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228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28화
테스타만을 위한 아티스트 전담팀 구성.
표면적으론 기획조정실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상은 본부장의 입김도 들어갈 것이라 예상했다.
‘그놈 성향에 이런 일에 빠질 리가 없지.’
본사에서 내려온 말이라도 어떻게든 본인 입맛에 맞게 방향을 조정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조정 명목으로 끼어들기 위해서 한 번 더 매니지먼트실을 살살 부추기는 방법도 고려 중이었다.
거기서 깍두기 인원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빈틈을 만들어볼까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냥 해주네.’
-아, 그럼요! 당연히 테스타분들의, 음, 의견이 반영되어야 하죠….
의사 표시하는 것만으로도 전담팀 기획에 테스타의 의사가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항복선언이 나온 것이다.
‘뭐냐.’
이게 대체 어떻게 가능한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단순했다.
이번 활동 시그널이 워낙 좋아서였다.
지금 딱 활동 한 주가 지났는데도 반응이 상상 이상이었다.
단순히 음반 판매량과 음원차트 같은 측량이 가능한 요소를 넘어서서, 체감의 측면에서 말이다.
[이렇게 하는 건가…? 테스타 부름 도전!] [네일 따라 하기: 테스타(TeSTAR) 부름(Nightmare) | 개인 커스텀과 해석 넣었습니다!:)]팬이 아니어도 보고 따라 하거나 언급하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아이돌과 전혀 관련 없는 커뮤니티나 일상에서 이야기 나온다.
시류 잘 타는 방송국 소속 위튜브 예능들에선 빠르게 뮤직비디오 요소를 따가서 써먹는다.
이걸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거다.
‘유행 초입이야.’
사실 무대에서만도 느꼈다.
어제 무슨 문화예술진흥 행사 무대가 공중파에서 중계되었는데, 거기 생방송 때였다.
-오오오~
다른 그룹 팬들이 유독 우리 무대를 신나서 본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VTIC의 팬도 말이다.
그동안 다른 아이돌의 팬들은 관람하면서도 적당히 자제하며 호응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런 거리낌이 없어졌다.
이미 유행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뜻이었다.
아무리 아이돌 팬이 인터넷과 친밀한 팬층이라지만, 단 일주일 만에.
‘…물론 우리 팬들 호응도 보통 이상이긴 했다만.’
쉬지 않고 인이어 안까지 들려오던 찢어지는 신음과 고함이 저절로 떠오르는군.
-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이건 뭐… 컨셉 특성 탓도 있겠지.
아무튼, 전반적으로 엄청난 성적과 화제성의 폭발이 심상치 않았다는 뜻이다.
오죽하면 이 행사 엔딩 무대에 서는 새끼가 이 말로 인사를 시작했다.
-축하해요. 대상 타겠네?
-…모릅니다, 어떻게 될지.
-하하. 뭘 몰라요.
-….
-어떻게 흐를지 뻔히 보이는데.
청려는 그 말을 끝으로 무대로 올라갔다.
‘X발.’
이젠 오함마로 내 대가릴 갈길 것 같진 않다만, 왜 저 새끼는 아직도 대가리에 하자가 있는가.
‘개는 멀쩡해 보이더만.’
어쨌든, 저놈 솔로 성적도 그룹만큼 천상계 티어로 떴으니 슬럼프 왔다고 테스타 탓을 할 일은 없겠지.
그리고 사실… 저 말이 맞긴 했다.
‘대상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대로 논란 없이 활동이 쭉 진행된다면, 지금까지 성적과 기세를 봤을 때 적어도 한두 곳에서는 대상 확정이었다.
‘보통 부문을 2~3가지로 나누니까 VTIC 자리를 빼도 각이 나와.’
그리고 이 모든 걸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다.
“문대문대, 우리 이번 광고 단가 봤어~?”
“그래.”
‘행차’ 활동 당시 최고액의 2배였다.
소속사에서 최대한 고가에, 이미지 괜찮은 것만 쏙쏙 잘 고르는 것 같긴 하다만, 그래도 말도 안 되게 고무적인 일이었다.
‘행차 때도 1군 대우는 시작됐는데 말이지.’
이제 VTIC 대항마니 세대교체 이야기까지 슬슬 신빙성 있게 나오는 것 같다.
그러니 소속사에서도 그런 생각을 한 것이다.
‘장기전이 될 것 같으니, 얘네 살살 달래서 좋은 관계 유지하자’는.
그동안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하니 어떻게든 5년 안에 뽑을 수 있는 등골은 다 뽑아먹으려던 기색이 어느새 쓱 사라졌다.
5년만 해 먹고 말기엔 너무 아까워졌으니까.
물론 이와 동시에 재계약 시즌까지 어떻게든 약점을 잡아보려는 개지랄이 시작될 것 같았으나,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일단은 테스타가 강경하게 나와도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소속사 직원들이 을처럼 굴어준다는 점에 주목하자.
‘김래빈 재택근무 때 소속사에 진행 문제를 좀 강경하게 통보식으로 처리했던 것도 선례로 영향을 준 것 같고.’
혹시 이번엔 아예 안하무인으로 깽판 칠까 봐 전담팀 문제까지 오냐오냐해준 것 같다.
그래서 전담팀 관련 그룹 내부 회의가 이 바쁜 활동기 스케줄을 쪼개서 진행될 수 있었다.
다만 별 소용은 없었다.
“일단… AR 팀 분 중에 ‘마법소년’ 때부터 같이 작업한 분들은 오셨으면 좋겠는데.”
김래빈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저도 그 말씀에 완전히 동의합니다! 그리고 그분들께서도 기꺼이 오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
갑자기 즉석 대변인이 튀어나왔다.
“래빈아, 언제… 음, 여쭤봤니?”
김래빈이 뿌듯하게 말했다.
“사실 전담팀 소문이 돌자마자 말씀 나눠보니 오시겠다고 했습니다!”
“…….”
“래빈아, 보안 문제 있으니까 조심하는 게….”
“헉, 죄송합니다! AR팀에서 먼저 화제를 꺼내시기에….”
이런 식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알음알음 이야기 다 듣고 관련인들에게 어필을 끝냈다.
그리고 회사가 테스타에게 급격히 우호적 제스처를 취하려다 보니 웬만한 건 다 오케이 될 모양이고.
나는 턱을 만졌다.
‘이건 뭐, 암묵적으로 이미 합의 끝났군.’
그러니 기존 실무진 구성은 회사에서 안 내주고 신인 쪽으로 돌리려는 사람 달라고 떼쓰는 것 외엔 합의할 것도 없었다.
“그래, 그럼 꼭 이분들 함께하고 싶다고 말씀드리자.”
“예엡.”
하지만 정적이 흐를 찰나, 배세진이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새로 취직하는 분들만 보면 되는 거 아니야? 뭐… 그, 면접 본다든가.”
오, 제법 사리에 맞는 의견이다.
전담팀 삼분지 일 정도는 새 인력도 넣기로 한 건 사실이니까.
특히 매니지먼트 쪽 인력 말이다.
류청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새로 오시는 분들과도 좀 알아갈 시간이 있으면 좋겠지.”
다만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내가 말 꺼내기 전에 큰세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만.
“근데 우리가 그럴 시간이 있으려나 모르겠는데~ 그렇죠?”
그래. 맞다.
지금 이 회의 시간도 간신히 낸 판에 남의 면접 보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나.
나는 팔짱을 꼈다.
‘하다못해 일 처리 스타일이 맞는지 사전 질문을 만드는 것도 시간이 필요하고….’
아.
한번 써볼 만한 방법이 떠올랐다.
나는 속으로 읊조렸다.
‘상태창.’
슬롯머신을 한 번 더 돌려볼 때가 됐나 싶다.
‘음, ‘잠은 죽어서 자는 것이다’를 한 번 더 뽑고 싶은데.’
아니면 하루를 30시간으로 늘려주는 능력이나… 뭐, 작업속도 증가도 좋다.
일단 상태 한 번 확인하고.
[이름 : 박문대 (류건우)]Level : 19
칭호 : 없음
가창 : S
춤 : B+
외모 : A-
끼 : A+
특성 : 잠재력 무한, 탐닉의 시간(S), 바쿠스500(B), 잡아채는 귀(A)
!상태이상 : 관객이 아니면 죽음을
남은 포인트 : 1
‘자연 증가가 있군.’
목을 혹사한 보람이 있는지 S-가 S가 되었다. 어쩐지 요 근래 평이 더 좋더라니.
제법 성취감이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가 없겠다.
‘좋아. 그럼 다음.’
다른 변동 사항은… 레벨업은 한 번, 팝업으로 쌓은 특성 뽑기는 두 번이다.
‘지난 확인 이후로 텀이 그렇게 안 기니까.’
사실 몇 달 만에 이만큼 쌓은 것만 해도 대단했다. 그만큼 스프링 아웃과 이번 활동이 인상적이라는 뜻도 되겠지.
그래서… 일단 포인트는 놔두고, 필요한 특성 뽑기나 탕진해 볼 생각이다.
‘2번 가지고 탕진이라고 부르기도 웃기긴 한데.’
지난번에는 5번 돌려서 겨우 마지막에 S 하나 먹지 않았나.
그래도 이젠 확실히 알았다.
‘당장 필요한 특성 주는 거 뻔히 아니까, 잘 좀 뱉어라.’
나는 빤히 팝업창에서 반짝이는 ‘Click’ 문구를 보다가, 팔을 드는 척하면서 눌렀다.
2번이야 이놈들 떠드는 사이에 금방 돌리겠지.
그림 속 레버가 돌아가며 칸이 색색으로 번쩍였다.
한 번씩 본 후보지들을 지나… 멈춰 선 것은 금빛 칸이었다.
B등급.
마치 평타로 보이나, 칸 속 글자를 읽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파파팡!
[‘바쿠스500(B)’ 획득!]“…!!”
[특성: 바쿠스500(B)]-맑은 정신과 건강한 육체!
: 모든 피로 누적 속도 -50%
더없이 유용하게 써먹어 온 피로회복 토템이 다시 떴다.
그리고 설마 했던 팝업도 떴다.
[동일 특성 확인!]‘바쿠스500(B)’를 합성하시겠습니까?
‘역시!’
드디어 이 필수 특성을 강화할 타이밍이 온 것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무, 문대야…?”
“너 괜찮아?”
너무 괜찮아서 끝내줬다.
“어, 전담팀 구성한다니까 기대도 되고 기분이 너무 좋은데.”
“그, 그렇구나!”
“이야 진짜 그런가 봐, 문대 이렇게 길게 대답하는 거 얼마 만이야.”
변명은 그만해도 되겠고, 가자.
나는 바로 ‘예’를 눌렀다.
마치 로딩 중인 것처럼 상태창에 동그란 표시가 뜨는 것 같더니, 곧 화려한 팡파르가 터졌다.
[합성 성공!]‘바쿠스1000(A)’ 획득!
또렷한 정신과 튼튼한 육체!
-모든 피로 누적 속도 ?50%
모든 피로 회복 속도 +100%
돌았다.
‘회복 옵션이 더 붙네.’
이 정도 이틀에 한 번만 자도 충분하지 않나?
확실한 건 활동에 지장 없으며 면접용 문답 만들 시간은 짜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대단한 이득이다.’
휴가 때 반동은… 뭐, 매번 그랬는데 좀 더 심하더라도 상관없다.
후유증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한 사흘 누워 있지 뭐. 아니, 회복 증가도 붙었으니 오히려 휴가 때 맛이 안 갈 수도 있겠다.
‘그러고 보니 이번 휴가 때는 안 골골대고 넘어갔군.’
아마 김래빈을 케어한 것이 업무의 일종으로 처리되어 상태창이 휴가로 판단하지 않은 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이 수상쩍은 게임 시스템이 이번엔 이렇게 쓸 만한 걸 뱉을 줄은 몰랐다.
‘좋아.’
앞으로도 이렇게 협조적이었으면 좋겠다. 이러다 뒈질지도 모르는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나는 만족스럽게 상태창의 업데이트된 특성 창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문대 이젠 고개 끄덕이는데?”
“저, 전담팀 분들을 상상하는 게 아닐까…?”
비슷하다고 쳐주마.
벌써 전담팀 출범이 기대되었다.
정확히는, 출범이 불러올 효과가.
* * *
테스타의 첫 번째 매니저는 인상을 찌푸리며 출근 중이었다.
‘X발.’
애새끼들이 뜨더니 건방져진 탓에 근무가 점점 힘들다.
스타병 걸리면 스탭부터 홀대한다더니, 딱 그 꼴 아닌가.
심지어 낙하산이 들어와서 자신이 일군 자리를 뺏어가고, 승진의 기회도 밀렸다.
그의 판단으로는 그린 듯한 X소 엔터테인먼트가 따로 없었다. 매니저는 이 불공정한 상황에 울분이 치밀어 올랐으나, 대응책이 없어 답답했다.
‘그래도 조금만 버티면 돼.’
며칠 뒤면 테스타도 2주년이다. 그럼 그의 경력도 곧 2년을 채운다는 뜻이다.
자릿수가 달라지니, 이걸 들고 어디 경력직으로 가볼 생각이었다.
‘내가 그때 X발 다 뒤통수 친다.’
비밀엄수 조항을 알면서도 괜히 한번 큰소리쳐 본 매니저는 건성으로 회사로 향했다.
밤샘 작업을 한 탓에 테스타는 다 회사 회의실에 있었다.
하지만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그는 뜬금없이 인사팀에 불려갔다. 그리고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예?”
“그러니까… 농담이 아니라니까. 내일부터 안 나와도 된다고.”
해고 소식이었다.
매니저는 어안이 벙벙하게 팀장을 보다 몇 마디를 주고받았으나, 곧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짐이나 빼, 응?”
그러자 바로 해고의 두려움에 눌렸던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분노였다.
“아니, 팀장님. 지금 무슨… 이거 부당해고 아닙니까?”
팀장은 어처구니가 없어 더 말 섞기도 싫다는 표정이라 매니저의 분노를 더 부추겼으나, 곧 팀장이 재생하는 녹음에 뻣뻣이 굳게 되었다.
-형, 지금 래빈이 할머님 쓰러지셔서 저희 이동 중….
-뭐? 이 새벽에?
-…예, ‘이 새벽에’ 오셔야죠. 저희 지금 이동 중이니까 최대한 빨리 근처 대기 부탁드립니다.
-…어, 알았어.
그리고 끊기면서 들리는 작은 욕설.
“…….”
만일 테스타가 별로 뜨지 않은 상태거나 본사에 별 커넥션이 없다면, 혹은 매니저가 연줄이 있다면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친해서 무례했다고 어떻게 비벼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매니저에겐 안타깝게도, 셋 다 아니었다.
“어제 아티스트 폰 클라우드 해킹돼서 퍼질 뻔했어. 알아?”
“……어어, 어.”
“야, 그냥… 곱게 나가라. 어? 이거 언론 터지면 너 대한민국 떠야 돼, 지금 분위기 봐라.”
회생 불가 선고였다.
매니저는 그렇게 제 발로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가십에 신난 AR팀에 의해 위층에서 소식을 전해 들은 박문대는 피식 웃었다.
‘멍청한 새끼.’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단 한 번도 통화 녹음 설정을 해제해 본 적이 없었다.
‘하나 보냈고.’
속이 시원했다.
그는 특성에 의해 쌩쌩 돌아가는 몸으로 다음 준비를 계속했다.
‘…2주년.’
테스타의 데뷔 일인 6월 18일이 코앞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