성취가 오른 점을 충분히 어필하며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인물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은근히 강조했다.
다만, 그들은 가온이 추측했던 가설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적당히 공과를 부풀리기에 그 이야기는 너무 무거운 주제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런 식으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는 분명했다.
가온팀과 빈시스가 결코 도시로 돌아올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계수를 위협하고 엘프의 존망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마왕군이 대수림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만한 대군을 고작 다섯이서 토벌하는 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엘프를 도우러 간 그들은 결국 그들과 운명을 같이하게 됐으리라.
이는 모든 원정대원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흐음, 알겠다. 도시로 돌아오는 길이 험난했을 텐데 가서 쉬도록 해라.”
이야기를 모두 들은 지도부는 원정대원들을 돌려보낸 후, 대회의에 직접 참여하기 시작했다.
보통 대회의엔 대표자를 임명해 보내기 마련이지만, 사안이 사안인지라 직접 출석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원정대원의 보고를 받은 세력의 주인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대회의에 참석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기도 했다.
“……뭐야.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갑자기 각 세력들의 주인들이 참석한다고? 짜기라도 한 것처럼?”
원정대에 대원을 참가시키지 못한 군소 세력 대표들은 이 상황이 다소 이해하기 힘든 광경이기도 했다.
마왕군이 계속해서 도시를 향해 쳐들어오고 있었지만, 그건 이미 통상적인 일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처음에야 위급하고 촌각을 다투는 일이었지만, 후발대로 도착하기 시작한 붉은 오크의 본대가 합류하면서 그 또한 어려움을 극복했고 말이다.
전쟁은 계속되고 있긴 했지만, 모든 게 평화롭다면 평화롭게 느껴질 수 있는 시기였다.
그러니 대표들의 참석이 더 의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설마…….”
그리고 눈치 빠른 대표 몇몇이 참석한 주인들의 면면을 살피다가 공통된 분모를 발견하기도 했다.
“왜? 뭔데?”
“저 세력들…….”
눈치챈 대표가 목소리를 낮춰 말을 하려는 순간.
“헉?!”
사람들의 시선을 일순 끌어당긴 존재가 있었다.
“거대세력도 주인들이 참석한다고?”
* * *
어수선한 상태에서 대회의가 시작되었다.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 괜찮겠지요?”
꼴깍.
대표단이 마른침을 삼켰다.
먼저 말을 꺼냈던 중견급 세력의 주인이 폭탄을 던졌다.
“엘프들을 도시로 합류시키기 위해 떠났던 원정대가 돌아왔습니다.”
“……?!”
“그게 정말입니까?”
그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던 대표들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엘프들은? 엘프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엘프들은 도시에 없습니다.”
“그게 무슨……설마?!”
“원정이 실패했으니까요.”
“실패!?”
“지금 실패라고 했습니까?”
충격이 회의장을 감쌌다.
중견급 세력의 주인이 참담하다는 듯 어두운 표정으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정대가 도착했을 때부터 엘프들에게도 이미 마왕군이 공격하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는 천천히 들었던 내용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대표들은 그 말에 놀라 입을 벙긋거리길 반복했는데 가장 크게 놀란 건 당연하게도.
“가온이……정말 가온이 죽었다는 말입니까?”
가온 팀에 대한 이야기였다.
“예. 원정대를 살리기 위해서 스스로 남기를 자처했다고 하더군요. 블루블러드의 빈시스와 함께요.”
그는 블루블러드의 대표를 향해 흘끔 시선을 던지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들이 벌어준 시간 덕분에 나머지 원정대가 무사히 도망쳐 나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일이.”
다른 대표들도 블루블러드의 대표를 흘끔흘끔 바라보았다.
모두 주인이 참석한 다른 거대세력과 달리 유일하게 기존의 대표가 참석한 곳이 바로 블루블러드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다른 이들은.
빈시스가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정보의 공백이 블루블러드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사실과 조금 달랐다.
비록 빈시스가 돌아오지는 못했지만, 원정대가 복귀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세력이나 그렇겠지만,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정보단체가 있었고 그들의 첩보력은 은밀하게 도시로 돌아온 원정대를 포착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무언가 변고가 발생했다는 걸 인지했음에도 블루블러드는 기존의 대표를 보낸 것이다.
블루블러드 대표는 그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어쨌건 엘프를 도시로 합류시키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도시의 세력만으로 마왕군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된 거군요.”
“도시 말고 다른 곳에서 생존하고 있는 생존자 무리를 알고 계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공유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흠…….”
“대수림이라는 어마어마한 영역 안에서 살아가던 엘프들도 마왕군의 침략에 멸족해버린 상황입니다. 다른 생존자 무리들은 언제 전멸해도 결코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라는 거지요.”
“그건 그렇소.”
“마왕군은 이제 더 본격적으로 그런 곳들을 침공하기 시작할 겁니다.”
“그들을 서둘러 합류시켜야 한다……그 말이오?”
도시 밖엔 수많은 생존자 무리가 존재하고 있었다.
도시 내 세력들은 이미 그들과 오랜 시간 소통해오고 있음에도 그들을 도시로 내부로 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경우에 따라선 의도적으로 생존자 무리가 오염지대 내에 자리 잡고 살 수 있도록 지원을 하는 일도 있었다.
마수 사냥, 약초 채집, 유적지 탐사 등 다양한 이유로 오염지대를 오갈 때, 그런 생존자 무리가 안전지대의 역할을 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오염지대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확연히 줄일 수 있는 방법이었다.
때문에 어지간한 단체라면 그런 식으로 연줄이 닿아있는 생존자 무리가 한둘 이상은 있었다.
“정확합니다. 그들을 도시에 합류시키는 것만으로도 마왕군을 상대하는 데에 부담이 줄어들 테니까요.”
그리고 지금 나오는 의견이 바로 그런 생존자 무리를 이제는 거둬들이자는 것이었고 말이다.
“그편이 좋을 듯합니다. 애꿎은 목숨이 사라지도록 놔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그들의 생존방식을 존중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으나, 내버려뒀다간 마왕군에게 언제 당해도 당할 게 분명하니……어쩔 수 없지요.”
“그러게 말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대표들과 세력의 주인들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걸 강조해가며 너스레 아닌 너스레를 떨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형태의 생존자 무리는 안전지대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각 세력의 활동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 이유로 다른 세력에게는 생존자 무리를 감추고 혼자서만 이를 독식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각각의 세력들은 경쟁 관계일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꼭꼭 숨겨둔 생존자 무리를 도시 내로 들인다는 건, 곧 숨겨두었던 세력의 한 부분을 드러낸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세력보다 작았던 세력이 커질 수도 있었고, 외려 반대의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그런 의미를 담은 대화가 오가는 상황에서 블루블러드의 대표가 툭, 무심히 물어보듯 안건을 꺼냈다.
“그럼 데얀을 어쩔 생각이오?”
거대세력의 주인들은 그 말에 곧바로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고.
“데얀?”
“데얀이 무엇입니까?”
“……아는 사람 있어?”
정체를 알지 못하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설마, 버림받은 자들의 도시를 말하는 겁니까?”
물론, 그 존재에 대해서 어림짐작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고 말이다.
“버림받은 자들의 도시? 그게 정말로 실존하는 곳이었다고?”
“도시……? 도시라는 명칭을 사용할 만큼 규모가 커다란 건가?”
회의장이 순식간에 어수선해졌다.
데얀에 대해 아는 자들은 입을 꾹 다물고, 입을 연 이들은 어설프게 알거나 모르는 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정확한 정보가 풀리지 않으니 답답함만 가중되어 간다.
가만히 고민하던 크래프트의 인사가 입을 열었다.
“과연 그들이 그곳의 기반을 버리고 도시로 오려고 할까 모르겠군요. 알다시피 대를 이어가며 쌓아온 그들의 적개심은 상상 이상이지 않습니까.”
“크래프트에 오랜 세월 데얀에서 산 마이스터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 자에게 일임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시오?”
블루블러드의 주인이 되물었다.
그러자 크래프트의 인사가 불가능한 이야기라는 듯 일언지하에 불가능함을 못 박았다.
“디산즈를 말이오? 안 될 말이군.”
“적어도 시도는 해볼 수 있는 일 아닌가?”
“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소. 그게 바로 이것이오.”
디산즈는 오랜 시간을 데얀에서 보냈지만, 그는 데얀과 어떤 소통도 시도하지 않았다.
단순히 계약에 의해 숲지기의 물건을 만들어주었을 뿐이었다.
그러니 디산즈는 데얀에서 살았다 뿐이지, 데얀과의 특별한 인연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쯧. 가온이 있었다면, 데얀의 일도 더 쉽게 풀릴 수 있었을 텐데.”
“가온? 지금 가온이라 했소?”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이오?”
크래프트의 인사가 황당하다는 듯 되물었다.
“허……! 정말 모르나 본데.”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블루블러드의 휘하 세력이던 케일 모험단에게 생명의 위협을 당하던 당시, 이를 피해 피신한 곳이 바로 데얀이지 않소.”
“……흠.”
미처 그런 세세한 부분까진 알지 못했던 블루블러드의 대표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곳에 있으면서 제법 많은 일을 해준 모양이더군.”
하지만, 가온은 이제 없다.
비단 데얀 뿐만이 아니다.
이곳저곳에서 가온이 해 온 일은 수많았고, 당연히 그의 빈자리는 클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일까.
자연스레 스며든 아쉬움에 몇몇 사람들이 입맛을 다셨다.
“……어쨌든 데얀은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듯하오.”
* * *
원정대가 복귀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대회의가 끝나고, 가온 팀의 사망 소식이 도시 내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 소식에 많은 단체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당장 가온의 세력이라 해도 무방했던 붉은 오크와 관계를 쌓기 위해 그들의 영역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규모나 가진 힘이 워낙 압도적이었기에 우호 관계를 맺어두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뭐? 가온이 죽었다고? 웃기는 소리들 하고 있군.”
그들은 하나같이 축객령에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소식을 들은 붉은 오크들이 콧방귀를 뀌며 귀 기울여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예요.”
쫓겨난 이들은 붉은 오크의 반응이 막연한 믿음에서 기인한 맹목적인 불신이라고 생각했다.
막말로 가온이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불사조도 아니고, 모든 원정대원이 공통되게 증언하지 않았던가.
그들의 생존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말이다.
때문에 그들은 쫓겨나면서도 그들의 믿음이 흔들릴 때쯤이 되면 다시 찾아오면 되겠거니 여겼다.
쫓겨난 이들은 알지 못했다.
“에, 엘프다!”
“가온이 살아 돌아왔어!!”
허황된 생각을 한 건 붉은 오크가 아니라 본인들이라는 것을.
애초부터 잘못된 정보가 수많은 오류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다크 판타지의 천재 마수사냥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