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76
075
“음. 혹시. 몇 살…?”
지크가 조심스레 승구의 나이를 물었다.
“스물넷입니다, 형님!”
“에이.”
지크가 낄낄거렸다.
“아닌 것 같은데?”
“스물넷 맞는데요, 형님.”
“지, 진짜?”
“XX년 개띠 맞습니다. 민증 깔까요?”
“미친.”
지크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진짜 나보다 어리네.”
“왜 그러십니까?”
“너… 혹시 노안이란 소리 못 들어봤냐?”
“자주 듣습니다.”
승구가 히죽 웃었다.
“중학생 때부터 민증 없이 술, 담배 정도는 쉽게….”
“여러 의미로 대단하다.”
그렇게 말한 지크가 승구의 얼굴을 다시금 뜯어보았다.
‘진짜 늙어 보이네.’
아무리 젊게 봐주려고 해도 30대 중반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얼굴이 그를 향해 히죽 웃고 있었다.
“그래도 이게 나름 장점도 있습니다, 형님.”
“무슨 장점…?”
“저 같은 사람들이 늙어서 동안 된답니다.”
“…….”
“어려서 좀 늙어 보여도 늙어서 안 늙어 보이면 결국 이득 아닙니까? 개이득 인정하십니까, 형님? 인정?”
“어휴. 급식체 보소.”
지크가 질렸다는 듯 도리질을 쳤다.
“진짜 안 어울리네.”
“이, 인정하십니까? 형님? 인정 좀 해주시면….”
“시끄럽고, 가자.”
지크가 말을 말머리를 돌렸다.
“이거 먹고.”
그러면서 승구에게 증명의 엘릭서를 툭! 하고 던져주었다.
“혀, 형님!”
증명의 엘릭서를 받아든 승구가 감격한 표정으로 지크를 바라보았다.
“감사합니다, 형님! 충성, 충성, 충성!!”
“으.”
어째 피곤한 동생이 하나 생긴 것 같단 기분에 지크는 안면을 감싸야만 했다.
***
5분 뒤.
증명의 엘릭서를 먹고 자멸의 오라를 푼 승구는 다시 본래의 레벨을 되찾을 수 있었다.
[승구]•존재 구분 : 모험가
•레벨 : 81
•클래스 : 골렘 메이커
칭호 : 현장의 지휘관 / 공사판의 마에스트로 / 유능한 행보관
그로써 지크는 승구를 두 번이나 살린 셈이었다.
“형님! 제가 모시겠습니다!”
레벨을 회복한 승구가 호기롭게 소리쳤다.
“어떻게?”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그렇게 말한 승구가 자신이 낀 다섯 개의 반지 중 하나를 땅바닥으로 향했다.
우웅!
팔각형의 마법진이 떠오르고, 뒤이어 그 안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이 떠올랐다.
[레인지바겐]골렘 메이커의 주요 이동 수단이자 만능 머신. 오프로드의 제왕이다.
•타입 : 전차형 골렘
•레벨 : 81
•특이 사항 : 골렘 메이커와 함께 성장하는 레인지바겐은 다양한 장비들을 결합시킴으로써 이동 수단부터 중장비까지의 역할을 모든 수행할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승구가 가진 레인지바겐은 매우 다재다능한 활용도를 가진 전차였다.
마치 장갑차처럼 생긴?
“타시죠, 형님.”
승구가 전차만 한 크기의 레인지바겐에 지크를 모셨다.
“이래 봬도 승차감이 썩 괜찮습니다.”
“그, 그래?”
“덩치는 이래도 속도도 나름 빠릅니다. 어지간한 말 정도 속도는 나옵니다. 헤헷!”
“그럼 타볼까.”
지크가 레인지바겐 위에 올라탔다.
“부릉부릉! 출발합니다! 이랴!!”
도대체 왜 전차를 조종하면서 ‘이랴’라고 외치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
프로아틴 지방에 있는 오즈릭 교단의 근거지는 그저 평범한 포도 농장 및 양조장으로 위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실체는 란 이름의 시설이었는데, 주된 업무는 납치한 각계각층의 인사들에게 정신 지배를 걸어 오즈릭 교단의 교리를 주입시키고 충성을 바치도록 세뇌하는 것이었다.
그런 오즈릭 교단의 신도 양성소에 문제가 생겼다.
퍼엉!
어디선가 날아온 포탄이 양조장의 높은 담장을 무너뜨리고, 각각 머드, 스톤, 아이언, 파이어 골렘 네 기가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적이다!”
“신도들은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춰라!”
“적의 습격이다!”
그러자 평범하기 짝이 없어 보이던 양조장의 일꾼들이 난데없이 긴 후드와 가면을 뒤집어쓰고 각자의 무기를 빼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부와아앙!!
뒤이어 들이닥친 거대한 전차가 전투 준비를 하던 오즈릭 교단의 신도들을 덮쳤다.
“형님! 싹 다 밀어 버렸습니다! 불도저 인정하십니까?”
주차(?)를 마친 승구가 지크를 향해 씩 웃어 보였다.
“인정.”
지크는 이번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조금 전 승구의 터프하기 짝이 없는 주차(?)가 오즈릭 교단의 신도 다섯 명을 쥐포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행님! 저랑 우리 애들이 모시겠습니다! 가시죠!”
“그래, 가자.”
승구와 골렘들이 마치 보디가드라도 되는 것처럼 지크를 에워쌌다.
‘꽤 든든하네? 부족한 머릿수도 채워주고.’
덕분에 지크는 승구를 다시 보게 되었다.
골렘 메이커인 승구는 비록 일대일 능력은 다소 떨어질지언정, 강력한 골렘들을 무려 네 기나 보유하고 있었기에 1인분 이상의 몫을 해내고 있었다.
‘쓸 만하겠는데?’
아니, 쓸 만한 정도가 아니었다.
평균 3.5미터에 달하는 신장에 수백 킬로그램의 중량을 가진 골렘들은 오즈릭 교단의 평신도들에게 재앙 그 자체였고, 지크와 승구는 딱히 전투랄 것도 없이 골렘들의 뒤만 따라가면 되었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팍팍 오르는 경험치를 아주 맛있게 먹으면서 말이다.
***
신도 양성소 지하에 자리한 은 납치한 대상들에 대한 정신 지배가 한창이었다.
납치당한 각계각층의 인사들은 머리에 긴 바늘이 꽂힌 채 의자에 꽁꽁 묶여 있었다.
“추, 추기경님! 큰일 났습니다!”
“큰일?”
새하얀 의복을 입은 금발의 여성이 보고한 자를 돌아보았다.
[레아즈]•존재 구분 : NPC
•종족 : 인간
•레벨 : 110
•소속 : 오즈릭 교단
•직위 : 신도 양성관
•칭호 : 하얀 추기경
‘레아즈’란 이름을 가진 이 여성은, 오즈릭 교단의 다섯 추기경 중 ‘하얀 추기경’이라 부르는 자였다.
“무슨 일이지?”
하얀 추기경 레아즈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 아무래도 수호자들이 쳐들어온 것 같습니다!”
“뭐야? 수호자들이 쳐들어와?”
레아즈의 쭉 찢어진 눈매가 살기가 돋았다.
“그놈들이 여긴 어떻게 알고? 이곳은 철저히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는 곳인데!”
“그,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어디선가 정보가 샌 것 아니겠습니까?”
“이… 이이…! 적의 규모는?”
“두 명입니다.”
“두 명?”
레아즈가 놀랐다.
“그것밖에 안 돼?”
“하지만 그중에 골렘을 부리는 자가 있어….”
“내가 직접 상대하겠다.”
그렇게 말하는 레아즈의 목소리는 정말이지 냉혹하고, 또 싸늘했다.
“혹시 모르니 너는 가장 가까운 지부에 통신을 걸어 지원 병력을 요청하도록. 알겠느냐?”
신도 양성소는 최대한 기밀을 유지하면서 신도를 양성하는 것이 그 목표인지라 방어 병력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내린 명령이었다.
“흥! 어리석은 놈들 같으니!”
레아즈가 흉흉한 미소를 지었다.
“고작 두 명이서 본 교단의 신도 양성소를 습격해? 흐흐! 아주 갈기갈기 찢어서….”
바로 그때.
콰앙!
굉음과 함께, 무언가 신앙의 방 한쪽 벽면을 뚫고 나타났다.
벽면을 뚫고 나타난 그것은 무쇠로 된 주먹이었는데, 크기가 어른 머리통보다 더 컸다.
다음 순간.
와륵, 와르르!
거대한 덩치를 지닌 골렘 네 기가 벽면을 무너뜨리며 신앙의 방으로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뒤이어 지크와 승구가 신앙의 방에 들어섰다.
“너는!”
레아즈가 지크를 알아보고는 소리쳤다.
“지크프리트! 이 애송이 같은 놈! 감히 본 교단의 행사를 세 번이나 방해하려 하다니!”
“날 알아?”
“흥! 왜 모르겠느냐. 본 교단의 정보력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네놈은 소호카 유적지에 이어 헤르베르트의 무덤에서까지 본 교단의 행사를 방해한 애송이가 아니냐!”
지크의 물음에 레아즈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캬. 여윽~시 우리 형님.”
그때, 승구가 끼어들었다.
“사이비 집단 광신도도 다 아는 우리 형님 클라스 오지구요, 지리구요, 톰과 제리구요.”
생긴 거랑은 전혀 안 어울리게 급식체나 지껄여대는 승구였다.
“그, 그게 무슨 뜻이냐! 감히 하얀 추기경인 날 앞에 두고 너희들끼리 암호로 말하는 것이냐!”
급식체를 알 턱이 없는 레아즈가 당황해 물었다.
“나도 뭔 소린지 몰라. 얘가 좀 이상한 애라서.”
지크가 승구를 외면했다.
“혀, 형님….”
승구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이상하십니까?”
“응. 쪽팔려.”
“너, 너무하십니다….”
“빠져 있어.”
지크가 승구를 살짝 밀어내고는 레아즈를 향해 나아갔다.
“아닙니다, 형님!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왜? 여기 다 무너뜨리게?”
“아하? 그럼 맨몸으로라도….”
“약하잖아.”
“…….”
“내가 상대할 테니까 위에서 떨거지들이나 싹 다 치워버려.”
“…예.”
승구는 약하다는 말에 꽤나 상처를 받은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왜?
진짜 약했으니까.
골렘 메이커인 승구는 골렘이 파괴되거나 마나가 떨어지면 말 그대로 깡통이라서,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골렘 메이커의 약점이라면 약점이랄까?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애송이.”
레아즈가 지크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감히 본 교단의 하얀 추기경인 나를 상대하겠다고….”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빠악!
지크가 휘두른 철퇴가 레아즈의 허벅지를 강타했다.
“꺄아아악!”
레아즈가 자지러지듯 비명을 질렀다.
“여기가 어디라고.”
지크가 레아즈를 마구잡이로 내리치며 말했다.
“내 집 안방에서 분탕질을 쳐. 뒈질라고.”
“이 개 같은 새끼가…!”
“어? 너 성형 좀 하면 예쁘겠다. 입만 좀 들어가면 진짜 예뻐질 듯?”
지크가 레아즈의 돌출된 입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그게 뭔 개소리….”
“돌출입 수술이라고. 내가 공짜로 해줄게. 돈 굳었다고 생각하셔.”
그게 시작이었다.
빡, 빡, 빡, 빡, 빡, 빡, 빡!!
지크의 철퇴가 레아즈의 돌출된 입을 연신 강타하기 시작했다.
무면허 의료 시술은 불법 의료 행위로 형사 처벌의 대상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왜?
이곳은 지구가 아닌 뉘르부르크 대륙이었으니까.
***
레아즈는 얼마 버티지 못했다.
명색이 하얀 추기경에다가 110레벨인 레아즈는, 지크에게 제대로 된 반항 한 번을 해보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매타작을 당하다 생을 마감해야만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오즈릭 교단의 하얀 추기경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전투력이 아닌 각종 시술과 약물과 약간의 마법을 통해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고 세뇌시키는 데 능해서였기 때문이다.
즉, 하얀 추기경 레아즈는 신도 양성에 특화된 비전투 인원이었던 것이다.
“이런.”
지크가 쓰러진 레아즈의 시체를 바라보며 아쉬워했다.
“흠. 수술은 잘됐는데. 환자분 체력이 안 따라주셨네.”
그런 지크의 혼잣말을 들은 오즈릭 교단의 통신병은 소름이 끼쳐 그만 기절할 뻔했다.
‘수술이 잘되긴 뭐가 잘돼! 이 싸이코패스 같은 새끼야! 얼굴을 죄다 부숴놓고선!’
진료는 의사에게.
치료는 의사에게.
성형은 성형외과 의사에게.
무면허 야매에게 얼굴을 맡겼다간 어떠한 최후를 맞게 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여, 여기는 신도 양성소!! 여기는 신도 양성소!! 응답 바란다, 오바!!”
오즈릭 교단 통신병이 다급한 마음에 수화기를 꽉 붙들고 소리쳤다.
그러나….
지익, 지이이익!
통신 장치의 수화기에서는 그저 잡음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어?”
그때, 지크가 통신병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뭔가 발견했다는 듯 말했다.
“너는 코만 좀 고치면 되겠는데?”
“히, 히익?!”
오즈릭 교단 통신병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매부리코네. 그게 나중에 가면 비염 같은 것도 생기고….”
“저는 괜찮습니다!! 그냥 살겠습니다!!”
“아냐. 요즘은 외모도 경쟁력이래. 콧대 살짝만 내리면 진짜 좋을 것 같은데?”
“아닙니다!! 부모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에이. 사양하지 말고.”
지크가 피 묻은 철퇴를 움켜쥔 채 오즈릭 교단의 통신병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주르륵….
그러자 오즈릭 교단 통신병의 바지가 무언가 뜨뜻미지근한 액체로 물들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무면허 성형외과 의사 닥터 지크프리트가 선사하는 공포에 그만 지려버리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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