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965
964
천족들을 영도하는 13명의 대천사 중 하나.
치유를 관장하는 대천사이며, 고대에는 수없이 많은 지적 생명체들의 질병을 돌보는 것으로 추앙을 받았던 바가 있다.
•존재 구분 : NPC
•종족 : 천족
•소속 : 천계
•지위 : 대천사
•레벨 : 700
•특이 사항 : 분노에 의해 타락한 상태로, 본래의 성격과는 180도 달라진 상태이다.
단, 이 파괴되기 전 무리해서 강림한 상태인지라 현재는 매우 약해진 상태이다.
“대천사… 라파엘.”
지크는 마침내 중간계에 처음으로 강림한 라파엘의 모습을 보고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
다행스럽게도, 라파엘이 억지로 강림한 덕분에 약해진 상태라는 건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물론 약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레벨이 무려 700이나 된다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네가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인가.”
라파엘은 지크를 한눈에 알아보고는, 넌지시 말을 건넸다.
“그렇다면.”
지크가 대답했다.
“천계에서도 너에 대한 말들이 많다. 수없이 많은 우리 형제자매들을 죽였다더군.”
“내 소문이 거기까지 퍼졌어?”
지크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이야. 어떻게 사인이라도 좀 해줄까?”
“대가를 치르리라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나? 이계에서 강림한 필멸자여?”
“글쎄.”
지크가 어깨를 으쓱했다.
“내 팬들이 그렇게 많은 줄을 몰랐던 거지.”
“입만 살았다는 거군.”
라파엘은 아우리엘과는 성격이 다른 모양인지, 지크의 거듭되는 도발에도 욕 한마디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저 냉랭한 태도로 지켜보았을 뿐….
‘상대는 700레벨이다. 일대일로 싸우면… 필패야.’
한편, 지크는 괜히 시간을 끄는 한편 머리를 굴렸다.
‘못 이겨. 섣불리 덤벼들었다간 낭패다.’
지크는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라파엘을 처치할 방법을 궁리했다.
지금 지크의 레벨이 368.
라파엘의 레벨은 700이었다.
이건 도저히 비벼 볼 수 없는, 격차가 나다 못해 싸움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 파괴되는 바람에 천계의 군대가 같이 오지 못하고, 라파엘 혼자만 덩그러니 강림한 상태라는 점이다.
만약 라파엘이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강림했다면 최악의 상황이었을 텐데, 혼자라면 해볼 만은 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그때, 라파엘이 자신의 창을 지크에게 겨누었다.
“그간의 대가를 치러라.”
그 순간.
피유우우우웅!
지크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퍼엉!
뒤이어 붉은색 불꽃이 세네카 왕국의 수도 이락시아의 상공을 물들였다.
그리고….
“다 튀어!!!”
지크가 버럭 소리치더니 햄찌의 뒷덜미를 움켜쥐고 냅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으응?”
“오, 오빠!”
“태성 오빠!”
“지크 님!”
을 공격하다가 쓰러졌던 게이머들은 지크가 냅다 도망치자 당황했다.
본래 지크의 스타일대로라면 강한 적이 나타났을 때 터프하게 맞서 싸워야 정상인데, 이렇듯 도망치는 게 의아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밝혀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펑! 퍼엉!
하늘 위에 두둥실 떠 있던 함대의 함포들이 하나둘씩 불을 뿜기 시작했다.
그렇다는 말은 뭐다?
무차별 폭격.
아군 피해를 감수하면서 라파엘을 벌집으로 만들어 놓겠단 의도였던 것이다.
쾅! 콰앙! 쾅! 쾅쾅! 쾅!
그렇게 떨어지는 포탄 세례.
“으악!”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도, 도망쳐요!”
게이머들은 살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각자의 살길을 찾아야만 했다.
눈먼 포탄에 맞아 죽으면 아무도 책임져줄 수가 없었기에, 지금은 도망치는 것만이 상책이었다.
***
펑! 퍼엉! 펑! 펑! 펑펑! 펑! 펑! 펑펑! 펑! 펑펑펑!
이락시아 상공에 떠 있던 프로아 왕국의 는 라파엘이 있는 지역을 향해 무차별적인 폭격을 퍼부어 댔다.
지이이이이잉!
역시도 그 무시무시한 레이저포를 매우 정밀하게, 1~3센티미터의 오차 범위 내로 퍼부으며 라파엘을 공격했다.
슝! 슈웅!
지크는 머리 위로 쏟아지는 포탄들을 피해 이리저리 비행하며 최대한 폭격 지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럴 땐 쪽수로 밀어붙이는 거지.’
속된 말로 란 말도 있지 않은가?
지크는 700레벨의 NPC와 정면으로 일대일 대결을 할 만큼 무모하지도, 멍청하지도 않았다.
지금은 지크 개인적인 호승심이나 승리에 따른 성취감을 위해 싸울 때가 아니었다.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싸워야 하는 만큼, 지금은 실리를 추구하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었다.
펑! 퍼엉! 펑!
그렇게 지크는 함대들이 포탄을 다 퍼부을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다.
‘제발 데미지 좀 입어라.’
지크는 포격으로 인해 쑥대밭이 된 방향을 바라보며 간절히 기도했다.
사실 이런 포격으로 대천사인 라파엘이 죽을 것이라고는 단 1도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데미지는 입어 주길 바랐다.
왜?
그래야 싸워 볼 의욕이 생길 테니까.
‘어떻게 됐지?’
지크는 포격 지점을 예의주시하며 를 꽉 움켜쥐었다.
스으으!
화르르!
포격 지점은 자욱한 화약 연기와 화염으로 인해 시야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지크의 뛰어난 시력으로도 뭐가 뭔지 분간이 되지 않을 만큼 난장판이었다.
‘데미지는 얼마나 들어갔을까….’
그 후 지크는 화염과 화약 연기가 걷히고 시야가 확보되기를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순간.
파앙!
대천사 라파엘이 자욱한 연기를 뚫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왔다.
“……!”
지크는 화들짝 놀라 를 휘둘러 덤벼오는 라파엘을 후려쳤다.
와 라파엘의 창이 맞부딪히고.
쩌엉!
금속과 금속의 충돌로 인한 울림이 퍼져 나왔다.
그리고….
“악!”
지크는 그 단 한 번의 충돌로 저 멀리 날아갔고 하마터면 땅에 추락할 뻔했다.
저릿저릿!
지크는 오른손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신음했다.
“크윽….”
대천사 라파엘은 겨우 한 번의 충돌만으로도, 지크가 고통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미친! 뭐 이렇게 강해?’
지크는 700레벨 NPC의 강력함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라파엘의 현재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대천사 라파엘]•생명력 : ■■■■■■■■■□
라파엘은 그 엄청난 폭격을 뒤집어쓰고도 생명력이 고작 10퍼센트밖에 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어지간한 강자라도 뼛가루조차 찾아내지 못했을 정도의 폭격이었는데, 대천사라는 압도적인 스펙은 그마저도 거뜬히 버텨 낼 수 있었다.
“네놈들은 나를 어찌할 수 없다.”
라파엘은 살짝 분노 섞인 음성으로 그렇게 말하더니, 지크를 향해 덤벼들었다.
뒤이어 벌어진 공중전.
챙! 채앵! 쾅!
지크와 라파엘은 엄청난 속도로 비행하며, 치열한 접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
지크와 라파엘의 싸움은 역사에 길이 남을, 그야말로 위대한 대결이라고 할 만 했다.
천계에서 강림한 타락한 대천사.
그리고 디버프 오라를 휘감은 채로 맞서는 지크.
둘의 대결은 지켜보는 이들이 전율을 느끼게 할 정도로 멋진 그림을 연출해 내었다.
“와아….”
“저, 저게 가능해?”
“미친 공중전이다….”
게이머들은 지크와 라파엘의 전투를 멍하니 바라보며 그저 감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물론 지크를 도와 라파엘을 공격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감히 저 두 사람의 대결에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왜?
스펙의 차이가 너무 심했으니까.
그들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조차 없었고, 괜히 끼어들어 봤자 지크에게 방해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이머들은 그저 지크와 라파엘의 대결을 구경하며 눈 호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몇몇 게이머들은 아예 모든 걸 포기하고 전투를 녹화하는 일에 집중할 정도였다.
“이럴 때가 아니에요!”
그때, 용설화가 나섰다.
“힐러분들! 버퍼분들! 모여 주세요!”
용설화는 힐 능력과 버프 능력이 있는 게이머 모두를 한데 모았다.
그런 뒤 지크를 지원하도록 했다.
이렇게라도 지크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저 대천사 라파엘을 상대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미친… 진짜 X나 세.’
한편, 지크는 라파엘과 싸우며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제3단계를 켜고, 전력을 다했음에도 라파엘은 마치 굳건한 성처럼 무너질 줄을 몰랐다.
오히려 무너지는 건 지크 쪽이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생명력 : ■■■■■■■□□□
단 한 번도 유효타를 맞지 않았음에도, 생명력이 쭉쭉 깎여나갔다.
라파엘과 무기를 맞댈 때마다 전해지는 엄청난 충격이 지크가 데미지를 입게 했다.
“뀨! 주인 놈아! 햄찌 그냥 내린다! 내려서 주인 놈한테 힘준다!”
“그래!”
결국, 보다 못한 햄찌는 지크의 등에서 내려 착륙한 후 를 불러내었다.
그러고는 지크에게 버프를 걸어주었다.
[알림: 공격력이 상승했습니다!] [알림: 방어력이 상승했습니다!] [알림: 생명력이 회복되었습니다!] [알림: 마나가 회복되었습니다!]지크는 햄찌와 게이머들이 걸어 준 힐과 버프 덕분에 700레벨 NPC인 라파엘과의 전투를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었다.
“비겁한 자여! 쥐새끼처럼 도망치기만 할 셈인가!”
라파엘은 지크를 당장에라도 끝장내고 싶었지만, 그게 잘 되지 않으니 슬슬 화가 나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크가 어느 순간부터 정면 대결을 철저히 피하면서 원거리 공격으로만 대응했다.
한마디로 지크의 공격은 야비했다.
지크는 자신의 디버프 스킬을 활용해 라파엘을 귀찮게 만드는 한편, 원거리에서 빛의 검들을 날리며 거리를 유지했다.
카이팅을 통해 라파엘의 생명력을 깎아 먹으면서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딜 교환을 했다.
그 결과.
[대천사 라파엘]•생명력 : ■■■■■■■□□□
라파엘의 생명력이 점차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 이이…!!!”
라파엘은 당장에라도 찢어 죽이려던 지크가 오히려 자신을 농락하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좋아.’
지크는 라파엘이 점차적으로 평정심을 잃어 가는 게 보이자 미소를 지었다.
분노는 반드시 빈틈을 만들어내기 마련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지크의 예상은 이번에도 적중했다.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라파엘이 억지로 슬로우 디버프를 뿌리치고 지크에게 무모하게 덤벼들었던 것이다.
‘지금!’
지크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번쩍!
지크는 라파엘이 거리를 좁혀 오자 즉시 스킬을 사용해 극저온의 냉기를 뿜어내었다.
물론 대천사인 라파엘은 스킬에 의해 완전히 얼어붙지는 않았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이동 속도가 급격히 저하되는 걸 막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더 얼리고!’
지크는 기회를 잡자 스킬을 펼쳐서 라파엘에게 빛의 검들을 퍼부어 댔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뒤이어 라파엘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졌다.
수천 개의 빛의 검들이 마치 믹서기처럼 육체를 갈아 대니, 제아무리 대천사라 할지라도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한 번 더!’
지크는 를 망치 형태 그대로 유지한 채 도제 베텔규스의 비기 스킬로 라파엘의 머리통을 내리찍었다.
레벨 차이가 너무 심해서 라파엘을 두 동강 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니까, 데미지라도 주려는 것이다.
콰앙!
그렇게 스킬이 위에서 아래로 뚝! 떨어지며 라파엘의 머리통을 내리찍던 순간.
“커헉-!!!”
라파엘의 입에서 시뻘건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하지만 지크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푸욱!
송곳 형태의 가 라파엘의 복부 깊숙이 파고들었다.
“크, 크윽!”
신음하는 라파엘.
우웅!
의 쇼크웨이브가 송곳 형태의 를 타고 라파엘의 몸 안으로 흘러 들어가 작렬했다.
‘튀자.’
지크는 공격이 성공하자마자 즉시 뒤로 물러났다.
그 강력한 쇼크웨이브가 라파엘의 몸속을 소용돌이치면, 얼마나 큰 후폭풍이 터져 나올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