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775
774
“설마….”
지크는 맹인 청년의 이름이 인자기라는 말을 듣고 경악했다.
인자기라니?
의 바로 그 인자기란 말인가?
‘확인해보자.’
지크는 베텔규스의 소개에 곧장 으로 인자기란 이름의 청년을 비추어 보았다.
[인자기]맹인 마법사.
비록 두 눈은 보이지 않지만, 천부적인 마법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다.
심안(心眼)을 통해 두 눈이 보이지 않아도 모든 것을 통찰할 수 있으며, 세계를 여행하는 걸 인생의 목표로 살아가고 있다.
•존재 구분 : 네임드 NPC
•레벨 : 250
•클래스 : 방랑의 마도사
•칭호 : 위치 선정의 달인 / 심안의 소유자
‘지, 진짜 인자기라고?!’
지크는 혹시나 싶어 인자기란 이름을 가진 NPC가 들고 있는 나무지팡이를 으로 비추어 보기까지 했다.
[인자기의 나무지팡이]인자기가 직접 만든 나무지팡이.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타입 : 잡동사니(지팡이)
•등급 : 유니크
•내구도 : 10/10
•효과 :
– 어느 필드에서든 확실하게 출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인자기의 천리안 세트
– 인자기의 나침반
– 인자기의 길잡이
– 인자기의 나무지팡이
“……!”
지크는 인자기란 이름의 NPC가 를 소유하고 있는 걸 보고 깨달았다.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를 만든 장본인, 그러니까 인자기 본인임을 말이다.
인자기 역시 지크를 알아본 모양이었다.
“당신은… 제가 만든 아티펙트들을 가지고 있군요.”
인자기가 지크에게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지크프리트란 이름의 NPC가 인자기에게 물었다.
“저분이 제가 만든 아티펙트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뭐라고? 그게 가능해?”
“이곳에서라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어째서?”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만나고 있는 이분들이 미래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인자기가 지크를 돌아보며 물었다.
아문센 씨의 경우 지크를 단순히 미친놈 취급했지만, 인자기는 단번에 진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맞습니다.”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 미래의 사람입니다.”
“역시 그렇군요.”
인자기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했다.
“이곳은 여러 개의 시간대가 뒤섞인 곳이라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만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사실인 모양입니다.”
“맞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가 만든 아티펙트들을 모두 가지고 계신 걸 보니 저에 대해 알고 계시겠군요.”
“탐험가라는 것만 압니다.”
“그 정도면 모두 아시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인자기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미래에서 오신 분들은 왜 여기에 오신 것입니까?”
“아, 그게….”
지크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세계의 멸망을 꾀하는 사악한 종교 집단이 이곳 어딘가로 숨었거든요.”
“아,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하기야 이곳만 한 은신처는 없을 테지요.”
“어쨌거나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지크가 인자기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직접 제작하신 아티펙트, 제가 아주 잘 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제가 만든 아티펙트가 좋은 일에 쓰이고 있다니 기쁩니다.”
“하하하.”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실 예정이십니까?”
“놈들을 쫓아가서 처치해야겠죠.”
지크가 인자기의 물음에 대답했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예?! 저를요?”
“좋은 일을 하시는 분들인데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그럼 정말로 감사하죠.”
그때였다.
“뭐야.”
지크프리트란 이름의 청년이 눈살을 찌푸리며 인자기를 돌아보았다.
“귀찮게 도와주겠다고?”
“예.”
“왜?”
“좋은 일을 하시는 분들이잖습니까.”
“그래도 귀찮잖아.”
“어차피 강자와 싸울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괜찮으신 거 아닙니까? 애초에 저를 여기로 끌고 오신 것도 강자를 찾아서 온 것이잖습니까.”
“끌고 오긴 누가 끌고 왔다고 그래? 니가 여기 탐험하고 싶다고 해서 같이 와준 거지.”
“누가 먼저 말을 꺼냈지요?”
“그, 그건….”
지크프리트는 인자기의 물음에 말문이 막혔는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에 오자고 한 사람은 인자기가 아닌 지크프리트란 이름의 청년인 게 분명했다.
“그냥 좋게 좋게 도와주시죠. 혹시 압니까? 강자를 만날 수 있을지.”
“강자는 무슨.”
지크프리트가 입을 삐죽였다.
“만난 강자라고 해봤자 저런 허접밖에 없잖아.”
지크프리트가 가리킨 이란 다름 아닌 도제 베텔규스였다.
“…….”
베텔규스는 지크프리트가 자신을 허접이라고 불렀음에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을 꽉 다물고 있어야 했다.
‘크흑! 내 전생에 뭔 죄를 지어서….’
베텔규스는 울고만 싶었다.
기껏 그랜드 마스터를 찍었더니, 강자로 인정받기는커녕 웬 젊은이한테도 탈탈 털린 자신의 신세가 서러웠기 때문이다.
***
‘도대체 누구야? 분명히 어디서 봤는데….’
지크는 지크프리트란 이름의 청년의 정체가 매우 궁금했다.
분명 어디서 본 것처럼 낯이 익긴 한데, 도대체 그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을 비추어 보았지만, 그 역시 마찬가지.
지크프리트란 이름의 청년에게는 마저도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알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지크프리트란 이름과 베텔규스마저도 단 5분 만에 만신창이로 만들어버릴 정도의 강자라는 것뿐….
‘아무렴 어때.’
지크는 굳이 청년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기로 했다.
이만한 강자가 오즈릭 교단을 처치하는 걸 도와준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한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인자기가 지크에게 물었다.
“일단 동료들부터 찾아야죠.”
“음.”
인자기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지크에게 말했다.
“그럼 이걸 써보도록 하죠.”
인자기가 품속에서 붉은색 실이 칭칭 감겨 있는 실타래를 꺼냈다.
[인자기의 실타래]인연의 끈은 끊어지지 않아.
– 인자기
•타입 : 실타래
•등급 : 유니크
•효과 :
– 실타래를 풀어내면, 인연의 끈이 자신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위치를 찾아옵니다.
는 비록 세트 아이템은 아니었지만, 역시나 굉장한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풀어 보십시오.”
“이걸요?”
“예.”
“알겠습니다.”
지크는 인자기의 권유에 따라 붉은색 실이 칭칭 감긴 실타래를 풀어 보았다.
스륵, 스르륵!
그러자 빛으로 이루어진 붉은색 실타래들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뻗어 나가 어디론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 다음엔 어떻게 하면 되죠?”
“그냥 기다리시기만 하면 됩니다.”
“정말요?”
“물론입니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지크는 인자기의 말대로 잠자코 기다려 보기로 했다.
기다림은 길었다.
실타래를 푼 지 한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크는 기다리는 동안 지크프리트란 이름을 가진 청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왜 강자들을 찾아다니시는 거죠?”
“강해지고 싶으니까.”
“강해진 다음에는요?”
“그다음엔….”
지크프리트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대답했다.
“내가 여태까지 못 이겼던 놈들을 찾아가서 패줘야지.”
“복수?”
“복수 같은 건 아니고.”
지크프리트가 어깨를 으쓱했다.
“난 그냥 시대를 잘못 타고난 놈이다.”
“왜요?”
“내가 다른 시대에 태어났다면 절대자가 될 수 있었겠지. 내가 최강이었을 테니까.”
“그런데요?”
“내가 사는 시대에는 강자들이 많아. 나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진 놈들이 꽤 많거든.”
“아.”
“빌어먹을.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는데도 세계 최강이란 타이틀을 못 다는 게 얼마나….”
바로 그때였다.
“형님!”
저 멀리 승구가 지크를 향해 소리쳤다.
“어?!”
지크는 지크프리트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승구의 외침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형님! 여깁니다! 여기!”
승구는 로부터 풀려 나온 붉은색 끈을 따라 달려오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빠!”
“태성 오빠!”
승구를 시작으로, 용설화와 고스란 역시 붉은 끈을 뒤쫓아 지크에게로 합류하기 시작했다.
“모두 합류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인자기가 지크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더 멀리 있던 사람이라면 오는 데 시간이 걸릴 테지요.”
“알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인자기 님.”
“별말씀을.”
지크는 그 후로도 약 서너 시간을 더 기다렸고, 치천존과 천우진의 합류로 모든 동료들과 만나게 되었다.
“얘는 반쪽짜리고. 저 양반은 아크 메이지네.”
지크프리트는 천우진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했고, 치천존에게 조금의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쩝. 허접하구먼.”
지크프리트는 천우진과 치천존에 대한 관심을 이내 곧 끊어버렸다.
그들이 자신을 뛰어넘는 엄청난 강자가 아니란 사실에 흥미가 떨어진 것이다.
“모든 동료들이 다 모이신 게 맞습니까?”
그때, 인자기가 지크에게 물었다.
“예, 맞습니다.”
지크가 대답했다.
“문제는 이 안 어딘가에 있는 놈들을 찾아야 한다는 건데…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필드를 뒤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이걸 사용하시죠.”
인자기가 지크에게 를 건넸다.
는 필드 내의 보스 몬스터를 찾아내는 데 특화된 아이템이었다.
[인자기의 길잡이]인자기가 살아생전 사용하던 여러 아티펙트 중 하나.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물건이므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어지간해서는 길을 잃을 일이 없다.
•타입 : 잡동사니(지도)
•등급 : 유니크
•내구도 : 10/10
•효과 :
– 던전 입장 시 보스 몬스터가 자리한 장소를 매우 높은 확률로 감지해 지도에 표시해 줍니다.
•세트 :
– 인자기의 나침반
– 인자기의 길잡이
– 인자기의 나무지팡이
“천리안으로 이 지도를 들여다보시죠.”
“아!”
지크는 인자기의 조언에 따라 외알 안경인 으로 를 들여다보았다.
우웅!
그러자 과 가 서로 공명을 일으키는가 싶더니, 보스 몬스터의 위치가 지도상에 떠올랐다.
[수즈달 제국 유적지 458 : 오즈릭 교단의 본거지]오즈릭 교단의 본거지는 바로 그곳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
오즈릭 교단의 본거지를 찾아낸 직후.
“그곳입니까?”
인자기가 지크에게 물었다.
“예.”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인자기가 자신이 가진 를 와 공명시켰다.
우웅!
그러더니 일행의 앞에 초록색 화살표가 떠올랐고, 길에도 458번 로 향하는 이동 경로가 표시되었다.
마치 내비게이션처럼 말이다.
‘대박….’
지크는 완성품인 과 부속품인 들이 일으키는 시너지 효과에 놀랐다.
‘이게 모이니까 이렇구나. 가져가면 좋을 텐데….’
하지만 과 나머지 들이 한 시대에 동시에 존재할 순 없는 법.
지크는 그러려니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자, 그럼 갑시다.”
지크가 이끄는 원정대는 의 도움을 받아 여러 개의 를 통과했다.
오즈릭 교단의 본거지로 가기 위해서는 거의 200개가 넘는 를 지나쳐야 했던 것이다.
‘이러니까 절대로 못 찾지.’
지크는 어째서 게이머들이 이곳 에 갇히면 나올 수 없는지, 왜 오즈릭 교단이 이곳으로 숨었는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원하는 목적지로 가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를 순서를 지켜가며 통과해야 했다.
즉, 가 없이 길을 찾는다는 건 미국의 로또 복권인 슈퍼볼에 당첨될 확률만큼이나 희박했던 것이다.
지크가 이끄는 원정대는 의 도움을 받아 그 어려운 길 찾기에 성공했고, 마침내 오즈릭 교단의 본거지에 도착했다.
[수즈달 제국 유적지 458 : 오즈릭 교단의 본거지]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오르던 순간.
“캬아아아아아악!”
“캬아아악!”
초록색 몬스터들이 튀어나와 원정대를 향해 덤벼들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