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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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알은 강했다.
현재 마계 서열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매우 강력한 마왕답게, 벨리알은 지크의 맹공을 모조리 차단하면서 오히려 반격을 가해 오기까지 했다.
‘이게 최상급 마왕이라는 건가?’
지크는 솔직히 좀 놀랐다.
벨리알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크는 벨리알을 공격할 때 에 스킬을 싣기까지 했다.
펑! 퍼엉!
그런데 벨리알은 그런 지크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내고, 또 한두 번은 맞기까지 했지만 끄떡도 안 했다.
그만큼 벨리알의 맷집은 견고했고, 방어적인 능력 역시도 탁월했던 것이다.
“이게… 전부인가?”
벨리알이 순간적으로 를 손으로 막아내더니, 지크에게 씩 웃으며 물었다.
“……!”
지크는 그런 벨리알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가 실린 를 맨손으로 막아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팔 전체가 날아가고도 남았다.
그런데 벨리알은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다.
“네놈은 분명 마왕 중에서는 강한 축에 드는 게 사실이다.”
벨리알이 지크에게 말했다.
“하지만 내게 도전하려거든 만 년은 이르다.”
“크, 크윽!”
“한 가지 제안을 하지.”
벨리알이 말했다.
“내 오른팔이 돼라.”
“뭐…?”
“너와 메타트론이 각각 내 오른팔과 왼팔이 되어준다면, 앞으로 마계의 통치는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크와 메타트론이 현재 서열 1위인 벨리알을 밀어준다면, 마계를 평정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크는 벨리알을 밀어줄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입장이 달랐다.
벨리알은 순수 마족 출신의 성골 마왕이었고, 마계를 정복한 뒤에는 중간계를 침공할 야욕을 드러낼 게 뻔했다.
반대로, 지크는 중간계 황제 출신의 마왕이었다.
정복은커녕 친[親] 중간계 성향의 지크가 벨리알을 모실 리 없는 것이다.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라고 했던가? 나를 도와 마계를 통치하고, 나아가 천계와 중간계를….”
“거절.”
“뭣이?”
“호랑이 새끼가 어떻게 개새끼의 부하가 돼?”
그 순간.
퍼억!
지크의 하이킥이 벨리알의 옆통수를 강타했다.
“커헉!”
벨리알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기습공격을 받자 미처 방어하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헛소리 말고, 다시 붙어보자.”
그렇게 지크는 벨리알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해버리고는, 다시 자세를 다잡았다.
‘쉽지 않아. 이기기 어렵겠어.’
소름이 돋았다.
왜?
만약 칭호를 얻지 못했다면, 지크는 진작 드러누웠을 테니까.
그만큼 벨리알은 강했고, 쉽사리 승리를 장담할 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그래도 이긴다.’
하지만 지크는 진다는 생각보다는 투지를 불태우며, 현재 마계 서열 1위인 이 강력한 마왕을 반드시 쓰러뜨리겠노라고 다짐했다.
***
전투 각성제를 투여한 50만 신성동맹군은 눈 깜짝할 사이에 연합군의 뒤를 따라잡았다.
그래서 연합군은 황급히 안에 들어가 진을 치고, 다가올 수성전을 준비했다.
결국, 전투 각성제로 인해 애초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폐하께서도 안 계시는데….”
한센은 저 멀리 신성동맹군이 으로 몰려오는 걸 바라보며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척! 척! 척! 척!
무려 50만.
신성동맹군의 군홧발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협곡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였다.
어디 그뿐인가?
저 50만 병력이 불가사의하게 빨라서 먼저 도착한 것이지, 나머지 50만 신성동맹군 역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불리한 병력 숫자를 극복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존재, 즉 마스터 등급 이상의 강자가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연합군 최강자인 지크가 자리를 비운 상황.
연합군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전투가 되리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귀관은 걱정하지 마라.”
오스칼이 불안해하는 한센을 격려해주었다.
“우리 군은 지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우리 군의 장병들을 믿어라.”
“예, 각하.”
한센은 오스칼의 말에 용기를 얻고, 전투를 지켜보기로 했다.
어차피 이제 한센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셈이었다.
남은 건 연합군 장병들의 몫이었지, 지략가인 한센이 딱히 뭘 더 해줄 것이 없었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신성동맹군이여! 이교도들을 박살내라!!!”
100만 신성동맹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두두두두두두두!
100만 대군이 달려오는 소리는 마치 천둥이 치는 것처럼 거대했다.
또한, 그들이 만들어내는 자욱한 흙먼지 역시 위압감을 더하기에 충분했다.
“전군, 전투 준비.”
연합군 총사령관 오스칼이 의 가장 첫 번째 성벽에 선 채로 소리쳤다.
“전투, 준비!”
“전투, 준비!”
“전투, 준비!”
뒤이어 연합군 장병들이 그런 오스칼의 명령을 복명복창했다.
‘우리 군은 무너지지 않는다.’
오스칼은 이 전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
상황이 안 좋은 것은 맞았다.
그러나 연합군은 강했고, 단순히 병력의 숫자에서 열세라고 해서 단숨에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
그간 프로아 제국이 쌓아 올린 군사력이라는 게, 쉽사리 무너질 것이 아니란 믿음이 있었다.
그로부터 약 5분 후.
“이교도들을 쓸어버려라!”
“사악한 마귀들에게 죽음을!”
100만 신성동맹군들이 일제히 로 달려오면서, 대규모 전면전이 벌어졌다.
중간계의 패권을 두고 벌어진 전투 중 가장 큰 규모의, 역사서에 길이 남을 전설이 시작된 것이다.
***
한편, 지크는 벨리알과의 전투에서 현재 자신의 한계점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다.
‘딜이… 제대로 안 박혀.’
지크가 느끼기에, 벨리알은 거대한 태산과도 같았다.
마치 히말라야산맥 앞에 홀로 선 기분이랄까?
스킬도 적중시켜 보았지만, 데미지가 제대로 박히지를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콰앙!
지크는 벨리알과 충돌할 때마다 엄청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무기를 맞부딪히는 것만으로도 손아귀가 저릿저릿하고, 피부는 찢어졌으며, 자세를 무너졌다.
힘의 차이가 너무 커서, 맞상대하는 것만으로도 한계였다.
심지어, 디버프 떡칠을 시켜놓았음에도 이 정도라는 게 더욱 소름이었다.
“죽어라, 애송이.”
그때, 벨리알이 지크를 향해 창을 쭉 내질렀다.
‘이, 이건!’
지크는 벨리알의 창끝으로부터 엄청나게 강력한, 금속조차도 순식간에 찢어버릴 정도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주, 죽어!’
지크는 황급히 디버프를 켜서 벨리알의 공격력을 깎는 한편 를 방패 형태로 바꾸었다.
피하기엔 늦었으니, 이렇게라도 막으려는 것이다.
콰아아아앙!
그렇게 소용돌이를 휘감은 벨리알의 창이 를 때리던 순간.
“크아아아아아악!”
지크는 비명을 지르면서 빙글빙글 돌아 저 멀리 처박히고 말았다.
벨리알의 창에 실려 있던 소용돌이가 확 퍼지면서, 지크를 갈기갈기 찢어놓았던 것이다.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생명력 : ■■■■■■■□□□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간 30퍼센트의 생명력.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었다.
[알림: 상태 이상!] [알림: 에 걸렸습니다!] [알림: 생명력이 조금씩 하락합니다!] [알림: 주의하십시오!] [알림: 생명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쇼크 상태에 빠져 기절하게 됩니다!]벨리알의 창에 실려 있던 소용돌이는 지크가 입고 있던 를 반쯤 파괴시키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지크의 육체마저도 걸레짝으로 만들었다.
“네놈은 나를 이길 수 없다.”
벨리알이 쓰러진 지크를 향해 넌지시 말했다.
“그러니 힘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때였다.
쏴아아아아아아!
냉기를 머금은 빛의 검들이 마치 폭우처럼 쏟아져 내려 벨리알을 덮쳤다.
지크는 쓰러진 상황에서도 스킬을 사용해 반격을 꾀했다.
“크윽!”
벨리알은 의 칼날폭풍이 자신을 덮치자 10장의 날개를 마치 망토처럼 뒤집어써서 스스로를 방어했다.
‘어딜!’
지크는 그 틈을 이용해 를 또 한 번 펼쳤다.
이번에는 냉기가 아니었다.
화륵! 화르르륵!
강력한 화속성 에너지를 머금은 불의 검들이 불벼락을 떨어뜨려 벨리알을 불태웠다.
‘콤보!’
지크는 반격의 기회를 잡자 기세를 몰아서 와 과 를 이용한 콤보까지 먹였다.
그런데.
“…감히.”
벨리알은 지크의 그 콤보를 모조리 맞고도 쓰러지기는커녕, 오히려 버텨내었다.
“네놈 따위가 나를!!!”
그 순간.
파앙!
지크는 벨리알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어둠의 마력에 휩쓸려 버렸고, 이내 곧 쓰러지고 말았다.
“크윽!”
“죽여주마.”
벨리알이 쓰러진 지크를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덤벼들었다.
***
그 후 지크는 생존을 위해 벨리알을 피해서 도망쳐다녀야만 했다.
‘망할! 강해도 너무 강하잖아!’
지크는 칭호를 켠 채 도망치면서,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벨리알은 사냥감이 아니었다.
현재 마계 서열 제1위인 벨리알은 지크가 여태 사냥해왔던 마왕들과 차원이 달랐다.
그는 포식자였다.
죽은 바알을 제외하면, 마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였던 것이다.
그래서 지크는 칭호를 가지고도 벨리알을 이길 수 없었고, 생존을 위해 도망쳐야만 했다.
정면 대결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는 걸 깨달았기에, 작전상 후퇴를 결정했다.
‘이렇게 차이가 컸나?’
지크는 벨리알과 자신의 격차를 실감하면서, 일단 뛰었다.
“이 쥐새끼 같은 놈.”
벨리알은 그런 지크를 무시무시한 속도로 뒤쫓았다.
“끝내 꽁무니나 빼다니!”
“으악!”
“거기 서라! 도망쳐 봤자 결국엔 죽음뿐일 테니!”
벨리알의 이동 속도는 엄청나게 빨랐다.
만약 지크에게 스킬과 칭호가 없었다면, 잡혀도 진즉 잡혔을 게 분명했다.
‘이대로 중심부까지 갈 수도 없고.’
지크는 벨리알을 따돌리고 대마왕 바알의 유산을 차지할까 고민도 해보았지만, 그건 쉽지 않았다.
벨리알이 쫓아오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따돌린다는 건 불가능했다.
이대로 바알의 유산이 있는 곳으로 도망쳤다간, 벨리알에게 빼앗길 게 분명했다.
‘어떻게 하지?’
막막했다.
싸우자니 답이 없고.
그렇다고 마냥 도망치기만 하자니 따돌리는 것도 여의치 않고.
이대로 죽자니 마계의 지배권이 벨리알에게 넘어갈 테니 그건 그것대로 곤란하고.
지크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싸워서 뭔가 데미지가 누적되는 게 보이면 와 콤보로 먹여볼 텐데, 지금은 그것도 아니었다.
와 을 낭비했다간, 더 미래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생각, 생각을 해보자. 뭔가 답이 있을 거다.’
지크는 전술적으로 벨리알을 처치할 방법을 궁리했다.
그러던 중.
‘점프!’
지크는 바닥에 있는 함정을 훌쩍 건너뛰고는 다시 내달렸다.
덕분에 함정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벨리알은 아니었다.
이 없는 벨리알은 지크가 뛰어넘었던 함정을 고스란히 밟고 말았다.
푹! 푸욱!
그래서 바닥에서 튀어 오른 날카로운 쇠꼬챙이들에 몸이 관통당했고, 그대로 꼬치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곳 에 설치된 함정들은 벨리알조차도 데미지를 입을 정도로 매우 위협적이었다.
“크으윽!”
벨리알은 몸에 꽂힌 쇠꼬챙이들을 부러뜨린 뒤 뽑아버리고는, 다시 지크를 뒤쫓았다.
‘그래! 저거다!’
지크는 그 광경을 보고 벨리알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함정으로 유인하는 거다.’
지크는 에 설치된 함정들을 이용해 벨리알을 잡아보기로 했다.
정면 대결로는 답이 없으니, 함정에 빠뜨린 후 치명타를 날리려는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