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23
122
현재 대부분의 가상 현실 게임, 특히 RPG게임들은 성인 콘텐츠를 지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분별한 성인 콘텐츠 이용은 허용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게이머들이 가상 현실 세계에 지나치게 몰입해 현실을 등한시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였다.
때문에, 대부분의 가상 현실 게임에서는 성인 콘텐츠를 일정 기간에 딱 한 번, 그것도 유료 결제를 통해 이용할 수 있게 제한을 걸어놓곤 했다.
BNW 역시 마찬가지였다.
BNW에서는 게이머와 NPC 간의 육체적 관계를 라고 했는데, 이 역시 일주일에 한 번 유료 결제-무려 398,000원-를 통해 즐길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크는 결코 성인 콘텐츠 이용권인 을 결제한 적이 없었다.
캡슐 안에서 몽정-간혹 그런 경우가 있었다-을 하고, 울면서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 속옷을 빨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왜 성인 콘텐츠가 강제로 열려?’
지크가 당황하는 사이.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노르드족은 강자가 방문 시 성대한 연회를 열어 환대해주고, 미녀들과의 잠자리를 대접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알림 : 이 풍습은 노르드족이 외부에서 온 강자가 를 함으로써, 좋은 혈통을 가진 강한 전사가 태어나길 원해서 생긴 것입니다!] [알림 : 또한, 노르드족은 외부의 강자와 노르드족 여인 또는 남성이 혈연관계를 맺어 결혼하는 것을 장려하는 풍습이 있습니다!]알고 보니, 성적인 접대가 아니라 우월한 유전 인자를 얻기 위한 일종의 방법인 모양이었다.
즉, 지금 노르드족은 지크에게 혈통 좋은 ‘종마’로써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또, 강자인 지크가 노르드족의 일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없지는 않았고.
‘내, 내가 종마라니! 이런 미친!’
지크는 크게 당황했다.
‘이놈의 노르드족! 왜 이렇게 강함에 집착하는 거야? 이렇게까지 해야 돼? 노르드족… 당신들은 도대체….’
아군 장성을 죽인 적을 환대한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미녀까지 넣어줄 줄이야.
[알림 : 지금 로그아웃을 하게 되면 퀘스트의 클리어에 실패합니다!] [알림 : 최선을 다해 즐기세요!]알림창이 마치 지크를 놀리듯 떠올랐다.
“지크프리트 전하.”
시녀가 지크에게 말했다.
“예?!”
“오늘 전하와 함께 잠자리를 할 영애님들은 모두 고귀한 신분을 지니신 분들이십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저희 노르드족은 귀하신 손님께 직업여성을 소개해 드리지 않습니다. 그것은 손님을 모독하는 행위입니다.”
“그, 그래서요?”
“고귀한 신분을 지닌 귀족 여성분들을 대하시는 만큼, 최선을 다해 즐겨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놈의 ‘최선을 다해 즐겨라’의 의미가 왠지 고된 육체노동을 해달라는 것처럼 들리는 건 기분 탓이었을까?
“그럼, 지크프리트 전하. 한 번에 즐기시겠습니까? 아니면 차례차례 즐기시겠습니까?”
“한 번에 즐기는 건 뭐고 차례차례 즐기는 건 뭔데요?”
“한 번에 즐기시는 건 여기 계신 영애님들과 한꺼번에….”
“차, 차례차례요!! 차례차례!!”
지크가 화들짝 놀라 대답했다.
‘그런 하드코어한 걸 내가 어떻게 해!’
현실에서도 모태솔로에 아직 여자 경험이 없는 지크가 ‘한꺼번에’를 감당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전하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차례차례 즐기시지요. 순번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 아무렇게나요?”
“그럼 영애분들의 신분 순서대로 들여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예.”
지크는 일단 알았다고 했다.
“이따 봐요, 우리?”
“당신을 망가뜨려 주겠어.”
“난 오늘 밤 당신의 아이를 가지고 말 거랍니다? 흐응!”
“귀엽다.”
“살살해요? 이따 나랑 놀려면? 알겠죠?”
노르드족 귀족 영애들이 협박에 가까운 한마디씩을 넘기고 지크의 침소를 나섰다.
***
5분 뒤.
지크는 정말이지 아름다운 여성과 단둘이 마주하게 되었다.
그녀는 새하얀 피부에 레몬 빛깔에 가까운 머리칼을 지니고 있었으며, 풍만한 흉부 지방과 탄탄한 힙업 라인을 가지고 있어 몸매 역시도 환상적이었다.
게다가 175센티 정도는 되어 보일 정도로 늘씬하기까지 했다.
문제는 그녀의 정체.
[잉그리드]노르드족의 공주.
라이언베르트 왕의 일곱 번째 딸이다.
지크는 너무나도 놀라서 악! 하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
‘야 이 미친!’
고귀한 신분을 가진 영애들이라더니, 설마 왕이자 의형인 라이언베르트의 딸까지 보낼 줄이야!
어쩐지 신분 순서대로 들여보낸다더니, 괜히 제일 첫 번째로 들어온 게 아닌 모양이었다.
‘혼모노네, 혼모노야.’
지크는 노르드족의 풍습이 장난이나 성 접대가 아닌 진짜로 우월한 혈통을 얻기 위한 의식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낄 수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 예….”
“저는 잉그리드라고 해요. 공주죠.”
“지크프리트라고 합니다.”
“알아요.”
그렇게 말한 잉그리드가 훅! 하고 지크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왜 이러시는지….”
“해야죠, 우리.”
“뭐, 뭘요?”
“그걸 굳이 제 입으로 말해야 하나요? 그냥 즐겨요. 그냥 하룻밤일 뿐인걸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는 어디까지나 적인데….”
“그게 무슨 상관이죠? 중요한 건 당신이 강자라는 사실이에요.”
“강하면 다 돼요?”
“네, 다 돼요. 우리 노르드족은 언제나 강함만을 갈구하거든요. 이 땅은 혹독한 추위가 휘몰아치는 척박한 땅… 우리가 이런 곳에서 수천 년 동안이나 살아남고, 부족을 통합하며 왕국을 일굴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우월한 혈통만을 추구함으로써 강해져 왔기 때문일 거예요.”
“자, 잠깐…!”
지크가 화들짝 놀라 바지를 벗기려는 잉그리드의 손길을 뿌리쳤다.
하지만 잉그리드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크의 귓불을 핥았다.
“하아…!!”
“저, 저기요! 저 당신 아버지랑 의형제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형님의 따님과 어떻게….”
“진짜 형제도 아니잖아요? 당신이 제 진짜 삼촌도 아니고요. 그리고… 저를 여기로 보낸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아빠예요.”
“…맙소사.”
“날 임신시켜 줘요. 나는 당신의 아이를 갖고 싶으니까. 그럼 그 아이는 아주 강한 혈통을 타고나게 되겠죠? 당신과 나. 우리 둘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면 분명히 강할 거예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스르륵.
잉그리드가 스스로 윗옷이 풀어 젖혔다.
‘이건 아니야! 못 해, 못 한다고!’
지크가 그렇게 생각하며 잉그리드를 밀어내려 할 때였다.
– 주인 놈아! 답답해 죽겠다! 빨리 해라! 빨리 보고 싶으니까! 뀨우!
햄찌가 지크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뭐야? 너 어디 있었냐?’
– 여기.
지크가 눈을 돌려 보니 햄찌가 침소에 놓은 탁상시계에 숨어 고개를 삐쭉 내밀고 있었다.
지크의 를 훔쳐보려 했던 게 분명했다.
‘야! 좀 어떻게 해봐!’
지크가 햄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여자랑 어떻게 엄마아빠놀이를 해!’
– 뭐 어떠냐. 당사자가 괜찮다는데. 그냥 해라, 주인 놈아.
‘야 이 미친놈아!’
– 기대된다, 기대 돼!
‘명령인데, 어떻게 좀 해봐. 제발. 내가 주인이잖아. 시키는 대로 안 해?’
– 진짜? 저 여자 진짜 예쁘고 몸매도 좋은데?
‘명령이다. 어떻게 좀 해봐라. 으으!’
– 쳇! 아쉽군! 라이브로 구경할 수 있었는데, 쩝!
햄찌가 입맛을 다셨다.
‘빨리.’
– 알겠다, 주인 놈아. 에휴! 줘도 못 먹냐! 주인 놈은 바보다, 바보!
그렇게 말한 햄찌가 자신의 손을 입가에 가져다 대더니, 입술을 날리는 시늉을 해 보였다.
쪽~♥
그러자 햄찌의 입으로부터 하트 모양의 핑크색 오라가 뿜어져 나와 잉그리드의 등에 스며들었다.
[알림 : 햄찌가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알림 : 잉그리드, 상태 이상!] [알림 : 잉그리드가 햄찌의 마법에 되었습니다!]그 알림창이 떠오름과 동시에.
“……!”
햄찌의 스킬에 당한 잉그리드가 지크를 잡아먹으려던 걸 멈추고 그 자리에서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마치 넋을 잃은 것 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뭐야? 어떻게 한 거냐?”
“어떻게 하긴. 주인 놈이랑 엄마아빠놀이 하는 환각을 심어줬다. 뀨우!”
“그, 그래?”
“봐라, 주인 놈아.”
햄찌가 잉그리드를 가리켰다.
“아아, 지크프리트! 아아아아!”
햄찌의 환각에 빠져든 잉그리드가 이상야릇한 소리를 내며 지크의 이름을 부르짖고 있었다.
***
다음 날 오후.
지크는 의형인 라이언베르트와 만났다.
“동생… 왔는가… 으으으….”
라이언베르트는 그 거대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침대에 누워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숙취 때문이었다.
그 역시 어젯밤 열린 연회에서 지크에게 술로 패배하는 바람에 지독한 숙취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잘 주무셨습니까, 형님.”
“잘 주무시긴 개뿔이… 동생 덕분에 무려 열한 번이나 토했다네… 이 형은 동생이 그리 술이 센지 몰랐구먼… 술 퍼먹는 고래인 줄 알았네….”
“하하하….”
“어째 자네는 멀쩡하구먼…?”
“예, 저야 뭐.”
“대단하군… 정말 대단해… 자네는 역시 진정한 남자일세….”
“술 좀 세다고 진정한 남자라고 하긴 좀 그런데요?”
“어디 술뿐이겠는가? 동생은 무예도 강하고, 술도 잘 마시는데다가 밤일까지 끝내주지. 그런 동생야말로 진정한 남자가 아니면 누가 진정한 남자란 말이지?”
“바, 밤일이요?”
“흐흐. 내 어젯밤 일을 다 들었네.”
라이언베르트가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영웅은 호색한이라더니 그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더구먼. 흐흐흐! 동생이 그쪽 방면으로도 경지에 오른 것 미처 몰랐구먼. 끌끌!”
“그, 그게 뭔 소리십니까?”
“다 들었네. 동생이 그렇게 변태라더군. 흐흐흐!”
“변태라고요?”
지크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동생이 어젯밤에 영애들과 어떻게 즐겼는지 다 보고를 받았지. 후후!”
“뭐, 뭐라고 보고를 받으셨습니까?”
“아주 ♥♥♥♥♥♥해서 ♥♥♥♥♥하게 ♥♥♥♥♥♥♥하고 ♥♥♥♥에 ♥♥♥♥♥하게 했다더구먼? 심지어 ♥♥♥♥까지 했다면서? 이런 과감한 친구 같으니!”
그 순간.
‘이 변태 쥐새끼가. 너 진짜 가만 안 둔다. 넌 앞으로 해바라기 씨 한 톨도 없을 줄 알아. 환상을 심어줄 거면 좀 노말한 걸 심어줬어야지! 도대체 무슨 환상을 심어준 거야!’
지크는 내심 햄찌를 향해 이를 갈았다.
사실 지크는 어젯밤 그 어떤 노르드족 영애와도 를 하지 않았다.
캡슐 안에서 불상사가 생기는 걸 원하지 않았기에, 첫 타자인 잉그리드부터 마지막 영애까지 햄찌의 스킬을 이용해 환상을 심어주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 환상을 만든 장본인이 지크가 아닌 햄찌라는 것.
어젯밤 일에 대해 보고를 받은 라이언베르트가 지크를 ‘변태’, ‘호색한’, ‘정력가’ 따위로 부르는 걸 보면, 햄찌가 열한 명의 영애들에게 심어준 환상들은 지크로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하드코어한 것들인 게 분명했다.
괜히 햄찌에게 이란 칭호가 붙어 있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라이언베르트가 지크에게 은근한 어조로 물어왔다.
“기회가 되면 이 형에게 동생의 그 기발하고 환상적인 밤 기술들을 좀 가르쳐줄 수 있겠는가?”
라이언베르트가 지크에게 속삭였다.
“내 좀 배우고 싶어서 그러네. 어떻게 그리 기상천외하고 현란한 밤 기술을 연마한 겐가? 허허. 젊은이들의 창의력은 따라갈 수가 없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구먼!”
지크는 울고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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