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181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81화
회사가 처음 내 입원 사실을 알았을 때는 당연히 경악했다.
기껏 휴가 보내놨더니 전치 4주라니, 아닌 밤중에 날벼락이 따로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건의 전말을 설명해 주자 더 경악했다.
“스, 스토커요??”
“예. 웬 미친 인간한테 걸려서…….”
멤버들에게 말했던 것과 비슷한 변명으로 대충 돌려막는 짓이었지만, ‘나도 어지간히 때렸다’는 말에 소속사도 안색이 변했다.
괜히 터뜨려서 여론 요동치느니 나한테 참아달라고 하고 싶은데 본인이 직접 묻자고 하니 반색까지 했다.
“그래요 문대 씨. 저희가 보안 인력 최대한 많이 확충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하필 휴가 중이라 이런 일이…….”
휴가 중이라 본인들 책임이 아니라는 것까지 알뜰하게 암시하는 게 참 대단한 수완이었다.
내가 휴가 중이긴 했으나 숙소에 남아 있는 걸 뻔히 알면서 며칠간 연락 한 번 없던 놈들이라 좀 찔리긴 했나 보다.
‘뻔하군.’
아무튼, 덕분에 기사 타이틀은 쉽게 뽑혔다.
[테스타 박문대, 콘서트 연습 중 낙상으로 입원]깔끔하지 않은가.
회사 공식 계정으로 공지도 올리기로 했고, 내용도 적당히 염좌와 타박상으로 잘 버무려서 정리되었다.
‘됐네.’
사실 나는 이쯤 해서 이 화제가 마무리될 줄 알았다.
검색해 보니 내가 입원했다는 정황이 물 밑에서 알음알음 퍼져 있긴 했지만, 출처 문제로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아이돌 사생활에 집착하는 쪽에서 먼저 이야기가 나왔거든.
-헐 곰머 입원했대 휴가 중이라 꾀병은 아닌 듯?
-ㅠㅠㅠ박문대 입원 맞나 봐 숙소에 안 오네 걱정하게 만들어
-행적이 없당 톡은 하는 것 같은데.. 뭐징
이 정도 선에서 더 밖으로 나온 건 없었다.
게다가 내가 입원한 곳은 원래부터 회사에서 찍어놓고 다니던 병원이라, 관계자들 입이 무거웠다.
내 자세한 상태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간혹 맞는 소리가 있긴 했지만 다량의 루머와 거짓말이 섞이며 그것도 루머 취급당했다.
-정병 사생한테 걸려서 어딘가 부러졌다고 지인에게 들었다… 흠
-몸살이지 솔직히 떠드는 것도 의미 없음 걔 쉴 때마다 아프다고 하는 거 다 알던데 뭐
-팔목 부상ㅋㅋ 걍 안무 연습 부상일 듯 연습충이라 납득 쌉가능
이렇게 떠들던 와중이니, ‘콘서트 연습 중 무대 부상’이라는 변명은 상당히 설득력 있고 특별히 충격적인 사유도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공식 입장 전에 쓸데없는 기사가 나지 않도록 회사에서는 빠르게 엠바고 관리에 들어갔다.
확실히, 이번 본부장이 회사는 잘 굴리는 것 같았다.
‘괜찮겠어.’
나는 내심 속으로 합격점을 내리며, 남은 휴가를 즐겼다.
‘나흘이라도 건져서 다행이다.’
회사와 공식자료용 부상 설정을 위해 말을 맞추느라 입원 기간이 휴가 말일까지 연장되긴 했으나, 특별히 불만은 없었다.
사실 날짜가 반 토막 난 것만 제외하면 1인 병실이라 원래 하려던 것과 큰 차이도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좀 떨떠름하긴 했다.
‘…여기 비싸겠는데.’
듣기로는 6인실도 꽤 가격이 나가던데, 1인실이니 정말 많이 깨졌을 것이다.
내가 사실 통원치료해도 괜찮을 정도의 부상이라 더 웃겼다.
‘별일을 다 겪어보네.’
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어차피 회사에서 낼 테니 푹 쉬면서 편하게 보내긴 했다.
책 읽고, 동영상 좀 보고. 병원에서 주는 삼시 세끼 챙겨 먹으며 아무 생각 없이 보냈다는 뜻이다.
때때로 찾아오는 멤버가 외부음식을 가져와서 특식도 쏠쏠했다.
“무, 문대야. 딸기 가져왔는데.”
“아, 고마워.”
“내, 내가 씻을게…!”
주로 선아현이었으나, 다른 놈이 가져오는 때도 있긴 했다.
“문대문대~ 피자!”
‘이놈은 문병 핑계로 자기 먹고 싶은 거 사 오는 것 같은데.’
아무튼, 누워서 식량만 축낸 나흘은 제법 짜릿했다.
그리고 휴가 마지막 날.
계획했던 대로 기사와 공지가 풀렸다.
[박문대, 콘서트 연습 중 낙상… ‘전치 4주’] [테스타 박문대, 휴가 중 부상 소식 전해]그런데… 막상 까보니, 내 예상과는 상황이 좀 다르게 흘렀다.
반응이 훨씬 격했던 것이다.
-아 문대 어떡해
-미치겠다 티원 이 X새끼들아 무대 관리도 못 해?
-기껏 휴가받아놓고도 연습하러 간 애가 입원까지 했다니까 진짜 속이 타서 눈물 난다
-뭘 시켰길래 무대에서 떨어져서 전치 4주가 나와… 아 제발 위험한 거 그만 시켜
-박문대 성격에 부주의로 낙상? 못 믿음 지들이 장치 이상한 거 발주해놓고 언플 뻔하네 개빡쳐ㅋㅋㅋ
박문대의 팬들이 걱정과 분노로 기염을 토하고 있었다.
‘잠깐만.’
식은땀이 다 났다.
아니 무슨 의식불명도 아니고, 하다못해 다리가 부러진 것도 아닌데 이럴 것까지 있는가.
휴가가 다 끝나고도 열흘 정도는 그룹 공식 스케줄에 불참하기로 합의해서 그걸 욕하는 놈들이나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거의 없었다.
그마저도 나올 때마다 팬들이 두들겨 패고 있었다.
-휴가 때 나대다가 스케줄 불참ㅋㅋㅋ개판이네
└ㅎㅎ느그 새끼는 매일 휴가나 다름없긴 하겠다 스케줄을 못 잡던데ㅠ
└연습을 나댄다고 표현하는 덕질 생활 알만함ㅇㅋ
└으이구! 동태눈깔 망돌 빠는 사람의 발언! (박수 이모티콘)
살벌했다.
‘일단… 소속사가 이렇게까지 공격당할 줄은 몰랐는데.’
자체 컨텐츠에서 멤버들이 앨범이나 무대 제작에 참여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었기 때문에, 무대장치도 그런 느낌으로 받아들일 줄 알았다.
아마도… 걱정이 지나치게 심해진 나머지 어떻게든 원인을 색출해서 시정조치하고 싶었나 보다.
‘…박문대가 다친 게 그렇게 신경 쓰이나.’
희한한 기분이 들었다.
“……음.”
나는 환자복의 팔을 걷어보았다.
좀 부은 느낌이 남아 있긴 한데, 피멍은 거의 빠져서 노랗거나 파란 느낌만 적당히 남았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마침 내일 숙소로 퇴원할 예정이기도 하니까, 병원에 있는 지금 뭐라도 해야겠다.
찰칵.
나는 셀카를 하나 찍어서, SNS에 업로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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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러뷰어.
박문대입니다.
제 몸 관리가 소홀해서 활동을 빠지게 되어 아쉽고 죄송합니다.
큰 부상은 아니고, 내일 바로 퇴원할 예정입니다. 빠르게 회복하여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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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는 정중하게 쓰는 게 괜한 소리 안 나오게 하는 데에 맞을 것이다.
“괜찮네.”
쓸데없는 표현도 없고, 필요한 내용과 근황 알림용 사진까지 첨부했다.
이 정도면 다들 좀 마음 놓겠지.
나는 만족하며 올라간 게시글의 반응을 즉시 모니터링했다.
“…??”
그리고 당황했다.
-ㅠㅠㅠㅠ저는 문대로 시작 안 하는 문대의 글 너무 낯설어 어떡해 문대야 아픈 걸로 자책하지 말자 아ㅠㅠㅠ
-문댕댕이 없어… 티벳문댕도 없어… 이모티콘이 없는 문대라니…
-이렇게 각 잡고 사과할 일 아니잖아 티원 개쓰레기회사 애한테 무슨 소리를 한 거야
-문대야 네가 빨리 스케줄 하겠다고 무리하는 것보다 푹 쉬면서 잘 회복하고 밝은 얼굴로 봤으면 좋겠어 맘고생 하지마 제발ㅠㅠ
그 밑으로도 영어와 일본어 등 온갖 언어로 내 글이 번역되며 각자 우는 이모티콘이 끝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거의 오열의 파도였다.
심지어는 내 팔목 색의 대비값을 보정해서 멍 자국까지 식별해 내고 있다.
“…….”
이거 어쩌냐.
나는 결국 다음 날 오전에 퇴원하면서 멤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저는 문대’라는 문구와 함께 올렸다.
그제야 분위기는 좀 진정되었으나, 여전히 오열과 과몰입의 기조는 남아 있었다.
‘콘서트 준비를… 열심히 해야겠군.’
멀쩡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이 분위기가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 나는 식은땀이 날 것 같은 기분으로 명심했다.
그리고 퇴원 수속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오는 순간, 또 한 번의 강렬한 리액션이 기다리고 있었다.
차유진이 막 휴가를 끝내고 돌아와 있던 것이다.
“문대 형! 나 왔…… Huuuuh?!”
“안 돼!”
“무, 문대 갈비뼈 다쳤어!”
새벽에 돌아와서 브리핑받을 시간이 없었는지, 현관에서 두 손을 번쩍 들고 내 등을 두드리려던 놈은 곧바로 다른 멤버들에게 육탄 제지당했다.
차유진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갈비?? 고기?”
“여기.”
내가 대충 허리쯤을 가리키자, 차유진이 충격받은 표정으로 삿대질을 했다.
“맞아요?? 때린 거 아니에요??”
“…때리다가 맞기도 한 거지.”
“쟤 손목도 다쳤어.”
“맙소사!”
차유진은 충격받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진 거예요….”
“이겼다니까. 내가 더 때렸어.”
[뭐, 턱이라도 날렸어요??]“어, 턱도 날리고 머리도 갈기고.”
“오.”
그제야 차유진은 존경심을 회복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멋져요!”
“그래.”
급격히 피로가 몰려왔다.
‘…그러고 보니 이놈과 룸메이트였지.’
사건이 많아서 잊고 있었다.
‘도로 1인실로 돌아가고 싶다.’
갑자기 든 소원이었으나 당연히 이루어지진 않았다.
[그래서, 어머니가 해산물의 엄청난 팬은 아닌데요. 그래도 갈치는 좋아하셨어요! 음, 살이 달콤했죠.]“……갈치 맛있지.”
[우리 팀도 같이 먹으러 가면 좋겠어요!]나는 오랜만에 내 침대에 눕자마자, 스케줄 직전까지 차유진과 어머니의 제주도 여행기를 들었다.
거실로 슬그머니 나가려는 시도는 질문 폭격으로 세 번쯤 저지당했다.
이쯤 되면 내가 스케줄에 동행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제발.’
그리고 예정대로, 차유진을 포함한 멤버들은 짧은 저녁 스케줄에 맞춰서 숙소를 나갔다.
내일부터는 콘서트 최종 연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터라 내가 빠지는 얼마 안 되는 공식 스케줄 중 하나였다.
“다녀올게. 잘 쉬고.”
“여차하면 매니저 형 불러!”
“잠시 후 10시쯤에 귀가해서 뵙겠습니다.”
“그래. 잘하고 와라.”
인파가 숙소에서 썰물처럼 사라졌다. 나는 놈들이 나가자마자 침대에 도로 누웠다.
“후.”
입에는 영상통화 열창의 답례로 김래빈에게 받은 반건시를 하나 문 채였다.
달달하군.
세상이 고요했다.
“……음.”
하지만 생각보다…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중요한 전공을 늦잠 자서 자체휴강한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생으로 스케줄을 빠지니 별 소득 없이 손해만 보는 느낌이다.
‘구상이나 해두자.’
일하는 시늉이라도 해야겠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당면한 문제 몇 가지를 떠올렸다.
최우선 순위는… 당연히 콘서트다.
‘솔로곡 무대 구성을 좀 바꿔야 하나.’
나 혼자 하는 무대다 보니, 혹시라도 부상이 덜 회복되었다고 무대 보는 맛이 확 떨어지면 곤란했다.
그리고 박문대가 굳이 휴가 중에 홀로 연습하다 다쳤다는 변명이 신빙성 있게 보이려면 이 방법이 제일 나았다.
‘실수하면 낙상과 손목 부상이 일어날 법한 무대여야겠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현재 다친 부위가 덜 회복되더라도 유동적으로 대응이 가능한 퍼포먼스라…….
‘흠.’
나는 몇 가지 옵션을 떠올려보다가, 하나에서 멈췄다.
“이게 제일 낫나.”
그리고 밤 10시를 좀 넘긴 시각.
나는 스케줄에서 돌아온 놈 중 하나를 불러냈다.
“아현아.”
“으응??”
“너 전공 관련해서 뭐 좀 물어봐도 될까.”
“어, 어??”
다 챙길 수 없다면, 순간 임팩트라도 살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