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110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10화
“오른쪽에서 온다. 기어서 이동하자.”
“…….”
아니…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
하지만 류청우는 이미 진지한 얼굴로 포복하기 시작했다.
‘화랑 복장에 가발까지 쓰고 풀 바닥에서 포복…….’
끔찍한 혼종이었다.
그 와중에 머리 위로 화살이 날아가서 목책에 맞았다.
팡!
나무판자에 시퍼런 색소가 묻었다. 그러자 류청우가 날카로운 눈으로 화살이 날아온 곳으로 활을 겨누었다.
물론 유아용 장난감 활이다.
휘익!
“와악!”
“아웃~!”
“어우 아까워!”
주홍색 머리띠를 두른 팀의 최종 탈락자 둘이 목책 뒤에서 어깨가 노란 색소로 범벅이 된 채 나왔다.
목책 끝에서 위아래로 머리만 내놓고 쏘던 놈들이다.
‘…하나 쏴서 둘을 맞췄잖아.’
이 정도면 생태계 파괴급이다. 다이아가 부계정으로 브론즈에서 양민 학살하는 걸 같은 팀으로 직관하는 것 같다.
“세 팀 남았네. 왼쪽부터 친다.”
그만해라 좀.
“…형, 인원이 좀 줄어들 때까지 기다리는 건 어떨까요.”
“아.”
류청우는 그제야 선 넘은 자신을 깨닫고 좀 민망한 얼굴이 됐다. 애들 사이에서 이 악물고 눈싸움하다 정신 차린 어른 꼴이다.
“그렇지… 우리 저 뒤에서 대기하자.”
“옙.”
“흠, 오랜만에 이런 거 하니까 재밌네.”
류청우는 약간 시원한 얼굴이었다. 아무래도 이런 원초적인 경쟁 컨텐츠를 이기는 데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타입인 것 같았다.
‘RoR 안 하나?’
패드립에도 타격 안 받을 놈이니 딱일 텐데.
어쨌든, 류청우의 권유대로 근처의 가장 큰 목책 뒤로 기어서 이동했다.
하지만 도착하기도 전에 다시 화살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머리에 초록 띠를 두른 놈들이었다.
‘저쪽도 벌써 정리됐나.’
심지어 인원도 4명이나 남아있다.
‘이제 슬슬 맞고 탈락하면 되겠군.’
류청우가 둘쯤 더 탈락시키면 딱 그림 좋게 저쪽이 이기고 마무리될 것 같다.
하지만 상황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위험…!”
“헐!”
“됐나?”
“어어어억!”
류청우가 둘쯤 더 탈락시킨 건 맞았다.
그러나 그 직후 결국 물감에 맞으면서 탈락했는데, 다른 팀의 남은 한 명도 동귀어진 식으로 탈락시켜 버렸다.
그래서 졸지에 초록 띠 두른 놈 하나와 나만 남아 일대일 매치가 성사되었다.
“…….”
“…….”
실화냐?
문제는 저쪽도 일단 류청우를 탈락시켜야 한다는 걸 알았는지 류청우를 집중포화했고, 류청우도 자신을 맞출 것 같은 놈부터 쐈다는 것에 있었다.
즉, 살아남은 두 놈이 모두 존버 메타의 최약체였다.
저쪽도 당황했는지 ‘어, 어?’를 연발하며 화살을 놓쳤다.
“……허.”
졸지에 X밥 싸움이 됐네.
그때, 목이 물감 범벅이 된 류청우가 빠르게 외쳤다.
“문대야, 나 엄폐물로 써서 얼른 맞춰!!”
“…….”
아까 적당히 하자고 암묵적 합의 본 건 어디다 팔아먹었냐?
어쨌든 대충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으니, 나는 몸을 숙이고 적당히 활을 겨눴다.
“헉!”
웃기는 건 그 와중에 저쪽이 쏜 물감이 진짜 류청우 등에 맞았다는 점이다.
‘이게 통해?’
나는 떨떠름해하며 화살을 날렸다. 사실상 안 맞을 걸 예상한 샷이었다.
아마 머리 위로 지나가겠지.
“…우악!”
“……?”
근데 이게… 맞았다?
“아!! 진짜!!”
하필 마지막 남은 놈이 화살 뽑으려고 손을 들다가, 내가 쏜 화살에 직접 가져다 댄 꼴이 된 것이다.
뭐 이런 일이 다 있냐.
“우아아아아!!”
“문대 승리!!”
탈락하고 대기하던 놈들이 쏟아져나와서 기뻐하기 시작했다.
류청우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등을 두드렸다.
“잘했어!”
“…와!”
나는 카메라를 보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긴 건 별수 없으니 태도 논란이나 막자 X발.
하지만 해설진 부스에서 뛰쳐나온 MC가 희소식을 전했다.
“아아~ 테스타 화랑들! 탈락입니다!”
“……?!”
“왜요!?”
“탈락한 화랑은 바로 전투장을 나오셔야지, 생존한 화랑을 도와주시면 안 되죠!”
“…!!”
우승은 그렇게 초록 띠 팀에게 돌아갔다.
“색칠 전투 우승은…… 오닉스입니다!”
“와아아아악!!”
“됐다!!”
그리고 테스타놈들은 솜사탕 씻은 라쿤 표정이 되었다.
“…….”
“청우 형 잘못이에요?”
“미안…….”
“괜찮아요.”
차유진의 풀 죽은 대답을 끝으로 촬영은 마무리되었다.
* * *
그리고 은 화려하게 망했다.
가학성이나 논란 탓은 아니었다. 그냥 더럽게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눈에 하나도 안 들어오네
-테스타 컷본 나오면 말해주세요
-편집 진짜 감 없다
-자막 너무 오글거려 왜 이렇게 올드해 개노잼이야ㅠ
-어떻게 저 구성으로 이렇게 지루할 수 있지…? 나 진짜 이해가 안 감
-류청우 진짜 진기명기 미친 국대 바이브 뽑는데 왜 맛을 저것 밖에 못 살리냐구요 아 쉬벌 답답하네
편집과 자막이 너무 올드한 탓에 컨텐츠의 병맛을 하나도 살리지 못했다.
게다가 홍보 역시 자극적으로 하지 못한 나머지 방영 전 테스타로 입소문 자체가 나지 못했다.
제작진이 ‘아이돌 올림픽’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프로그램 포맷에만 집중해서 보도자료를 뿌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테스타에게 적당히 호감만 있는 사람 중에는 아예 테스타가 나오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제법 있었다.
-그냥 애들 리얼리티에서 대관령 가서 양들이랑 놀게만 해줬어도 이것보단 재밌었을 것
-남은 건 애들 화랑 복장과 류청우의 금메달리스트 증명뿐임
-위튜브 금손이 재편집한 테스타 컷본 나옴 (링크)
└헐 이렇게 보니까 존잼이잖아
└그래 애들 1등 못 한 거 다큐로 편집하지 말고 이렇게 해줬어야지 진짜 훨씬 귀엽고 웃기네 ㅠㅠ
화랑 분장을 한 각종 아이돌의 사진과 동영상만 남아 좋은 영업자료로 활용되는 것으로 은 그 쓰임새를 다했다.
그리고 정규로 편성되지 못하고 쓸쓸히 종영했다.
그러나 별개로, 이 망한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테스타의 주가는 계속 상승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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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타 초동 뜸]: 78만장으로 마감 (일주일 동향 정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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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미친
-돌았네
-근데 진짜 기세 무섭더라 단톡 들어가면 테스타 프사 꼭 하나 이상 있음
-슬슬 아주사 뽕 다 빠졌을 텐데 이게 가능한 수치야?
-얘네 해외 물량도 거의 없을 텐데 흠…
└해외 공구 좀 터졌어 (영수증 사진) 데뷔 활동 때 국내에서 워낙 잘 나가니까 해외 쪽에도 입소문 좀 난 듯?
└해외팬들 이런 거 귀신같이 알아채더라ㅋㅋ
-팬싸 엄청 많이 잡아서 영향 크겠다… 암튼 축하해~
└엥 테스타 팬싸 그렇게 많이 안 잡았어 평균정도인데…
└ㅋㅋㅋ응~
-남돌 삼대장에 넣어줘야 할 듯 솔직히 삼대장 중에 테스타만큼 음원 못 나오는 경우도 있잖아 국내만 따지면 테스타 거의 브이틱 다음 수준 아니야?
└응 아니야 올려치기 안 받아
└젠가질 그만하자
└테스타 팬들은 절대 테스타가 1군이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저희 그냥 애들하고 행복합니다
팬들은 아직도 몸을 사리고 있었지만, 자신들의 초동 기록을 10만 장 이상 차이로 갱신하고, 음원 차트에서도 선방 중인 테스타는 ‘잘나가는 아이돌’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덕분에 첫 주 성적으로 너끈히 공중파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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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뮤직가요 1위 소감 + 앵콜 영상]: 얘들아 너무 축하해ㅠㅠㅠ
+1위 공약은 파트 바꿔 부르기ㅋㅋ귀요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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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타 1위 축하해♡ 우리 비행 영원해♡
-드디어 우리도 수상소감에서 이름 들어본다!!ㅠㅠ
-얘들아 마이크 잡을 때마다 러뷰어 염불해줘서 너무 고마웤ㅋㅋㅋㅠㅠ
-아 래빈이 소감 똑 부러지게 말하네 뿌듯해하는 거 너무 귀여워 우리 토끼 사랑한다ㅠㅠ
-뭐야 박문대 왜 랩도 잘해ㅋㅋㅋㅋㅋ
└문댕댕 너무 잘해서 유진이 신났엌ㅋㅋㅋ
-후렴구 떼창 진짜 너무 훈훈하고 좋다
팬들은 혹시라도 다른 팬덤의 견제로 이상한 일이 터지지는 않는지 긴장하면서도, 커리어하이의 즐거움을 누리며 즐거운 덕질을 이어갔다.
그리고 테스타와 콜라보한 게임, 이 출시된 것은 그쯤이었다.
사실 팬들은 이 게임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고 있지 않았다. 테스타의 컴백 활동에는 이 게임과 관련되어있어 보이는 요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우리 서브곡에서 따서 게임 콜라보곡 만들어준 정도로 끝나는 듯?
-컨셉 비슷하긴 한데 서브곡으로 쓴 베러미는 좀 디스토피아 느낌이고 게임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라 좀 결이 다름. 그냥 앨범 곡 중에 분위기 비슷한 거 따서 해준 것 같아.
-트레일러에 나온 요소들에는 큰 의미부여 안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어
-마법소년 세계관 연결은 딱 봐도 타이틀곡 비행기임ㅇㅇ
처음 트레일러가 나왔을 때의 분석들도 시들해지며, 비행기 뮤직비디오 분석에 밀려 줄어들었다.
게임 광고가 떴을 때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테스타 멤버들이 트레일러의 복장으로 게임을 홍보하는 사진 정도로 광고가 뽑혔기 때문이다.
-그냥 다른 연예인들 찍는 게임 광고 수준이네ㅋㅋ 하 괜히 걱정했다
-청우에게 저격수 복장을 입혀준 의리상 한번 플레이는 할 예정임
-위튜브에서 광고로 테스타 트레일러 나와서 놀랐네 겜 광고였구나;; 좀 더 보니까 게임 플레이 영상 나옴
게임 마니아들의 반응도 괜찮았다.
-지하철 광고…? (눈 돌아가는 이모티콘)
-흑우들 돈 빨아먹을 준비가 됐누
-저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함 서버 관리 잘해라 공장새끼들아
-출시될 때까지 숨 참음
-앞으로 만두는 T1 군만두만 구매한다
-홍보비 너무 붓는데 이 새끼들 설마 겜 쪼개서 DLC 이지랄하는 건 아니겠지
└그럼 죽음뿐
이들은 불안해하면서도 일단 판이 커지는 것을 반겼다. 혹시 회사가 X신 짓을 했더라도 당장 망하진 않을 확률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제발 갓겜으로 나와라
-이번에 망하면 회생불가 아니냐고 머기업한테 손절각이자너
-홍보 동영상 게임 플레이 장면 확인했다 일단 베타 때 느낌은 살아있다 갓스타 유입만 제대로 소화하면 이번에는 된다
└X발… 제발!!!
그리고 게임이 출시된 날.
테스타 팬덤과 게임 커뮤니티가 모두 뒤집어졌다.
* * *
“어, 다 됐다.”
박문대의 첫 홈마는 편집하던 박문대의 화랑 영상을 잠시 놓고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게임 이 다운로드가 완료되어 앱 아이콘이 바탕화면에 추가되었다.
‘이런 게임은 해본 적 없지만… 그래도 한번은 해봐야겠지.’
일단 문대가 광고를 했으니까. 다운로드 수와 플레이 수 하나는 챙겨줄 생각이었다.
물론 이런 게임을 하는 취미는 없기 때문에, 적당히 튜토리얼만 하고 끌 생각이었다. 그녀는 어플을 실행시켰다.
‘빨리하고 끝내자.’
추가 설치 시간이 잠깐 걸린 뒤, 바로 튜토리얼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5분 뒤. 게임 속에서 이 대학생은 한 동료 캐릭터와 만나게 된다.
바로 드론을 쓰는 검은 후드 티의 소년이다. 드론을 조종할 때마다 눈이 보랏빛으로 빛난다.
“……!?”
컴백 트레일러 영상의 박문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