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241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41화
실시간 댓글은 무시무시하게 불어났다.
-콘서트니까 멋짐 가자
-#1
-#2#2#2 제발 귀여운 거ㅠㅠㅠ
-이거 같이 써도 카운트 됨??
-ㅋㅋㅋㅋㅋ 진짜 웃기네ㅋㅋ
시험 삼아 다른 번호를 쳐보는 사람, 진심으로 한쪽 선택지를 미는 사람, 그리고 재미 삼아 하나를 골라보는 대다수 사람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댓글창이 터져나가도록 빠르게 갱신되었다.
그리고 전광판의 카운트도 빠르게 올라갔다.
1. 멋지다 ? ?(2017)
2. 귀엽다 ? ?(1992)
아직 등장하지도 않은 박문대의 중얼거림이 다시 들렸다.
[음… 굉장히, 박빙이네요. 빠른 성원 감사합니다.] [제한 시간은 3분입니다. 앞으로… 120초 남았습니다.]이렇게 열정적으로 카운트가 올라갈 줄은 몰랐던지, 박문대의 담담한 목소리에는 당황스러움이 슬쩍 묻어났다.
‘아, 너무 귀여워!’
대학원생은 두 손으로 키보드를 통통 치다가, 자신도 얼른 카운트를 올렸다.
-#1 테스타 최고!
‘콘서트에서는 문대도 멋진 걸 더 하고 싶었겠지?’
대학원생은 흐뭇하게 자신의 선택을 만족해했다. 마침 1번을 찍은 사람들이 약간 더 많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그녀에겐 아쉽게도, 여기에는 허수가 좀 섞여 있었다.
일단 시험 삼아 쳐본 사람 중에 1번을 고른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게 콘서트가 시작하기 전부터 가입 후 기다렸다가 바로 접속한 사람들은… 꽤 많은 수가 아주 열정적인 팬들이었다.
그리고 고인물일수록 일반 대중과 약간 괴리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잦았다.
-당장 2 쳐라
-지금 테스타콘 보는 러뷰어들아 빨리 2번에 힘을 실어줘 #2임 얼른
-ㅅㅂ갓기들 재롱잔치 좀 보자 제발ㅠㅠㅠ
이미 무대 위 멋진 테스타의 모습은 수많은 데이터베이스가 있기 때문이다.
귀여운 모습의 무대는 콘서트 깜짝 무대나 SNS에서만 간헐적으로 볼 수 있으니,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공식적인 귀여운 무대!!’
팬들은 미친 듯이 2번을 밀었고, 그 결과.
1. 멋지다 ? ?(10286)
2. 귀엽다 ? ?(15601)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헐ㅋㅋㅋㅋㅋ
-테스타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들이 불쌍해요!
-아싸ㅏㅏㅏ~~
-좋아 이겼다 귀여움이 세상을 이긴다!
개소리와 웃음이 난무하는 댓글은 확인할 수 없는지, 박문대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
[관객분들의 선택은… 입니다. 참여 감사합니다.]다만 약간 웃음기가 섞이긴 했다.
[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요.]‘귀여워!!’
1번이 안 된 것에 약간 아까워하던 대학원생도 2번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순간이었다.
[그럼, ‘귀여운’… 테스타를 만나보시겠습니다.]그 말이 끝나는 순간, 화면이 바뀌었다.
“와.”
등장한 것은… 새로운 무대였다.
테스타가 대관한 공연장의 무대는 하나가 아니던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이 무대는… 아주 퀄리티 좋은 유치원 공연 무대 같았다.
‘판넬?’
나무와 바다, 기와집과 햇님이 그려진 무대 소품들이 아기자기 모여 무대를 꾸미고 있었다.
마치 어린이 전래동화라도 펼쳐질 것 같은 그 밝은 무대 위.
[나는… 신나게 마구 놀다 자는 게 좋아!]원본보다 상당히 발랄한 차유진의 한글 내레이션이 들렸다.
그리고 반짝이는 헬륨 풍선들이 무대 위로 터지는 가운데, 테스타가 쏟아져 나왔다.
어린이들의 함성이 삽입되었다.
[와아아!]달려 나온 테스타는 하나같이 어린이 전래동화 연극에 어울릴 것 같은 옷차림이었다.
나무꾼, 선비, 호랑이, 까치, 도깨비 등의 코디가 연극적으로 살짝 과장되어 귀엽게 마무리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어린이 무대.
그러나 테스타는 개의치 않고 꿋꿋하게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조선 스팀펑크가 컨셉이었던 자신들의 강렬한 타이틀, ‘Spring out’이였다.
-스며드는 오늘의 감각
즐겨 이 순간, 시선, 예감
지금, 예고 없이
Spring out
그 와중에 안무까지 어딘지 율동 느낌이 나도록 살짝 바뀌었다.
다른 의미로 강렬하기 그지없는 오프닝이었다.
-ㅋㅋㅋㅋㅋ야 얘네 진심인데?
-테스타 뽀짝뽀짝ㅠㅠㅠㅠㅠ
-진짜 최고다 귀여움 최고의 선택
-ㅋㅋㅋㅋㅋㅋㅋ그 와중에 개잘하네 은근 킹받음
관객들은 진짜 자선행사에 나올 만한 밝고 정직한 무대에 폭소하며 댓글을 쳤다.
그러나 몇몇 팬들은 약간 아련해졌다.
-콘서트 즉석 무대 생각나네…
-우리 애들 투어 취소됐다고 이렇게라도 비슷한 느낌 내주려는 거구나 진짜 눈물난다
-애들은 귀여운데 나 홀로 벅참
그 모든 게 섞이며 실시간 댓글창은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리고 비슷한 일이 SNS와 커뮤니티에서도 반복되며, 톡톡히 광고 효과를 누리고 있었다.
-뭐야 다들 무슨 이야기 중임
-테스타가 연극해?
-무료 콘서트 보러와라 얘들아 개웃김 본격 댓글 참여형 콘서트
-뭔 소리여 대체
아이돌의 기부 콘서트 같은 것에 별 관심 없던 사람들도 호기심에 링크를 클릭해보게 되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테스타는 무대를 제대로 해내고 있었다.
지나치게 뻔뻔하게 귀여운 척하지 않고, 약간 민망한 티를 내는 것까지 재미에 포함되었다.
-야 진짜 테스타 열심히 산닼ㅋㅋ
-정말 기부에 진심이구나 얘들아
-1번 골라줄 걸ㅠㅠ (뻥임
그리고 이런 변칙적인 무대를 보고 나니, 사람들은 다른 선택지는 대체 뭐였을지 궁금해졌다.
-그럼 멋짐은?? 대체 멋짐은 뭐가 나왔던 거야ㅠㅠㅠ
-다른 선택지 이야기 없어요?
-다음 무대나 뭐 그런 걸로 나올듯ㅋㅋㅋㅋ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사람들은 이 뒤로 ‘정석적인’ 멋진 무대가 이어질 것을 기다렸다.
하지만 얄짤 없었다.
무대가 끝난 후, 멤버들의 멋쩍은 개인 인사 뒤에 나온 말이다.
이세진이 씩 웃으며 검지를 들어서 엑스표를 만들어 카메라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멤버들도 어처구니가 없는지 피식피식 웃었으나, 댓글은 웃지 못했다.
-??
-진짜?
-야 그런 거 없다는데?ㅋㅋㅋㅋㅋ
[아~ 너무 아쉽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래도 공연은 쭉쭉 진행됩니다. 다음 선택지 갑니다!]멤버들의 발랄한 목소리에 댓글의 사람들은 슬슬 사태를 깨달았다.
-이거 무조건 하나는 포기하는 거잖아
-야 테스타 미친자들아 기부 콘서트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ㅠㅠ
-다른 쪽 인터넷에 풀어주겠지?? 그렇지..?
다들 ‘준비한 걸 그냥 버릴 리는 없다’며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애썼지만, 어쨌든 눈앞에 보이는 건 깔끔히 선택지만을 공연하고 넘어가는 테스타였다.
양자택일로 끝!
덕분에 점점 투표는 과열되기 시작했다.
[이번 겨울에는]1. 눈 내리는 겨울 바다로 간다
2. 집에서 따듯한 코코아를 마신다
다시 돌아온 투표 전광판 무대.
이제 댓글은 적극적으로 상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아 무조건 코코아지ㅋㅋㅋ선넘네
-겨울 바다하자 무대 개쩔 듯
-콘서트에서 밋밋한 재택근무 봐야 하냐 당연히 바다 가즈아
-숙소 나올 것 같은데 제발 코코아 해줘 제발ㅠㅠ
이번엔 총투표수가 5만이 넘는 접전 끝에, 결국 겨울 바다가 3만 표로 승리했다.
[오~ 이런 결과!] [훌륭한 선택이십니다.]그리고 장면의 전환.
멤버들은 몽환적으로 흔들리는 은회색 무대 속에서, 바닥에 앉은 채로 노래를 불렀다.
음이 더 섬세하고 보컬 퍼포먼스에 맞게 편곡된 ‘Picnic’이었다.
-일기예보와 상관없어
널 만나고 싶은 날이야
가볍게 툭툭 걸어가면
오늘은 파란 하늘, 이야
서늘하고 아름다운 아카펠라였다.
비대면 콘서트의 장점을 살려, 부드럽게 물결치는 은푸른빛 파도가 아름다운 곡과 함께 화면을 적셨다.
클라이맥스에서 박문대가 끌고 가는 극적인 화음으로 무대는 여운 있게 마무리되었다.
-좋았다…
-아ㅋㅋㅋ 좋은 선택이었다
-테스타 곡 좋은 거 많네
재밌거나 인상 깊은 무대가 하나하나 쌓일 때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선택을 자화자찬하거나 다른 선택지를 궁금해하며 더욱 콘서트에 몰입해갔다.
심지어 대중적이지 않은 플랫폼이 귀찮아서 그냥 위튜브에서 불법 송출을 보던 사람들도 투표에 흥미를 느껴 유입되기도 했다.
-ㅉㅉ2번 안무 영상 골라라 뮤비 오글거림 #2
-강아지 고르면 문댕, 고양이 고르면 차고영이 센터야 설마?ㅋㅋㅋ
-#넣고 올리면 되는 거죠?
-노잼
-와 이번에 진짜 박빙ㅋㅋㅋ
분탕을 치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사실 의미 없었다.
어차피 댓글은 테스타에게 보이지 않았고, 선택지 중에 하나를 골라 숫자를 더하는 것 외에는 영향을 끼칠 것이 없었다.
다만, 그 실시간 반영과 선택이 자극적이라 대단히 재밌었을 뿐이다.
사람들은 ‘강아지 vs 고양이’, ‘호떡 vs 약과’, ‘마법 vs 야구’ 등 다양한 선택지를 골랐다.
어떤 선택지는 대놓고 테스타와 연결된 쪽을 밀어주는 것 같았고, 또 어떤 선택지는 대체 무대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건지 의아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을 고르든 간에 무대를 보면 의문이 해소되고 폭소나 감탄이 나왔다.
-커버곡 고르는 거였구나 말랑달콤 냥냥이라 고양잌ㅋㅋㅋㅋㅋㅋ
-야구=하이파이브 맞았다 아 야구복 청우 언제봐도 대존잘ㅠㅠㅠ
-호떡ㅋㅋㅋㅋㅋㅋㅅㅂ먹방 VCR 돌았냐고
기발한 캡처와 GIF 파일들이 실시간으로 생산되어 SNS를 돌았다.
그리고 테스타는 중간 광고도 잊지 않았다.
[병실을 벗어나 본 적 없는 소망이에게 꿈을 이룰 내일을 선물해 주세요.]아동복지재단과의 협력을 통해 중간중간 희망적인 느낌의 기부 요청 토크들이 들어갔다.
이것이 기부 콘서트라는 것을 환기하기 위해서였는데, 제법 효과적이었다.
기부를 몰아받는 타이밍이 정해져 있으니, 기부금이 한꺼번에 같이 터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터질 때마다 뜨는 폭죽 효과가 쉴새 없이 댓글창을 덮으면서 동참을 부추기니 원래는 안 할 사람까지 기부하도록 만들었다.
-멋지다
-야 우리 교양 있어
-토요일의 여가생활~ 크
그렇게 사람들이 완전히 이 시스템과 흐름에 익숙해졌을 때였다.
[이번에… 드릴 선택지는, 특별 스테이지에 관한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선아현의 부드러운 목소리 다음에 떠오른 전광판의 문구는, 관객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내 예상으론 특별 무대는]1. 테스타가 커버하는 VTIC이다
2. VTIC이 커버하는 테스타다
갑자기 1군 타 그룹이 보기에 등장했다.
-???
-뭐임
-야 진짜야?
-브이틱이 여기 왜
하지만 곧 사람들은 상황을 파악했다.
-ㅋㅋㅋㅋ2번 고르면 테스타가 브이틱인 척할 듯
-아 개웃길 것 같앜ㅋㅋㅋㅋ
-VTIC스럽게 편곡한 테스타 음원 듣는 거야? 존잼이자나ㅋㅋㅋ
-혹시 테스타가 나와서 대국민 사과하나요
선택지는 누가 봐도 애교였다. 2번 보기는 찍지 말고 1번을 찍어달라고 넣어준 것 아닌가.
대부분 테스타의 팬들이 보고 있으니, 당연히 1번을 찍을 것이라 예상하며 말이다.
문제는 판이 커진 탓에 관객의 풀도 늘어났다는 점이었다.
이미 선택지 형식에 재미 들린 관객들이 이런 웃기는 먹잇감을 놓칠 리가 없었다.
-야 2번 가자
-뭐할지 궁금햌ㅋㅋㅋㅋ
-엄청 머쓱해할 듯?ㅋㅋㅋ #2
-#2 답은 2번~~
게다가 테스타를 놀리고 싶어하는 팬들까지 합류하며, 대세는 2번으로 기울어버렸다.
물론 몇몇 팬들은 싸한 느낌에 안절부절 못 하고 있었다.
‘이거 잘못하면 VTIC 이용했다고 욕먹겠는데…?’
‘아, 이거 아슬아슬하다….’
그러나 겨우 3분의 시간.
여론이 뒤집힐 겨를도 없이, 결론이 나와 버렸다.
VTIC이 커버하는 테스타다 (71432)
2번의 승리였다.
-ㅋㅋㅋㅋㅋㅋ대박
-자 테스타 어쩔 건가요~~
-와 진짜 2번 나왔엌ㅋㅋ
-기대한다 얘들아
그 짓궂은 기대가 최대치로 부풀어 오를 때.
[아… 이렇게 됐네요.] [그러게요.]대화를 주고받는 대뜸 내레이션이 흘러나왔다.
다만 아까 들었던 목소리는 아니었다.
-?
-테스타 후회하나ㅋㅋ
테스타의 팬이 아닌 사람들은 웃으며 댓글을 달렸지만, 테스타의 팬들은 약간 당황했다.
‘이거….’
목소리는 테스타가 아니었다.
그리고 잠시 뒤.
화면이 비추는 무대가 바뀌는 대신, 대뜸 전광판이 열렸다.
“…!!”
그리고 검은 백스테이지로부터, 4명의 인영이 드라이아이스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
-헐
-야 잠깐
-설마
‘설마’가 맞았다.
실제 VTIC이 테스타 콘서트에 카메오 출연한 것이다.
-미친
이 기대도 안 했던 극적인 전개에, 관객 반응이 폭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