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307
306
“여기 있습니다.”
NPC가 지크에게 과 아이템을 건네주었다.
“이거 어떻게 쓰는 건데요?”
“착용하고 계신 장비에 사용하시면 됩니다. 그럼 차원 저항력이 올라갑니다.”
“그래요?”
“각 장비별로 올라가는 차원 저항력의 수치가 다른데, 상의가 제일 큰 폭으로 올라갑니다. 그러니 상의에 바르십시오.”
“아, 예.”
지크는 NPC가 가르쳐준 대로 에 을 가져다 대고 부적을 써보았다.
스르륵!
그러자 이 에 스며들었다.
[알림 : 에 옵션이 추가되었습니다!] [알림 : 이 25 올랐습니다!] [알림 : 최소한의 을 갖추셨습니다!] [알림 : C등급 에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그렇게 지크는 던전에 입성할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게 되었다.
“가자.”
“뀨!”
지크가 햄찌를 닦달했다.
‘누가 더 빠른지 두고 보자.’
사부의 제자로서 뇌신 바즈라의 후예에게 뒤처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므로, 지크는 타이칸을 추격하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파티원 구합니다!”
“대균열 처음이신 분들 모셔요!”
“C등급 대균열 가실 분!”
앞에 도착한 지크는 에 도전하려는 게이머들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파티원이 거의 다 모여서 곧 출발 직전인 무리에게 다가가 파티 가입 의사를 밝혔다.
“저기요. 저도 좀 끼워주실 수 있나요?”
지크가 물었다.
“어? 그분 아니에요?”
“오오!”
“대환영이죠!”
“저희가 모셔야죠!”
게이머들은 지크를 한눈에 알아보고는 마치 귀하신 분을 대하듯 살갑게 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크는 이미 반쯤 유명 인사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이 진행되는 동안 수없이 많은 영상물로 본의 아니게 실력을 인증하게 된 지크는 어딜 가나 환영 받을 수밖에 없었다.
“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까지 해서 다 모이신 것 같은데 슬슬 출발….”
그때였다.
“헤이! 지크!”
지나가던 타이칸이 지크를 알아보고는 아는 체를 했다.
“벌써 왔어? 이야. 빠르네.”
“…….”
“나 C등급 대균열 돌러 가는데 같이 갈래?”
“싫은데?”
“자꾸 거절하네.”
“내 맘이다.”
“그래, 알겠다. 이따 보자.”
“근데 어디 가냐?”
“말했잖아. C등급 대균열 돌러 간다고.”
“혼자?”
“응.”
타이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 혼자가 편해서.”
“솔플이라 이거냐?”
“솔플? 그게 뭔데?”
“됐다.”
지크가 살짝 뿔난 표정으로 말했다.
“가던 길 가라.”
“너는? 저분들이랑 같이 가려고?”
“아니?”
지크는 곧장 버튼을 눌렀다.
“저, 저기요?”
“지크 님?”
“아깐 같이 가자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지크의 탈퇴에 파티원들이 당황했다.
“진짜 죄송합니다. 제가 사정이 생겨서요. 죄송합니다. 다음에 같이 해요. 가자, 햄찌야.”
“뀨!”
지크는 파티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보란 듯 속으로 진입해 버렸다.
‘니가 솔플을 하는데 나라고 솔플을 못하겠냐.’
지크는 타이칸에게 뭐 하나라도 질 생각이 없었다.
***
[알림 : 던전을 선택해 주십시오!]에 진입한 지크의 눈앞에 선택창이 떠올랐다.
– 기괴한 마을
– 업화의 생츄어리
– 고대 시가지
– 오크 왕국
– 배신의 전당
– 푸른 궁전
지크는 대충 던전을 선택하고 즉시 사냥에 나섰다.
던전을 돌파하는 지크는 빨랐다.
지크는 을 미친 듯 휘두르며 몬스터들의 머리통을 부쉈다.
때론 이나 와 같은 광역 스킬을 사용하기도 하고 스킬을 켠 채로 몬스터들을 지워버리며 달리기도 했다.
심지어, 중간중간 만천화우를 사용할 때 쓰는 표창을 낱개로 투척하며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처리하기까지 했다.
“주, 주인 놈아아! 너무 빠른 거 아니냐! 햄찌 줍느라 힘들다!”
덕분에 죽어난 것은 햄찌였다.
햄찌는 지크를 대신해서 아이템을 주워야 했으므로, 발바닥에 땀이 나고 불이 나도록 뛰고 또 뛰어야만 했다.
햄찌가 가진 마법의 자루는 워낙에 특별한 물건이라 을 안심하고 보관할 수 있었고, 지크에게 넘겨줄 때도 에너지 손실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지크는 햄찌의 스킬을 이용해 굳이 을 직접 주울 필요 없이 오직 사냥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무시무시한 사냥 속도만큼이나 경험치 획득도 빨랐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지크는 남들은 파티 사냥을 하는 던전을 마치 놀이터라도 되는 것처럼 무차별적으로 쓸어버리며 순식간에 보스 방 앞까지 진격했고, 보스 역시 눈 깜짝할 사이에 처치해 버렸다.
“휴. 다 깼네.”
“헥헥! 주, 주인 놈아아! 미친 거 아니냐! 너무 빠르다! 뀨우우우!”
“얼마나 걸렸어?”
“정확히 23분 23초 정도 걸린 것 같다! 뀨우!”
“그래? 일단 나가자.”
지크는 햄찌와 함께 보스 몬스터가 드랍한 귀환석을 이용, 던전을 나섰다.
“버, 벌써 나오셨어요?”
“저희 아직 출발도 못했는데….”
“설마 솔플로 이 짧은 시간에 던전을 깨신 거?”
지크가 던전을 나서자, 이제 막 들어가려던 파티의 파티원들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솔플을 하러 간다던 지크가 불과 30분도 채 되지 않아서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설마 나보다 먼저 깨고 나온 건 아니겠지?’
지크는 혹시나 타이칸이 자신보다 빨랐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불안해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번쩍!
한 줄기 섬광과 함께 타이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왔냐.”
지크가 타이칸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너 설마 벌써 깨고 나온 거야?”
“그냥 뭐.”
타이칸의 물음에 지크가 어깨를 으쓱했다.
“산책하는 셈치고 설레설레 돌았더니 끝나더라고.”
“그, 그래?”
타이칸이 미심쩍다는 듯한 표정으로 지크를 흘겨보았다.
“아. 그렇구나. 나도 산책하는 겸 느긋하게 돌았는데.”
“그래?”
“아. 던전도 돌았고. C등급 조각도 꽤 모았으니까 일단 바꾸러 가볼까.”
그렇게 말한 타이칸이 NPC가 있는 방향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그래. 가봐라. 나는 1,000개 모으려면 아직 멀어서.”
C등급 조각 1,000개당 C등급 결정이 한 개.
차원 저항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조각이 아닌 결정이 필요했으므로, 조각 1,000개가 쌓일 때마다 NPC에게 가 을 받아 장비에 발라야 했다.
노가다.
끊임없이 차원 저항력을 올려 상위 대균열에 도전하는 과정 자체가 일종의 반복 퀘스트인 것이다.
실제로 이라는 이름의 반복 퀘스트가 있기도 했고.
“그래. 또 보자.”
“응.”
지크와 타이칸은 미묘한 시선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등졌다.
‘내가 이제 한 바퀴. 쟤가 네 바퀴째니까. 더 빨리 돌아야겠다.’
지크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정작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은 전혀 달랐다.
“아. 천천히 돌아야지. 아까처럼.”
“뀨? 주인 놈아아! 그게 무슨 소리냐! 입에서 단내 나도록 빨리… 뀨웁!”
“야. 시끄러. 빨리 따라와.”
지크는 진실을 말하려던 햄찌의 주둥이를 인정사정없이 틀어막으며 다시금 에 입장했다.
저벅저벅.
그러자 천천히 걷던 타이칸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스윽.
타이칸이 슬쩍 뒤를 돌아봐 지크가 에 확실히 입장했는지를 확인했다.
‘갔다.’
타이칸은 지크가 에 입장한 것을 확인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0.1초 후.
파앙!
타이칸이 마치 총알이라도 된 듯 NPC를 향해 튀어 나가기 시작했다.
***
그 후.
앞에는 모처럼 만에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겼다.
“오오! 나왔다!”
“개빨라! 22분 만에 나왔어!”
“미쳤네?”
구경꾼들이 이제 갓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온 지크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하지만 지크는 그런 구경꾼들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대신에 달렸다.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지크와 햄찌가 반복 퀘스트를 주는 NPC가 있는 곳을 향해 미친 듯 달리기 시작했다.
지크가 NPC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 직후.
“오! 또 나왔어!”
“저 NPC도 더럽게 빨라!”
“뛴다, 뛴다!”
타이칸 역시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왔다.
파앙!
그리고 또다시 소닉붐을 일으키며 NPC를 향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경쟁.
지크와 타이칸 사이에 누가 더 던전을 빨리 클리어하고, NPC에게 다녀와 다시 던전을 클리어하느냐를 겨루는 속도전이 벌어진 것이다.
“야! 천천히 가!”
타이칸이 앞서 나가 있는 지크를 향해 소리쳤다.
“뭐 그렇게 급해? 급한 일 있어?”
“아니? 나 천천히 가는 건데?!”
지크가 뻔뻔스럽게 소리쳤다.
“거짓말!”
“그러는 너는! 너는 왜 그렇게 빨리 달리는데!”
“나? 이거 평소 내 속도인데? 달리는 거 아닌데?”
타이칸 역시 뻔뻔스럽게 소리쳤다.
“구라 치네!”
“구라? 구라가 뭔데?”
“거짓말이라고!”
“아니거든! 나 원래 빠르거든!”
“웃기시네!”
“너나 뛰지 마!”
“나 뛰는 거 아니라니까!”
티격태격하는 사이 두 사람은 어느새 을 바꿔주는 NPC가 있는 장소에 동시에 도착했다.
출발은 지크가 더 빨랐지만, 타이칸의 속도가 워낙 빠르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NPC가 근무하는 장소에 도착한 지크와 타이칸은 동시에 이렇게 소리쳤다.
“조각 바꿔줘요!”
“바꿔줘요! 빨리!”
그런 지크와 타이칸을 본 NPC가 놀라 자빠졌다.
“히, 히익?!”
하지만 지크와 타이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제가 먼저 왔으니까 저부터 바꿔줘요! 빨리!”
“아뇨! 제가 먼저 왔습니다! 저부터 바꿔주세요!”
지크와 타이칸의 속도 경쟁은 누구 하나 뻗어야 끝이 날 것만 같았다.
***
남부에 자리한 앞.
“슬슬 레이드 던전이 열릴 때가 된 것 같은데.”
가볍게 사냥을 다녀온 채형석은 의 오픈을 기다렸다.
이란 400레벨 이상의 초고레벨 몬스터가 등장하는 매우 특별한 던전으로써, 아무 때나 열리지 않았다.
은 속 차원과 시공간이 무작위로 뒤틀리면서 생성되는 곳이었으므로, 등장은 철저히 랜덤이었다.
그러나 채형석은 의 출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에서 초고레벨 몬스터를 잡았을 때 얻을 수 있는 부산물이 현금으로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에 달할 정도로 컸기 때문이다.
“레이드 대박 한 번만 터뜨리면… 그 새끼한테 진 빚도 갚고… 손해도 복구….”
그때였다.
“채형석 꺼져!”
“저리 비켜!”
채형석은 지크와 웬 NPC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오는 걸 보았다.
“한태성?”
지크를 알아본 채형석의 눈빛에 시퍼런 살기가 맺혔다.
“이 새끼가 감히 던전 앞에서 나한테 싸움을….”
채형석은 지크가 자신을 치러 오는 줄 알고 전투를 준비했다.
그러나 채형석의 생각은 완벽한 착각이었다.
쌔에엥~
쌔앵~
지크와 타이칸은 채형석을 단순 장애물로만 여기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지나쳐 버렸다.
“야! 채형석!”
지크가 채형석을 향해 소리쳤다.
“내가 지금 좀 바쁘니까 나중에 놀아줄게! 그리고 돈 갚아라! 상환일 얼마 안 남은 거 알지? 안 갚으면 니네 길드에 빨간딱지 붙일 줄 알아라!”
“뭐 이 새끼야? 너 따위가 나한테 독촉을….”
불행히도, 채형석은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번쩌억!
어느새 지크가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