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20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0화
보물찾기를 통해 얻은 두 개의 골드 볼 안에는 각각 쪽지가 들어 있었다.
[기타] [화관]“……아.”
답 없네.
기타? 못 친다.
화관? 외모 스탯 A등급이나 컨텐츠로 비빌 수 있지 않을까.
아니, 내가 지금 가진 포인트를 모두 외모에 쏟아부어도 화관은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친근감과는 아무 연관 없는 아이템이니까.
두 아이템 모두 객관적으로는 등급이 높을 만한데, 나한테는 지뢰인 것이다.
‘미치겠군.’
큰세진이나 골드 1이 안 고른 쪽지하고 교환해 봐야겠다. 안 되면 다른 참가자하고라도.
몸을 돌리려는 순간, 집합지로 참가자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20초 남았습니다~
“어어어!!”
“야, 잠깐! 잠깐만!”
안내방송을 듣고 볼을 뺏기지 않기 위해 황급히 집합지로 질주한 것 같았다.
저 틈을 뚫고 트레이드 요청을 하는 게 가능한가?
회의적인 예감이 들 때쯤, 아는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선아현이었다.
손에는 갈색 볼이 들려 있었다.
저 성격으로 브론즈 볼이라도 하나 건진 게 용하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표정을 보니 뽑기는 망한 모양이었다.
그때, 이미 열린 브론즈 볼 안의 쪽지가 눈에 들어왔다.
[냉동식품]잭팟이다.
나는 얼른 인파를 헤치고 선아현에게 다가갔다.
-5초 남았습니다!
선아현은 당황한 눈치였다.
-5!
“저, 저…….”
“기타 칠 줄 알아?”
-4!
“그, 어, 치, 칠 수는 있…….”
“꽃 좋아해?”
-3!
“으, 으으응.”
“그럼 바꿀래?”
-2!
“어, 어어?”
긍정으로 받아들이겠다.
-1!
나는 내 손에 들린 골드 볼 두 개를 넘겨주고 브론즈 볼을 휙 가져왔다.
-땡! 보물찾기 마감합니다!
선아현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주변에서 환호와 탄식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나는 손에 들린 브론즈 볼을 흐뭇하게 내려다보았다.
훌륭한 트레이드였다.
브론즈 볼 하나를 골드 볼 두 개로 바꿔줬는데 설마 욕먹진 않겠지.
* * *
의 PR 라이브가 시작되기 직전 목요일 오후 7시 50분.
인터넷의 관련 커뮤니티와 SNS는 온갖 의견이 난무하며 흥분해 있었다.
-77명 동시 생방 같은 낭비를 이번 시즌에도 한다고?ㅋㅋㅋ 망하고도 정신 못 차렸네 어휴ㅋㅋ
-미친놈들 PPL 구리다니까 대놓고 광고를 해? 진짜 천박하다
-★☆김래빈☆★이 이 얼굴로 라이브를 한답니다 아무 말도 안 해도 갓 컨텐츠죠? (사진)
-우리 유진이가 안마의자를 광고해도 바로 산다.
-이런 상술에 놀아나는 개돼지들 진짜 짜증 나
└영상 링크로 구매하면 수익 전액 기부라는 데요?
└하여튼 빠순이는 별걸 다 믿어ㅋ 응 다음 개돼지~
-부디 참가자들이 상처받는 일 없이 잘 끝났으면 좋겠어요ㅠㅠ
└그게 제일 꿀잼인데ㅋㅋㅋ 뭐래
온갖 인간군상이 자아를 표출하는 혼란의 도가니탕이었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참가자에 대한 언급량이 몇 배로 뛰었다는 것이다.
1화를 보고 참가자 자체에 호감을 느껴버린 사람들은 정말 컨텐츠에 대한 기대감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오후 8시 정각.
위튜브 채널에 ‘실시간 방송’ 표시가 떴다.
-야 떴다.
-오
-들어간다
-야근 중이라 못 보는데 시청자 수 중계 좀 해줘 누가 1위냐
└차유진임 와 꼴찌하고 천배 차이남ㅋㅋㅋ꼴찌 7명 보네 불쌍ㅠ
-원길이 사과머리했어ㅠㅠ다들 보러와조
-미친 선아현 화관 썼는데 미친 얼굴
곧 온갖 참가자들에 대한 영업글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자기 할 말만 하는 댓글들이 넘쳐나며 악의적인 댓글을 덮을 지경이었다.
그때였다.
-엥 누구 먹방 찍는데
└? 무슨 말임
└아니, 뭘 되게 본격적으로 먹고 있음
└뭔 소리임 자기소개 영상에서?
└아니, 진짜야;; (링크)
흥미를 느낀 몇몇 사람들이 링크를 누르고 들어가자.
“안녕하세요.”
박문대의 얼굴이 화면에 나왔다.
손에 닭발을 들고.
참가자들은 실시간 댓글을 보지 못했지만, 박문대의 라이브 댓글은 이미 터져 나가고 있었다.
-아니, 문대야 왜 닭발을 들고 있어
-ㅋㅋㅋㅋㅋㅋㅋ문대가또
-팝콘에 이어서 무뼈닭발이 등장했다
-자기소개 영상 아니었나요 갑분닭발 실화냐
-대체 왜 이걸 골랐어 벌칙이니?ㅋㅋㅋ
-진짜 너무 소통하고 싶다 너무 물어보고 싶엌ㅋㅋㅋㅋ
댓글창과 대조적으로, 박문대는 손에 든 닭발을 대수롭지 않아 하며 말을 이었다.
“음, 제가 오늘 홍보할 제품은… T1푸드에서 나온 (진)직화무뼈닭발입니다.”
박문대는 철판까지 본격적으로 세팅된 식탁 앞에 앉아 있었다.
일회용 장갑을 낀 손에 들린 무뼈 닭발은 먹음직스러워 보이긴 했으나, 다른 참가자들의 동영상 썸네일과 비교했을 때 굉장한 괴리감을 주었다.
“일단… 먹고 리뷰 하겠습니다.”
박문대가 호쾌하게 한입에 닭발을 털어 넣었다. 그리고 열심히 씹더니, 삼키고 나서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불맛이 좋고, 너무 맵진 않아서 계속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잡내가 없어서 뒷맛이 깔끔하네요. 식감도 오독오독 좋습니다.”
-얘 혹시 먹방 전문 위튜버 출신임?
-니 얘기를 하라고! 먹을 거 얘기는 대충 해도 돼 문대야ㅠㅠ
-포기하자 팝콘도 열심히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음
-ㅋㅋㅋㅋㅋㅋ아 진짜 웃겨
-우리 문대 사회성이 없어서 그렇지 착한 아이구나
리뷰에 진심인 박문대의 모습에 댓글은 아우성을 쳤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분위기가 또 바뀌었다.
박문대의 먹방이 생각보다 볼 만했던 것이다.
-근데 진짜 잘 먹는다
-안 흘리고 덥석덥석 입에 잘 집어넣네
-씹는 거 오물거려서 귀여움ㅠㅠ
-상견례 자리에서 입 다물고 밥만 먹어도 점수 딸 듯
-닭발 깻잎에 싸서 먹어주면 좋겠어 문대야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션 마렵다
-입에 안 묻히고 쏙 먹네 오구오구
-역시 잘 먹는 게 보기 좋다
그리고 박문대는 열심히 리뷰를 이어갔다.
닭발과 함께 먹으면 좋다며 참치마요 삼각김밥까지 꺼내 드는 통에 댓글창은 한 번 더 뒤집어졌다.
그쯤 되니 SNS와 커뮤니티에 글까지 올라왔다.
[실시간 먹방 중인 아주사 참가자.jpg] [헐 박문대 닭발 먹는다] [메인보컬인 줄 알았던 내가 위튜브에서는 먹방 스타?] [박문대 PR 영상 미친 것 같엌ㅋㅋ]시청자 수가 삽시간에 불어났다.
원래도 제법 상위권이었던 박문대의 시청자 수는 이제 5위 안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댓글은 볼 수 없었지만, 시청자 수는 볼 수 있었다. 박문대는 어느새 만 단위를 돌파한 시청자수를 보고 눈을 껌벅거렸다.
“시청자분이… 많으시네요.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문대야 그거 아니야 이제 니 이야기를 하라고ㅠㅠ
-왜여 먹는 거 보기 좋구만
-신입 먹방 비제이임? 잘 먹네
-아이돌 오디션 참가자에요!
-노래 잘하는 참가자임ㅋㅋㅋ
-근데 왜 먹어요?
-그걸 모르겠음ㅋㅋㅋ
-우리도 그걸 몰라욬ㅋㅋㅋㅋ
-이렇게 노래 한 소절 안 하고 꿋꿋이 먹기만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박문대는 삼각김밥의 맛까지 상세하게 리뷰하는 중이었다.
그때, 박문대 책상 구석에 있던 시계에서 알람이 울렸다.
“아, 시간이 다 됐습니다.”
PR 영상 라이브에는 기본적으로 10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그리고 시청자수와 좋아요수를 수치로 환산해서 상위 33명만 추가 시간 5분과 특별선물을 받았다.
박문대는 ‘이 새끼들은 광고까지 시키면서 양심없이 구네’라고 생각했지만, 당연히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꾸벅거렸다.
“끝일 수도 있으니 미리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문대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는 것처럼 뜸을 들인 후에, 말을 덧붙였다.
“… 2화 많은 시청 바랍니다.”
-제작진이 준 예시 문구라는데 천원 건다
-얘 진짜 빈말 못햌ㅋㅋㅋㅋ
-괜찮아 문대야 귀여우니 됐다
-맞아 귀여움
-노래도 잘하는데 먹기도 잘하는구나 내새끼 할미는 행복혀
-ㅋㅋㅋㅋ다들 스며들었네 진짜 웃기다ㅋㅋㅋㅋ
박문대의 인삿말 이후 10초쯤 지났을까, 갑자기 화면에서 벨소리가 들렸다.
“아, 결과가 나왔나 봅니다.”
박문대는 책상 아래에서 투박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제작진에게 결과를 문자로 받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박문대가 33위 안에 들고도 남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던 댓글들은 다른 것에 주목하고 있었다.
-저거 효도폰이잖아
-알뜰하네
-야무지네
-사과폰 안 쓰면 미개인 취급할 것처럼 생겨서 효도폰을 쓰다니… 왠지 끌리는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들 미쳤나봐
-문대야 누나가 사과폰 사줄게 우리문대 데뷔하자ㅠㅠ
박문대야 어차피 예산 안에서 최소한의 생활을 꾸리느라 공짜폰을 고른 것이었지만, 의외의 시너지가 나오고 있었다.
어쨌든, 박문대 역시 자신의 고순위를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과는 긴장감 없이 발표되었다.
“아, 저는 33위 안에 들어서 방송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5분간도 잘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진행하겠습니다.”
박문대는 꾸벅 고개를 숙이더니, 곧 다시 닭발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또 호쾌하게 한입에 넣었다.
-ㅋㅋㅋㅋ먹방으로 잘 부탁하는거임?
-본인은 진지한 게 제일 웃겨ㅋㅋㅋㅋㅋ
-아니 추가시간에라도 자기소개 좀 해줰ㅋㅋㅋ
-아아악ㅠㅠ 문대야 그런 거 말고 TMI를 풀어줘 좋아하는 색은 뭔지 고양이파인지 개파인지 하다못해 mbti라도 알려달라구ㅠㅠㅠ
댓글이 올라오는 속도가 어마무시하게 늘어났다. 박문대가 보고 있었더라도 읽지 못할 수준이었다.
그때, 박문대의 스마트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에도 제작진이었다.
‘뭐지? 아, 특별선물인지 뭔지 그건가.’
“제작진분들께 또 다른 공지가 내려왔습니다. 잠시만….”
박문대는 문자를 확인했다. 꽤 장문이었다.
[참가자 특별선물! 바로 시청자분들과의 소통입니다!지금부터 시청자 도네이션이 가능합니다! 참가자는 기준금액 이상 도네이션 팝업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시청자분들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도네이션 금액 전액 기부 반드시 공지!)]
도네이션 금액을 전액 기부한다는 것은 혹시 모를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도네이션은 참가자가 받고, 기부는 프로그램 명의로 진행될 것을 고려하면, 솔직히 얄미운 짓이었다.
‘지들 돈 안 쓰고 이렇게 때울 줄 알았지.’
박문대는 심드렁하게 생각하면서도, 순순히 문자를 그대로 소리 내어 읽었다.
-도네이션??
-어그로 차단하려고 만원으로 잡았나보네
-야 기부는 무슨 기부냐 참가자나 주지 지들 체면만 챙기려고 하여튼;;
-참가자 주면 또 천박하다고 욕할 거면서 입만 살았지 하여튼;;
-문대한테 치킨값 쏘면 치킨 먹방해줌?
-망주사 구멍가게 수준 오졌고
제작진을 욕하는 댓글이 대다수였으나, 그렇다고 도네이션이 없었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곧바로 화면에 첫 팡파르가 터졌다. 도네이션 알림이었다.
-미친 개빨라
-치킨각임?
-ㅋㅋㅋ빨리 누가 물어봐 줘 왜 닭발인짘ㅋㅋ
“아, 123님. 감사합니다….”
박문대는 진한 현타와 싸우며, 화면에 뜨는 도네이션 글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