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38
137
출발 전.
“혹시 모르니까….”
지크는 성 내부에 있는 창고로 가 있는 포션을 모두 긁어모았다.
은 솔플이 거의 불가능한 고위급 던전이었으므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포션을 챙기는 것이다.
생명력.
마나.
스태미나.
이 세 가지 포션들을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 가리지 않고 모조리 인벤토리에 쓸어 담은 지크는 곧바로 문제의 그 로 향했다.
앞에는 레노마 왕국 소속의 마법사 50여 명이 모여 에 손을 가져다 댄 채로 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란 무분별한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작업이었는데, 작업이 끝나면 해당 은 100일에 한 번씩만 열리게 되어 있었다.
이 끝난 후에는?
주어진 100일 동안 실력 있는 모험가들이 보스를 죽이고 던전을 클리어함으로써, 몬스터 웨이브의 발생 시간을 초기화시켜야 했다.
끊임없이.
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말인즉슨, 현재 뉘르부르크 대륙의 마법 수준으로는 을 완벽하게 닫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문제는 이 2주는 족히 걸리는 중노동이라는 것.
게다가 작업 도중 몬스터 웨이브가 벌어지면 작업을 진행하던 마법사들이 떼죽음을 당할 수도 있었기에, 어찌 되었건 지크는 안으로 들어가 이 무사히 끝날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만 했다.
“잠깐.”
마법사들을 호위하던 기사가 지크의 앞을 가로막았다.
“돌아가십시오. 현재 이곳은 차원의 균열의 던전화 작업이 진행되는 중입니다. 외부인의 출입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라고 합니다.”
“……!”
“연락은 받으셨을 거라고 믿습니다.”
“이…!!!”
지크가 신분을 밝히자, 순간 기사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검을 뽑아 들 뻔했다.
왜?
지크는 적국의 수괴로서 국왕 피츠제럴드를 납치한 장본인이었으니까.
기사로서 조국의 어전을 피로 물들이고 심지어 왕까지 납치한 자를 내버려 두기란 정말이지 어려운 일일 터였다.
“검, 뽑지 마요.”
지크가 그런 기사를 향해 경고했다.
“그러다 죽으면 억울하잖아.”
“…….”
“작업은 계속 진행해 주시고.”
지크가 기사의 곁을 스치며 말했다.
‘살다 살다 차원의 균열 솔플을 다 돌아보….’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고오오오오오!!!
의 입구.
일그러져 버린 차원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
“……!”
“……!”
그 광경을 본 모두의 눈에 경악에 서렸다.
휘몰아치는 소용돌이.
그리고 뿜어져 나오는 붉은빛.
이는 곧 이 또다시 벌어지며 곧 몬스터 웨이브를 쏟아낼 것이라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
예기치 못한 사태.
너무나도 빠른 후속 몬스터 웨이브에 레노마 왕국 마법사들과 기사들은 크게 동요하고 말았다.
“아아…!!!”
“망했어, 망했다고!”
“우린 다 죽을 거야….”
특히나, 마법사들의 경우 거의 절망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에 손을 가져다 댄 이상 마법사들로서는 이 사태로부터 도망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마나홀과 마력증폭장치가 굳건히 연결되어 있어 연결을 해제하려거든 최소 3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만약 억지로 손을 떼버리면?
마나가 폭주, 마나홀이 폭발함과 동시에 죽게 된다.
실제로,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 한 마법사는 그만 에서 손을 떼고 말았고….
“크아아아아아악!!!”
그 결과 눈, 코, 입, 귀 등 몸에 존재하는 모든 구멍에서 피를 분수처럼 내뿜으며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는 건 마찬가지일 테지만.
“기사들은….”
지크에게 적개심을 드러내 보였던 기사가 명령했다.
“철수…하기로 한다….”
기사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기사들에게는 마법사들을 도울 방법이 없었으므로, 애꿎은 개죽음을 당하기보다는 한 사람이라도 더 사는 걸 택하는 게 현명한 행동이었다.
“…부디 행운을 빕니다.”
그렇게 말한 기사단장이 기사들을 데리고 떠나려던 순간.
오직 단 한 명은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려는 사람이 있었다.
“노인장! 그쪽이 책임자입니까?”
지크가 마법사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노인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의 이름은 ‘데시마토 데 미켈슨’으로, 작위는 후작이었으며 그 직책은 레노마 왕국의 궁중 수석 마법사였다.
“그렇소. 내가 레노마 왕국의 수석 마법사요.”
“혹시 게이트 입구를 좁히는 게 가능합니까?”
“게이트 입구를 좁힌다?”
“어차피 못 막는 건 압니다. 그러니 게이트 입구만 좁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렇게만 하면, 몬스터들이 한꺼번에 튀어나오지 못하잖습니까.”
“……!”
“가능합니까, 불가능합니까.”
지크가 물었다.
“불가능하다면?”
데시마토 후작이 물었다.
“여길 뜰 겁니다.”
지크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가능하다면?”
“남아서 싸워야죠.”
“그,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오?”
“안 될 게 뭐가 있습니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싸우고 또 싸우는 거지. 온종일도 싸울 수 있습니다만?”
“으음…!”
“시간 없습니다. 빨리 대답해 주시죠. 가능합니까, 불가능합니까.”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소.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해 보이는구려.”
“이유가 뭡니까?”
“그대도 알다시피 게이트를 막는 건 불가능한 일이오. 하지만 입구 자체를 좁히는 건 가능하지. 실제로 작업 도중 몬스터 웨이브가 벌어지자 게이트 입구를 좁혀서 시간을 번 사례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매우 강력한 아티팩트가 필요하오.”
“매우 강력한 아티팩트요? 어느 정도로 강력해야 합니까?”
“마력증폭장치에서 증폭된 우리들의 마나를 능히 감당해낼 수 있을 정도로 내구성이 좋아야 하오. 또, 마나의 전도율 또한….”
“이거면 됩니까?”
지크가 를 데시마토 후작에게 보여주었다.
“앗! 그, 그것은! 과거 불사왕의 신물이었던…!!!”
마법사답게, 데시마토 후작은 지크가 가진 마검을 한눈에 알아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그 검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소. 그 마검은 이미 많은 영혼을 가두고 있는 그릇이오. 우리들의 증폭된 마나가 더해진다면 파괴되어 버릴지도….”
“이걸 더하면 어떻겠습니까?”
지크가 약 180센티 정도 길이의 막대기를 내밀었다.
[신의 지팡이 (Rod from God)]신화 속 주신(主神) 로드 오브 카오스의 지팡이를 본떠 만든 지팡이.
•타입 : 무기 (봉)
•등급 : 신화 등급
•내구도 : 무한
습득 후 딱히 쓸 일도 없었던 그 지팡이는, 전설의 대장장이 헤르베르트가 마지막으로 만들어낸 유작이었다.
***
사실 지크의 생각은 이랬다.
‘오늘이 그 날인가?’
몬스터 웨이브가 또다시 발생하자, 지크는 자신이 가진 최후의 카드인 를 사용하려 했다.
[신의 징벌]신의 지팡이를 하늘 높이 던져 대기권 바깥으로 보내버립니다.
신의 지팡이가 대기권을 벗어나면, 사용자는 지팡이를 제어해 원하는 위치에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이때의 파괴력은 반경 50km를 초토화시키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최대 사정거리는 최대 8,000킬로미터이며, 오차 범위는 10미터 내외입니다.
타격 지점에 떨어졌던 지팡이는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다시 돌아옵니다.(쿨타임 : 1년)
후속 몬스터 웨이브를 막기 위해서는 오직 이 방법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또, 이 방법이 가장 깔끔하게 몬스터 웨이브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이건 제네시스 놈들한테 선물해 주려고 했던 건데.’
언젠가 제네시스 길드와 싸움이 벌어지면, 지크는 을 이용해 적어도 한 번의 싸움에도 압승을 거둘 생각이었다.
적어도 한 번의 싸움에서 압승을 거둔다는 의미는, 제네시스 길드원들이 NPC가 아닌 모험가들이기에 49시간 후 부활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쓰자니 아까웠다.
무려 1년.
은 그 파괴력만큼이나 긴 쿨타임을 자랑했기에, 섣불리 쓰기가 좀 그랬던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라는 게….
‘게이트를 좁힌 다음에 하나둘씩 기어 나오는 놈들을 때려잡을 수는 없는 건가? 일대 다수라면 몰라도 일대일이라면 엄청 오래 싸울 수 있을 텐데. 그래, 한번 물어나 보자.’
물어보는 건 돈이 들지 않는 일이었으므로, 지크는 마법사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데시마토 후작에게 게이트를 좁힐 수 없느냐고 물어봤던 것이다.
***
“그 지팡이… 도대체 무엇이오? 뭔가 알 수는 없지만, 정말이지 강대한 힘이 느껴지는구려. 내 부족한 안목으로 그 지팡이의 진정한 힘을 볼 수 있을지….”
“지금 한가하십니까?”
“으음?!”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이거면 됩니까, 안 됩니까.”
“될 것 같소. 혹시 모르니 두 개의 아티팩트 모두를 사용하는 게 어떻겠소?”
“그러죠.”
지크가 본체 격에 해당하는 거대한 기계 장치 앞 제단 위에 마검과 신의 지팡이를 올려놓았다.
“이거 어떻게 하는 겁니까?”
“거기 있는 케이블들을 아티팩트에 연결해야 하오.”
그때였다.
휘이이이이이이이-!!!
의 소용돌이가 더욱 거세졌다.
쩍, 쩌억!
그리고 ‘공간’ 그 자체가 일그러지며 서서히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소! 빨리 움직이시오! 빨리!”
“독촉하지 마요!”
지크가 서둘러 케이블들을 마검과 신의 지팡이에 연결했다.
지직, 지지지직!!!
그러자 로부터 엄청난 양의 마나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법사들은 들어라!”
데시마토 후작이 소리쳤다.
“모두 정신을 집중해서 게이트 입구를 좁히는 데 마나를 쏟아붓도록 한다! 이게 우리가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라!”
데시마토 후작의 외침에 마법사들이 일제히 정신을 집중해 가진 모든 마나를 게이트의 입구를 좁히는 데 사용하기 시작했다.
띠링!
그 순간 지크의 눈앞에도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퀘스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버티고 버텨라!]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라!
•진행률 : 0% (0/1,000)
•보상 : 쓸 만한 녀석들 / 보스 몬스터 처치 시 드랍되는 아이템
다행스럽게도, 제2차 몬스터 웨이브의 규모는 그리 크지가 않았다.
그러나 지크는 그 내용을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일단 퀘스트를 수락했다.
[알림 :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한가하게 퀘스트창이나 보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로부터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제 막 게이트를 좁히는 마법이 실행된 터라, 미처 좁혀지지 못한 게이트로부터 몬스터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그리고 쏟아져 나온 몬스터들이 제일 먼저 노린 건 다름 아닌 에 마나를 불어넣고 있는 마법사들이었다.
‘안 돼!’
지크가 번개처럼 몸을 날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