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128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28화
“다들 준비됐어?”
“당연히 다 됐죠~”
“바로 해요!”
류청우의 질문에 자신감 넘치는 대답들이 돌아왔다.
이 ‘테스타가 직접 해보는 콘서트 예매’ 컨텐츠를 위해 통으로 빌린 PC방에는 우리와 스태프들뿐이었다.
그리고 각자 PC를 하나씩 꿰찬 놈들은 그냥 ‘우리 콘서트 곧 한다!’라고 외치는 듯한 좋아죽겠다는 얼굴로 앉아있었다.
“저희가 오늘 예매하는 자리는 추첨을 통해 사인과 함께 러뷰어에게 보내드립니다!”
“좋은 자리 잡아볼게요!”
긴장감은 있어도 비장함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최악의 경우라도 구석 자리 정도는 잡겠거니 하는 생각이겠지.’
사실 이놈들 생각으로는 그럴 만도 한 게, 이번에 양일 동원 가능한 수용 인원이 26,000명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콘서트 하루당 예약 가능한 자리가 만삼천 석이라는 뜻이다.
‘설마 각 잡고 최신형 컴퓨터로 예매를 시도하는데 13,000개 중에 하나도 못 건지겠느냐’는 기묘한 확신이 놈들 사이를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나는 회의적이었다.
‘이놈들 다 망할 것 같은데.’
대화만 들어도 알겠다.
“오, 8시에 열리는 거니까… 8시 딱 돼서 들어가면 되는 거겠죠?”
“그런 것 같네.”
“1층 할래요!”
“…….”
좌석 화면도 못 보고 입구에서 로딩으로 끝날 것 같군.
기껏해야 얼결에 뒷자리 잡는 놈이나 한둘 나오겠지.
‘…역시 내가 잡아야 하나.’
다 망해도 그림이 이상할 테니까. 다양성을 위해 한둘은 성공하는 게 나을 것 같다.
하지만 사실, 나도 직접 콘서트에 가본 적은 거의 없다. 기껏해야 일대일 수주 받고 가서 데이터 뽑아준 적이나 몇 번 있던가.
다만 대리 티케팅이라면 시도해 준 적이 꽤 있다.
그리고 승률이 괜찮았다.
‘비싼 밥 얻어먹기 좋았지.’
그 이상 본격적으로 해 먹기엔 법망에 걸릴 확률이 높아서 그만뒀다. 암표 팔이는 회색지대도 아니고 그냥 범법이라서 말이다.
어쨌든, 그러니 이번에도 적당히 건지는 수준으로는 가능하겠다 싶다.
그때, 옆자리의 선아현이 슬그머니 말을 걸어왔다. 화면을 보니 이제야 겨우 예매 사이트에 접속한 것 같다.
“무, 문대야. 어느 구역, 고를 거야?”
“음… 2층 8구역 정도 해볼까 하는데.”
“2, 2층?”
“문대 너무 쉽게 하려는 거 아니야~?”
“1층 같이해요!”
주변에서 대화를 들은 놈들이 참견해 왔다. 현실을 모르는 용감한 발언이 쏟아졌다.
다만 선아현만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럼 나도… 2층 할까? 어, 어떻게 하면 돼?”
본인의 경험 없음을 인정하고 조언을 구하는 자세가 돋보였다.
‘…내가 아는 선까지는 말해둘까.’
나는 간단히 서버 시간과 사이트 세팅 관련 조언을 했다.
“일단 이 사이트에 들어가서 애프터파크 주소를 클릭하면…….”
“오, 문대 뭐 알려준다!”
“저도 경청하고 싶습니다!”
“알려줘요?”
“…예매 사이트의 서버 시간이 나오는데, 예매 시간은 그걸 기준으로 생각하면 돼.”
방해가 많군. 나는 일단 말을 마쳤다.
“아, 알겠어!”
선아현은 곧바로 자신의 PC를 조작했고, 곧 서버 이름과 함께 애프터파크 서버 시간이 나타났다.
[마법소년 테스타의 마법 같은 이선좌] [02월 26일 19시 47분 49초]“오오!”
주워들은 놈들이 신나서 사이트를 베꼈다. 그리고 류청우와 배세진까지 기웃거리며 방법을 배워가기 시작했다.
‘흠,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야 낫겠지.’
예매 시작까지 10분만 남았다. 나는 빠르게 아는 내용을 털었다.
“그리고 예매 사이트는 웹 브라우저별로 여러 탭 띄운 다음에, 정각이 되기 직전 59초부터…….”
요약된 설명이 다 끝났을 때쯤엔 놈들에게 약간 비장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 많은 준비가 필요하구나….”
“문대가 조사 안 해왔으면 우리 다 실패할 수도 있었겠는데?”
생각보다 팁이 세밀하고 뉘앙스에서 절박함이 묻어나는 탓인 듯싶었다.
그리고 공지된 시간이 다가올수록 그 분위기는 강화되었다.
“앞으로 3분 남았다.”
“헙.”
“우리 꼭 좋은 자리 잡아서 러뷰어한테 보내줍시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화, 화이팅…!”
본인이 안 잡아도 그대로 러뷰어에게 갈 자리라는 것은 이미 잊어버린 것 같다.
뭐, 잘못하면 암표상한테 갈 수도 있으니… 확률적으로 보완의 가능성은 있군.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마우스를 고쳐잡았다.
카메라 사각지대에서 스탭이 손짓으로 카운트다운 신호를 주었다.
“10! 9! 8! ……3! 2! 1!”
입으로 숫자를 따라 말하며, 나는 정각이 되기 직전부터 탭을 하나씩 새로고침하기 시작했다.
“……!”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화면이 멈췄기 때문이다.
‘조졌다.’
아니, 정말 이거 외에는 설명할 방도가 없다.
모든 탭에서 끝없는 로딩이 계속되었다. 트래픽이 좀 풀리면 변할까 싶어서 7분쯤 브라우저를 왔다갔다하며 상황을 더 지켜봤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주변도 시끄러웠다. 누구 하나 페이지를 본 놈은 없는 것 같았다.
‘이거 아무래도 서버 터진 것 같은데.’
나는 PC를 버리고 모바일 앱을 켜보았다.
[대기인원 41,502명]패배 선고였다.
“…….”
촬영 중이라 폰을 자제하려다가 앱을 확인하는 게 늦었던 것이 패착인 듯싶었지만…….
‘…내가 망했다고?’
다른 놈들도 아니고 내가… 한 자리도 못 건졌다고?
믿기지 않았다.
‘…VTIC 콘서트도 성공해 봤는데.’
비록 지금보다 3년 전 시점이긴 했지만, 그때도 그 새끼들은 탑티어였단 말이다…!
당시에도 서버가 터졌는데 어떻게 탭 바꿔서 비비고 들어갔던 기억이 멀쩡했다.
근데 왜 하필 지금 그게 안 먹혔는지 모르겠다.
‘……내 콘서트 예매인데.’
솔직히 좀 당혹스러웠다.
나는 몇 번 더 PC와 앱을 다시 확인한 뒤에야 허연 화면 앞 현실을 받아들였다.
‘어쩔 수 없지.’
…티켓을 보내줄 수 없는 건, 좀 아쉽긴 하지만 말이다.
아마 나까지 속수무책으로 안 됐으니 다른 놈들이 해낼 가능성은 지극히 낮…….
“어, 어어?”
그 순간, 옆자리의 선아현이 소리를 지르며 마우스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슬쩍 보니, 화면이 결제창까지 넘어가 있었다.
“……!”
“헐, 아현이 했어?”
“대체 어떤 묘수로 들어가셨습니까?!”
“나, 나도 모르겠…. 무, 문대가 알려준 대로 했는데…!”
선아현은 우르르 몰려든 놈들에게 당황한 얼굴로 대답하면서도 알려준 대로 착실히 단계를 밟아가기 시작했다.
미리 복사해둔 개인정보를 입력한 뒤, 결제 수단도 무통장 입금을 잘 선택해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
심지어 위치도 예정했던 2층 중앙이었다.
“와 대박!”
“아현이가 성공하는구나.”
“…다행이다. 한 명이라도 해서.”
멤버들이 선아현의 어깨를 두드리는 등의 행동을 하며 벌써 축하 분위기에 돌입했다.
“…….”
그러나 나는 씁쓸하게 선아현의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큰세진이 다짜고짜 등을 쳐왔다.
“헐 문대문대, 열심히 준비했는데 아현이만 성공해서 서운해?”
선아현이 화들짝 놀랐다.
“무, 무, 문대가 잘 알려줘서…! 무, 문대가 한 거나 다름없…….”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설명하는 것보다 먼저 선아현의 PC화면이 변했다.
거기엔 예상 그대로의 문구가 떠 있었다.
“…….”
“…….”
죽음같은 침묵이 흘렀다. 이럴 줄 알았다.
‘…로딩이 너무 길었어.’
로딩이 너무 짧거나 길면 보통 이꼴이 나더라고.
선아현은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 하고 굳어있었다. 다른 놈들도 썩 정신 차린 것 같지는 않았다.
‘…결제 단계에서 튕긴 표가 꽤 많을 것 같은데.’
나는 혹시 모를 기대에 다시 예매 페이지를 몇 장 확인해 봤다.
여전히 하얀 화면만 떠 있었다.
‘시X.’
이거 성공한 사람이 있기는 한 건가?
트레픽 예측에 실패한 예매 사이트 때문에 서버가 다운된 것 같은데, 그럼 다들 똑같은 화면을 보고 있을 수도 있었다.
나는 침착하게 추측했다.
‘제대로 예매한 사람이 아직 얼마 없을 수도 있다.’
물론 아니었다.
3분 뒤에 드디어 접속된 예매 페이지가 증명했다.
[0석]“…….”
놀랍도록 많은 사람이, 이 쓰레기같은 서버를 뚫고 예매에 성공했던 것이다.
“진짜?”
“이렇게 끝이라고…?”
끝이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매진 기사가 뜨기 시작했다.
[테스타 첫 콘서트 전석 매진] [2만6,000석 매진… 서버 장애까지 부른 테스타의 콘서트] [테스타의 첫 콘서트, 양일 전석 매진까지 단 10분]그렇다.
나는 그냥… 티켓팅에서 팬들에게 진 것이다.
그것도 좌석 한번 보지 못하고 맞은 처절한 완패.
“…….”
데이터 팔이 1패… 추가.
* * *
테스타의 첫 콘서트.
팬들이야 기대와 행복에 부풀어있었으나 대중적으로 큰 소식은 아니었다. 보통은 아이돌 콘서트에 갈 생각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테스타는 컴백 일자까지 발표한 상태였다. 그 소식에 주목이 쏠린 나머지, 콘서트 자체는 큰 반항없이 조용히 지나가는 듯싶었다.
…테스타의 망한 티케팅 영상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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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들 콘서트 티켓팅 도전했다가 전멸 당한 아이돌ㅋㅋㅋ.jpg]: 결제창까지 갔던 선아현도 오류맞고 끝ㅋㅋㅋ
테스타 전원 넋부랑자 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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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엨ㅋㅋㅋ
-얘네 거의 오열하는데?ㅋㅋㅋㅋ
-이거 영상으로 보면 더 웃겨 테스타 미치려고 함
-마지막에 보내드릴 티켓이 없다고 사과하는 게 제일 웃김 무슨 ?위튜버 사과 영상 썸네일인 줄ㅋㅋㅋㅋ
-서버가 잘못했네ㅠㅠㅋㅋ
-그저께 자신만만했던 테스타의 SNS 선전포고(캡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실: 전원광탈
-아니 너무 귀엽고 공감됨ㅋㅋㅋ
-우리 애들 겪은 게 나랑 너무 똑같아!ㅋㅋ 근데 너희는 콘서트에 있겠지? 나는… 표가… 없는데…
└아아…ㅠㅠ
└취소표 꼭 성공하길..
테스타의 대환장 티켓팅 실패기는 너무 화려하게 망했기 때문에 웃긴 의미로 화제가 되었다.
특히 정성을 다한 것 같은 준비성에도 불구하고 대차게 망한 한 멤버에 대한 반응 쏟아졌다.
바로 박문대였다.
-근데 박문대는 진짜 할 만큼 했다 멀티 브라우저에 앱까지 켜볼 줄은 몰랐음ㅋㅋㅋㅋ
└그러게 웬만하면 잡았을 것 같은데 서버 때문에 운이 안 좋았지.. 근데 충격받은 거 귀엽더라ㅎ
-박문대 닭발 때부터 그러더니 대충 할 것처럼 생겨서 왜 이렇게 모든 활동에 진심이냐고ㅋㅋㅋ
└침착한 척하다가 실패하면 고장나는 게 최고로 씹덕ㅠ
└일부러 그러는 듯
└존잘 메보가 뭐하러 그렇게까지 하겠니 정병아…
-문댕은 잘못이 없다 잘못은 애프터파크 서버에 있다
-박문대 자기 조사한 거 신나서 공유할 땐 눈 반짝반짝 댕댕이였는데 망하니까 티벳 여우행ㅋㅋㅋ
└ㅅㅂㅋㅋㅋㅋㅋ
└역시 댕댕은 대외용일 뿐 찐은 티벳여우다 이모티콘만 나오면 곧 대세는 뒤집힐 것
사람들은 팬들과 뒤섞여서 제법 오랫동안 박문대, 그리고 테스타의 귀여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팬들은 간만에 통한 훈훈하고 귀여운 분위기의 영업에 즐거워하면서도 동시에 거지같은 티켓팅 서버와 실패에 울었다.
그러자 의외의 효과가 나왔다.
테스타의 콘서트 관련 컨텐츠가 덩달아 관심을 슬쩍 흡수한 것이다.
-오 유닛 무대 위튜브 공개도 함? 뜨면 여기도 올려줘 아주사 생각나서 추억팔이하고 싶어짐
-신곡도 첫 공개구나 테스타 콘서트 준비 많이 했나 보닼ㅋㅋㅋ
└그래서 이벤트 망하고 더 멘붕했는 듯ㅋㅋㅋ
└티켓 보내주려고 했는데 티켓이 없어..!
└아 진짜 웃기네ㅋㅋㅋㅋ콘서트 어떻게 하는지 기대하겠음ㅋㅋㅋ
그리고 그 분위기가 잦아들기 전에, 콘서트 트레일러 영상과 유닛 무대 제작 리얼리티가 위튜브에 쏟아졌다.
심지어 VOD 서비스 공지까지 일찌감치 뜨며 넘치는 콘서트 수요를 잘 흡수했다.
분위기는 최고로 달아올랐다.
-티원이 계속 일을 한다 이게 무슨 일이냐
-콘서트 기대로 미칠 지경…
-본부장 바꾸길 잘했어ㅠㅠ
덕분에, 팬들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기대와 흥분 속에서 콘서트 첫날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