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225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25화
룸메이트 설득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내가 인터넷 안 본 지 꽤 됐는데, 그동안 딱히 금단증상 같은 반응은 없었지.”
“으응. 머, 멀쩡했어. 문대야…!”
“그러니까 애초에 중독이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봤던 게 맞는 것 같다.”
“어, 어어어?”
“네 말대로 너무 과해지면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겠지만… 좀 쉬면서 감 잡았어.”
설마 이렇게 말이 연결될 줄은 몰랐는지 선아현이 입을 못 다물었다.
“이제 스트레스 수준 되기 전에 알아서 조절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무, 물론, 문대가 잘하겠지만…”
그리고 여기서 변화구를 넣는다.
“네 덕분이다. 고마워.”
“…!! 아, 아니, 문대가 잘 조절한 건데 뭘…!”
“그래. 앞으로도 잘 조절해서, 스트레스 없는 선에서 모니터링할게.”
끝이었다.
이후 선아현이 어째 사기당한 몰골로 멍하니 스케줄에 끌려다녔으나 곧 회복했으니 된 거겠지.
그렇게 휴식 시간을 이용한 자유로운 모니터링 재개에 성공했다.
“내일 컨셉 포토 촬영 7시부터 준비 시작하신다니까 늦게 자진 말자.”
“네넵!”
그리고 오늘의 할 일이 끝난 밤.
‘오랜만인데.’
나는 침대에 눕자마자 일단 관련 커뮤니티를 한번 쭉 훑었다.
과거에서부터 천천히.
일단, 초반에 몰아서 촬영해 둔 는 케이팝 지옥캠프에서 슬슬 벗어나며 힐링캠프를 겸업 중이었다.
그 부드러운 노선 전환이 시청자들한테 제대로 먹힌 모양인데, 덕분에 테스타가 아직도 제법 점수를 따고 있었다.
-선아현 특별 무대 혼성하니까 덩치 차이 개설레 ㅅㅂ꽃사슴인줄 알았는데 엘크잖아
-ㅠㅠ이세진을 고소합니다 관종 외국인한테도 친절해서 러뷰어를 설레게 만들었습니다
-배세 선글라스 화보 도랏다 미국놈들아 보았냐 이게 바로 배우 출신 케이돌의 위엄이다 (사진)
일단 일반인 참가자들과 능력치와 여유가 비교되니 편집부터 뽕이 제대로 차오르게 만들어 준 것 같았다.
내 분량은 초반에 몰려 있어서 크게 변동은 없다만, 비하인드 씬이 풀리면서… 귀엽다는 말은 좀 많군.
-문대 진짜 열심히 배운다 얼마나 아이돌에 진심이면 매번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고ㅠㅠ
-혼자 무슨 생각해 귀엽게 서서ㅠㅠ(쉬는 시간 구석 캡처)
-선배님 말할 때마다 귀 쫑긋쫑긋하는 게 너무 귀엽다
네? 안 보인다구요? 그럴 리가 (강아지 귀 합성한 GIF 파일)
하필 그 비하인드 씬이 청려와 진행했던 특별 무대 연습 카메라라는 것만 빼면 다 좋았을 것이다.
-둘이 예능도 같이하더니 친한가 봐 무슨 라인이라고 불러야 하지 대천재명석아이돌 라인? (김칫국
‘…선 넘네.’
팬이 아니라 예능 비하인드 편집이 말이다. 나는 빠르게 이 날짜 반응을 넘겼다.
그리고 검정고시.
이건 시각자료 올려준 놈들 덕인가, 의외로 다들 훈훈하다는 반응이 전반적이긴 한데…….
“…?”
뭐냐 이놈들은.
-곰머 이것도 보고 있지?ㅋㅋㅋ기싸움 오진다
왜 혼자만의 싸움을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긁으려다 실패하고 지친 새끼들의 흔적이 역력했다.
‘1승 날로 먹었군.’
…선아현의 조언이 정말 타이밍 좋게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옆 침대로 눈을 돌렸다. 마침 눈이 마주쳐서 부르는 수고를 덜었다.
“뭐 먹고 싶은 거 있냐.”
“으응?”
“야식으로.”
선아현은 잠시 이게 무슨 말인가 생각하는 것 같더니, 얼굴에 ‘!!’가 뜨며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아, 무, 문대 야식 먹을래?”
“…….”
‘배고프다는 뜻을 눈치 없게 바로 파악하지 못한 또래 관계 능력 없는 나’ 증상이군.
아무래도 내일 아침에나 뭘 좀 답례로 먹이면 될 것 같다. 나는 동문서답하는 선아현을 적당히 진정시키고 도로 모니터링을 재개했다.
어디 보자, 이후로는 한동안 큰 화제는 없었다.
비활동기다 보니 가볍게 룸메이트나 이사 컨텐츠에 대한 팬들의 반응 정도가 메인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최근으로 넘어오자, 물밑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인증 글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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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 아파서 응급실 갔다가 돌아가는 길에 주차장에서 다리 긴 남자 몇 명이 우르르 밴에서 내리는 걸 목격
비율부터 인원수까지 너무 아이돌이란 킹리적 갓심 들어서 자세히 보니까 섬별이었음 김래빈이 마스크 안 해서 확인함ㅋㅋ 허술허네ㅋ
근데 안색 나쁘던데 혹시 가족 중에 아픈 사람 있음? 딱 그 각이던데
(흔들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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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사생활은 공공재라고 믿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었기 때문에 아무 빈축을 사지 않고 리액션만 쏠쏠히 받아 갔더라.
나는 한숨을 참았다.
‘…안일하긴 했지.’
하지만 그때 이런 일까지 고려할 수 있는 놈이 있었을 리가 만무했다.
당장 누구 임종을 볼지도 모르는 판에.
“…….”
나는 그 글 이후 시점으로 두고, 검색어에 ‘래빈’과 ‘병원’ 등을 적당히 조합해 넣어서 여러 결괏값을 확인했다.
-래빈이 병원 목격담 뭐임
-관련 이야기 차단합니다 래빈이가 직접 말할 때까진 알 생각 없습니다
-애들 다 같이 가줬구나… 이런 걸 소비하면 안 되는데 괜히 눈물 난다
김래빈의 조부모님 중 한 분이 아프셨을 거라는 추측은 거의 확정적이었다.
그래도 대부분의 팬 커뮤니티에서는 대놓고 하는 언급은 금지된 상태였고.
‘생각보다 빨리 퍼졌는데.’
아까 직접적인 인증 글 원본이 삭제되기 전에 널리 퍼진 탓인 것 같았다.
‘회사 대응이 좀 느렸어.’
앨범 준비 스케줄을 재편성하고 언론 대응 준비하는 것에 전력을 쏟느라 이쪽을 놓친 게 분명했다.
그러니 물밑에서는 스토커 스타일의 미친 새끼들이 날뛰기 딱 좋았다.
아마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선점했다는 식의 이상한 우월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매니저 명의로 벤 대여했네 이새끼들 지들끼리 처놀아?ㅋㅋㅋㅋ컨텐츠 어디감 연습이나 하지 초심 어딧냐고ㅠ
-여자 안부름? 여자 안부름? 여자 안부른거 맞지 빨리 누가 좀 알아와봐
-어카누 눈깔 때문에 휴가 다 말아먹었대 곰머 윾진이 눈깔 달래주느라 강원도행~
-곡이나 만들지ㅅㅂ 짜증나네
회사나 관계자에게 소식을 듣거나 휴대폰을 복사한 몇몇이 정보를 재생산하며 설치는 것 같았다.
게다가 자칭 김래빈의 팬이라고 주장하면서 온갖 억측과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는 새끼들까지.
-아 묘레빉 멘탈 X될 듯 정규에 이게 무슨 일이냐 시Xㅋㅋㅋ 근데 언젠간 이런 날 올 줄 알았다
-설마 누구 죽은 것도 아닌데 일부터 팽개쳤냐 왜 숙소 돌아왔단 소식이 없냐고 레빉아ㅋㅋ
-레빉아 제발 커리어 우선 알지?
-아픈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정규 앨범 빼버리기ㅎㅎ? 내가 어쩌다 이런 가정적인 돌을 잡았지
가관이다.
‘…이쪽도 단속이 안 됐군.’
내가… 당시에 여기까지 신경 쓸 정신머리가 없어서 이 지경까지 방치한 셈이다.
“…….”
X발, 그만하자. 자아비판도 시간 남을 때 해야 민폐가 아니지.
‘닥치고 뇌나 좀 써라.’
즉각 쓸 만한 몇 가지 패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우선은 메시지방 캡처부터 공개하는 게 가장 가성비가 좋겠는데.’
김래빈의 작업물 관련해서 나눈 말들을 일종의 컴백 예고처럼 SNS에 올려주는 것이다.
그럼 당장 김래빈의 현재 상태에 대한 억측이나, 참여 관련된 불안을 일단락시킬 수 있을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도, 효력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김래빈이 이번 활동 초기에 참여하지 못한다 해도 말이다.
쓸데없이 욕먹는 일이 줄겠지.
그래도 물고 늘어질 새끼들은 나오겠지만 이번에는 깔끔하게 처리할 준비가 되었다.
‘고소 예고 먼저 때려야지.’
전담팀 구성하자마자 제일 처음 할 일이다. 그리고 전담팀은 X발 내가 잠을 안 자는 한이 있어도 이번 활동 내로 구성을 끝낼 것이다.
‘그 전에, 지금은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고.’
나는 바로 김래빈의 작업물 관련 대화 중 가장 적당한 것을 골라 캡처했다.
그리고 단체 메시지방에 업로드 관련 동의부터 빠르게 구하려했다.
김래빈은 야행성이니, 웬만하면 지금도 깨어 있을 테니까.
[우리 작업한 내용 좀 캡처해서 올리면 좋아하실 것 같은데, 어때.] [큰세진 : (저는 그거 찬성이에요 이모티콘)] [차유진 : 저 나와야 해요!]역시 안 잘 만한 놈들부터 바로 튀어나와서 반응하는군.
그리고 김래빈의 응답도 늦지 않게 도착했다.
하지만 내용이 좀 이상했다.
[김래빈 : 괜ㅊㄴㅇㄹ]“…?”
김래빈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오타였다.
아마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를 쓰려다가 미끄러진 것 같은, 그런 흔적.
‘…졸려서 실수했나.’
나는 팔짱을 꼈다. 그리고 최대한 보수적인 자세로 답장을 기다렸다.
그러나… 몇 분이 지나도록, 정정된 답은 오지 않았다.
“…….”
그러니까 이건, ‘그’ 김래빈이 오타를 정정하지 않고 연락이 끊겼다는 뜻이다.
웃을 일이 아니었다.
‘예상되는 상황은….’
X 같지만, 아주 강렬한 가정부터 머리를 때렸으니까.
나는 팔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부고인가.’
만일 그 경우라면 지금 전화를 해서는 안 된다. 전화해 봤자 긴급한 상황에 방해만 될 뿐이다.
나는 간신히, 합리적인 결론을 내렸다.
‘…내일 아침쯤에 확인한다.’
그때쯤이면… 죽이 되든 밥이 되는 다 정리되지 않았겠는가.
[큰세진 : 래빈아?]메시지방에서는 다른 놈들이 몇 번 김래빈을 호출하는 메시지가 뜨기도 했으나, 곧 잠잠해졌다.
다들 분위기 파악을 한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에 대한.
“…….”
나는 최대한 합리적인 대응을… 도출하기 위해, 계속 뇌를 돌렸다.
‘부고와 SNS 업로드가 타이밍이 겹치면, 안 된다.’
나는 업로드를 보류하기로 했다.
그리고 바로 스마트폰을 두고 침대에 누웠다.
“무, 문대야. 자…?”
“어.”
‘쓸데없는 생각 말고 취침이나 하자.’
이럴 시간도 여유도 없는 상황이다.
썩 잠이 잘 오지는 않았으나, 피곤을 수면제 삼아서 적당히 새벽즈음에는 잠들 수 있었다.
하지만 날이 밝은 후에도 김래빈에게 연락은 오지 않았다.
* * *
아침 8시가 넘은 시간.
“연락하자.”
“어, 어떤 상황인지 모르니까, 좀 더 기다리는 건 어떨…….”
“전화할래요!”
“잠깐만. 우리 벌써 일정 늦었어. 일단 이동하면서 이야기하자.”
현 상황에 대해 각기 의견을 내는 놈들로 거실이 소란스러웠다.
연습실로 출발할 시간은 이미 넘겼다. 나는 소파에 걸터앉아 고개를 젖혔다.
‘망할.’
머리가 안 돌아간다.
‘잠을 못 자서 그런가.’
이 추측도 핑계겠지. 바쿠스500은 잘 돌아가고 있다. 이건 피로가 아니라 내 정신상태의 문제다.
나는 숨을 내쉬었다.
‘…확인해야겠지.’
…더 미루면 회피다. 이젠 정말 전화를 해야한다.
그때였다.
드르르륵!
“…!”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이 울렸다.
전화가… 왔다.
“래빈이야??”
김래빈이 맞다.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통화버튼을 누르고 귀에 가져다댔다.
“여보세요.”
-형!
김래빈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밝았다.
-간밤에 하, 할머니께서 완전히 의식을 찾으셔서… 대화가 가능했습니다!
“…!!”
부고가 아니었잖아.
갑자기, 머리끝까지 폭죽이 터지는 것 같은 괴상한 해소감이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날뛰었다.
좋은진 모르겠다. 다만 목소리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럼 바로 연락을 했어야지…!”
-죄, 죄송합니다! 새벽 중에 취침하실 텐데 방해가 될 것 같아 아침 9시까지 기다리려 했습니다…!
“…….”
너무 놈다운 대답이라 말문이 막혔다.
나는 맥이 풀려서 스마트폰을 귀에서 뗐다. 주변에서 멤버들이 몰려들었다.
“김래빈이에요?!”
“괜찮대?”
류청우가 조용히 물었다.
“문대야, 내가 받을까?”
“…예.”
스마트폰을 넘겼다.
와르르 몰려들어서 전화에 대고 신나게 떠드는 놈들의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
“래빈이~ 목소리 좋은데?”
“어, 어때?”
나는… 모르겠다.
그냥 이상하게 개운했다.
김래빈 때문인지, 전화 때문인지, 아니면 이 망할 상황이나 상태창 탓인지는 나도 모르겠으나… 그냥 X발, 그랬다.
피로가 가신다.
‘미쳤나.’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미간을 눌렀다.
“래빈이 오늘 저녁에 올라온대!”
“오, 날짜 딱 맞췄네~”
그러게.
가끔은 이렇게 딱 맞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나는 스마트폰을 돌려받자마자 SNS에 접속했다.
‘빨리 할 일이나 하자.’
머리와 손이 근질거렸다.
* * *
그날 오전.
김래빈이 박문대에게 전화를 걸어온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각이었다.
테스타의 SNS엔 짧은 글 하나가 게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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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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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지 소개도 없이 대뜸 업로드된 글에는 박문대가 엄선한 정다운 단체 메시지방 캡처가 첨부되어 있었다.
-헐 얘들아ㅠㅠ
컴백용 작업의 신호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