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765
764
“어디서 약을 팔아? 흥!”
지크는 소녀의 머리통을 박살낸 직후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너무… 빠른 거 아니냐?”
천우진이 그런 지크에게 물었다.
“확인도 안 해보고?”
“확인해볼 게 있긴 하냐?”
지크가 오히려 천우진에게 되물었다.
“299레벨짜리 요원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버리는데, 한낱 꼬맹이가 뭐라고 여기서 탈출을 해?”
“어?”
“그 촉수들이 얼마나 무시무시한데.”
지크는 촉수들과의 전투를 경험해 보았기에, 그 무지막지한 힘과 탄성과 강도를 알고 있었다.
지크가 생각하기에, 한낱 소녀가 촉수들로부터 이곳 를 탈출하는 건 아예 불가능한 일이었다.
“확인해 볼 것도 없어. 다 적이야. 생존자? 없어, 그런 거.”
지크는 자신의 생각을 100퍼센트 확신했다.
그랬기에 그 어떤 확인 작업 없이도 망설임 없이 공격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데… 엄한 NPC를 죽인 거면….”
“그럴 리가.”
“일단 확인해 보자.”
천우진은 의 요원들을 시켜 죽은 소녀를 확인해보게 했다.
하지만 확인할 필요조차 없었다.
스윽!
소녀가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 광경은 매우 끔찍했다.
반쯤 깨진 머리통.
몸이 까지고 쓸려 피투성이.
심지어, 깨진 머리통에서 눈알이 흘러나와 턱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습이란 공포 영화에서도 쉽사리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도… 와주… 세….”
소녀의 입에서 걸걸한 음성이 흘러나오던 순간.
촤라락!
소녀의 배를 뚫고 수십 가닥의 촉수가 튀어나와 지크 일행을 덮쳤다.
역시나 지크의 예상은 옳았던 것이다.
“조심!”
지크는 그렇게 소리친 후 곧장 을 펼쳐 강력한 슬로우 필드를 만들어내는 한편 와 들에게 아군 보호를 명령했다.
와 들은 소녀로부터 뻗어 나온 촉수를 대신 맞아주었다.
덕분에 지크 일행은 위험한 순간을 매우 손쉽게 넘겼다.
“제가 처리할게요!”
용설화는 자신의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웬 커다란 전기톱을 꺼내들더니 소녀로부터 뻗어 나온 촉수들을 향해 휘두르기 시작했다.
위이이이이이잉!!!
소형 마정석 엔진이 달린 그 전기톱은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촉수들을 거의 갈아버리다시피 하듯 끊어버렸다.
그런데.
“캬아아악!!!”
소녀는 의 강력한 슬로우 효과를 뿌리치며 엄청난 속도로 천우진에게 덤벼들었다.
만약 의 슬로우 효과가 없었다면 얼마나 빨랐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속도였다.
천우진은 소녀의 엄청난 속도에 당황하지 않았다.
대신에 자신을 향해 덤벼드는 소녀를 향해 침착하게 주먹을 한 번 내뻗었다.
콰앙!
마치 포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천우진의 주먹으로부터 무형의 에너지가 뻗어 나갔다.
그리고….
“어?”
지크는 소녀의 육체가 펑! 하고 터지는 것 같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자 놀랐다.
“시체 어디 갔어?”
“글쎄.”
천우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야.”
지크가 눈을 가늘게 뜨고 천우진을 바라보았다.
“설마 그 한 방에 데미지가 그 정도로 들어갔다고?”
“뭘 그렇게 놀라냐?”
천우진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나 센 거 몰랐냐?”
“알긴 아는데, 방금 한 방은 너무 셌던 거 같은데?”
“내가 레벨이 몇인데. 이 정도 데미지는 나와야지.”
천우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몇인데?”
“300이상 500이하.”
“뭐?”
지크는 천우진의 대답에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300이 넘어?”
“500은 안 되고.”
“도대체 진짜 레벨이 몇이냐?”
“안 가르쳐주지.”
“알려주면 덧나냐?”
“국가 기밀이라.”
천우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래라.”
지크는 천우진의 높은 레벨에 잔뜩 심통이 나서 그렇게 쏘아붙였다.
“많이 레벨 높으세요.”
“왜? 부럽냐?”
“딱히? 스택 없으면 개깡통인데 부러울 리가.”
“뭐? 개깡통? 너 말 다했냐?”
천우진이 와락 얼굴을 구겼다.
“내가 틀린 말 했냐? 억울하면 남한테 퀘스트 주지 말고 니가 다 하든가?”
“이 자식이 진짜….”
“1년 365일 중에 한 2~3일은 강하냐? 오늘이 그 강한 날인가 보네.”
지크가 천우진을 향해 빈정거렸다.
굳이 레벨을 안 가르쳐 주고 뭉뚱그려 얘기하는 게 못내 약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게 진짜….”
천우진은 지크의 조롱에 약이 잔뜩 올라 주먹을 불끈 움켜쥘 때였다.
“자자, 다들 갑시다.”
지크는 약이 바짝 오른 천우진을 깔끔히 무시하고는 땅에 떨어진 을 주워 먹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저, 저! 아오!”
천우진은 제대로 조롱을 당해서 부들부들 떨었지만, 지크는 신경 쓰지 않았다.
***
지크 일행은 지도를 따라 의 중심부를 향해 나아갔다.
지크 일행은 몸속에 촉수를 지니고 있던 소녀와 만난 후 약 30분 동안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이동했다.
그렇게 나아가던 중이었다.
“어? 물이네.”
지크 일행은 물이 잔뜩 고여 있는 통로와 마주쳤다.
아무래도 지반이 무너진 곳에 지하수가 흘러들다 보니 강처럼 변해버린 모양이었다.
“잠깐만.”
지크는 를 마치 여의봉처럼 쭉 늘려서 수심의 깊이를 체크해 보았다.
그 결과 수심의 깊이는 대략 1.5미터에서 깊은 곳은 3미터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이거 좀 별론데.”
지크는 이 지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때론 물속에 잠겨서 걷고, 때론 수영하며 이동한다는 건 언제든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걸 의미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이 고인 통로의 길이가 족히 2킬로미터는 넘어 보인다는 것도 문제였다.
“다른 길 없냐?”
천우진이 지크에게 물었다.
천우진이 보기에도 이 지형을 통과한다는 건 자살행위였기 때문이다.
“보고 있어.”
지크는 안 그래도 이 통로를 지나가기 싫어서 지도를 들여다보던 참이었다.
“없네.”
“없어?”
“어.”
“으음.”
“잠깐만.”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용설화를 돌아보았다.
“설화야.”
“네, 오빠.”
“혹시 지금 호출기 돼?”
“아!”
용설화는 지크의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지크는 나 홀로 저 끝까지 날아간 뒤 와 를 이용해 포탈을 열어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분명히 좋은 생각이었다.
“안 되네요.”
용설화가 지크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나도 안 된다.”
천우진은 자신의 특기인 스킬을 써서 반대편으로 이동해보려 했지만, 그마저도 통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의 에너지가 모든 형태의 공간 이동을 차단하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지.”
지크는 를 펼쳤다.
물속을 그대로 통과하는 건 너무나도 위험하기에 비행 능력을 이용해 동료들을 옮기려는 것이다.
“한 번에 두 명씩 갑시다. 야, 천우진. 너부터 가자.”
지크가 천우진을 돌아보며 말했다.
굳이 천우진을 1순위에 둔 이유는, 그가 강자였기 때문이다.
이 길의 끄트머리에 나 혼자 있어도 쉽게 죽지 않으리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게 사실이기도 했고.
“그래.”
천우진은 의 대원과 함께 지크에게 매달린 채 물이 고인 통로를 지났다.
“얌전히 있어. 갔다 온다.”
“수고해라.”
지크는 천우진을 시작으로 동료들을 하나하나 실어서 반대편 끄트머리에 데려다 놓았다.
시간이야 좀 걸릴 테지만, 혹시나 수면 아래에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적들을 피하려면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
그렇게 동료들을 반쯤 옮겼을 때 즈음이었다.
“적이다!”
“거기! 피해!”
“조심해!”
지크가 길드원 두 명을 내려주고 다시 되돌아가려던 중 반대편에서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고함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
지크는 그 소리를 듣고 재빨리 반대편으로 다시 날아가려고 했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촤! 촤아아!
수없이 많은 촉수들이 물살을 가르며 지크 일행을 향해 뻗어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캬아아악!”
“캭! 캬아악!”
촉수인간들이 어둠 속을 뚫고 달려 나와 지크 일행을 향해 덤벼들었다.
때문에, 지크는 반대편으로 날아가지 못한 채 곧바로 전투에 임해야만 했다.
***
전투는 격렬했다.
“구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캬아아악!”
사라진 실종자들이 분명-그들 중 몇몇은 프로아 왕국군의 군복을 입고 있었다-한 촉수인간들은 엄청난 전투력과 공격 범위를 자랑했다.
에 의해 강화된 촉수인간들은 강할 뿐더러, 한없이 까다로운 공격 패턴을 지니고 있었다.
촤락! 촤라락!
한 명의 촉수인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촉수의 숫자만 거의 50여 개가 넘었기 때문에, 지크 일행으로서는 아예 방어하는 게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게다가 물속에서도 튀어 나오는 촉수들이 몇몇 파티원들을 끌어당기는 통에, 전투는 그야말로 정신없이 전개되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이번 공략에 참여한 게이머들과 NPC들의 수준이 엄청나게 높았다는 것.
쾅! 콰앙!
천우진은 그간 이래저래 스택을 많이 쌓아 놓았는지, 평소처럼 몸을 사리지 않고 자신의 강함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촉수인간들을 한 방에 보내버리는 대활약을 펼쳤다.
의 대원들 역시도 로 인해 강화되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엄청난 전투력을 선보였다.
“오?”
덕분에 지크는 와 을 깔아주기만 해도 되었다.
늘 2인분 이상.
심할 땐 혼자서 100인 분 이상의 활약을 펼쳐야 했던 걸 떠올려 보면, 이번 공략은 매우 안락하고 편안하다고 표현해도 좋았다.
그렇다고 놀 수는 없는 법.
지크는 를 휘둘러 촉수인간들을 닥치는 대로 공격했다.
그러던 중.
[찍! 찌익! 찍! 찍!] [찌이이익!]어둠을 뚫고 붉은색 털을 지닌 들이 나타났다.
들은 쥐머리에 인간형 육체를 가진 몬스터들이었는데, 의 영향을 받아 변이했는지 온몸에서 촉수를 내뿜고 있었다.
들의 합류는 손쉽게 끝날 것 같았던 전투를 순식간에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
들의 숫자가 워낙 많았을 뿐더러, 하나하나가 엄청나게 강했기 때문이다.
“다 뒤로 빠져!”
지크는 들이 나타나자 재빨리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러고는 스킬을 발동시켰다.
번쩍!
뒤이어 극저온의 하얀 섬광이 빗발치며 지크의 주변에 있던 모든 것들을 얼려버렸다.
그다음은?
파괴.
지크는 스킬로 를 날려 얼어붙은 적들을 향해 내던졌다.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는 마치 탄성이라도 있는 듯 적들 사이사이를 튕기며 그들을 차례차례, 순식간에 부숴버렸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중략)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의 에너지에 의해 변이한 몬스터들이라서 그런지 상당한 경험치들이 들어왔다.
하지만 지크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이번 퀘스트만 깨면 299레벨로 단숨에 점프하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지크의 광역 공격으로 전투는 순식간에 마무리되었다.
반대편에서도 전투가 끝나 가는지 들려오던 소음들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거기! 괜찮습니까!”
지크가 소리쳐 물었다.
“여긴 괜찮습니다!”
반대편에서 소리쳐 대답했다.
“지금 데리러 갈 테니까 잠시만 기다리세요!”
지크는 각기 다른 등급의 들을 파티원들과 나누어 먹고는 곧장 반대편을 향해 날았다.
그러던 중.
우르릉, 콰아앙!!!
난데없이 굉음이 울려 퍼지더니 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