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263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63화
차유진이 낸 의견은 사실 기상천외한 홍보 방법까진 아니었다.
“우리 챌린지 만들어요!”
“챌린지?”
“Try to dance challenge!”
한마디로 ‘우리 춤 따라 하는 영상 찍어줘’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하는 짧은 동영상 컨텐츠였다. 솔직히 요즘 컴백하고 이걸 시도 안 하는 팀을 본 적이 없다.
‘골드 1네 그룹도 이걸로 제법 떴었지.’
하지만 그건 그 회사가 일을 잘해서고, 대부분은 그냥 시도에 의미를 두는 정도의 성과로 끝난다. 곡이 좋고 안무가 좋다고 사람들이 따라 추는 게 아니더라고.
난 잘 모르겠다만, 그쪽에서 선호하는 즐거움이 있는 모양이었다.
다만 차유진은 놀랍도록 그쪽을 잡는 센스가 좋았다.
[이렇게 하늘 필터를 끼다가… 여기서 확, 핼러윈 필터로 바꾸면서 곡도 바꾸는 거죠!]“오.”
[Wheel의 프리코러스에서 딴따다, 쌓이는 느낌 끝에….]차유진이 음악을 조절해, 청량하고 벅찬 Wheel의 고조부분 끝에 Drill의 어둡고 강렬한 휘파람 후렴을 붙였다.
[휘익! 하고 타단! Drill의 드롭을 넣으면, 끝. 좋죠?]‘괜찮은데?’
좀 유치하지만, 분위기와 곡, 안무가 모두 휘파람 한 번에 변하니 순식간에 시선을 끄는 맛이 있었다.
이런 데에 별 관심 없는 선아현이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머, 멋지다…!”
“저도 알아요!”
그냥 보기에도 그럴싸했다. 사전 지식 없이 보아도 유행하는 것들과 비슷한 맥락이 보였다는 뜻이다.
‘잘하면 어느 정도 효과는 보겠어.’
“다들 어떻게 생각….”
나는 곧바로 거수로 찬반 의견을 확인하려다가, ‘내가 이 영어를 이해한 건지 확신을 못 하겠다’는 몇 놈의 얼굴을 보았다.
…번역이 우선인가.
“타이틀 두 곡을 이어서 댄스 챌린지를 만들면 반전 매력을 살릴 수 있다는 것 같은데요.”
“아아~”
그리고 그제야 의견이 나왔다.
대부분은 찬성이었다.
“그럼 두 곡 모두 홍보 효과를 받을 수 있겠네.”
“우리 프로모션이랑 스토리도 비슷하겠는데요? 반전의 맛! 오, 차유진이~”
“히히.”
위험천만한 도박수도 아니고 솔직히 요새는 정석에 가까운 방법이었기 때문에, 그룹 내부에서도 회사에서도 통과는 빨랐다.
“플랫폼 제휴로 편곡도 넣어준대.”
“예아~”
“그럼 챌린지 공지용 영상을 찍어야겠네요. 인당 하나씩.”
배세진은 침을 삼켰다.
“…혼자?”
“예.”
이런 동영상의 특성상 잘 보이려면 최대한 밀어 넣어도 둘이었다.
배세진의 얼굴에 근심 걱정이 가득해졌다.
“Mememe! 저부터요!”
물론 차유진은 신나게 영상을 찍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보기에도 이놈 것이 제일 그럴싸했다. 본인 내면에 완성된 그림이 있어서 건의했던 모양이다.
고개를 꺾으며 Drill 후렴의 캐치한 안무 손동작을 넣는 게 딱 맞았다.
‘어려서 그런가.’
이런 류의 감각이 본능적으로 좋은 놈이었다.
하지만 차유진과 동갑이면서 열 번쯤 영상 촬영에 실패한 놈도 있다.
“이, 이렇게 하면…?”
“하하하! 김래빈은 완전 못해!”
“…! 처음 시도해 보는 거라 그렇지 몇 번만 더 원리를 파악하면 너보다 잘할 수 있어!”
“아니야, 바보야!”
그리고 김래빈은 겨우겨우 성공하며, 차유진에게 정신적으로 패배한다.
“돼, 됐다…….”
차유진은 승자의 여유를 즐겼다.
“다 잘했어요. 김래빈 곡이 좋아서 그래요!”
병 주고 약 주는군.
“…….”
잠깐. 생각해 보니, 엄격히 말하자면 생일이 제일 느린 김래빈이 제일 어리다만… 뭐, 이런 류의 최신 유행과는 연이 없는 놈이니까.
어쨌든, 그렇게 올린 동영상은 우리의 홍보전략과 맞물려서 제법 바이럴을 탔다.
심지어 차유진의 원안보다 자체 발전하더니, 이용자들끼리 변형된 새 유행을 만들기까지 했다.
[테스타 반전 챌린지!]배세진은 위튜브에서 동영상 모음을 보더니, 오묘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인형탈 쓰고 나비 사이를 뛰어다니다가… 갑자기 탈 집어 던지고 악당인 척하는 거잖아.”
“…그렇죠.”
“…우리가 했던 거랑 너무 다르잖아?!”
배세진이 좀 신랄하게 말하긴 했다만, 정답이었다.
시상식에서 처음 선보인 Drill 무대가 상당히 유명해진 탓에 그것의 영향을 받은 모양이었다.
‘오히려 좋지.’
더 과하게 재생산까지 됐으니 대성공이다. 동영상이 계속 쏟아질 것이다.
‘영린은 이번 신곡으론 절대 이런 걸 못 해.’
‘듣는 즐거움’에만 정석적으로 집중한 곡이었으니 말이다.
계획대로 음원 스트리밍 이상의 컨텐츠에서 승패가 갈렸다.
일이 이렇게 되니 회사에서는 신나서 ‘Drill용 필터 제휴’까지 하자고 했지만, 차유진이 단호히 반대했다.
“이런 챌린지 너무 cheesy하다고 싫어하는 사람 많아요. 우리 뮤직비디오 멋져서 쓰면 안 돼요!”
“음, 그래.”
곡과 친근함만 바이럴 태워서 진입장벽을 낮추고, 직접 너무 깊게 엮이진 말자는 뜻이다.
내가 하려던 주장과도 일치했다.
‘쓸 만한데.’
머리 좋은 놈이었다. 자기가 관심 있는 것에만 머리를 써서 문제지.
그렇게 차유진의 홍보전략이 한몫 한 채로, 활동은 직전의 긴급사태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예정대로 착착 진행되었다.
[기세 좋은 테스타 신곡] [Drill 뮤비 조회수 추이.jpg] [드릴 안무 영상 떴다]테스타의 이번 활동에 대한 글과 동영상이 인터넷에 범람했다. 화제성이 제대로 궤도에 올랐다는 뜻이다.
그리고 성적이 반영되기 시작하자마자 바로 공중파 음악방송에서 1위 후보에 올렸다.
결과?
“생방송 뮤직가요! 이번 주 1위는… 축하합니다, 테스타!”
당연히 수상했다. 다만 점수는 예상대로였다.
‘영린보다 음원에서는 1,000점쯤 부족해.’
그러나 괜찮았다. 극렬한 음원지상주의자나 안티가 아니고서야 ‘받을 만했다’는 분위기였으니까.
명분을 만드는 전략의 승리였다.
나는 제법 짜릿한 만족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겼다.
“…감사합니다!”
“긴 시간… 포기하지 않아 주셔서, 응원해 주시고 기다려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정말 감사합니다, 러뷰어…!”
오랜만의 음악방송 1위여서 그런가, 유독 울컥하는 놈들이 많았다.
“이세진 형도 울어요?”
“그래, 형 펑펑 운다~”
안 그럴 것 같던 놈들까지 한껏 감격하는 통에 꼴이 좀 웃기긴 했으나, 당연히 받을 줄 알았다는 것보다야 훨씬 보기 좋았겠지.
‘국내는 이걸로 꽉 잡았군,’
나는 코를 훌쩍이는 놈들과 같이 앵콜을 다섯 번쯤 불렀다.
‘테스타가 하필 영린이랑 같이 나와서 안 됐다’는 말이, ‘영린 곡이 하필 테스타랑 같이 나와서 아깝다’는 말로 바뀌는 시점이었다.
그렇게 예능으로 프로모션을 돌며 2주쯤 보냈을 때 즈음이었다.
‘다른 판도 확인해야지.’
나는 슬슬 해외의 소식도 살피기 시작했다. 투어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늘었다는 것을 확인한 후였다.
‘애초에 Drill은 글로벌 반응을 엄두하고 낸 거니까.’
복잡할 것 없이 신나게 듣기 좋으며, 그냥 돈 바른 영상미가 기가 막히고 안무가 끝내주는…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정서 말이다.
‘그래서 이번 앨범으로 수요가 늘어난 건가.’
그러나 검색을 수행하는 순간, 나는 약간 당황했다.
“…?”
‘뭐야, 왜 이렇게 많아?’
예상보다도 결과가 휘황찬란했다.
글로벌. 여기서 차유진의 홍보전략이 진정한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 * *
차유진이 만든 ‘테스타의 반전 댄스 챌린지’는 해외 팬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이게 머글들에게 먹히는 거구나!’
그래서 테스타에게 호감이 있는 KPOP 팬들은 온갖 위튜버와 주위 사람들에게 폭격처럼 이번 신곡 관람 요청을 넣었다.
형식은 간단했다. 무조건 ‘Wheel’을 먼저 보게 한 뒤, 연달아 ‘Drill’을 보게 하는 것이다.
사실 그냥 ‘Drill’만으로도 어지간한 사람들은 좋아했다.
각 잡고 전 세계의 너드 취향을 노린 블록버스터 코믹스 영화 + 게임 시네마틱 트레일러풍 영상이었으니까.
그런데 정 반대되는 ‘Wheel’을 사전 감상하게 하니, 같은 그룹이 같은 배경에서 보여주는 갭에 리액션이 더 잘 뽑혔다.
[오, 똑같은 곳이 배경이구나? 이 놀이공원 홍보인… 뭐? 얘들이 같은 애들이라고?] [맙소사, 맙소사! 이 사이클 타는 새낀 X나 멋져!] [지금 말할게, 내가 염색한 남자를 받아줄 수 있는 건 이 개멋진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은 케이팝 스타들뿐이야.]조회수 장사하기 더 좋아졌다는 뜻이다. 이놈 저놈 할 것 없이 리액션 위튜버가 아닌 사람들까지 영상을 찍었더라고.
그리고 워낙 글로벌 취향을 노리고 영상과 곡을 뽑았다 보니, 노출도가 늘자 덩달아 테스타의 신곡 뮤직비디오들은 조회수가 훅훅 불었다.
특히 ‘Drill’은 심지어 미국 실시간 인기 동영상 순위에도 들었다고 한다.
‘…메인스트림에 올라오고 있어.’
쾌거였다.
나는 인정했다.
차유진에게… 고기라도 한번 구워줘야겠다.
“소 먹을래, 돼지 먹을래.”
귀신같이 차유진이 방 너머에서 대답했다.
“저는 소 좋아요! 한우 좋아요!”
“그래.”
다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무언가가 크게 흥하면, 자연스럽게 어디서든 구설수가 터져서 따라오기 마련이었다.
이번에는 그게 일본이었나 보다.
무슨 애니메이션 팬들이 장면을 합성하면서 우리 챌린지와 뮤직비디오를 썼는데, 그걸로 뜬금없이 싸움이 붙으면서… 더 유명해진 모양이다.
심지어 테스타 팬과 애니메이션 매니아 사이에서 터진 것도 아니고, 한국 까는 놈들이 물었다.
-초상권이 소중한 일본 가수는 못 쓰니 한국 아이돌을 쓰는 걸까? 계급 자체가 다르니 그만하는 게 좋겠어
-한류 팬들은 언제나 주제를 넘어서 보기 싫은(웃음)
-이렇게까지 반응할 일일까? 소위 케이팝 팬들은 너무 과격하네요
-미국과 일본을 베낀 케이팝에는 관심 없어. 자국으로 돌아가 줬으면.
└테스타는 애초에 일본에 진출한 적도 없지만? (´?ω?`)?
-넷우익들만 신났구나 (웃음)
한국이라면 무조건 싫은 세력과 케이팝 팬들이 충돌하며 한바탕 개싸움이 벌어졌다고 한다.
일본 반응을 정리하는 위튜버가 발랄한 어투로 정리했다.
“…….”
졸지에 시도하지도 않은 일본 바이럴이 성공한 셈이다.
우리 때문에 생긴 논란은 아니다 보니 거부감이 덜해서, ‘대체 뭐길래’하고 본 사람들이 유입되었다.
그리고 컨셉추얼하고, 음, 잘생긴 놈들이다 보니 급속히 팬이 늘어난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행차 이후로 일본을 간 적이 없지.’
논란으로 대중 노출도가 갑자기 생기니 적체된 잠재 팬층이 한 번에 들어와 준 모양이었다.
-사슴뿔의 연보라 멤버의 얼굴이 너무 굉장하다 왕자님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흑발이 센터일까요? 정말 잘생겼어요 위험해요 벌써 영상을 다섯 번째 돌려보고 있어요
-핑크! 핑크! 핑크! 나 이제 핑크 강아지의 팬이야! (박문대 캡처)
그리고 이 사람들이 아레나에서 돔으로 커진 콘서트 체급을 채워준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차유진이 시작한 댄스 챌린지는 가지처럼 온갖 곳으로 뻗어가며 빵빵 터진 것이다.
“…….”
이거… 진짜 이 앨범으로 대상 받는 건 아닌가.
‘가능성은 있어.’
나는 잠시 희망에 찬 생각을 하며, 모니터링을 종료하려고 했다.
끄기 전, 검색 엔진에 뜬 뉴스 기사만 아니었어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VTIC(브이틱) 2월 컴백 확정… 가요계의 정상이 돌아온다.]“…….”
이 새끼들은… 쉴 생각이 없나?
심지어 얼마 후엔 확인 사살까지 왔다.
[VTIC 채율 선배님 : 다음 달에 우리 컴백해요 문대 씨!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VTIC 신오 선배님 : (손으로 총 쏘는 이모티콘)]이놈들은 각자 보내도 될 소식을 왜 단체 메신저에 초대해서 알리는지 모르겠다. 긁는 건가?
나는 정석적인 답을 했다. 그러자 개 사진이나 올리던 놈에게 개인 메시지가 왔다.
[VTIC 신청려 선배님 : 정말요?]이 새끼가 진짜.
[그럼요. 활동 중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군대 가시면 못 뵐 게 아쉬울 뿐입니다.]얼른 군대나 가라는 뜻이다.
약간의 딜레이 뒤에야 답이 왔다.
[음? 내가 왜요?]뭐?
다음 메시지는 연달아 도착했다.
[난 어머님이 국가 유공자셔서 6개월만 복무합니다. 몰랐어요?]“…….”
[아, 이번에는 발표를 안 했구나. 미안해요^^ 후배님.] [현역이죠? 잘 다녀와요.]개X끼야.
나는 스마트폰을 끄며 다짐했다.
‘이번 투어부터… 모든 스케줄은 무조건 체급 키우는 데에 써먹고 만다.’
내년에 이 새끼가 통탄의 입대를 하게 만들어주마.
그리고 마침 넷플러스에서 적절한 제안이 왔다.
“다큐멘터리요.”
“네! 요새 많이 하잖아요.”
바로 콘서트 투어 비하인드 다큐멘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