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187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87화
“와 개짜증 나네.”
자정이 넘은 시간, 김래빈의 개인 팬은 식빵을 뜯으며 인터넷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녀가 자정 전에 다녀온 테스타의 토요일 콘서트, 즉 중간날짜 콘서트는 첫날처럼 성황리에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애들이 여유가 생겨서 더 좋았음 멘트도 많이 쳐주고 앵콜 때도 싱글벙글 그저 행복 100%
-오늘의 벌칙조 : 선아현 차유진 배세진 그리고 또 김래빈ㅋㅋㅋㅋㅋ
-러뷰어들 퀴즈 틀리려고 아주 기를 쓰던데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님? 아님. 잘하고 있음 내일은 다 벌칙 해야ㅇㅇ
-김래빈 토끼귀 3연발 (사진)
그 퀄리티와 즐거움에 대해서는 여전히 두말할 것 없이 여론이 좋았다.
즉, 그날의 잡음은 다른 요소들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첫째는, 당연하겠지만 박문대의 무대 장치에 대한 회사 공지 때문이었다.
사과 대신 앞으로의 대책에 집중해서 쓴 입장문.
공산품 소비자를 상대하는 기업이었다면 그 방식이 혹시 통했을 수도 있었으나,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는 당연히 아니었다.
-미쳤나 봐
-진짜 애가 졸도한 게 맞았다는 거네 X새끼들아
-이렇게까지 책임회피만 가득한 글 오랜만에 본다 말꼬리마다 아티스트가~ 아티스트 의지가~ ㅋㅋㅋ돌았냐고
-장치 오류고 나발이고 서울까진 하겠다니 박문대 진짜 오졌다 막콘 벌써 기대됨
-역시 곰머 부상 탓이 아니라 소속사가 일을 안 한 거였네ㅋ 티원 이빨까지 말고 빨리 장치나 보강해 곰머 하고 싶은 무대 다 하게
-이제야 소속사에서 전문가를 붙였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그럼 지금까진 뭐했는데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애 졸도하게 만들어놓고선 장치가 아까우니까 서울 콘까지는 시키겠다는 거야? 와우
당장에라도 트럭과 죽창을 소속사 건물에 아낌없이 보낼 것 같은 사람들부터 자신도 그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것에 안도하는 사람들까지.
처음 루머가 퍼졌을 때처럼 다양한 반응이 또 각자 나왔으나, 이번엔 확실한 공통점이 있었다.
어느 쪽이든 소속사에 대한 평가가 바닥 이하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것이 박문대에 대한 걱정이든, 소속사의 무능력과 뻔뻔함에 대한 경멸이든, 하나로 수렴되며 날카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돈은 있는 줄 알았는데 소속 가수 안전에 쓸 돈은 없었나 봐
-티원 죽어 제발 죽어
-그냥 문대한테 회사 줘
그리고 이렇게까지 오니, 시니컬하던 사람들도 ‘소속사는 좀 패도 인정한다’는 식의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솔직히 머글이 봐도 이건 킹정이지?
-연습부상 실전사고 공지병크까지 삼진 아웃 크 티원 머기업 탈을 쓴 X소 기획사
-다음에도 하나하나 일일이 확인하느니 지금 제대로 패는 게 옳다
김래빈의 팬도 이쪽이었다. 다만 약간의 고정관념이 어려 있었다.
‘원래 소속사는 패야 말을 들어.’
어쨌든 그 모든 여론은 한 방향으로 흐르며, 콘서트만 끝나면 바로 공론화와 함께 폭발할 기세였었다.
그나마 기다려주는 것도 박문대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 위해, 그리고 다른 멤버의 개인 팬들과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박문대의 팬 중에서도 그냥 콘서트를 편하게 즐기고 싶었던 사람들이 다소 불편해할 만큼 타오르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 불 속에서 두 번째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다 끝났지.”
김래빈의 팬이 불퉁하게 중얼거렸다.
막상 둘째 날 콘서트가 시작하고 끝나는 순간, 살벌한 분위기는 눈에 띄게 사그라든 것이다.
이유는 하나였다.
…콘서트의 박문대가 편안하며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무대에 엄청나게 열중하면서.
-저화질 중계로 봐도 문대 얼굴 좋아 보인다..
-앵콜에서 슬로건 받아 가는 문댕댕 (사진)
-문대 엄청 신났네 티벳 없어 댕댕뿐이야ㅠㅠ
-어깨동무하고 울컥한 박문대ㅠㅠ 우리 사과떡 즙 넘친다ㅠㅠ (사진)
심지어 솔로 무대는 첫날보다도 더 박력이 넘쳤다.
무대 전까지 조마조마하며 지켜보던 팬들까지도, 중반 즈음에는 그 여유와 기세에 날카롭던 마음이 풀릴 정도였다.
-미친미친 박문대 미친
-최고의 아이돌 떡상을 시각화
좋은 무대를 만든 뒤에 자신들을 보며 행복해하는 아이돌을 마주 본다는 것은, 그 마음에 동조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완벽히 성공적인 순간을 공유하는 느낌.
당사자로부터 전염된 행복은 열 오른 머리를 살짝 식혀줬다.
그래서 박문대의 팬들은 회사에 보낼 피드백의 수위를 다듬기 시작했다.
화형에서 건실한 비판 정도로.
– 총대입니다. 이번 소속사 성명문은 익명 투표를 기반으로 작성 중이며, 안전에 강조점을 뒀습니다. (초안 첨부)
-차후 또 일 발생 시에 보이콧이 어디까지 갈지 잘 짚어야 됨
-비슷한 기미라도 보이면 티원 찐빵까지 보이콧할 거임 진짜
손톱을 물어뜯을 기세로 모니터링 중이던 T1 스타즈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 피드백에 대한 납작 엎드린 반응을 미리 준비하던 참이었다.
‘어휴.’
‘박문대 부상’, ‘박문대 사고’와 관련된 온갖 키워드란 키워드는 다 조합해서 검색하던 김래빈의 팬은 사그라든 분위기에 코웃음을 쳤다.
‘아 박문대가 이번 콘서트 즐기든 말든 소속사는 패야지~ 왜 박문대한테 자아의탁하고 있어??’
이 기회에 소속사를 쥐어짰어야 한다고 투덜거렸지만, 그래도 내심 그녀도 안심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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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Moon Baby
: XX1207 ‘마법은 너’ 프리뷰
(사진) (사진) (사진) (사진)
사랑해 내 별
#박문대 #TeSTAR #테스타콘 #E nchanted_ME #문댕댕 #Moond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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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행복해 보이긴 한다.’
앵콜에서 팬송을 부르는, 땀에 젖은 박문대의 얼굴을 보던 대학생의 표정이 흐려졌다. 전투력이 저화질 사진에 쪽쪽 빨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직후 도로 태세를 전환했다.
‘아니, 근데 행복해 보이니까 행복 못 하게 만들 뻔한 놈들을 더 패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맞는 거 아니야?’
씩씩거리던 대학생은, 혹시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나 한 번 더 확인해 볼 생각으로 힘차게 자신의 타임라인을 쭉쭉 갱신했다.
그리고 뜬금없이 그 글을 확인했다.
-돌출 앞 제일 좋은 자리에 카메라가 많아서 VOD 용인 줄 알았는데ㅋㅋ 아주사4 촬영이네 와… (사진)
“…!!”
첨부된 사진에는 시즌 4의 로고가 선명히 박힌 카메라가 찍혀 있었다.
이날의 진정한 잡음, 시즌4 참가자들의 콘서트 관람 소식이 인기 글로 공유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
팬들의 SNS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여기저기에서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오늘 테스타 콘서트에서 목격된 아주사4 파이널 참가자들.jpg] [아주사4에 테스타 콘 나옴?]“뭐야?”
화룡점정은, 이것을 ‘바이럴을 탄다’며 기뻐한 제작진들이 언제나처럼 어그로를 끈 점이다.
[ 국민돌 테스타가 파이널 참가자들을 응원합니다☆ 블링블링 콘서트는 덤! (EP.14 예고편)]바로 당일 새벽에 이 동영상을 파이널 예고편이랍시고 풀어버린 것이다.
* * *
나는 찬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내일도 콘서트가 있으니 과음할 생각은 없고, 긴장을 풀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됐나.’
콘서트가 끝난 뒤. 숙소의 욕조에 누워서 확인한 여론은 폭주 중이었다.
‘일단 공지는 그럭저럭 괜찮았어.’
부상 후유증은 굳이 명시하지 않고 장치 고장만 공개한 것.
서울 콘서트까진 무대를 강행한 것.
모두 콘서트 관객들 간의 괜한 의견 차이를 봉합해 버리기 위한 것이었다.
‘박문대는 완치되었는가’를 신경 쓴 사람이든 ‘해당 연출의 무대를 내가 볼 수 있는가’를 걱정한 사람이든 간에, 둘 다 적당히 만족하도록 말이다.
‘아예 논쟁이 화두에 안 오르게 가른 거지.’
예상대로 그 화제는 주춤했다.
그리고 추가 구설수를 막기 위해, 나는 콘서트에서의 모습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보여주려 노력했다.
…다만, 내 기분을 좋은 의미로 신경 쓰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박문대가 행복해 보인다는 게 이렇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나?
“……음.”
좀 당혹스럽긴 했으나… 나쁘진 않았다. 덕분에 오늘 콘서트를 좀 무리한 것 같지만.
‘바쿠스500이 있으니 괜찮겠지.’
계산대로라면 내일까진 체력을 잘 회복할 것이다.
예측과는 좀 다른 방향이었지만, 소속사에 쏟아질 비난도 한 번 주춤하며 예상 범위에 안착하게 만들 수 있었고.
‘이제 다른 걸 최종 계기로 폭탄 터져도 회사의 원망이 나한테 직접 안 온다.’
최종 원인이 내가 아니니 말이다.
‘ 시즌 4 때문에 박살 나는 거니까, 소속사도 Tnet을 원망하겠지.’
그리고 사실, 그 폭탄은 이미 터지고 있다.
“흐음.”
나는 Tnet이 방금 올린 파이널화 예고편을 화면에 띄웠다.
[안녕하세요 테스타입니다!]콘서트 복장을 걸친 낯익은 놈들이 웃으며 꾸벅 인사를 한다.
어차피 죽을 거 화려하게 죽어보라고, 굳이 파이널 응원 인터뷰를 거부하지 않았다.
‘그래도 최소한 선은 지키려는지 참가자들과 직접 대면하는 컷을 찍진 않았지만.’
그 덕분에 멤버 중 누구도 굳이 걱정하지 않고, 콘서트가 끝나 기진맥진한 상태로도 웃는 얼굴로 응원과 격려의 말까지 촬영했다.
근데 설마 그걸 황급히 편집해서 자정에 곧바로 파이널 예고편으로 때려 버릴 줄이야.
‘평소라면 욕을 먹으면서도 화제성으로 소화해 버렸을 텐데. 안 됐군.’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내 케이스 때문에 다른 멤버들의 팬 사이에서도 소속사 이미지가 극히 최하점을 찍은 순간이니까.
‘소속사랑 묶어서 욕먹기 딱 좋겠어.’
대충 ‘콘서트 투어 홍보 겸 나오나 보다’ 같은 말로 비비고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당장 ‘좋아요’보다 ‘싫어요’가 많은 동영상 하단에는 온갖 댓글이 줄줄 붙어 있었다.
-와! 콘솔 앞 중앙 자리 30석이나 처먹은 프로!^^
-지겹다 아주사 뇌절 그만 좀 해
-안 그래도 자리 없어서 난린데 옛적에 손절한 프로그램이 어디서 콘서트까지 기어 들어와ㅋㅋㅋ
-ㅋㅋㅋ찐빵 보이콧한다는 말 농담으로 한 건데 찐으로 하게 생겼어요ㅠㅠ
그리고 테스타의 팬들이 소속사와 엮어서 분노한 덕에, 시즌 4 참가자들은 평상시라면 도리어 먹었을 욕을 덜 먹었다.
회사 욕하는데 끼워줬기 때문이다.
-이 쓰레기 같은 프로그램에 인질 잡혀서 또 갓기들이 고통받고 있어ㅠ 너희도 다 탈티원하자
-데뷔도 안 한 애들을 남돌 콘에 보내서 환호하는 그림을 따요? 아 각 잡힌다 보내버리고 싶은 애한테 환호 편집 몰아주겠네ㅋㅋㅋ뻔하지
-그냥 참가자들이나 한 컷 더 보여주시죠 한 장면 한 장면이 아까운 이때 남자 아이돌 보고 싶은 사람이 있겠습니까?
공격당하기 싫은 시즌 4 팬들은 열심히 T1과 Tnet을 함께 공격하기 시작했다.
체급이 안 맞는 데다가, 앞으로도 계속 엮일 게 분명했기 때문에 굳이 밉보이고 싶지 않아 다소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물론 기본적으로 를 보면서 Tnet에 쌓인 분노도 충분했겠지.
나는 혀를 찼다.
‘…이 새벽에 전화 가고 난리 났겠군.’
소속사 꼴이 뻔했다.
나는 회사의 일반 직원들에게 잠시 동정심을 가졌으나, 내 코가 석 자라는 것을 깨닫고 그만두었다.
‘그래도 이 투어만 잘 돌면 상태이상 조건은 너끈히 채울 수 있어.’
그리고 그렇게 되면, 나는….
“…박문대! 거기 있어?”
“…!”
욕실 문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둔탁하게 수증기를 뚫고 들렸다.
“음. 네.”
…너무 오래 여기 앉아 있었나 보다. 나는 미지근해진 물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대충 물기를 닦아내 옷을 입고, 빈 맥주 캔을 들고 문밖으로 나왔다.
밖에 서 있던 것은 배세진이었다.
‘화장실이 급했나….’
일부러 다른 놈들 잘 때까지 기다린 건데, 다른 화장실들도 이미 다른 누군가가 쓰고 있나 보다.
나는 목례하며 놈을 지나쳐 쓰레기통으로 가려 했다.
하지만 어깨를 잡혔다.
“너, 너.”
“예?”
뭐냐.
배세진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힐끗힐끗 한 쪽을 보며 말했다.
내 손에 들린 빈 맥주캔이었다.
“술 너무 마시는 거 아니야…?”
이건 또 무슨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