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117
1116
“어딜!”
“죽어라! 하등한 생명체여!”
타락 천사들이 을 파괴하기 위해 날아오른 지크의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그들의 상대는 지크가 아니었다.
[네놈들의 상대는 우리다.] [불지옥에서 고통 받으리라.]에서 타죽었던 이들이 화속성 언데드로 되살아나 한때 아군이었던 타락 천사들을 가로막았다.
에서 죽은 타락 천사들의 숫자가 무수히 많았던 만큼, 화속성 언데드들의 숫자도 엄청나게 많았다.
화륵, 화르륵!
시뻘건 화염을 뿌리는 이 화속성의 언데드 몬스터들은, 살아생전의 능력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었다.
아니?
더 강했다.
비록 의 지속시간 동안만 존재할 수 있는 일회용 소환물이긴 했지만, 이들은 살아생전의 능력에 더해 강력한 화염까지 탑재되어 있었다.
죽은 아군이 눈 깜짝할 사이에 더 강력한 적이 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다 죽여.”
지크는 화속성의 언데드 몬스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는 다시 을 향해 빠른 속도로 비행했다.
“뀨! 주인 놈아! 햄찌가 도와준다!”
지크의 등 위에 올라탄 햄찌는 을 뿜으며 덤벼드는 타락 천사들을 요격했다.
비단 햄찌뿐만이 아니었다.
“제가 엄호하겠습니다!”
승구는 아이언 골렘들을 모조리 공성 모드로 바꾼 뒤 지크를 공격하는 타락 천사들을 향해 포탄 세례를 퍼부어대었다.
펑펑! 펑! 펑펑펑!
수천 발의 포탄이 상공을 가르며 지크에게 덤벼드는 타락 천사들을 놀라우리만치 정확한 명중률로 요격했다.
그 덕분에 지크는 순식간에 에 접근할 수 있었다.
[천계의 문]•생명력 : ■■■■■■■■■■
지크는 즉시 를 휘둘러 의 파괴를 시도해보았다.
그런데.
쩌엉!
타격음이 울리고.
[알림: 0 Demage!]에 딜이 들어가지 않았다.
‘뭐야?’
당황한 지크.
[천계의 문]천계에서 중간계로 통하는 차원문.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파괴할 수 없다.
•존재 구분 : 중립 오브젝트
•타입 : 차원문
•특이사항 : 무적
알고 보니 진짜배기 은 파괴가 불가능한 무적 상태의 중립 오브젝트였다.
“아….”
지크는 을 파괴할 수 없다는 걸 확인하고 탄식했다.
지금 을 파괴해서 다른 대천사들과 대천사장 루시퍼의 강림만 막을 수 있다면, 전투는 충분히 해볼 만한 거였다.
지크가 전투를 수행하면서 충분한 영혼 에너지를 모은다면 스킬을 사용하는 게 가능했으므로, 충분히 전투에서 승리할 수가 있었다.
지금 천족들의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대마왕인 지크 하나를 감당하지 못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을 파괴할 수 없다면, 딱히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으득!
지크가 이를 악물었다.
‘이러면 다른 대천사나 루시퍼가 나타나기 전에 적 병력의 숫자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어.’
그렇다면?
슈우우우우우우우!
시커먼 기류가 지크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은 아니었다.
지금 사용하기엔 너무 일렀다.
제아무리 그랜드 마스터에 올랐다지만, 대마왕의 힘을 오래 유지하는 건 불가능할 터.
그건 다른 대천사나 루시퍼가 나타났을 때를 대비해 아껴두어야 했다.
그래서 지크는 일단 스킬을 사용해서 적들의 숫자를 최대한 줄여놓고자 했다.
‘파고들고.’
지크는 즉시 적진 한복판으로 뚝! 하고 떨어져 내렸다.
그런 뒤 스킬로 적들을 모조리 얼려 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알림: 스킬이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알림: 스킬 사용이 가능해졌습니다!]스킬이 업그레이드되었다.
[혹한지옥]절대영도의 상위 스킬.
세상을 극저온의 냉기로 뒤덮어버리는 무시무시한 스킬로써, 초열지옥과 더불어 지옥을 구현해내는 게 가능하다.
이 스킬은 레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쿨타임은 줄어들고, 지속시간과 데미지는 증가합니다.
•효과 :
– 발동 시 최초 1회에 한하며 한 줄기 섬광과 함께 냉기를 뿜어냅니다.
– 냉기가 뿜어진 이후 대지가 혹한지옥으로 변하고, 1.5초에 한 번씩 지속시간 내내 냉기가 휘몰아칩니다.
– 혹한지옥에서 사망한 적들은, 냉기 속성의 언데드 몬스터로 부활해 아군이 되어줍니다.
‘굿굿.’
스킬의 업그레이드는 언제나 좋은 것.
지크는 즉시 스킬을 써보았다.
그 결과.
번쩍!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오면서 천족 진영의 3분의 1을 뒤덮었다.
“……!”
“……!”
“……!”
마왕 상태의 지크가 전개한 스킬이니만큼, 그 위력은 엄청나서 어지간한 타락 천사들은 그 자리에서 꼼짝없이 얼어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섭섭했다.
스으! 스으으!
시퍼런 냉기 에너지가 마치 성난 파도처럼 휘몰아치며 이미 얼어붙은 타락 천사들을 또다시 덮쳤다.
스킬 이름처럼, 극저온의 냉기 에너지가 끊임없이 휘몰아치며 지옥을 만들어냈다.
‘좋아. 다 박살이다.’
지크는 적들이 꽁꽁 얼어붙은 걸 보고 로 대지를 내리찍었다.
우르릉!
콰아아아아앙!
그러자 스킬이 부채꼴 형태로 터져 나오며 전방을 모조리 휩쓸었다.
타락 천사들은 그런 지크의 공격 앞에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내렸다.
[혹한의 지옥으로 가자.] [모두 얼어붙어라.]거기에 더해 위에서 죽었던 타락 천사들이 냉기 속성의 언데드 몬스터로 되살아나 지크의 적들, 그러니까 천족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가자.’
지크는 잔챙이들을 언데드 천사들에게 맡겨두고, 즉시 미카엘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대천사 제레미엘부터 우선적으로 처치하려는 것이다.
***
대천사 제레미엘과 미카엘의 대결은 당연히 미카엘의 우위로 전개되는 중이었다.
제레미엘은 미카엘의 맹공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방어에만 급급했다.
같은 10장의 날개를 지녔지만, 미카엘의 전투력이 워낙에 뛰어나 반격다운 반격 한 번을 못 하고 근근이 버티고만 있었다.
그런데 지크까지 합류하자 제레미엘은 방어조차 하지 못했다.
미카엘만 해도 버거운데, 그만큼 강력한 마왕인 지크까지 함께 덤벼오니 버텨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제가 끝내겠습니다.”
지크는 미카엘을 대신해 제레미엘의 앞으로 뛰어들었다.
미카엘이 제아무리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지만, 친형제인 제레미엘을 자기 손으로 죽이게 두자니 좀 걸렸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미카엘은 지크의 배려에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전투에서 이탈했다.
퍼억!
뒤이어 가 제레미엘의 턱주가리를 아래서부터 위로 쳐 올랐다.
“커헉!”
제레미엘의 고개가 뒤로 확 꺾이고.
“뒈져, 뒈져, 뒈져.”
스킬의 첫 3타가 작렬하고.
띠링!
제레미엘의 머리 위에 이 떠올랐다.
“그냥 뒈져.”
지크는 망설임 없이 만신창이 상태의 제레미엘을 향해 를 휘둘렀다.
퍼엉!
그러자 대폭발이 일어나며 제레미엘의 머리통이 반쯤 으깨진, 정말이지 끔찍하기 짝이 없는 몰골이 되었다.
콰앙!
그렇게 하늘 높은 곳에서 추락한 제레미엘.
‘확실히 끝내야지.’
지크는 즉시 제레미엘을 뒤쫓아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리고는 제레미엘을 완벽하게 끝장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커헉!”
제레미엘은 그 끔찍한 몰골에도 불구하고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처, 천벌이… 내릴 것이다… 쿨럭!”
제레미엘이 피를 토해내며 지크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아직 강림하지 않은 우리 형제들이… 네놈을….”
“천벌은 내가 내려.”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를 휘둘러 제레미엘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퍼억!
그렇게 제레미엘의 머리통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졌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제아무리 대천사라 할지라도 머리통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진 이상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이제 대천사가 없으니까. 우리가 유리해.’
현재 연합군에는 마왕인 지크와 대천사의 힘을 가진 미카엘이 있었다.
반면에 천족들은 대천사 급의 강자가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이 기회였다.
압도적인 무력을 지닌 강자인 지크와 미카엘을 앞세워서 천족들의 숫자를 빠르게 줄여나갈 필요가 있었다.
다른 대천사들과 대천사장 루시퍼가 강림하기 전에 천족 한 명이라도 더 죽여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지크의 다급한 마음과는 다르게,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했다.
파직, 파지직!
이 갑작스레 스파크를 토해내며, 환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
지크는 그런 을 바라보며 길게 탄식했다.
올 것이 오고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시간이 더 필요했건만, 얄궂은 천족들은 지크에게 여유란 걸 주지 않고 있었다.
“빌어먹을….”
지크는 나머지 대천사들이 을 통해 빠져나오는 광경을 바라보며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아아….”
미카엘 역시 긴 탄식을 토해내며,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는 걸 간접적으로 드러내었다.
대천사들?
솔직히, 지크와 미카엘이 힘을 합친다면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천사장 루시퍼는 아니었다.
지크가 제아무리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고, 또 대마왕으로 변신한다고 한들 루시퍼는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마계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마왕이라던 바알과 일대일로 싸워 이긴 존재가 루시퍼였고, 대천사장이었던 미카엘을 실각시킨 것도 그였다.
그야말로 어나더 레벨의 강자인 것이다.
번쩍!
온 세상을 비추는 섬광이 번뜩였다.
이윽고 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등 뒤에 검게 물든 12장의 날개가 돋아난 대천사.
천계의 지배자이자 천계, 중간계, 마계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존재인 대천사장 루시퍼가 중간계에 강림한 것이다.
***
루시퍼는 나타난 것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
[알림: 대천사장 루시퍼가 강림했습니다!] [알림: 천족들의 사기가 올라갑니다!] [알림: 천족들의 전투력이 올라갑니다!]딱히 버프 능력을 사용한 것도 아닌데 그 존재감만으로도 아군의 사기와 전투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키는,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미카엘.”
루시퍼가 천천히 입을 열어 미카엘을 향해 넌지시 말을 걸었다.
지크는 아예 안중에도 없었다.
“동족의 배신자여.”
“루시퍼.”
미카엘이 루시퍼를 매섭게 노려보며 그 부름에 대답했다.
“나는 동족의 배신자가 아니다. 너야말로 동족의 배신자다. 형제자매들을 타락시킨 장본인인 네가! 감히 날 동족의 배신자라고 부를 수 있는가!”
미카엘은 보기 드물게, 처음으로 분노를 토해내었다.
지크조차도 미카엘이 화를 내는 모습을 처음 봤을 정도였으니, 루시퍼에 대한 그의 분노가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미카엘의 말대로, 루시퍼야말로 천족들을 장본인이자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었다.
루시퍼가 음모를 꾸미지만 않았어도 천족들이 분노해서 타락할 일도 없었고, 미카엘이 실각해 중간계로 추락할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테니까.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루시퍼가 차가운 음성으로 미카엘을 향해 물었다.
“아버지를 저버린 피조물들을 옹호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천족에 대한 배신이 아니고?”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더니 을 슥 바라보았다.
“저 추악하고 하등한 생명체들을?”
그 순간.
“……!”
“……!”
“……!”
루시퍼의 눈길이 머문 곳에 있던 모든 이들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대로 쓰러지고는 두 번 다신 움직이지 않았다.
즉사.
단순히 시선을 둔 것만으로도 게이머건 NPC건 가리지 않고 모조리 죽여 버린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