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46
445
주르륵!
조지 3세는 한 줄기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흐르는 걸 느꼈다.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조지 3세는 군주의 경매에서 지크에게 를 매우 비싼 값에 구매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 뒤 지크가 의 백신과 치료제를 세계 각국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함으로써 빅엿을 먹었지만.
문제는 조지 3세가 백신과 치료제를 구매한 적이 없단 거였다.
그건 분명히 어리석은 행동이었지만, 조지 3세에게도 나름의 사정이란 게 있었다.
1. 약소국의 왕인 지크가 를 살루트 왕국에 살포할 거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2. 위와 같은 이유로 굳이 돈을 들여서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3. 지크로부터 백신과 치료제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지만, 자존심상 아쉬운 소리 하기가 싫었다.
4. 만약 백신과 치료제를 구매하려 했어도 지크는 바가지를 씌우면 씌웠지 결코 합리적인 가격에 팔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5. 어차피 경매 도중 깽판을 치다가 쫓겨났으므로, 구매할 기회 또한 애초에 없었다.
즉, 조지 3세는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에 대한 모든 걸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저 화가 나 를 자신의 보물 창고 깊숙한 곳에 처박아 두었을 뿐….
지금 사태는 그런 무사안일주의가 만들어 낸 대참사였다.
“저, 전하! 전국 각지에서 구울 떼가 창궐하고 있사옵니다! 부패의 저주 바이러스가 전국에 퍼졌사옵니다! 전하! 어서 이 사태를 수습하셔야 하옵니다!”
“이런 빌어먹으으으으으으을!!!”
조지 3세의 입에서 절규에 가까운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 망할 놈의 모험가 새끼가! 그 애송이가! 하찮은 약소국의 왕 따위가! 나와! 내 왕국을! 이런 X발! X발! X바아아아아아알!!!”
“전하아아!”
“구, 군대를… 돌려라… 군대를… 돌려어어어어어!!!”
결국, 조지 3세는 키예프 왕국을 침공하려던 걸 그만두고 황급히 회군을 명령했다.
“과인은 워프 게이트를 타고 본국으로 귀환할 테니… 총사령관은 군대를 잘 수습해 복귀하도록 하라….”
“명령 받들어 모시겠사옵니다.”
조지 3세는 총사령관에게 전권을 위임하고는 황급히 수도로 향했다.
***
비슷한 시각.
“삼촌! 살루트 왕국군이 다급히 본국으로 귀환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지크는 햄찌와 을 즐기던 도중 알렌 국왕으로부터 살루트 왕국이 철수하기 시작했단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래? 흠….”
지크는 알렌 국왕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대꾸했다.
그런 지크의 시선은 오직 자신이 가진 패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삼촌! 도대체 어떤 마술을 부리신 겁니까!”
“글쎄?”
지크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저도 가르쳐 주십시오!”
“딱히 한 거 없는데? 그냥 뭘 좀 풀었을 뿐이지.”
“예? 뭘 푸셨는데요?”
“그런 게 있어. 으음. 이번 판은 나가리네….”
“…….”
“반란군이 곧 흩어질 테니까 잘 수습해. 언더테이커 공작님 말씀 잘 듣고. 물론 왕은 너니까 모든 결정은 결국 니가 하는 거지만.”
“예, 삼촌.”
“나중에 얘기하자.”
지크는 알렌 국왕에게 구구절절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왜?
너무 어렸으니까.
비록 알렌 국왕의 말투가 굉장히 어른스럽고 의젓하긴 했지만, 결국에는 이제 갓 초등학생 정도의 나이밖에 안 된 소년일 뿐이었다.
안 그래도 어린 나이에 온갖 험한 꼴, 더러운 꼴을 다 보고 있는데 굳이 무시무시한 생화학 병기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알렌 국왕이 떠난 후.
“뀨! 주인 놈아!”
햄찌가 지크를 향해 물었다.
“주인 놈 화 많이 난 거냐? 뀨우?”
“음? 그건 갑자기 왜 물어?”
“뀨우! 주인 놈답지 않아서 그렇다! 주인 놈이 그 무시무시한 바이러스를 살포할 줄은 몰랐다! 뀨우! 주인 놈 무고한 사람들 죽이기 싫어하지 않냐!”
“당연히 싫지.”
지크가 살짝 쀼루퉁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누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싶겠어? 싸이코패스도 아닌데.”
“근데 왜 그렇게 심하게 하는 거냐! 뀨우!”
“왜? 내 행동이 맘에 안 드냐?”
“뀨우! 그건 아니다! 햄찌는 숲의 대정령이라 인간들 죽고 사는 건 딱히 신경 안 쓴다! 뀨우! 그냥 궁금해서 그런다!”
“개빡쳤으니까.”
지크가 딱 잘라 말했다.
“뀨우우?”
“그 새끼가 오스칼 경 뺨 때린 거 기억하지? 왕들 앞에서 나 개무시하고?”
“뀨우우! 그렇다!”
“거기까진 오케이. 어차피 내가 거하게 눈탱이 쳤으니까. 근데 다 된 밥에 고춧가루 뿌리는 건 아니지. 개고생해서 이겼는데, 막판에 웬 양아치 하나가 끼어들어서 너저분하게 숟가락 올리잖아.”
지크가 생각만 해도 불쾌하다는 듯 입을 삐죽였다.
“다 이긴 게임 엎어지게 생겼는데 가만히 있어? 그렇다고 내가 남의 집안싸움에 프로아 왕국군까지 동원할 수도 없지. 동원한다고 해도 쉽지 않은 상대고. 솔직히 강대국은 강대국이니까.”
“그건 그렇다! 뀨우!”
“그 방법밖에 없었어. 그 새끼 백성들 살리자고 내 밥그릇, 내 동맹국 잃을 순 없잖아? 때론 강경책을 쓸 때도 있어야지. 어차피 언젠간 크게 한판 붙을 상대였잖아. 그 새끼 성격에 가만히만 있겠냐? 기회만 보이면 내 목에 칼을 들이대고도 남을 놈인데?”
“뀨우! 잘됐다 싶었던 거냐?”
“그런 셈이지.”
지크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결국 나도 왕이고 권력자야. 대량 살상? 필요하면 해야지. 무고한 사람 죽이는 건 별로 마음에 안 드는데, 그렇다고 나와 내 사람들이 죽게 둘 순 없잖아.”
“뀨우… 그렇다.”
“어차피 일 끝나면 치료제 풀어서 치료해주면 돼. 그렇게까지 대량 살상은 아니라고. 나도 죄 없는 살루트 왕국 백성들 죽이기 싫어.”
“뀨! 좋은 생각이다!”
그때였다.
“잠깐!”
지크가 번개처럼 손을 뻗어 햄찌의 앞발을 탁! 하고 덮었다.
“동작 그만! 밑장빼기냐!”
“뀨, 뀨우?!”
“너 딱 걸렸어! 내가 다 봤어!”
지크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햄찌의 앞발을 뒤집었다.
“어쭈우? 패가 두 장이네? 왜 여기에 패가 두 장이나 있을까?”
“뀨, 뀨우?! 주, 주인 놈아! 오해다! 오해!”
“흐! 어쩐지 말을 오래 시킨다 했지.”
지크가 다 알고 있었다는 듯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이놈의 쥐새끼가 평소에는 별 관심도 없던 걸 어째 길게 물어본다 했어… 흐흐흐….”
“뀨우우… 주인 놈아… 그, 그게 아니라….”
“변명은 집어치ㅇ….”
지크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뀨우우우우!!!”
햄찌가 버럭 소리치며 탁자를 뒤집어엎고는 냅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야! 햄찌 이 새끼야! 너 거기 안 서냐!”
“뀨우우우우우!”
“너 잡히면 진짜 죽는다!”
지크는 도망치는 햄찌를 쫓아 미친 듯 내달렸다.
한 손에는 를 움켜쥔 채로….
***
조지 3세는 황급히 수도로 귀환해 비상 대책 회의를 소집하는 한편, 동맹국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데.
– 허허. 본국도 딱 본국이 쓸 만큼만 구매해 놓은지라….
– 이걸 어쩌나. 거 무척 안되었구려. 힘내시오, 조지 국왕. 내 그대를 응원하리다.
– 미안하오. 내 지금 매우 바빠서 지금은 통신이 힘이 드오. 나중에 이야기합시다.
동맹국들은 하나같이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으며 조지 3세를 도와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저 가진 백신과 치료제를 보내주기만 하면 되었는데도 말이다.
심지어, 평소 조지 3세가 그렇게나 친하게 지내던 왕들 몇몇은 아예 통신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끊어 버리기도 했다.
조지 3세는 오랜 세월 왕위에 올라 있던 노련한 군주답게 동맹국들의 반응이 의미하는 바를 금세 간파했다.
“이 빌어먹을 새끼들이… 지금 나더러 엿 좀 먹어보라는 건가? 이 조지 3세가 곤경에 처하니까 즐거운 모양이지? 이런 개 같은 새끼들! 의리도 없는 쓰레기들 같으니!”
조지 3세는 동맹국들이 자신을 의도적으로 도와주지 않는 것이라는 걸 깨닫고 분노했다.
“여봐라! 지금 당장 썩은 피의 정수를 연구해 부패의 저주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라! 기간은 2주를 주겠다!”
“하, 하오나 전하! 2주 만에 백신과 치료제를 만드는 것은 무리이옵니다!”
“이런 빌어먹을! 그럼 나라 전체가 구울이 득실거리는 죽음의 땅이 되어도 좋다는 말인가!!!”
“전하! 죽여 주시옵소서!!! 크흑!!!”
“무조건! 무조건 2주 안에 개발하도록 하라! 망할 놈의 연구원들이 과로로 뒈지든 말든!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란 말이다! 어서! 지금 당장 개발에 착수해!!!”
조지 3세가 애꿎은 부하들을 닦달할 무렵이었다.
“전하! 프로아 왕국의 국왕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가 통신을 걸어왔사옵니다!”
“뭣이? 그 망할 새끼가 내게 통신을 걸어왔다고?”
“그, 그렇사옵니다!”
“이 개새끼! X같은 새끼! 이 X발 새끼가아아아아아!!”
조지 3세는 자신이 아는 한 있는 쌍욕 없는 쌍욕을 퍼부어 대고는 지크의 통신을 받았다.
***
“거 안녕하신가?”
지크는 딱 봐도 분노 게이지가 MAX까지 치밀어 오른 조지 3세를 바라보며 이죽거렸다.
최대한 얄밉게.
당장이라도 죽여 버리고 싶도록 말이다.
그런 지크의 이죽거림은 충분히 효과가 있었다.
부들부들…!!!
마법의 수정구 너머 조지 3세가 치를 떨고 있었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눈이 조지 3세가 얼마나 분노했는지를 여실히 증명해주었다.
“어떻게? 좀 반성은….”
– 이 개새끼…!!!
“으응?”
– 야 이 빌어먹을 X새끼야!
“어어?”
– 과인이 너를 어떻게든 갈아 마실 테니까… 딱 2주만 기다려라… 알겠냐? 이 X발놈아? 내가 2주 안에 이번 사태 해결하고, 네놈의 그 알량한 약소국에 쳐들어갈 거거든? 크흐흐흐흐흐!!!
“어우야.”
지크는 조지 3세가 빌기는커녕 오히려 쌍욕을 퍼부어 대는 것에 혀를 내둘렀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조지 3세가 무서워서 그런 건 결코 아니었다.
“얘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 정신을 못 차려? 흐! 감히 과인을 열받게 만들어? 네놈의 모든 걸 짓밟을 것이다. 네놈, 네놈의 가족, 네놈의 국가까지도 모조리 다.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쓸어버릴 것이다.
“그건 니 꿈에서나 하시고요.”
지크는 조지 3세의 협박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자신의 할 말을 했다.
“딱 보니까 정신 못 차렸구만? 앞으로도 못 차릴 것 같고. 그럼 나도 어쩔 수 없지.”
– 크흐흐… 이 새끼야… 누가 정신을 못 차렸는지는 곧 알게 될….
지크는 조지 3세의 말을 더 이상 듣지 않았다.
뚝!
대신에 또다시 통신을 일방적으로 끊어 버리고는 다음과 같이 혼잣말했다.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 달라고 아주 애원을 하네? 그럼 안 넘어가주면 섭섭하지.”
지크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곧바로 통신 장치를 작동시켜 어디론가 통신을 걸기 시작했다.
***
그로부터 이틀 뒤.
“백신은! 치료제는! 도대체 언제 개발을 완료할 것인가! 언제!”
조지 3세는 연신 신하들을 닦달하며 노발대발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살루트 왕국은 이미 인구의 10퍼센트 정도가 구울로 뒤덮인 죽음의 땅이 되어 있었다.
1분 1초라도 빠르게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지 않는다면.
혹은 동맹국들에서 백신과 치료제를 공급해주지 않는다면, 나라 전체가 구울로 뒤덮여 쫄딱 망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전하, 부디 조금만 기다려 주시지요. 현재 연구원들이 최선을 다해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에….”
한 신하가 그렇게 조지 3세를 타이를 무렵.
“전하! 비상사태이옵니다! 비상사태가 터졌사옵니다!”
전령이 어전으로 헐레벌떡 들어와 보고했다.
“뭐가 또 비상사태란 말이냐! 지금 이 시국에 무슨 비상사태가 또 있어!!!”
“저, 전하! 비상사태가 맞사옵니다!”
“도대체 그 비상사태라는 게 무엇이냐! 도대체 무엇이란 말이냐!!!”
“도, 동맹국들이… 본국의 동맹국들이 국경을 넘어 침공해오고 있다고 하옵니다!!! 전쟁!!! 전쟁이옵니다!!!”
“……!”
“무려 여덟 개의 국가가 각자의 군대를 이끌고 본국을 침공해오… 전하! 전하!”
전령은 보고를 하다 말고 다급히 조지 3세를 부르짖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쿠웅!!!
혈압이 오를 대로 오른 조지 3세가 뒷목을 부여잡은 채 쓰러졌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