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9
008
여관을 나선 지크는 대장간에 들러 강철로 만든 곤봉 한 자루와 싸구려 중갑 방어구 상의를 하나 구입했다.
‘건틀릿은 초근접이니까 거리상 불리하고. 대검은 공속이 많이 느려. 그리고 비싸. 당분간은 패스하자. 방패는 아직 필요 없으니까 패스.’
고레벨 던전이라면 모르되, 초보자 던전에서 방패를 사용할 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였다.
‘당장은 둔기가 적당해.’
태성은 초반 빠른 레벨 업을 위해 적당한 파괴력과 공격 속도를 동시에 취할 수 있는 둔기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로써 기본적인 무장은 완료.
‘다음은 라이센스 취득.’
대장간을 나선 지크는 용병 길드로 향했다.
“어서 오게. 이계의 존재여.”
용병 길드의 창구 직원이 지크를 맞이했다.
“보아하니 새내기로군.”
“예, 뭐… 그런 셈입니다.”
지크는 자신이 고레벨 플레이어였단 사실을 굳이 밝히지 않았다.
“그래, 무슨 일로 우리 용병 길드를 찾아왔지?”
“라이센스를 취득하고 싶습니다.”
라이센스란 일종의 자격증으로, 이것을 취득해야만 길드에 정식으로 등록된 용병이 되어 각종 의뢰(퀘스트)를 수행하며 가장 기본적인 경제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역시 그렇군.”
창구 직원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라이센스를 취득하려면 약간의 자격 심사가 필요하다네. 자네가 아무리 불사의 존재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능력이 있는지는 검증해야 하지 않겠나.”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으면 됐네. 그럼….”
창구 직원이 무언가를 말하려 할 때였다.
“일단 변이 토끼 다섯 마리와 변이 다람쥐 열 마리를 잡아 오겠습니다.”
지크가 선수를 쳤다.
“변이 토끼 다섯 마리와 변이 다람쥐 열 마리라… 자신감이 넘치는군.”
“내친김에 변이 수사슴 세 마리와 변이 들소 한 마리도 잡아 오겠습니다.”
“그걸 한꺼번에?”
창구 직원이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변이 토끼 다섯 마리를 잡는 퀘스트.
변이 다람쥐 열 마리를 잡는 퀘스트.
변이 수사슴 세 마리를 잡는 퀘스트.
마지막으로 변이 들소 한 마리를 잡는 퀘스트까지.
지크는 굳이 용병 길드와 초보자 사냥터를 왔다 갔다 할 필요 없이 이른바 ‘튜토리얼 4종 세트’라 불리는 퀘스트들을 한꺼번에 클리어하겠단 의사를 내비치고 있었다.
“이거 큰일 날 친구로군.”
그러자 창구 직원이 인상을 구겼다.
“변이 토끼와 변이 다람쥐라면 몰라도, 변이 수사슴과 변이 들소는 정말이지 위험천만한 놈들이야. 자네 같은 초짜가 객기를 부릴 만한….”
“일단 다녀오겠습니다.”
지크는 그렇게 말함으로써 창구 직원이 미처 말릴 틈도 없이 튜토리얼 4종 세트 퀘스트를 강제로 받아냈다.
[알림 :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알림 :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알림 :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알림 :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퀘스트를 수락한 지크가 창구를 등졌다.
“아, 그런데.”
지크가 창구 직원을 향해 물었다.
“놈들의 서식지가 어딥니까?”
아직 비어만 영지의 지리를 잘 모르는 지크였다.
***
창구 직원으로부터 비어만 영지의 지리에 관한 지도를 넘겨받은 지크는 곧장 변이 생명체들이 출몰하는 지역으로 향했다.
변이 생명체들이란 알 수 없는 힘으로 몬스터로 변해버린 위험천만한 생명체들로, 3년 전부터 이 세계인 곳곳에 출몰하기 시작한 골칫덩어리들이었다.
변이 생명체들은 흔한 야생동물들이 변이한 것이기에 개체 수가 많고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라 수없이 많은 인명 피해를 일으키고는 했다.
그러한 이유로, 세계 각국에서는 용병 길드에 변이 생명체들의 퇴치와 토벌에 대한 의뢰를 항상 넣어놓곤 했다.
[비어만 영지 서쪽 : 변이 생명체들의 서식지]지크는 용병 길드에 설치된 워프 게이트를 타고 변이 생명체들의 서식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볍게 토끼부터 시작해 보자.’
지크는 곧장 변이 토끼들을 찾아 그리 높지 않은 야산으로 향했다.
변이 토끼들을 찾는 방법은 간단했다.
똥.
토끼란 짐승은 나무 귀퉁이에 콩알만 한 크기의 배설물들을 싸 놓고는 했다.
‘똥이 많다. 근처에 있을 법한데….’
지크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 꺄아악!
날카로운 괴성과 함께, 지크의 오른쪽 풀숲에서 시커먼 물체가 튀어 올랐다.
‘오른쪽!’
지크는 괴성이 들려오는 방향을 캐치, 몸을 틀었다.
빠악!
그와 동시에 곤봉으로 자신을 습격한 물체를 강하게 내리쳤다.
“꽥!”
곤봉에 정통으로 가격당한 물체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픽, 하고 쓰러졌다.
쓰러진 물체는 두 번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변이 토끼 처치에 성공하셨습니다!] [경험치 +30]알림창이 떠올랐다.
“깜짝이야.”
지크가 축 늘어진 변이 토끼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변이 생명체들의 육체적 능력은 평범한 생명체들보다 약 30퍼센트 정도 강하고, 공격성 또한 상당하기에 초보자라면 아차! 하는 순간에 목덜미를 물어뜯기는 수가 있었다.
–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지금, 이 순간 저 멀리서 비명을 질러대는 여느 초보자처럼 말이다.
“조심 좀 하지.”
지크는 변이 토끼에게 신나게 물어뜯기고 있을 이름 모를 초보자를 동정하며, 품에서 작은 단검을 꺼냈다.
변이 토끼의 가죽을 벗기기 위해서였다.
변이 토끼의 가죽은 매우 질기면서도 또한 부드러워 알뜰살뜰 모아다가 팔면 꽤 짭짤한 이익을 얻을 수가 있었다.
또, 가죽을 가져가야 용병 길드에서 그의 전공을 인정해줄 테고.
슥, 스윽.
지크는 죽은 변이 토끼의 가죽을 벗기며 생각했다.
‘내 반응 속도가 원래 이렇게 빨랐나?’
어째 예전보다 청각이 더 예민해지고, 몸이 생각을 더욱 잘 따라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건 그렇고. 평타 한 방에 죽어 버릴 줄은 몰랐네. 스킬 좀 써보려고 했더니.’
사부로부터 육체 개조를 당한 덕분에 1레벨치곤 기본 능력치가 너무 높아져서 벌어진 일인 듯했다.
[변이 토끼의 가죽을 획득하셨습니다!] [1/5]지크는 변이 토끼의 가죽을 챙긴 뒤 곧바로 다른 사냥감을 찾아 나섰다.
***
그 후에도 스킬을 사용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원 샷, 원 킬.
지크가 곤봉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변이 토끼와 변이 다람쥐들은 어김없이 한 마리씩 죽어 나갔다.
[알림 :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알림 :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결국, 지크는 변이 토끼와 변이 다람쥐를 잡는 퀘스트를 클리어할 때까지 스킬을 사용해보지 못했다.
“…사슴한테는 써볼 수 있겠지.”
사슴은 토끼나 다람쥐보다 덩치도 크고 맷집도 좋은 몬스터이니만큼, 스킬의 위력을 시험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슴을 찾아보자.”
지크는 야산을 등지고 사슴이 있을 법한 숲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그로부터 한 시간 뒤.
“푸릉, 푸르르릉!”
지크는 성난 콧김을 내뿜는 변이 수사슴과 마주쳤다.
[변이 수사슴]알 수 없는 에너지에 의해 변이를 일으킨 수사슴.
•체력 : 500
•방어력 : 10
•항마력 : 10
지크는 왼손 손등에 새겨진 통찰의 룬을 통해 변이 수사슴의 스펙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평타부터 쳐보자.’
그리고 곧바로 전투에 돌입, 자신을 공격해 오는 변이 수사슴의 몸통을 후려쳤다.
[65 Attack Damage!]1레벨인 지크의 공격력이 25.
거기에 ‘무쇠 곤봉’ 아이템의 공격력이 50.
총 75의 공격력 중 변이 수사슴의 방어력인 10을 뺀 나머지 65의 데미지가 들어갔다.
‘맷집 좋고.’
지크는 변이 수사슴의 맷집에 만족하며, 디버프 마스터의 주력 공격 스킬이라던 스킬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빠악!
지크의 강타 스킬이 변이 수사슴을 내리쳤다.
[162.5 Attack Damage!]그러자 앞서 확인했던 지크의 공격력에 변이 수사슴의 방어력을 뺀 유효 공격력 65의 250퍼센트에 해당하는 데미지가 들어갔다.
‘이번엔 디버프를 걸어보자.’
드디어 디버프 마스터의 핵심인 디버프를 걸 시간.
“푸르르르르릉!!”
지크는 몸을 날려 사납게 돌진해 오는 변이 수사슴의 공격을 피한 뒤 곧바로 스킬을 발동시켰다.
[필멸의 진]시전자를 중심으로 적들의 방어력과 항마력을 깎는 원형의 필드를 생성합니다.
스킬 레벨이 오를수록 적 방어력, 항마력 감소 수치와 필드의 범위가 증가하고, 쿨타임은 감소합니다.
한 번 생성된 필드는 이동이 불가합니다.
•현재 레벨 : 1
•효과 : 적 방어력, 항마력 –10
•소모값 : 마나 50
•지속 시간 : 60초
•쿨타임 : 120초
필멸의 진 스킬을 사용하자 지크를 중심으로 선홍색 오라가 뿜어져 나와 바닥에 원형의 필드를 생성했다.
‘평타.’
지크가 변이 수사슴을 향해 곤봉을 휘둘렀다.
[75 Attack Damage!]필멸의 진 디버프의 효과로 방어력이 0이 된 변이 수사슴에게 75의 데미지가 들어갔다.
트루뎀.
가진 공격력의 100퍼센트가 온전히 들어갔단 뜻이었다.
‘이번엔 강타.’
지크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 변이 수사슴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며 강타 스킬의 쿨타임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강타 스킬의 쿨타임이 3초 남았습니다.] [2… 1… 0.] [강타 스킬, 준비 완료!]알림창이 떠오르기가 무섭게 지크가 변이 수사슴을 향해 곤봉을 휘둘렀다.
[187.5 Attack Damage!]디버프를 걸지 않았을 때보다 25의 데미지가 더 들어갔다.
약 15.3퍼센트에 해당하는 데미지 증가가 이루어진 것이다.
‘좋아.’
지크는 실험 결과에 만족했다.
‘1렙에 이 정도면 충분해. 고레벨로 올라갈수록 효율이 더 커질 거다.’
1레벨이라 티가 나지 않아서 그렇지, 15퍼센트의 데미지 증가는 결코 작은 값이 아니었다.
몬스터든 인간이든 고레벨로 올라갈수록 방어력은 높아지기 마련.
눈 깜짝할 사이에 생사가 갈리는 전투에서 15퍼센트의 데미지를 더 넣을 수 있다는 건 정말이지 엄청난 메리트였다.
‘빨리 렙 업 하고 싶다.’
지크는 어서 빨리 고레벨이 되어 디버프 마스터의 진정한 위력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푸릉… 푸르릉….”
그때, 지크의 귀에 상처 입은 변이 수사슴의 힘겨운 투레질 소리가 들려왔다.
퍽.
지크가 곤봉을 휘둘러 변이 수사슴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털썩.
변이 수사슴이 쓰러졌다.
[변이 수사슴 처치에 성공하셨습니다!] [경험치 +80]경험치가 올랐다.
레벨이 오르자 오른쪽 손등에 새겨진 ‘초월의 룬’이 환한 빛을 내뿜으며 지크를 휘감았다.
“가죽이랑 뿔부터 챙기고.”
렙 업도 렙 업이었지만, 일단은 돈이 되는 물건부터 챙기는 게 우선인 지크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