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312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12화
양일로 진행된 콘서트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제발 앵콜
-아니 이런 걸 만들고 이틀로 끝내면 어떡해 미친 놈들아(좋은 뜻임 사실 아님)
-VOD 나오면 꼭 사세요 공익 목적의 추천입니다
관객으로 왔던 팬 중 압도적 다수가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줬다. 일단 재밌고 신선했다는 것이다.
서사를 구현한 극 형식의 콘서트.
‘무대를 잘하니까 반은 먹고 들어갔겠지.’
상태창 뜨는데 괜히 뺄 것도 없다. 퍼포먼스는 훌륭했다.
물론 친밀함과 소통의 측면에서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만, 예정대로 W라이브 뒤풀이를 하고 나니 확 줄어들었다.
그냥 콘서트 비하인드만 읊은 게 아니라, 노래방 형태로 선곡 받고 달렸거든.
덕분에 목에 좀 무리가 가긴 했지만… 그럴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좋아.’
나는 마시던 배도라지즙을 목에 다 때려 넣었다.
밖에선 찬바람이 불고 있었다. 나간 놈들이 고생 좀 하고 있을 것 같군.
-문대문대 진짜 안 갈 거야?
마지막까지 물어보던 놈도 결국 딱 하루의 휴일을 즐기러 나갔다. 그럴 만도 했다.
지금은 11월 초, 연말을 위해 무대를 다지는 기간이다.
무슨 뜻이냐면 오늘 하루를 끝으로 올해에 쉬는 날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아니, 한 2월까진 그러겠군.’
시상식과 투어 콤보로 끝날 테니까.
오늘은 실무진도 특별히 연락이 없다. 그쪽도 더럽게 바쁠 거거든.
이번 콘서트 형식이 특수해서 우리가 보통 투어 도는 공연장에서 딱 맞게 하긴 어렵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각종 공연장 규격에 맞게, 일반적인 콘서트 구성도 섞어서 열심히 기획을 수정 중일 것이다.
‘바쁜 시즌이지.’
나도 오늘이 마지막 여유일 테니, 머리 비우고 쉬어두는 편이….
드르르륵!
스마트폰이 울린다.
[VTIC 신청려 선배님 : (이미지)] [VTIC 신청려 선배님 : 잘 지내요?]“…….”
우리가 안부나 주고받을 사이냐?
쉴 때 이 새끼가 연락해서 좋은 꼴을 봤던 적이 없었으니 그냥 무시하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첨부된 이미지를 보자 생각이 바뀌었다.
또 개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인터넷 기사의 캡처였다.
[“노래로 악당을 물리치는 마법소년!” 테스타 출연]도발이었군.
나는 놈에게 답장했다.
[예, 선배님.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보내주신 사진은 하도 많은 분이 재밌어하셔서 이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반응 좋아서 개이득인데 마법소녀든 소년이든 무슨 상관이냐.
정신승리가 아니라, 정말로 인터넷에선 아직도 저 예능 이야기가 나온다.
명실상부 올해 국내에서 가장 핫한 라이징 남자 아이돌.
‘올 하반기는 한 번도 삐끗 안 하고 달려왔다.’
성적, 인지도, 화제성 어디서도 밀리지 않는다. T1과 친한 시상식이라면 우리에게 대상 하나 챙겨주는 것은 거의 확정이다.
‘이 새끼 그게 열받아서 이러는 건가.’
그러나 답장은 텀 없이 왔다.
[VTIC 신청려 선배님 : 그렇구나. 잘 어울린다고 하려던 거였어요^^]“…….”
이 새끼 완전 사람을 맥이려는….
‘은원은 골드 2 협조로 다 청산했다 이거냐.’
이럴 거면 개 사진이나 받는 편이 낫겠군. 나는 그냥 스마트폰을 끌지 짧게 고민했다.
하지만 그 순간, 답장도 안 했는데 뜬금없이 전화가 걸려왔다.
[VTIC 신청려 선배님]“…?”
뭐 어쩌라고.
개소리 사이에 정보가 있을지도 모르니 일단은 받았다.
“무슨 용건이십니까.”
그러자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음… 혹시 나한테 할 말 없나 해서.
“예?”
무슨 개소리냐.
그러자 잠시 전화기 너머에서 침묵이 흐르더니, 약간 아쉽다는 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인가.
“아직?”
-혼잣말입니다. 그냥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서 전화한 거예요.
아닌 것 같은데.
“말씀드렸다시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설마 ‘아직’이라는 게 무슨 술수를 부려놨는데 아직 안 터졌다는 뜻은 아니겠지.
나는 대놓고 물어보았다.
“뭐 따로 준비하신 거라도?”
-음?
“‘아직’이라고 하시길래.”
그러자 실실 웃는 소리가 통화를 타고 넘어온다.
-아, 정말 다른 건 아니에요. 후배님 국내에 아직 입국 안 했나 해서.
테스타가 지난주에 짧게 해외 스케줄이 있긴 했다.
‘하지만 저건 변명 같은데.’
수작 부렸다는 기색은 없었기에 일단 넘어가 주기로 했다.
-우린 입국했거든요.
그러냐.
“시간 되시면 입국하신 김에 티홀릭 선배님 예능도 한번 나가보시죠. 추천드립니다.”
그 노잼 새끼들 데리고 뭘 할지 궁금했다. 그러나 놈은 심드렁히 대답했다.
-아, 그… 선배님들.
통화가 아니었다면 선배님이라고 부르지도 않았을 거란 투로군.
-생존력이 정말 대단하시죠. 무슨 사건이 일어나도 회복력이 좋아서… 감탄했던 적도 종종 있고.
전에 죽이려고 별짓을 다 했는데 아득바득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다.
나는 간단히 정리했다.
“선배님도 그러십니다.”
-음, 그래요? 어느새 그런 입장이 됐나.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재밌어하는 것 같아서 열 받는군.
-아무튼 굳이 거기 나갈 생각은 없지만, 추천은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태연하군.
‘…대상 항목 하나 넘어가도 본인 위치는 굳건하다 이건가.’
뭐, 좋은 일이다. 이 새끼가 또 내 뒤통수를 후려갈길 확률이 줄었다는 뜻이니까.
청려는 웃는 목소리로 통화를 마무리했다.
-그럼 시상식에서 봐요.
“예.”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내가 청려를 다시 본 것은, 그달 마지막으로 예정됐던 한 대형 음원차트의 시상식이었다.
* * *
“아 테스타 오늘 뭔가 보여… 줄 수 있을까?”
“당연하죠!”
“하하!”
시상식이 시작되기 전, 대기실에서 모든 준비를 끝낸 멤버들은 들뜸 반 긴장 반으로 보인다.
솔직히 이 상황에 수상 실적을 기대하지 않는 놈이 있다면 그거야말로 이상한 놈일 테니까.
…그렇다고 벌써 샴페인을 꺼낸 건 예상 못 했다만.
“자자, 저희 건배할까요?”
“Yeah, cheeeeers!”
케이터링에 포함된 무알콜 샴페인을 든 놈들은 무슨 수능 직전 찹쌀떡 먹는 수험생들 같았다.
‘뭐… 분위기는 좋군.’
그렇게 기분 낸 놈들 사이, 류청우가 웃는 얼굴로 하나를 지목했다.
“세진이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데, 건배사 해줄 수 있어?”
“내, 내가?”
“응.”
“오우~”
배세진은 얼굴을 벌게졌으나 화내진 않았다.
“큼, 그러면….”
대신 놈은 몇 번 헛기침을 하더니, 진지하게 입을 다시 열었다.
“올해도… 정말 고생 많았고, 그, 결과가 어떻든! 우리가 열심히 잘했다는 건 의심하지 말자!”
놀랍도록 그럴싸했다. 류청우가 괜히 지목한 게 아닌 것 같다.
‘은근히 준비했나 보군.’
“형….”
“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감동적입니다.”
분위기는 더없이 좋았다.
큰세진도 군말 없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 저희 그래도 정식 구호 한 번 더 제대로 하고 가야죠~”
“…그래!”
“좋아요!”
그리고 화이팅 구호를 외치기 위해 멤버들이 머리를 끼워서 원을 만든다.
스포츠 경기 직전에나 나올 법한 구호 대형.
승패가 갈리고 보상이 주어진다는 점에서는, 썩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어, 문대 손!”
나는 손을 내밀었다. 익숙한 구호가 기운차게 나온다.
“아 테스타 오늘 뭔가 보여준다!”
“와!!”
아드레날린이 돌았다.
나는 무알콜 샴페인을 한 번에 끝낸 뒤, 빈 잔을 탁자에 툭 두었다.
“그럼 나가 보죠.”
그렇게 첫 번째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의 1부는 별 다른 특이점 없이 지나갔다.
성적 좋은 신인 무대, 성적은 아쉽지만 의미 있는 무대, 대형 소속사의 신인 무대….
큰 의미는 없다. 골드 2가 있는 그룹이 잠깐 얼굴을 비췄다는 것 정도.
물론 태도 논란이 나올 수도 있으니 열심히 무대를 관람하는 포지션은 취했다.
그렇게 긴 1부가 끝나고 2부에 접어들고 나서야 기다리던 말이 나온다.
또다시 무대와 무대들이 지나간 후.
시상자로 나온 사람의 유명세가 달라지고, 발표 전 효과와 서론으로 끄는 시간이 달라질 때.
[다음 시상은 올해 가장 많은 분께 위로와 감동을 주는 활동을 보여주신 아티스트 분께 드리는 상.]그래.
[아티스트상입니다!]첫 번째 대상 항목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노리고 있는 그 상이기도 하다.
카메라가 대상 후보군들을 찾아가서 잡는다.
우리 블록 바로 앞에 도착한 카메라는 망설임 없이 이쪽 테이블을 잡는다.
“오….”
“쉿!”
큰세진이 차유진을 제어했다. 제대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올해의 아티스트상 수상자는….]북소리.
어색하게 웃는 가수들.
흔들리는 응원봉.
그리고 마침내, 단어가 뱉어진다.
[…테스타!]카메라에 불이 들어온다.
[축하합니다!]와아아악!!
꽃가루가 터지는 소리, 환호 소리, 음악 소리.
그리고 전광판에 뜬 익숙한 얼굴들.
얼떨떨함을 지나 기쁨으로 접어드는 표정들이 아주 똑같다.
웃긴 건, 나도 별다를 게 없다는 거겠지.
“아…….”
받을 것을 예상은 하고 있었다.
괜히 이 상 순서를 맨 앞으로 당긴 게 아닐 것 아닌가. 연차 순으로 빼서 선배에게 엔딩을 줘야 하니까.
하지만… 그래, 솔직히 말하겠다.
머릿속에서 누가 징이라도 친 기분이다. 두개골 안까지 소름이 쭉 올라왔다.
‘대상.’
정말로 올해 이걸 탄다고?
큰세진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의자를 빼고 일어났다.
아마 주변에서 박수를 치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나는 어깨를 두드리는 차유진을 끌고 단상으로 올라갔다.
선아현과 어깨가 부딪힌다.
우리는 무대에 섰다. 꽃다발과 트로피가 서로에게 넘어간다.
“감사합니다.”
잠깐 목이 메는지, 류청우는 입에서 마이크를 땠다가 다시 차분히 말했다.
“저희가… 과분한 상을 받게 되어서 정말 기쁘고 영광입니다. 올해뿐만 아니라 데뷔 후 지금까지 매일을 열심히 달려온 멤버들이….”
류청우는 팬부터 스탭, 그리고 부모님까지 하나하나 챙겼다. 연습하는 걸 숙소에서부터 듣기는 했다만, 대충 흘리지 않고 경청했다.
그럴 자격이 있는 놈이었다.
그리고 그럴 기분이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 말이 끝날 때쯤, 뒤에서 누가 내 등을 찔렀다.
처음에는 잘못 찌른 줄 알았으나, 두 번째는 확실히 아니겠지.
“…?”
뭐냐.
‘문대!’
큰세진이었다.
놈이 나를 민다. 다른 놈들이 자리를 만들더니 아예 대놓고 중간을 비워준다.
‘뭐야.’
나는 그렇게 결국 중앙으로 밀려왔다. 주변 놈들이 어깨를 두드린다. 거기 붙어 있던 꽃가루가 코에 붙었다 떨어졌다.
그 앞에는 마이크가 있다.
‘…거참.’
마지막 소감을 차지하기 위해 미루는… 건 당연히 아닐 테고.
나는 픽 웃은 뒤, 관중을 앞에 두고 마이크를 잡았다.
…좀, 들뜨긴 하는군.
‘잡았으니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지.’
그 순간이었다.
[미션 클리어!]“…!”
홀로그램이 떴다.
상태이상 클리어 후로는, 내가 부르지 않을 때는 뜨지 않던 그것이.
그리고 나는 한 박자 늦게 상황을 이해했다.
‘아.’
그렇군.
내 예상대로 여론이 중요했던 모양이다.
이건… 테스타가 대상감이라는 대중의 인식 속에서 받는 권위 있는 대상이니까.
‘그래도 첫 번째 시상식에서 클리어되다니.’
마음에 드는 전개였다. 나는 기꺼이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홀로그램은 끝나지 않았다.
요청하지도 않은 글을 뽑아낸다.
[보상을 정산 중입니다….]“…!”
지금?
순서가 이상하다.
‘내가 보상을 수락해야 받는 게… X발!’
나는 내가 뭔가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시스템이 주던 ‘상태이상’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상태이상 클리어할 때 가능했던 게 그대로 될 거란 보장은 없었다는 뜻이다.
보상 확인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보상 수령을 누르는 형태가 아니라면.’
식은땀이 목까지 떨어진다.
눈앞에 뜬 홀로그램이 지직거리며 형태를 바꾼다.
[보상 완료!]보상 : 박문대와의 대화
완료?
그 순간, 시야가 흐릿해졌다.
-박문대!
마치 첫 상태이상을 클리어했던, 데뷔 그때처럼.
그리고 암전이었다.
* * *
새삼스럽게 생각해 보면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장기자랑 한번 나서본 적 없던 내가 남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는 게.
‘원래 나는….’
왜 아이돌을 찍고 다녔나.
돈 돼서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만, 그럼 뭐하러 돈 안 되는 놈들도 찍었는가.
내가 거기서 얻었던 즐거움은….
대리만족이었나?
“허억.”
나는 눈을 떴다.
어두운 방 안.
아는 천장이 보였다.
하지만 너무 오랜만이라 친숙하거나 반갑게 느껴지지는 않는… 저거.
옛날, 내 자취방 천장이다.
“…!!”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얼굴을 더듬었다. 유리알이 잡힌다.
거울을 보러 화장실에 달려갈 것도 없이, 이 머리, 손, 안경….
내 원래 몸.
박문대가 아닌 류건우.
“……!”
나는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진정한다.’
그리고 이 상황.
‘이거.’
이건… 이미 한번 비슷한 경험을 했다.
‘백일몽.’
그 혼수상태 때랑 유사한 상황인가? 지금도 혹시 꿈…….
그때였다.
“…!”
뭐야.
머릿속에서 들리는… 아니, 이걸 들린다고 하는 게 맞는지 모를 괴상한 공명.
[저… 형, 왜 여기…….]나는 말을 뱉었다.
“너 누구야.”
[네, 네?]울먹이는 것 같은 울림.
그다음으로 작은 공명이 울렸다.
[바, 박문대요.]“…….”
이게… X발 무슨 상황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