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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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의 커밍아웃 소식은 삽시간에 퍼져 나갔고, 생방송 시청자 숫자는 순식간에 100만 명을 돌파해버렸다.
지난 3년 동안 쥐 죽은 듯 조용히 있던, 근황조차 알려지지 않아 자살한 것이 아니냔 우스갯소리마저 돌던 이건이었다.
그런 그가 게임 BNW 랭킹 1위인 베오울프였다는 것이 밝혀지자,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게임 BNW의 랭킹은 신뢰성이 제로에 가까운 지표에 불과해서 이제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지만 말이다.
“3년 동안 BNW하느라 방송 안 켰어. 방송도 재미없더라고. 앞으로도 방송 계속할 생각은 없어. 돈도 벌 만큼 벌었고, 일로는 방송하기 싫어. 그냥 꼴리면 한 번씩 켜는 정도?”
이건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이 방송을 켠 목적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가 한 3년 동안 BNW를 재밌게 하긴 했거든? 근데 생각보다 빨리 질리더라고. 할 만큼 한 거지. 그래서 접으려고 했지.”
이건이 웃으며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그는 늘 시청자들에게 반말하기 일쑤였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개인 방송 채널에서 존댓말을 하든, 반말을 하든 그건 방송하는 사람 마음일 테니까.
“근데 생각해 보니까 BNW만큼 좋은 시스템을 가진 게임이 없잖아? 그래서 생각을 해봤지. 어떻게 하면 이런 갓겜을 또 할 수 있을까. 다른 회사에서 이런 게임을 출시하길 기다릴까? 그건 너무 막연하잖아. 그러던 차에 떠올린 게 뭐였냐면… 게임 세계를 무너뜨리면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거였어.”
방송 내용을 압축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1. 게임에 질렸다.
2. 접으려고 했다.
3. 그런데 BNW의 시스템이 너무나도 훌륭해서, 다른 게임에는 만족하지 못할 거 같았다.
4. 그래서 게임 세계를 파괴하면,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서 시즌 2가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건이 지크와 맞섰을 당시 말했던 내용 그대로였다.
“그래서 난 앞으로….”
이건이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게임 BNW의 세계를 파괴하는 데 집중할 거야. 시즌 2를 하고 싶으니까. 어차피 시즌 2가 돼도 내 게임 재능이면 랭킹 1위를 달성하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그렇게 이건은 자신의 개인 방송을 통해 스스로의 사상과 목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아주 간 큰 행동을 저지르기에 이르렀다.
게임 BNW를 사랑하는 게이머들이 전 세계에 수억 명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행복을 파괴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를 위해서 말이다.
그런 이건의 발언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아주 다양했다.
우선 가장 많은 의견은, 이건을 욕하고 비난하는 이들이었다.
– [한조] 진짜 미친 새끼네 이거 캬악 퉤
– [D Siku] X까
– [코오호 맙 쿠려] ㅗㅗㅗ
– [내딸50서영이] 구역질 남 ㅡㅡ
- [Hyeokatos] 부모 없는 거 인증하나 ㄷㄷ
– [Half-blood Prince] 이 새낀 진짜 자살 안 하고 뭐 하는지 모르겠음;;;
지난 3년 전, 데뷔전 불참 사건 이후 이건의 이미지는 가히 최악이라서, 온갖 원색적인 비난과 욕설이 쏟아졌다.
개중에는 패드립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건은 자신을 욕하는 이들의 여론 따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즐겼다.
“너무들 좋아하는 거 아냐? 큭큭! X신같이 좋아하네. 큭큭큭!”
이건은 10년 전부터 시청자들에게 욕을 먹는 게 익숙해서, 이런 악성 채팅에는 데미지를 전혀 입지 않았다.
한편, 이건을 응원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 [K-YUN] 이건이 돌아왔구나! ㅋㅋㅋㅋㅋ
– [라자Hell] ㅋㅋㅋㅋㅋㅋ개쩌네 갓겜을 서비스 종료시키겠단 패기 ㅎㄷㄷ
– [풍원부원군] 이래야 갓건답지 ㅋㅋㅋㅋㅋ
– [영구아빠 박종설] 왕의 귀환;;;;
– [緒方光司] ㅆㅅㅌㅊ
– [갠지스황도] 기다렸다구우우우!!!!
– [안먹으면죽고 먹으면산다] 진짜 악마의 재능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에게는 옛날부터 팬이 많았다.
정확히는 팬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맹목적인 추종자들에 가까웠다.
이건이 활동을 중지하고 잠수를 탄 지 무려 3년이 흘렀음에도, 추종자들은 여전히 그를 따르고 있었다.
사실 이건이 돌아오기만을 목 놓아 기다리던 추종자들 역시 수천 명에 달할 정도였다.
그만큼 이건의 악마적 카리스마와 압도적인 게임 재능, 그리고 광기 넘치는 악행들이 많은 사람들을 끌어당길 만한 매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아무튼,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고. 나중에 또 켤게. 곧 길드도 만들 생ㄱ….”
그때, 한 채팅이 이건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 [qqderw평평] 한태성이랑은 어떻게 하려고 그럼?
순간 이건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한태성…? 큭!”
이건이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한테 그런 근본 없는 새끼에 대해 물어본 거야? 지금?”
이건은 정말로 기분이 나빴다.
***
이건의 인성은 쓰레기 그 자체였다.
그는 수틀리면 자신의 추종자들에게까지도 쌍욕, 심하면 패드립을 서슴없이 퍼부어댈 정도로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또한, 과거 수천만 원을 후원해준 회장님급 열혈 추종자조차도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블랙 리스트를 먹였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없이 많은 추종자들이 이건을 따르는 이유는 그 실력 때문이었다.
이건이 지난 10년 동안 보여준 퍼포먼스는, 하나하나가 전설로 남을 만한 것들이었다.
예를 들면, 대전 액션 게임의 세계랭킹 1위와 5판 3선승제를 겨뤄 3승 1패로 압도적으로 털어버린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만약 이건이 프로게이머가 되어 활동을 계속했다면, 세계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레전드 중의 레전드가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기도 했다.
그만큼 이건은 천부적인 게임 재능을 타고난 게이머였던 것이다.
그런 이건에게 있어서 태성은 같은 존재였다.
이건이 보기에, 태성은 그저 운 좋게 히든 클래스를 얻어 승승장구한 케이스에 불과했다.
이건은 태성이 제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진심으로 맞붙으면 이길 자신이 있었다.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왕 노릇 한다고 하던가? 내가 보기엔 한태성이 그래. 내가 없으니까 지가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던 거지. 근데 이젠 다르잖아? 내가 왔는데, 제깟 놈이 어떻게 왕 노릇을 해?”
이건이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었다.
“난 앞으로 한태성이 일구어 놓은 모든 걸 파괴할 거야. 그리고 나락으로 떨어뜨려서, 주제 파악을 시켜줄 거야. 자기가 얼마나 X밥이었는지 알게 해줄 거라고. 큭큭큭.”
이건은 게임 BNW의 진 주인공인 태성을 무너뜨리겠다고 공언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자신만만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어차피 한태성 그 새낀 이미 기득권이야. 실제로 황제잖아? 그 제국을 무너뜨리고, 옥좌에서 끌어내야지. 혁명이라고나 할까? 그래, 좋다. 혁명. 이 단어 마음에 드네. 난 지금부터 혁명군이야. 길드 이름도 그렇게 지어야겠어.”
이건이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크 일행 앞에서 본모습을 드러냈을 때와 똑같은 그 웃음을….
***
지크는 프로아 제국으로 복귀한 후 브륜힐트, 그리고 베르단디와 함께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는 등 시간을 보냈다.
그런 뒤 사부를 찾아가 문안 인사를 올렸다.
“왔느냐.”
사부는 최초의 레드 드래곤 불카누스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예, 사부님.”
“갔던 일은 잘 해결되었나 보구나? 세상이 멸망하지 않은 걸 보면 말이다.”
“사부님의 가르침 덕분이었습니다.”
“끌끌.”
사부가 웃었다.
“그런 말을 들으니 본좌의 기분이 좋구나.”
“하하하!”
“제자야.”
“예, 사부님.”
“빛이 있으면 무엇이 있느냐?”
“예?”
지크는 사부가 뜬금없이 선문답 같은 말을 건네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시지? 설마 취하셨나?’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건 또 아니었다.
사부가 술에 취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빛이 있으면 뭐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거야… 당연히 어둠이 있지 않을까요?”
“잘 아는구나.”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천적 말이다.”
“……?”
“그 누구라 할지라도, 이 세상에는 반드시 천적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니라.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음과 양의 조화는 무릇 그러하다. 그것이 인과율의 법칙이니라.”
“너무 높으신 가르침이라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네 녀석에게도 천적이 있을 것이란 말을 하는 게다.”
“제게… 천적이 있습니까?”
“왜 없겠느냐? 물론 본좌가 만든 기술체계의 우월성이야 완벽에 가까운 것이니라. 그러나 네 녀석은 아직 무적의 힘을 손에 넣지 못하였다. 그러니 어딘가에는 반드시 네 녀석을 크게 위협할 만한 천적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니라.”
“천적이라….”
“그러니 경지에 올랐다고 자만하지 말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할 게야. 알겠느냐?”
“예, 사부님. 명심하겠습니다.”
지크는 사부가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일단 그 가르침을 가슴속에 새기기로 했다.
귀담아들어서 나쁠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
그날 밤.
로그아웃한 태성은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 샤워를 한 뒤 시원한 오렌지주스를 들고 소파에 몸을 뉘였다.
‘TV로 영화나 좀 보다 자야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야, 한태성.”
태성은 갑작스러운 천우진의 방문을 받았다.
“어? 너 갑자기 여기 웬일이냐? 연락도 없이?”
“너 방송 봤냐?”
“무슨 방송?”
태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 스캔들 났어? 나 설화랑 되게 조심스럽게 만나고 있는데?”
“그거 말고!”
천우진은 태성이 헛소리를 해대자 머리가 다 지끈거린다는 듯 짜증을 냈다.
“그거 말고 이건 방송 봤냐고.”
“이건? 이건이 누군데?”
“이건 몰라? 이건? 그 이건을 모른다고?”
“잠깐.”
태성이 기억을 더듬었다.
“갓건 말하는 거야? 3년 전에 사라진?”
은 이건이 자주 애용하던 닉네임이었다.
“그래, 그 이건.”
“당연히 알지. 게임 좀 해봤으면 이건을 모를 리가 없지. 게임 실력 하나만큼은 대단했잖아. 그 정도 재능을 가진 게이머가 다시 나타나긴 할까?”
“힘들겠지.”
천우진이 기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새끼가 인성은 쓰레기라도, 게임 재능만큼은 타고났으니까.”
“근데 그 이건이 왜? 복귀했어?”
“이건이 너 저격했어.”
“뭐? 나를? 뭐로? 날 저격할 게 뭐가 있다고?”
“널 부숴 버리겠다던데? 혁명을 일으켜서 니 제국을 무너뜨리겠다고.”
“갑자기?”
“갑자기가 아니지.”
천우진이 자신의 핸드폰으로 홀로그램 영상을 띄워 올린 뒤 태성에게 보여주었다.
“베오울프가 사실 이건이었어.”
“……!”
“진짜 미쳤다. 3년 동안 정체를 숨기고 있었다니. 이 자식은 진짜 미쳤어.”
“마, 말도 안 돼….”
태성은 정말로 경악했다.
설마하니, 베오울프가 게임계의 전설적인 악마인 이건이었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건의 이름값은 대단해서, 지금 태성의 위치에서도 쉽사리 무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건의 지난 행적들을 조금만 돌이켜 보면 알겠지만, 이 미친놈은 정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희대의 사이코이자 괴력난신이었다.
그런 인물과 악연으로 엮이게 되었으니, 태성조차도 놀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