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229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29화
테스타의 데뷔 2주년은 팬미팅으로 챙길 예정이었다. 고전적이지만 그만큼 재미가 보증된 방법이다.
그리고 팬미팅답게 친근한 맛이 있도록 공연장 규모가 콘서트보단 작으니, 온라인으로 유료 실시간 스트리밍도 제공한다.
‘위튜브에 불법 중계가 쫙 깔릴 건 안 봐도 뻔하다만.’
하루 이틀 일도 아니니 새삼스럽지도 않다. 유료 플랫폼에서 열심히 신고하겠지.
‘온라인 송출 안 하고 암표상 배 불려 주는 것보다야 낫지 않나.’
그리고 팬미팅을 보러 결제하는 숫자를 파악하는 것으로, 이번 활동의 대중성이 얼마나 팬덤으로 연결되었는지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양심의 소리를 잠깐만 무시하면 무료로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료 결제해주는 사람 수치니까.
그러니까, VOD와 비교해서 시간 대비 가격을 따져보면….
‘…역시 콘서트값은 해야겠군.’
쓸데없는 위튜브 생각 말고 내 일이나 잘하자.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당일 팬미팅은 순조롭게 시작되었다.
-일기예보와 상관없어
널 만나고 싶은 날이야
와아아아악!!!
색색의 풍선들이 수없이 많이 하늘로 떠오르는 파란 오프닝 무대.
가볍고 밝게 ‘Picnic’으로 시작한 이번 팬미팅의 부제는 이었다.
이번 곡의 영어 부제인 ‘악몽’을 한 번 뒤집어 놓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연결점이 있으면 무대에 주제가 생기지.’
그걸 보는 게 또 재밌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만큼 야들야들하고 따듯한 분위기로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일 년간도 사건 사고가 잦았던 만큼, 팬미팅 정도는 이래도 괜찮을 것 같아서 말이다.
전체적으로 컨셉을 동화 같은 분위기로 잡아봤다.
그래서 중간에 들어가는 토크랑 예능도 나름… 귀엽게 빼보려고 했는데, 모르겠다.
중간부터 노선이 바뀌어서 말이다.
일단 시작은 무난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바로 테스타와 러뷰어의 기념일이죠. !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재밌게 해요!”
근황 토크와 포스트잇 질문은 거의 첫 팬미팅 국룰이고, 예상 답안이 잘 엮어서 나왔다.
물론 자신 있는 놈은 애드립부터 박기도 했지만.
그래, 큰세진 말이다.
“어? ‘누가 제일 애교가 많나요’? 이건 봐야 알죠! 자자, 일단 다들 애교 한 발씩 준비하시고~”
합의되지 않은 사항을 마음껏 남발하고 있군. 팬미팅이 생방인 걸 감사히 여겨라.
나는 카메라가 들어오자, 적당히 맞춰서 최근 유행하는 애교를 뻔뻔하게 수행했다.
여기저기서 경악과 비명이 들렸다. …비명까지?
“아니 문대 씨 그런 건 언제 연습을??”
“제가 아이돌이라 잠을 안 자서요. 남는 시간에.”
“아, 아아~”
관객석에서 폭소가 터진다.
그래도 3년 차쯤 되니 슬슬 낯부끄러운 짓들도 감흥이 없어진다. 순조롭게 관종이 되고 있군.
그러나 말도 안 되는 개소리 콩트에 맞장구를 치던 큰세진이 히죽 웃더니 내 등을 쳤다.
그리고 현실을 끌어왔다.
“아니 그래도 잠은 자야죠, 문대 씨! 아, 여러분! 문대 요새 진짜 잠을 아예 안 잔다니까요??”
“…!”
“새벽에 문대 형 막 일해요! 너무 일해요!”
“제가 보기에도 이틀에 한 번만 주무시는 것 같습니다.”
눈치는 더럽게 없는 놈이 이런 건 또 어떻게 칼같이 맞추는 건지 모르겠군.
‘확실히 요새 딱 그 정도로 자기는 했다만.’
바쿠스1000 덕이었다.
덕분에 면접 질문지도 빠르게 완성해서 전담팀 구성도 입맛대로 잘 개입했고, 새 매니지먼트 인력도 수급했으니 아주 만족스럽다.
‘그래도 역시 상태창 못 보는 놈들이 보기엔 유별났나.’
확실한 건 심각하게 받을 필요는 없단 거다.
‘괜히 ‘박문대는 안 자는데 왜 넌 처자냐’ 같은 말에 소재로 쓰이면 골 아프지.’
우스갯소리로 넘기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아이돌은 원래 잠 안 잔다니까요.”
“우우~ 아이돌도 사람이다~”
“우린 아이돌 아닌가요?? 어어?”
장난스러운 야유 속에서 배세진이 음침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냥 노동법 위반 같은데….”
“…….”
나는 웃음 반 걱정 반으로 괴상한 함성을 지르는 관객석을 의식해 카메라의 눈을 피했다.
‘바쿠스1000을 보여줄 수도 없고.’
이 와중에 큰세진이 킬킬 웃으며 선아현에게 굳이 자기 마이크를 댔다.
“자, 문대문대의 룸메이트인 아현 씨, 한 말씀?”
“…맞아요! 문대, 너무 안 자요…!”
“…!!”
선아현은 꿋꿋한 얼굴로 열심히 말했다.
“건강을 위해서, 많이 자라고 말해주시면….”
이놈들이….
자!! 문대야 자!!
잘 자야 해 진짜!!
‘…밀렸다.’
관객석의 멘트에 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태세를 전환했다.
“……그럼요. 농담입니다. 잘 자야죠.”
“맹세해! 맹세해!”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잘 자겠습니다.”
“와아아아!”
거짓말은 아니다, 거짓말은.
“그럼 여러분! 우리 잠 이야기 나온 김에~ 혹시 저희 무슨 잠옷 입는지 안 궁금하세요??”
궁금해요!!
완전 궁금해!!
“이번 무대로 만나보시죠!”
부드럽게 화제가 돌아가며, 준비해 놓은 행차의 동물 잠옷 버전 퍼포먼스가 성황리에 이어졌다.
-행촤!
사람들은 즐거워했고, 이후로도 부상이나 실수 없이 무대와 이벤트가 쭉쭉 나왔다.
…구상한 대로, 좋은 무대를 보여주는 쾌감은 여전했다.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앵콜 전 마지막 무대.
이번 타이틀 ‘부름’을 클래식 편곡한 버전을 선보인 후에야 약간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앵콜! 앵콜!
이제는 친근해진 함성이 저 위에서 울린다.
“3분 뒤 VCR 들어갑니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다 갈아입은 의상을 살피다가, 그제야 지난 토크를 떠올리며 침음성을 참았다.
‘앞으로 밤에 덥앱 킬 때마다 문대 코 자라는 댓글로 도배가 되겠군….’
한동안 바쿠스1000을 풀로 못 당겨쓸 수도 있겠….
그 순간 깨달았다.
“…!”
잠깐.
이거 결과적으로… 팬들이 날 감시하게 만든 것 아닌가.
그리고 말 꺼낸 놈이 누군지 생각해 보면, 뻔하다.
‘노렸군.’
나는 의상을 다 갈아입은 뒤, 메이크업 수정을 받는 큰세진을 쳐다보았다.
큰세진이 눈을 찡긋했다.
“형이 오늘 진짜 잘생겼지~ 다 알아.”
“…….”
팬미팅 끝나고 보자.
* * *
신나는 밴드 사운드로 편곡한 팬송 ‘마법은 너’ 무대를 끝으로 팬미팅은 마무리되었다.
“차 탑승해 계셔요. 저 피드백 좀 받고 얼른 오겠습니다!”
“넵.”
푹 절은 얼굴을 닦고, 새 매니저의 인도에 따라 차에 탔다.
그리고 짧게 온라인 반응을 살폈다.
-오랜만에 보는 보너스 북 무대 착장이… 코디분 압도적 감사 (캡처)
-문댕댕 아이돌 드립 뭐냐 뭘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말해 이 말랑사과떡강아지촉촉코야ㅠㅠㅠ 10시간 자라굿!
-2주년 케이크 커팅식ㅋㅋㅋㅋ차고영 훔쳐먹다 걸림 (GIF 파일)
-테스타 팬미팅_토크 타아이돌 곡 메들리 (1)
‘이상 없음.’
사건 사고 한 건 없이 깔끔하다. 물밑 반응은… 자제하기로 생각했으니 생략.
나는 즉시 스마트폰 화면을 끄고 입을 열었다.
“이세진.”
“응?”
“너 잠 얘기 일부러 그랬지.”
앞자리에서 차유진과 신나게 떠들던 큰세진이 즉시 돌아보며 씩 웃었다.
“뭘 당연한 걸 물어?”
“…!”
“아니~ 문대가 무슨 터미네이터도 아니고~ 잠도 안 자고 일만 해. 그러다 30대에 돌연사하는 거야!”
‘안 해, 새끼야.’
오히려 처자다가 상태이상 덕에 내년에 돌연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큰세진은 도리어 차 안을 휙휙 둘러보더니, 손을 들고 말했다.
“여기 문대가 충분히 잔다고 생각하시는 분~?”
“…….”
“그럼 더 자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
척척 손이 올라온다.
제법 긴장한 놈부터 당연하다는 표정까지 다양하다만, 내가 과했다는 생각은 똑같나 보군.
“그렇대~ 단체 생활이잖아. 지켜줘 문대야!”
나는 한숨을 참았다.
그래 뭐… 걱정해 주는 건 알겠다.
“알았어.”
“굿!”
어차피 전담팀 구성도 끝났으니 한동안은 봉인해도 되겠지.
‘며칠 알차게 썼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등받이에 머리를 기댔다.
류청우가 부드럽게 상황을 잡았다.
“그래, 문대도 그렇고… 다들 2주년까지 고생 많았어. 우리 그래도 참 잘해온 것 같아.”
“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옮은 말씀입니다~”
그래, 2주년. 어느새 그렇게 시간이 흘렀나.
“저 이 팀 좋아요. 우리 Teamwork 최고예요!”
“…지금까지 고마웠어. 앞으로도 그, 열심히 하자고.”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저도 방심하지 않고 남은 3년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각기 감상을 떠들어대는 놈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 계약이 3년 남았지.’
지금까지 온 것보다 길다. 그래도, 그 정도는 계속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말이다….
“…….”
내가 나름대로 이 모든 게 가장 잘 풀릴 경우의 루트를 짜보려던 순간이었다.
“문대문대.”
“왜.”
“뭐, 하고 싶은 말 없어?”
“…? 딱히.”
“으음, 그렇구나~”
큰세진이 지나가듯이 말했다.
“그래, 혹시 생각나면 말하고.”
“…….”
저건… 내가 할 말이 있을 거라고 확신할 때나 해볼 만한 말 아닌가.
‘이 새끼가 아무 이유 없이 이런 말을 할 놈이 아닌데.’
나는 등받이에서 몸을 일으켰다.
“너 무슨….”
그때였다.
덜컹!
차 앞문이 열렸다.
그리고 운전석에 모자 쓴 스탭이 올라탔다. 순식간에 올라탄 탓에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으나, 다 제외하면 한 명만 남는다.
‘매니저겠지.’
아니, 잠깐.
아까 매니저는… 검은 스탭복이 아니지 않았나.
내 옆의 류청우가 불렀다.
“저기요?”
하지만 스탭은 대답하지 않았고, 직후 차에 시동이 걸렸다.
“…?”
저 새끼 뭐야.
나는 다시 앞을 확인했다.
‘…조수석에 멤버가 안 탔지.’
조수석에 짐을 몰아 둬서 다들 뒤에 탔단 말이다.
그런데 얼굴도 안 보이고 답도 안 한 채로 다짜고짜 시동을….
“…!!”
이거 X발 설마.
나는 당장 옆자리와 앞자리에 속삭였다.
“다 내려.”
“뭐?”
“당장 문 열라고…!”
그 순간이었다.
“형님? 김준 매니저 형님 아니세요?”
“…!”
앞자리의 큰세진이 침착하게 말을 걸어 정보를 전달했다.
그리고 그 뜻은… 저 앞에 있는 놈이, 전 매니저라는 뜻이다.
며칠 전에 통화 녹음본 덕에 회사에서 잘린.
‘X발.’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의도는 절대 아니었다.
우우우우웅!!
게다가 문제는 이 X새끼가 차를 출발시켰다는 점이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속도로.
“흡,”
“형님, 형님? 잠시만… 진정하시고.”
“뭘 진정해 X발!!”
전 매니저가 갑자기 핸들을 놓고 뒤를 휙 돌아보았다.
끼이이익!
주차장을 나서서 달리다 말고 차가 멈춰 섰다.
이 야밤, 도로 한복판에.
‘이 미친 새끼가.’
빠아앙!
심야. 바로 뒤에서 달려오던 차 한 대가 어마어마한 경적을 남기고 스쳐 지나갔다.
“…….”
식은땀이 흘렀다.
지금도 차엔 시동이 걸려 있다. 지금 문 열고 내리려다가 저 새끼가 출발하면 자칫하면 입원할 부상이다.
나는 당장 뒷자리에서 앞으로 던질만한 것이 없는지 확인했다.
당장 저 새끼 끌어내야 한다.
“너, 너희들. 어? 녹음 가지고 사람 협박하니까 좋냐? 어?”
전 매니저가 침을 튀겼다.
“나 지금 딱 답 들으러 왔으니까 말해. 이거 내 잘못이야? 어? 말 한마디 잘못했다고 사람 자르는 게 어디….”
“제가 잘못했습니다.”
“…!”
일단 저 X발 새끼를 진정시켜야 한다. 나는 바로 끼어들어서 고분고분하게 대답했다.
“클라우드 계정에 해킹 시도가 있어서 회사에 넘겼는데, 회사에서 확인하시면서 녹음본 재생하시다가 본 것 같습니다….”
“…….”
“저희가 원했던 건 절대 아니고요, 아마 전담팀 만드시면서… 회사에서 마음대로 형한테 말씀하신 거예요.”
“…….”
동요한다. 멍청한 새끼라 다행이다.
큰세진이 바로 옆에서 치고 들어왔다.
“형님, 저희가 강하게 주장 못 해드려서 죄송해요. 저흰 지금까지 형님이 스카우트되어서 나가신 줄 알았어요. 지금 저희 돌아가는 대로 바로 말씀드려 볼게요, 네?”
옆자리의 류청우는 일부러 입을 다물고 있었다. 마지막에 저 매니저를 자극한 것이 본인이라는 것을 알아서인 것 같았다.
다만 손에 책을 쥐고 있다. 여차하면 던질 생각인 것 같았다.
‘이번에 안 통하면 진짜 던져야 한다.’
나는 운전석의 미친 새끼의 반응을 유심히 보았다.
놈은 숨을 씩씩 몰아쉬다가, 결국 미끼를 물었다.
“…그러니까, 복직해달라, 이 말이지?”
“그럼요!”
“저희가 진짜 무조건 회사에 강력히 주장하겠습니다.”
“네, 네.”
분위기가 슬쩍 풀릴 기미가 보이는지, 멤버들이 열심히 말을 얹는다.
그리고 앞자리 구석에서는, 배세진이 뒤로 손을 돌린 채 112에 무음으로 문자를 넣고 있었다.
“…….”
전 매니저 놈이, 슬쩍 다시 운전대에 손을 얹을 순간이었다.
‘됐다.’
이대로 갓길에 세워서, 회사와 통화 좀 하게 해달라고만 하면….
그 순간이었다.
“…어?”
콰아아아아앙!
…뒤에서부터, 엄청난 소음이 들렸다.
진동과 함께.
아니, 이걸 진동이라고 불러도 되는 건가?
이건… 충격이었다.
진동과 함께 시작된 어마어마한 충격이 몸을 앞으로 튀어 나가게 했다.
‘X발!’
추돌 사고였다.
그리고 그 찰나의 시간, 보았다.
부서지는 차체와 시트. 올라오는 에어백 사이로, 누군가의 머리에 부러진 부품 같은 것이 떨어져 꽂히기 직전인 것을.
날카롭고, 거대한.
‘…!!’
나는 생각도 없이 몸을 날려서 부품을 쳐내려 했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물론 미친 짓이었다.
푹.
부품을 잡아채는 대신, 그것은 안전밸트를 맨 내 몸 가슴팍에 꽂혔다.
충격이 가슴을 관통했다.
“허억.”
그리고 모든 게 어두워졌다.
* * *
다시 의식이 생겼을 때.
검은 시야, 굉음이 울리는 머릿속에서 작은 빛이 번뜩였다.
팅-.
금빛으로 빛나는 동그란 무언가가 검은 허공을 가르고 튀어 올랐다.
그리고 서서히 떨어지며… 윤곽을 보였다.
금색 동전.
‘…코인.’
[Insert Coin]나타난 상태창은… 투입구처럼, 코인을 삼켰다.
그리고.
“허어억!!”
나는… 나는.
곰팡이 슨 모텔 천장을 보며 눈을 떴다.
2년 반 전 언젠가처럼.
“…….”
아는… 잊기 힘든 천장이었,
‘아냐.’
이럴 리가 없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서 주변을 살폈다.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담요가 발밑으로 떨어졌다.
한 번 본 그 풍경이 맞았… 아니다.
‘환각인가.’
다른 해석이… 뭔가, 다른 방향으로 이해해 볼 여지가….
“그래.”
나는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거의 기다시피 움직여서 화장대 앞으로 갔다.
그리고… 보았다.
“…!!”
거울 속에 비친 것은… 박문대가 아니었다.
나였다. 류건우.
…2년 반 만에 보는 몰골.
헛웃음이 나왔다.
“아냐.”
돌아와도 박문대지.
왜 박문대가 있었던 모텔방에서 내가 눈을 뜬단 말인가. 말이 안 된다. 자연스럽지 않고, 앞뒤가 안 맞는….
‘상태창이 뜨고 남의 몸에 들어오는 건 퍽이나 앞뒤가 맞는 말이다, 그렇지?’
“닥쳐.”
나는 화장대에 머리를 박았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상태창.”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시 외쳤다.
“상태… 창. 상태창, 상태창….”
뭐라도 좀….
띠링.
“…!”
눈앞에… 창이 떴다.
그러나 내가 알던 상태창은 아니었다.
[이름 : 류건우 (박문대)]-Enjoy your daydream :)-
끝이었다.
“…….”
나는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그리고 최대한 냉정하게, 최대한 합리화가 아닐 방향으로… 몇 번 더 상황을 검토했다.
그 뒤에 결론을 내렸다.
‘이건… 꿈이다.’
내가 코마상태에 빠진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