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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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하께서 훌륭한 업적을 많이 이루어내신 분이란 것은 소신도 잘 아는 바입니다. 게다가 이번엔 세계를 구하기까지 하셨지요.”
“그건 그렇지.”
“하지만 전하께서 이루신 위대한 업적들 대부분은 이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맞지.”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크는 오즈릭 교단이라는 은밀하고 사악한 집단과 주로 싸우느라 그 전공이 알려질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오즈릭 교단과의 싸움을 널리 알리기엔 그에 동조하거나 이용하려는 세력이 생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전하께서 이루신 업적들 중 대부분은 주로 대륙인들의 발길과 소식이 잘 닿지 않는 변방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맞아.”
“하지만 전하의 악행은 어떻습니까?”
“내… 악행?!”
“물론 전하께 명분이 없었다는 건 아닙니다. 하오나 때때로 너무 과격한 방법으로 일을 처리하셨단 게 문제가 되지요.”
“으음.”
“그리고….”
미켈레가 말하기 살짝 부담스럽다는 듯 잠시 머뭇거리다가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전하께서는 그간, 숱한 배신과 농락으로 적들을 능욕해 오셨습니다.”
“그거야 걔네가 나쁜 놈들이니까 그렇지!”
“그건 맞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모양새가 영….”
“…….”
“전하에 대한 평판이 어떤지 아십니까? 동맹국들을 제외하면, 현재 전하의 이미지는 대륙 최악입니다.”
그 순간.
쿠웅!
지크는 충격이라도 받은 듯 얼어붙었다.
“그, 그 정도라고?”
“이번에 나인테일 정보국장이 세계 각국의 주요 정보기관에서 전하에 대한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읽어보시죠.”
미켈레가 지크에 대한 보고서들을 넘겨주었다.
“도대체 다들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건데?”
지크는 미켈레가 넘겨준 보고서들을 읽어보았다.
보고서들의 내용은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았다.
– 매우 강한 모험가. 굉장히 비열하며, 사악하다.
– 무력은 강하나, 하는 행동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 언제든 아군의 등에 칼을 꽂을 간사함을 지니고 있다.
– 돈에 환장한 모험가로써, 돈이면 패륜도 능히 저지를 만한 돈귀신이다.
– 비열함과 사악함과는 별개로, 지능은 매우 높아 권모술수에 능하다.
– 여색을 매우 밝힌다는 소문이 있으며, 상상을 초월하는 변태라고 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변태는 뭔데!!!”
지크는 보고서들을 읽어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지크에 대한 보고서들의 내용은 대부분 비슷비슷했다.
긍정적인 평가로는 강하다, 머리가 좋다는 거였다.
하지만 부정적인 평가는 그런 긍정적인 평가들을 모조리 씹어 먹고도 남을 만큼 무지막지했다.
“내가 언제! 언제 그랬어!”
“전하, 고정하시지요.”
“이거 작성한 새끼들 명단 가져와!”
“전하!”
“아오! 진짜!”
“일단 고정하시고 제 얘기를 들어 주시지요.”
미켈레는 광분하는 지크를 애써 뜯어 말리느라 한동안 진땀을 빼야만 했다.
“전하, 대부분은 과장된 헛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예, 전하. 하지만 전하께도 일정 부분 과실이 있다는 걸 인정하셔야 합니다.”
“그건….”
“평소에 너무 이미지 관리를 안 하셨습니다.”
“그랬나? 하긴 내 멋대로 행동하긴 했지.”
“이제부터라도 본성을 억누르시고, 일국의 국왕 전하다운 품위와 위엄을 유지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전하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달라질 것입니다.”
“정말?”
“예, 전하. 그렇게 되면, 공주마마께서 전하께 실망할 일도 없을 테지요.”
“으음!”
“훌륭한 아버지로서 본보기를 보이셔야지 않겠습니까?”
“그, 그렇지! 그래야지! 나 앞으로 나쁜 짓 안 할게!”
지크는 미켈레의 말에 설득당해 버렸다.
다른 건 몰라도 사랑스러운 딸 베르단디에게 훌륭한 아버지가 되고 싶었기에, 더 이상 손가락질 당할 만한 일은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제부터 좋은 아빠가 되겠어.”
지크는 정말 굳게, 아주 굳게 다짐했다.
***
지크가 착한 사람이 되기로 다짐한 직후.
“지크프리트 전하 계십니까?”
“어? 코르크 씨?”
지크는 전직 마우레키온 제국의 공군 파일럿이자 지금은 택배 길드의 특급 배달원으로 이직한 코르크 씨와 만났다.
“여전 어쩐 일이세요?”
“전하께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그래요?”
“저번처럼 용설화 씨가 보내셨습니다.”
“아? 그건가?”
지크는 용설화가 새로운 표창 세트를 만들어 주기로 했던 걸 떠올렸다.
이렇게 코르크 씨가 가져온 것을 보면, 새로운 표창 세트가 완성된 모양이었다.
“여기, 사인해 주시지요.”
“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지크는 코르크 씨가 택배를 전해준 뒤 사라지자 곧바로 포장을 풀어보았다.
포장 안에는 시계 보관함 크기의 작은 나무 상자 하나가 들어 있었다.
딸깍.
나무 상자의 뚜껑이 열리고.
스으으!
안에서 탁구공만 한 크기의 구슬이 시린 한기를 뿜어내었다.
“이거 진짜 구슬이잖아?”
지크는 어떻게 표창 세트가 구슬일 수 있는지 놀라워하며 을 비추어 보았다.
[블러드 프로스트 오브]만년설목의 잎사귀들을 녹여내어 만든 구슬.
사용하지 않을 때는 마나홀에 잠들어 있다가, 사용자가 원할 때 뿜어져 나와 10,000개의 표창으로 변화하는 무시무시한 무기이다.
표창들은 매우 강력한 냉기를 머금고 있는 데다 더없이 날카로워, 스치는 것만으로도 강철을 베어버릴 수 있을 정도이다.
이 구슬은 일종의 살아 있는 생체 병기로써 내구도가 무한이며, 사용자의 마나를 빨아 먹고 사는 기생 무기라고도 할 수 있다.
때문에, 사용 후 마나를 주입해 충전을 시켜주어야 한다.
•타입 : 투척 무기(표창 세트)
•등급 : 레전더리
•내구도 : 무한(∞)
•현재 상태 : 충전 완료(100%)
•효과 :
– 투척 스킬 레벨 +10
– 어검술 스킬 +10
– 만천화우 스킬 +3
– 수속성 강화 +500
“오, 옵션 보소?!”
지크는 의 옵션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각각 투척, 어검술 스킬의 레벨을 무려 10이나 올려줄 줄이야?
거기다 최상급 스킬인 의 스킬 레벨을 3이나 올려준다는 건 더더욱 놀라웠다.
앞서 붙은 능력치가 워낙에 좋아서, 마지막 옵션인 수속성 강화 500이 쩌리로 보일 지경이었다.
“히든 클래스라더니….”
지크는 용설화가 과연 히든 클래스인 인 걸 실감하며 를 향해 손을 뻗었다.
스으으!
그러자 스킬이 저절로 발동되며 가 지크의 손바닥을 통해 마나홀로 흡수되었다.
[알림 : 를 흡수하셨습니다!] [알림 : 스킬의 레벨이 최고치에 도달했습니다!] [알림 : 스킬의 레벨을 더 이상 올릴 수 없습니다!] [알림 : 스킬의 최종 단계를 터득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이벤트를 경험해야 할 것입니다!]그렇게 지크는 에 붙은 스킬 레벨의 증가 효과로 인해 마지막 단계를 코앞에 둔 상태까지 되었다.
“심검이 남은 건가….”
지크는 스킬의 마지막 단계를 떠올렸다.
심검(心劍).
그것은 그 어떤 무기도 필요 없이, 자신의 의지와 마나만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오러 블레이드로 를 펼치는 경지였다.
은 오직 웨펀 마이스터 샤키로만이 완성해낸 경지, 도제 베텔규스의 말로는 그랜드 마스터들조차 감탄할 수밖에 없는 초고위급 기술이라고 했다.
“언젠가 심검도 꼭 완성해내고 만다.”
지크는 이번 일을 계기로 부단히 수련해, 반드시 스킬을 강화시켜 을 완성하리라고 굳게 다짐했다.
“그나저나 베르단디는 뭐 하고 있으려나….”
지크는 베르단디와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중.
“전하를 뵙습니다.”
지크는 프로아 왕국의 새 경제부장관이 된 슈미트와 마주쳤다.
“아, 슈미트 경.”
“전하,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뭐죠?”
“아크틱 판게아에서 B등급 마정석 광산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예?!”
지크는 제 귀를 의심했다.
“마정석… 광산이요?!”
마정석의 가치는 엄청나다.
뉘르부르크 대륙에서는 마정석을 지구의 석유처럼 하나의 에너지 자원으로써 이용하고 있었기에, 그 경제적 가치가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마정석 광산이 발견되었다니?
그것도 B등급의 마정석 광산이?
‘와. 도대체 아크틱 판게아에서 이득을 얼마나 보는 거냐?’
지크는 이번 아크틱 판게아에서 얻은 이득들을 떠올리며, 혀를 내둘렀다.
모두가 얼어붙은 황무지인 줄로만 알았던 혹한의 대륙은, 사실 풍요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게 정말인가요?”
“예, 전하. 지반이 꽁꽁 얼어서 개발이 쉽지는 않겠지만, 일단 발견은 했다고 합니다.”
“헐….”
“다만 마정석에 냉기가 깃들어 있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슈미트가 말끝을 흐렸다.
그도 그럴 것이, 냉기가 깃든 수속성의 마정석은 활용 방법이 그리 많지 않았다.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열을 발산해야 하는데, 냉기가 깃든 마정석은 열을 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에너지 자원으로 사용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일련의 가공 과정을 거치면, 수속성 마정석 역시도 다른 마정석들과 똑같이 이용할 수 있었다.
문제는 비용.
가공에 들어가는 돈이 워낙에 비싸서, 배보다 배꼽이 더욱 클 확률이 높았던 것이다.
“여기 보고서입니다.”
“잠시만요.”
지크는 슈미트가 건넨 보고서를 빠르게 훑어보았다.
“그러니까 매장량은 충분하다는 거죠?”
“충분한 정도가 아닙니다. 다른 B등급 마정석 광산 세 개를 합친 것만큼이나 매장량이 많습니다.”
“그럼 됐네. 박리다매로 팔아서 양으로 밀이붙이면 되니까.”
“예?”
“걱정 마시죠.”
지크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제가 해결할 테니까.”
“예?”
“저녁에 따로 봅시다.”
“저, 전하? 어디 가십니까! 전하!”
“비머리언 공방으로 갑니다. 이따 봐요.”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오래간만에 비머리언 공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크반트 님이 좋아하시겠지? 헤헤헤!”
비머리언 공방으로 향하는 지크의 발걸음은 크반트를 기쁘게 해줄 생각에 벌써부터 신이 나 있었다.
그동안 지크는 비머리언 공방으로부터 받아먹기만 한 게 아니었다.
최근에도 지크는 의 각종 광산 개발을 비머리언 공방에 맡기는, 이른바 을 태워 줌으로써 이권을 나누어 주었다.
크반트로부터 워낙에 받은 게 많았기에, 재개발 사업권을 맡김으로써 마음의 빚을 갚았던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
지크에게는 수속성 에너지를 머금은 B등급 마정석의 가공 비용은 줄이고, 그 값을 극대화시킬 좋은 방법이 있었다.
그리고 지크는 그 사업을 이번에도 비머리언 공방에 맡겨서 이권을 나눠 가질 생각이었다.
어차피 프로아 왕국의 기술력으로는 마정석의 가공이 어려웠으므로, 비머리언 공방의 기술력을 빌리는 건 매우 현명한 판단이었다.
상부상조.
비머리언 공방은 사업권을 획득해 돈을 벌고, 프로아 왕국은 그런 비머리언 공방의 기술력을 제공받고.
서로가 이득을 보는 거래였던 것이다.
“크반트 님. 조금만 기다리시죠. 은혜 갚으러 갑니다.”
지크는 그렇게 혼잣말하며, 발걸음도 가볍게 워프 게이트를 등지고 비머리언 공방의 본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저기다!”
“왔다!”
지크는 저 멀리서 누군가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걸 듣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제는 워프 게이트 앞까지 마중 나와 있….”
지크가 그렇게 중얼거리던 순간.
“잡아라!”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가 나타났다!”
“반드시 생포해야 한다! 죽이지 말고 사로잡아라!”
기사들과 병사들이 일제히 지크를 향해 덤벼들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