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197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97화
테스타의 리얼리티는 시즌 2에 접어들어서도 화제성을 유지했다.
아니, 도리어 대중성의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나은 성적표를 받았다.
TV에 편성된 시즌 1이 괜찮은 시청률을 올리며 시즌 2는 TV 방영까지의 텀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단, 일주일.
게다가 위튜브 편집과 TV 편집 분량이 약간 차이가 나니 골수팬들은 둘 다 챙겨보게 되었다.
물론, 네티즌의 친절하고 빠른 노동력을 이용하는 시청자들이 더 많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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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홀 TV 추가 컷본 (1/3)]: (영상)
0:43 차고영 할머님 인터뷰
3:58 휘파람 부는 큰세
5:02 박문대 미소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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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님 픽은 청우구나… 역시 내 남자야
└발 닦고 자라
-ㅁ미미친 이세진 휘파람까지 잘 부냐 너 대체 어디까지 가냐
-서비스 주면서 웃어? 박문대 유죄
이후 테스타라는 그룹 자체가 대중에게 예능적 측면에서 이 정도로 직접 노출된 적은 처음이었다.
당연히 팬들은 즐겁게 이 영업 타이밍을 즐겼다.
한동안 VTIC이 혼자 싹 쓸어갈 줄 알았는데, 테스타가 이렇게 비활동기에도 치고 나오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시즌 2의 1, 2화가 방영된 첫 주만 해도 인터넷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개씩 인기 글이 오르락내리락했다.
다음 주에 이어서 공개된 관광 편인 3, 4화에서도 기세는 죽지 않았다.
[테스타의 마니또 관광!]이번 관광에서 멤버들은 뽑기를 통해 서로의 마니또가 되었다.
[김래빈 : 청우 형이십니다!] [류청우 : 아, 문대네요.] [배세진 : …이세진.]그리고 자신이 뽑은 멤버가 사전에 고른 ‘받고 싶은 선물들’ 중 하나를 들키지 않고 관광 기념품으로 사야만 했다.
벌칙을 면제받기 위해 기를 쓰며 팔자에도 없는 스파이 노릇을 하는 테스타를 보고 웃자… 는 기획이었으나.
[PD : 멤버를 생각하는 깊은 우정! 우정의 힘을 보여주는 관광이 되겠네요!] [류청우 : 아, 그렇네요!] [류청우 : 그럼 서로 모른 척하자.] [제작진 : !!!!]류청우의 악의 없는 투명한 파훼법으로 완전히 망했다.
멤버들은 일렬로 서서 쇼핑몰에 한 명씩 들어간 후 완전히 포장된 선물상자를 가지고 나왔다.
[PD : 여, 여러분. 누가 마니또인지 안 궁금하세요?] [이세진 : 네~] [김래빈 : 어차피 반나절 후면 공개될 정체이니 견딜 만한 것 같습니다!]PD의 처절한 애원에도 테스타는 미동도 없었다.
게다가 차유진은 PD의 말을 질문으로 잘못 이해하기까지 했다.
[차유진 : 아! 저요!] [PD : 아, 역시! 유진 씨는 궁금하시죠~?] [차유진 : 아니에요! 저 알아요! 마니또 스페인어에요! 친구!] [박문대 : !!] [문대는 막내의 유식함이 낯설다….]머리를 부여잡는 PD와 표정 없이 감탄하는 박문대가 개그감 넘치게 교차편집되었다.
어차피 전 화에서 영업하면서 PD에게 실컷 당하는 웃음 분량을 뽑았기 때문에 가능한, 클리셰를 부수는 전개였다.
게다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방송 후반에는 단순히 즐거움뿐만 아니라 전문성과 훈훈함까지 챙겼다.
실컷 사파리와 쇼핑몰을 탐방하고 온 날 저녁.
[이세진 : 우리 저기서 짠 한 번 할까요? 음료수로요!] [류청우 : 그럴까? 어때?] [선아현 : 전 좋아요…!] [배세진 : 음료수만 시키자.]마치 멤버들이 펍에서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뻔한 편집 점을 만들 것처럼, 이런 대화로 시작한 분량은 한 요소 때문에 속성이 변했다.
[이세진 : 저거 무대에 노래방 기계인가? 아 여기 노래방 컨셉이네!]테스타가 들어간 곳은 노래방 기계가 있는 가라오케 바였던 것이다.
[류청우 : 그러고 보니 문대가 노래 부르고 싶어 하던 것 같던데.] [박문대 : 제가요?] [이세진 : 와~ 박수!!] [박문대 : (티벳)]그리고 테스타는 장난을 치다가 얼결에 노래방 기계를 부여잡고 노래를 부르게 된다.
[박문대 : (열창)] [선량한 선술집에서 프로의 깽판] [이럴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 부른다…….]비록 자막은 장난스러웠으나 실력만은 과하게 확실했다.
그리고 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조명되는 테스타의 본업이기도 했다.
[쏟아지는 함성과 박수]그것을 전혀 인지도가 없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인증받는 것은 시청자에게 묘한 대리만족을 줬다.
게다가 박문대뿐만 아니었다.
[이세진 : 형님~ 한 곡 하시죠?] [류청우 : 그럴까? 래빈아, 같이 부를래?] [김래빈 :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멤버들은 혼자, 혹은 둘, 셋씩 돌아가며 노래방 기계를 이용했다.
한국 곡은 거의 없었으나 어차피 팝송 몇 곡은 다들 부를 줄 알았기에 상관없었다.
나중에는 분위기에 취해서 모르는 손님과 함께 소싯적 미국 보이밴드 곡을 부르며 춤을 추는 경우까지 나왔다.
[차유진 : You got a vibe~ (님 좀 하신다는 뜻)] [손님 : I know! (취했다는 뜻)] [이 멋쟁이 손님은 감동적이라며 술까지 샀습니다]이렇게 간간이 웃음 코드를 살리면서도 본질적으로는 음악 예능적인 성격까지 충족했기에 볼거리가 더 풍성해졌다.
테스타는 괜히 무리하게 본인들의 곡을 부르거나, 홍보성 멘트를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시간을 흘렸다.
덕분에 시청자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컨텐츠만을 즐길 수 있었다.
[선아현 : 저, 우리 여기서 더 시키면 빚인 것 같아…!] [이세진 : 어이쿠] [박문대 : 슬슬 일어나죠.]그리고 끝으로 차유진의 집에 복귀했을 때, 서로 선물을 주는 컷으로 훈훈함의 정점을 찍었다.
[류청우 : 문대가 방석을 유진이한테 양보했잖아. 그래서 골라봤어.] [선아현 : 내가 준비한 건 손목 받침대야. 아무래도, 래빈이는 컴퓨터를 많이 쓰니까….]그렇게 의좋은 컷으로 마무리되려는 순간.
[차유진 : 팝콘 맛있어요!] [배세진 : ????]카메라는 차유진이 주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초대형 팝콘 통을 받고 얼이 빠진 배세진을 비췄다.
배세진의 항의가 뚝 잘리더니 평화로운 BGM과 함께 자막이 떴다.
[판독 결과] [배세진 씨의 선물 목록에는] [간식이 있었습니다.] [차유진 대승리]그리고 컷은 결국 뒤뚱거리며 팝콘통을 옮기는 배세진을 엔딩으로 잡았다. 마지막을 폭소로 장식하니 뒷맛이 좋았다.
이후 맛깔나는 예고편까지 더해져서 기대감을 살리는 것까지 훌륭한 예능이었다.
그러니 반응이 계속 우호적일 수밖에 없었다.
-진짜 개재밌다
-이거 시리즈로 다른 아이돌들도 쭉 제작해주세요ㅠㅠ
-테스타라서 재밌는 것 같은데 테스타랑 오래 합시다
-요새 진짜 수요일만 기다리면서 산다 제발 오래오래 가요~
물론 타 그룹의 견제성 댓글도 있었지만, 슬슬 정말 예능 자체만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생길 정도의 인기가 눈에 보였다.
당연하지만 팬들은 비명을 지르며 외치기 시작했다.
-제발 이 뽕 가시기 전에 컴백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됨 티원 놈들아
-뭐라도 홍보를 해 새끼들아
이 예능 특수를 그냥 보낼 수 없다는 필사의 외침이었다.
시상식 시즌 때야 확실한 유입 요소-시상식 무대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덜했지만, 지금은 다른 스케줄에 대한 기약이 없었기 때문이다.
-투어 추가 같은 거 하면 어쩌냐 국내 괜찮은 줄 알고 더 과감히 해외 돌려버리기 가능성 넘치고요
-미ri내 데뷔 다음 달이라던데 우리 애들 일정 밀리는 거 아닌가
-아 이 새끼들 감 없는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 불안한데;
-설마 이대로 리얼리티 계속 뇌절하겠다는 건 아니지 제발 단물 다 빼먹지 말고 박수 칠 때 본업 가자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다음 주 리얼리티가 방영되기도 전에 새 소식이 떴다.
바로 서울 앵콜 콘서트 소식이었다.
-드디어
-미친 너무 좋아
-오랜만에 애들 얼굴 보겠다ㅠㅠ
└티케팅을 성공하셔야 보러 가지
└오장육부를 팔아서라도 성공할 예정
투어 스케줄 추가에 대해 걱정하던 것이 거짓말처럼, 팬들은 서울 콘서트 추가에 기뻐했다.
단순히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은 아니었다. 본진인 한국에서의 콘서트는 컨텐츠 확장성이 있었다.
일단 입국한다는 뜻이니, 효율성을 고려해 곧바로 재출국보다는 이어서 국내 스케줄을 소화하는 구조로 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가령 새 앨범 컴백 같은 것 말이다.
-피크닉 이후로 몇 달 안 지난 거 안다 나도 양심이 있지 싱글로 만족할게
-하다못해 행사라도 잡히면 오프 뛸 기회가 더 생기잖아
-문대아 기다려라 누나 적금깨고 온다.. 이번에야 말로 팬싸 갈 거야ㅠㅠㅠㅠ
심지어 테스타는 지난 첫 콘서트에서 신곡을 공개한 전적까지 있었다.
‘혹시 컴백이 멀지 않았나?’ 하는 기대감으로 테스타의 팬 커뮤니티 여기저기가 설레발을 치기 시작했다.
-래빈이 방금 아현이가 준 손목 받침대 인증했다 아무래도 작업 중인 걸 어필 하는 것 같음
심지어 멤버들이 올리는 모든 SNS를 컴백 힌트라는 창조적 해석까지 할 타이밍.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소속사에서 활동 예고가 뜨긴 했다.
-어?
다만 테스타가 아니었다.
후배의 데뷔 예고 영상이었다
-아 ㅅㅂ 소속사 채널 공유 벌써 귀찮네
-그냥 앞으로 서로 그룹 공식 채널에 올리는 게 낫지 않나
-애들은 귀엽다 응원함ㅇㅇ
테스타 팬들은 투덜거리면서 영상을 무시하거나, 호기심에 살짝 클릭해보기도 했다.
다만 클릭한 이유가 묘한 위화감을 느껴서인 사람들도 있었다.
‘magic? …마법?’
‘배경색이 보라색…….’
그리고 그들은 영상의 첫 장면부터 어딘가 익숙한 미쟝센을 마주하게 된다.
[…….]해가 땅끝에 걸린 가운데, 주홍빛으로 물든 창가에 서 있는 교복 입은 청소년이 뒤를 돌아본다.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이었다.
-마법소년이잖아
연상작용이 너무나 또렷했다.
* * *
한국 시각 기준 새벽 한 시.
나는 스케줄 이동 중 비행기 시트에 걸터앉아서 한 시간 전 업로드된 영상을 보고 있다.
놀랍게도 항공사에서 와이파이를 제공하더라고.
“음.”
화면에서는 교복을 입은 아이돌이 창가에서 아주 익숙한 구도로 잡히다가, 문득 창문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어두운 밤 거대한 거미줄 위로 떨어지며, 고치로 변하면서 페이드 아웃.
‘마법소년’이 연상되는 장면은… 처음 딱 3초가량.
“오.”
머리 좀 썼군.
나는 피식 웃으며 영상을 껐다.
사실 이미 건너건너 들었다.
후배 그룹의 타이틀은 본인들이 작사작곡한 이전 후보곡으로 최종 결정되었다는 것을.
그럼 이건 무엇인가?
‘어떻게든 한계까지만이라도 벗겨 먹겠다는 거지.’
‘마법소년’ 이용해 먹는 걸 미리내의 타이틀 홍보용으로 한탕 땡기는 선이라도 해보고 싶단 것이다.
단편적인 ‘오마주’ 선에서 변명될 수 있는 정도로.
테스타 팬들이 대놓고 공론화해서 화내도 여론 지지를 받기 애매하도록 어그로만 살살 끌어 먹는다.
내 조언을 들은 후배의 설득은 알맹이만 빼먹고, 내가 깔아놓은 덫은 슬쩍 건드리기만 한 것이다.
‘…머리 잘 굴렸군.’
그래. 인정하겠다.
누구 생각인지는 모르겠는데, 내 생각보다 지능 있는 선에서 회사가 의사결정을 모은 모양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기분이 나빴다.
‘이거 안 되겠네.’
어떻게든 본인 그림대로 조금이라도 공을 세우려는 게 느껴지지 않나.
‘총알 맞는 당사자들 놔두고 자기들끼리 의사결정 하는 게 영 꼴 뵈기 싫은데.’
당장 반년 뒤의 내 거처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굳이 안 했던 짓까지 슬슬 당긴다.
‘파벌을 찢자.’
회사에 분란을 좀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