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261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61화
생방송이 끝나자마자 회사에 전화를 걸어서 매니지먼트실 당직과 대화했다.
영린과 동시 발매하게 생겼다고.
그리고 회사가 발칵 뒤집혔다고 한다. 그럴 만했다. 최근 영린의 성적을 요약하자면 이렇거든.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에서 연간 3위.’
비교자료로 제공해 주자면, 테스타 최신곡인 ‘부름’의 음원 연간 순위가 37위다.
게다가 이 연간 차트에서 TOP50 안에 영린의 곡만 네 곡이다. 타이틀곡 두 가지와 OST 하나, 그리고 예능 콜라보곡이 하나.
기함할 수치였다.
‘절대 못 이겨.’
대중형일 뿐만 아니라 골수 팬덤까지 제법 탄탄하다 보니 파고들 구석이 없다.
한마디로 음원 동시 발매는… 명예로운 죽음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회사만 뒤집힌 건 아니다.
“영린 선배님이랑?”
“예.”
“하…….”
그룹 내에서도 자체적으로 새해 첫 회의가 소집되었다.
새해를 일로 꼴딱 세우면서 맞이하게 되었으나, 사실 그런 건 이 사태에 비하면 중요한 것도 아니다.
나는 더없이 침착하게 판단했다.
‘일부러 지금 알려줬군.’
컴백까지 나흘 남았는데 날짜를 옮기는 건 불가능했다.
청려는 어차피 큰 대처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마음의 준비라도 하라는 식으로 알려준 것이다.
호의라면 호의라고 볼 수도 있으니 감정 소모는 필요 없다. 애초에 경쟁하는 입장에서 이 정도면 좀 빡치긴 해도 이득은 맞다.
…그래, 빡치는 것도 맞고.
“문대.”
“왜.”
“너 그 정보 확실해? 어디서 들었어?”
“VTIC 쪽에서 말해주던데.”
큰세진이 오묘한 눈으로 이쪽을 쳐다보았다. 대충 해석하자면 ‘너 엿 먹으라고 한 소리 아니냐’다.
그래. 혹시 해서 그것도 확인했다.
나는 스마트폰을 던졌다 받으며 이어 말했다.
“혹시 몰라서 영린 선배님께도 직접 여쭤봤어. 맞아.”
“후우.”
이제 나흘도 채 안 남은 데다가 컴백 시기가 겹치니, 영린은 굳이 거짓말을 하진 않았다.
다만 궁금해하긴 했다.
-결정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문대 씨가 알고 있는 게 신기하네요.
스탭분들이 말하는 걸 들었는데 혹시 해서 물어봤다고 둘러대긴 했다.
같이 일하는 크루들이 좀 입단속을 당하겠다만, 지금 우리 상황에 비하면 그걸 신경 써줄 겨를이 없다.
‘미치겠네.’
나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그때, 차유진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저기요! 저 질문 가지고 있어요!”
“그래, 말해 봐 유진아.”
“왜 영린 선배님 같이 활동하면 안 돼요?”
류청우가 대답했다.
“…영린 선배님이 워낙 믿고 듣는 이미지가 강하시거든. 우리가 음원 차트에서 많이 밀릴 거야.”
“하기 전에 몰라요! 해봐요!”
그래, 포부는 당차고 좋다만… 이건 분위기의 문제였다.
이렇게 정규를 다잡고 왔는데 음원 실시간 진입 1위도 못 하면 사기가 얼마나 떨어지겠는가.
그리고 영린은 한동안 시간이 흐를수록 이용자가 더 붙을 테니, 딱 영린의 신곡 하루 뒤 발매인 이 상황은 정말 최악이었다.
영린의 음원 화제성이 피크일 때 신곡 발표라니.
‘어디 변두리 사이트 아니고서야 절대 1위 못 해.’
정규 기록이 무너지게 생겼다.
“…….”
그리고 차유진은 여전히 생각과 고민에 잠긴 멤버들의 분위기를 보고, 어깨를 으쓱했다.
“OK. 우리 1위 안 해도 괜찮아요! 우리 잘해요. 무대 멋지게 하면 돼요!”
“…!”
“무대 1위 해요!”
단순한 말이었다. 그러나 분위기가 좀 환기되긴 했다.
“그래, 우리 간만에 앨범인데, 잘하면서 무사히 끝내는 게 중요하지.”
“마, 맞아요. 여,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데에 집중하면, 즐거운 활동이지 않을까요…?”
그래, 그런 긍정적인 생각도 좋지.
다만… 역시 나는 이기는 게 좋아서 말이다.
생각하자.
나는 손가락으로 거실 바닥을 두드렸다.
‘영린을 음원 차트에서 이기는 법?’
일단 영린은 이번 곡을 전혀 홍보하지 않고 있으며 업계에도 거의 소문이 나지 않은 것은 확실했다.
영린 본인의 반응도 그렇고, 이 회사의 반응도 그렇다.
‘아무리 그래도 T1인데, 어지간한 대형 가수들 컴백 소문은 다 알아.’
영린 본인도 새해로 확정한 게 며칠 안 됐다고 했으니, 이 경우에는 청려가 유독 정보력이 좋은 것이지 대부분은 모르는 상태라는 것이다.
‘그럼 그 점을 노려서 테스타가 예능 쪽으로 대중 프로모션을 빡세게 돌려본다면….’
아니, 이건 아니다. 이미 연말에 나갈 건 다 나갔고, 연초에 잡은 예능도 이미 충분하다. 더 늘리는 건 이미지 소비만 커질 뿐이다.
‘음.’
나는 목 뒤를 문지르다가, 표정이 어두운 김래빈과 눈이 마주쳤다.
“…많이 신경 쓰이냐.”
“예? 아, 아닙니다!”
그래. 넌 더 신경 쓰일 만하다. 이 앨범의 절반은 네가 손댔으니까.
무인도 조난당했을 때도 그 간당간당한 배터리로 작업했다는 걸 알았을 때는 솔직히 당황했을 정도다.
“그냥… 영린 선배님의 신곡으로 신곡 발굴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어, 아예 저희 곡을 들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리스너분들이 많으실까 다소 걱정이 됩니다.”
그래, 한번 툭 찔렀다고 이렇게 문장이 쭉 쏟아질 만큼 걱정이 많을 만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제대로 포인트를 집고 있었다.
“맞아. 대중성이 강한 사람이 관심을 다 가져가면, 상대적으로 대중보다 팬덤이 강한 쪽은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경우가 십상이다.”
피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
나는 좀 더 고민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그러니 일단은, 음원에서는 무슨 짓을 해도 못 이긴다고 가정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으으음~”
“하지만 음악방송 1위는 우리가 할 것 같은데요.”
심각한 얼굴이던 배세진은 약간 놀랐다.
“…어떻게?”
“그거야, 영린 선배님은 음원만 내고, 우리는 앨범이니까요? 음반 점수가 있잖아요~”
“아.”
그렇다. 우리는 간만의 정규고, 영린은 새해 기념 깜짝 싱글일 뿐이다.
‘팬들이 어떻게든 다른 점수를 끌어올려서 1위는 주려고 할 거야.’
트로피는 중요하니까.
고맙고 미안한 일이다만, 이걸로 인한 대중 반응도 어렵지 않게 예측 가능했다.
-솔직히 영린이 1위 해야하는데 셤별이 팬빨로 민 거지
-ㅋㅋㅋㅋㅋ홍보 하나도 안 한 솔로 vs 사연팔이 상술 오지는 남돌ㅋㅋ 안 부끄럽나
-테스타ㅊㅋㅊㅋ~ 팬들 애썼네
-와 진짜 왜곡 심하다 현실에서는 다들 영린 곡만 듣는데;
사고 이후 첫 정규로 한참 그룹의 스토리를 끌어올려야 하는 시점이다.
테스타를 지켜보던 사람들에게 뽕을 가득 채워줘야 할 시점에 상처뿐인 승리는 흥이 식을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물러설 수 없는 선이 나온다.
‘음원은 주더라도, 화제성은 밀리면 안 된다.’
‘1위를 할 만하다’는 인식, 대중적 파급력을 지켜야 한다. 이게 마지노선이다.
“음원은 지는 걸 기준으로 평타만 노리고, 어떻게든 활동이 유명해지도록 화제성에 전부 올인하는 건을… 건의하고 싶습니다.”
“…!”
“프로모션, 홍보, 언급, 공개 순서… 전부 다요.”
극단적인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나는 말했고, 멤버들은 제각기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
그리고 큰세진부터 손을 들었다.
“난 찬성. 제일 합리적이잖아요? 다른 방안도 없고.”
“그래. 전략이 중요한 시점이긴 하지.”
김래빈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활동이 유명해지면, 늦게라도 곡을 듣기를 시도해 보시는 분도 늘어날 것이라 믿습니다.”
제법 꿋꿋한 놈이다.
나는 피식 웃은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배세진이 긴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화제성은 어떻게 만들지 생각 있어?”
“구체적인 건 좀 더 논의해 봐야겠지만… 역시 충격이 답이지 않을까요.”
영린이 깜짝 발표로 쭉 빨아들일 화제성을 뺏어오려면, 이게 맞았다.
“일단 사람들 뒤통수 좀 치죠.”
“…??”
반전. 의외성 말이다.
* * *
시일이 지나 1월 5일.
테스타의 신곡 뮤직비디오는 당일 자정에 순조롭게 공개되었다.
제목은 ‘Wheel (낮)’.
-휠을 돌려줘
저 멀리 날아가도록
선율이 울려 아름다워
마음에 닿아 Let it pop
뮤직비디오는 아름다웠다.
햇살이 부서지는 한낮의 놀이동산.
몽환적인 필터와 시공간이 겹치는 효과로 신비로운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고정된 카메라가 잡는, 소설 속처럼 아름다운 낡은 놀이동산에서의 한때는 뛰어난 영상미를 자랑했다.
그리고 전면에 나오는 멤버가 한 화면 내 구석에 또 있는 등, 위화감 어린 비현실적 풍경이 묘한 느낌을 살렸다.
-톡 톡 톡
시공간의 뒤섞임.
돌아가는 황금빛 관람차 앞, 양팔을 벌리고 선 소년과 파란 하늘.
누가 봐도 데뷔곡인 ‘마법 소년’의 정신적 정통 계승작이었다. 세계관에도 충실해 은은한 감동이 밀려오는 수작이다.
다만… 좀 심심했다.
-곡 진짜 좋다ㅠㅠ
-새해 맞으면서 듣기 좋은 듯
-약간 캐럴 느낌도 나고 설레
팬들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물렸다’는 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제, 갑작스럽게 발표될 영린의 신곡의 기세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대박 영린ㅋㅋㅋㅋㅋㅋ
-와 이러면 낼 테스타 어쩌냐?
-개꿀잼 (팝콘)
-테스타 음원은ㅋㅋㅠㅠ 미리 애도를 표합니다… 안됐네 정규라던데
마른하늘에 벼락도 아니고, 컴백 하루 전에 이게 무슨 박살이냐며 팬들은 당혹과 경악에 휩싸였었다.
목표로 했던 것 중 음원 부문은 달성 불가 판정이 뜬 것과 다름없었으니까.
-아 왜 하필
-애들 각 잡고 준비했던데 왜 이래 진짜ㅠㅠㅠㅠ
-나 다 걸고 ㅇㄹ 호감이었는데 지금 너무 속상해 찬물 얻어맞은 느낌이야..
-ㅋㅋㅋㅋㅋㅋ티원 X소 새끼들 일 더럽게 못해 하다못해 컴백 날짜도 못 잡아 아 빡쳐 인터넷 끊어야겠어
-제발 뚜껑 열기 전에 초치기 그만… 오랜만에 테스타 활동인데 즐기자 우리가 열심히 하면 되잖아
그래도 일단 뮤직비디오를 기다렸는데, 테스타가 가져온 것도 누가 봐도 듣기 좋은 음원용이라 탄식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기대했던 몇몇 요소들이 빗나가서 더욱 흥이 식었다.
-문대 흑발이잖아
-ㅋㅋㅋ그냥.. 반사광이었는 듯
-아ㅋㅋㅋㅋ음
특히 박문대의 연말 사진들을 보며, 염색을 검은색으로 덮은 게 분명하다며 흥분했던 팬들은 어쩐지 기가 죽었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다 자연모였다. 분위기는 있지만, 어딘지 임팩트가 부족했다.
무슨 짓을 해도 절대 이길 수 없을 음원 초강자와 붙은 컴백.
제일 중요한 정규에서 이렇게 몇 번 삐끗하니, 괜히 기운이 빠지고 패배감이 든 것이다.
-스밍이나 열심히 하자
-이번에도 갓띵곡인데 제발 제대로 하자 애들은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좀ㅠㅠ
팬들은 우선 앨범 중 선공개된 타이틀곡을 열심히 음원사이트에서 스트리밍하며 애썼으나,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테스타 실시간 진입 1위 실패] [영린이랑 테스타 진입 그래프 비교해 봄] [다소 충격적인 테스타 음원]온갖 사이트에 간만에 신난 테스타의 어그로들이 날뛰었다.
테스타가 더 잘되길 바랐던 사람들이 많은 만큼, 그들의 부진을 흥미로워하는 사람도 많았다.
-테스타 곡도 좋긴 한데 역시 남돌 한계 있네 이용자 차이 꽤 난다
-팬들 이악물고 스밍해서 이 정도 따라오는 거지 머글픽은 무조건 영린이야ㅋㅋㅋ
-타이틀 선공개는 화력 집중하려고 해본 건가? 그냥 수록곡 줄세우기라도 했으면 폼이라도 났을 텐데 더 모양 빠지는 듯ㅠ
컴백을 했는데도 도리어 기운이 빠지는 상황이었다.
눈과 귀를 막고 그냥 컨텐츠만 즐기면 좋았으련만, 그럴 수 없는 사람 마음 때문에 팬들이 다소 마음고생을 하고 있을 때.
[202X ToneA / 01. 08. Fri]테스타의 첫 컴백 무대가 이루어지는 티원에이 시상식이 방영될 날이 왔다.
팬들은 그래도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것에 기대감과 기운을 훅 회복하며, 멤버들의 퍼포먼스를 기다렸다.
아마도 ‘피크닉’ 때처럼, 여유롭고 가벼운 무대가 될 것이라 예상하면서.
하지만 그들의 예상은 박살이 났다.
-????
-미친미ㅊ;ㄴ
좋은 의미로.
세 시간의 긴 기다림 뒤, 무대 뒤에서 등장한 것은… 놀이동산 직원이 쓸 법한 거대한 인형탈을 쓴 일곱 인영이었다.
다만 선공개 뮤직비디오의 아련하고 맑은 느낌은 온데간데없었다.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강렬한 야광, 펑크, 그리고 지퍼와 광택이었다.
검은 갱스터.
조명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인형탈들에 아무렇게나 튄 야광 도료가 번뜩였다.
[우웅.]불량배처럼 무대의상을 차려입은 놈들은 거침없이 걸어 나와서, 위화감이 들도록 귀엽게 생긴 인형탈을 까닥이며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시작되는 도입부의, 인간 모터사이클을 탄 것 같은 현란한 동작.
Drr, Drr, Drrrrrrrrrr-!
질주하듯이 울리는, 엔진 배기음 같은 베이스.
그 위에 올라탄 박수 박자의 스네어와 벨 소리가 섞인 전자음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조명이 현란히 난색과 한색을 오갔다.
멤버들은 일사불란 빠르게 서로를 잡아채는 안무로, 절묘한 균형을 순식간에 맞추었다.
그리고 양옆에서 끌어당기며 갈라지는 대형 사이, 강아지 탈 멤버가 튀어나왔다!
그는 탈을 집어 던졌다.
[Hi?]박문대였다.
펌을 넣어 옆으로 넘긴 핑크 머리가 휘날린다.
-헐
일부러 선공개하지 않고 기다린 이번 앨범의 더블 타이틀.
‘Drill (밤)’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