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33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3화
에 참가자의 득표수를 깎을 수 있는 신제도가 도입된 후.
-장난해?ㅋㅋㅋ 제작진 미쳤어?
인터넷은 아비규환이 됐다.
-진짜 제정신 아니네 누가 나쁜 맘 먹으면 어떡하려고 헤이트 투표를 열어
-이제 매운맛이 아니라 불지옥임
-아 진짜 다음 순위 발표식 괴로워서 못 볼 것 같아 이 쓰레기 새끼들아 애들한테 무슨 짓이야
-이쯤 되면 불매해야 하는 거 아니냐?
제작진과 프로그램을 비난하는 글이 우선 온갖 커뮤니티를 덮었다. 당연한 반응이었으나, 이 비난이 기본정서로 자리 잡은 후에는 슬슬 이런 글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번 마이너스 투표가 이득일 참가자와 손해 볼 참가자 정리.jpg
참가자 품평이었다.
여기서 더 나가면, 슬슬 자신이 밀지 않는 참가자에 대한 비방글 난무하게 될 것이다.
“흐음.”
나는 7분 만에 베스트 게시판에 뜬 그 글을 훑어보았다.
슬슬 스크롤을 내리자, 찾던 이름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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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 등수하락 위험도 ★★]: 얘 이야기 나오면 악편이냐 천편이냐 가지고 맨날 개싸움 남. 정병 걸린 수준으로 물어뜯는 애들이 있음. 수치 꽤 깎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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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두 개면 양호하네.’
솔직히 이럴 줄 알았다. 방송에서의 박문대 놈은 호불호 탈 수밖에 없이 극단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PR 라이브나 1차 팀전 편집이 잘 뽑혀서 그나마 만회한 거겠지.’
게다가 1차 팀전에서 뜬 악토버 31의 참가자들은 현시점에서 후발주자다. 기존 강세 참가자의 악성 팬들에게 얻어터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스크롤 내려보니 큰세진 빼고는 다 하락 위험에 넣어뒀더라.
‘물론, 이 글 하나만 믿을 수는 없지만.’
일단 글이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인기글로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대세 여론과 유사하다는 뜻이었다.
물론 댓글에서는 개싸움이 났지만 말이다.
-뇌피셜 길게도 적어뒀네 알못 새끼가 아주사에 통달한 척 인터넷 여론을 지배하는 척 오지죠?ㅋㅋㅋㅋㅋ
-벌써 피곤하다 이런 거 그만했으면 좋겠네 진짜…
-ㅋㅋㅋㅋ이 악물고 내리라고 부들거리는 애들 누구 빠인지 X나 투명함 그러게 왜 욕먹는 놈을 빨어?ㅋ
-대충 맞는 말인데? 현실을 인정하세요ㅎㅎ
그리고 이런 댓글들 사이사이로 글에 올라온 참가자에 대해 떠드는 사람들도 보였다.
주로 하락할 것 같은 참가자를 씹고 뜯고 맛보며 즐기고 있었다.
-ㅋㅋㅋ이세진 떡락 확정~
-ㅠㅠ래빈이 어떡해? 더 하락하겠다.. 팬들 힘내야 할 것 같아!
물론 ‘왜 얘가 안정권이라고 적어놨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하려는 시도도 제법 눈에 띄었다.
-류청우 전 국대라고 올려치는 것도 적당히 해야지 팬들부터 방송까지 다 부둥부둥 해주니까 오히려 짜증 나서 주식 파는 애들도 많을 듯?
‘벌써 밑밥을 치는군.’
물론, 박문대의 이야기도 제법 있었다.
-문대 까는 애들은 제발 노선을 하나로 정해줬으면 좋겠음. 실력은 편집빨이니까 못 믿겠다면서 성격은 편집된 방송본 가지고 와서 까고ㅋㅋ
└응 빠들은 실력은 방송 믿고 성격은 악편이라고 안 믿자나~ 그게 그거임
└미치겠다 PR 라이브에서 문대 무반주로 노래한 거 들어봐 방송보다 더 잘함. 그리고 왜 인터뷰 짜깁기한 편집본은 믿고, 실제로 문대가 다른 참가자들한테 잘해준 영상은 못 본 척하는 거야?
└자기 혼자 주절주절;; 으휴 아이돌에 목숨 걸지 마세요 아줌마!
└신고했음 ㅅㄱ
‘이건…… 좀 미안한데.’
괜히 박문대의 주식을 잡아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말문이 막혔다.
내가 뭘 더 잘한다고 해서 방송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사실… 이미 알고 있었다.’
이 마이너스 투표가 도입되는 것은, 하도 논란이 됐었기 때문에 공시생이었던 나도 알고 있었다.
가 미친 화제성과 X망 사이에서 정신 나간 듯이 줄타기를 했던 적이 두세 번쯤 있었는데, 이게 바로 첫 번째 사건이다.
어차피 지금 추세로 봐서는 어지간히 득표율이 깎이더라도 탈락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막상 닥치니 좀… 신경 쓰인다.
‘박문대’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말이다.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나는 머뭇거리다가, 일단 창을 껐다.
사실 보다 새로 방영된 6화의 반응을 살펴볼 생각이었는데, 여기에 묻혀서 그다지 많지 않았다.
‘애초에 6화에는 내 분량이 적기도 했지.’
내가 속했던 팀의 무대가 다음 화로 배정된 것이다.
팀 편성과 선곡 장면도 아주 부분적으로만 나온 탓에, 별 반응이 없었다.
-으윽 곰머 왜 래1빈이랑 같은 팀이야 개시러ㅠㅠ 김래1빈 제발 자선사업 그만해 지난 팀도 거지 같았잖아 진짜 얼굴 빼면 머가리는 볼 거 없다… 어휴 어쩌다 이런 걸 잡아서는…
-문대야 유진이한테 들러붙지 말자 그냥 죽어
주로 이런 악성 팬의 반응만 남아있었다. 아니, 이걸 팬이라고 봐도 될지 모르겠다.
‘…잘 보니 김래빈도 욕하고 있는데?’
데이터 팔던 시절에도 가끔 봤던 부류였다.
왜 욕하면서 팬이라고 주장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박문대와 같은 팀이 된 걸 싫어하는 반응이 좋다는 반응보다 더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박문대’를 괜찮게 보는 시청자들도 1차 팀전의 팀원들과 같이 못 한 게 아쉽다고 하는 마당이니까.
“흠.”
나는 팔짱을 끼고 웃었다. 과연 7화가 방영되면 여론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했다.
무대는 확실히 좋았고, 그건 편집으로 건드리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으니까.
‘그럼 그때까지 상태창 팝업이나 정리하면서 연습 업적을…….’
드르르륵.
생각하는 도중 스마트폰이 울렸다.
아마 그놈의 동갑내기 단체방이겠지. 나는 무심코 스마트폰을 열었다.
복사한 뒤 붙여넣기를 했는지, 거의 동시에 두 메시지가 도착했다.
[김래빈 : 형 잘 지내고 계신 가요. 저 김래빈 참가자입니다. 이렇게 연락드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여쭤볼 것이 있어서입니다.] [김래빈 : 저랑 차유진 내일 강남역에 팬분들께서 올려주신 광고를 확인하러 갈 일정인데, 혹시 형도 광고 확인하러 같이 가실… (더보기)]“…….”
강남역에도 내 광고가 올라갔던가?
검색해 보니 오늘부터 개시되었다는 SNS 글이 떴다. 놀랍다. 김래빈 이놈 서치 좀 치는데?
하지만 이 타이밍은 좋지 않았다.
‘싫은 놈 찍는 제도가 막 도입됐는데 굳이 튈 필요 없다.’
여기서 괜히 행복한 목격담이 나왔다가는 ‘박문대 자신 있는 듯?’ 같은 개소리가 무조건 나온다.
게다가 김래빈, 차유진과 함께 간다? 벌써 욕 하나 뚝딱 머릿속에서 나왔다.
-마이너스 투표 개쫄리나 봐 잘 나가는 애들한테 X나 친한 척 하네ㅋㅋ
이딴 잡음을 굳이 만들 필요가 없지. 박문대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위를 가능한 한 지켜주도록 하자.
일단 7화가 방영될 때까지 두고 보는 게 낫겠다.
나는 곧바로 답장을 입력했다.
[박문대 : 일이 있어서 힘들겠다. 다음에 보자.] [김래빈 : 예… 그럼 또 연락드리겠습니다.]촬영에서나 보겠군.
나는 그렇게 짐작하며, 운동에 들어가기 앞서서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체력이나 만들고 있자.’
이때는 김래빈이 다음 촬영까지 매일 안부 인사를 보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것도 그냥 안부 인사가 아니라, 어르신들이 만든 것 같은 오색찬란 안부 이미지 파일로 말이지.
[김래빈 : (웃으면^^ 복이 옵니다~ 즐거운 아침으로 행복한 오늘을 만듭시다~)]“……?”
분야가 예체능이라 그런가, 근래 만나는 청소년마다 정말 유니크한 감성의 소유자들이다.
* * *
그리고 드디어 돌아온 금요일 저녁.
[김래빈 : (행복한 금요일 되세요 @->— 장미꽃에 마음을 담아 ^^ 행복과 건강을 나눕니다)]“…….”
어째 이놈의 어르신 짤이 점점 업그레이드돼 간다. 이젠 반짝이 효과도 있네.
[박문대 : 그래 너도 잘 지내라] [김래빈 : 감사합니다.]어쨌든 김래빈의 이미지 파일 속 문구대로 ‘행복하고 건강한’ 금요일이 되려면, 오늘 7화가 잘 빠졌어야 할 테다.
나는 맥주를 마시며 7화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내 분량은 7화가 끝날 때 즘에 나올 확률이 높았다.
제작진이 등수 평균이 제일 높은 팀을 분명 방송시간 맨 뒤로 미뤘을 테니까.
예상대로 다른 팀이 줄줄 나왔다. 별 관심은 없지만, 치고 올라올 만한 놈이 있을지 확인해야 하니 주의 깊게 보았다.
‘별놈 없네.’
특별히 눈에 띄게 우호적이거나 적대적인 편집은 없었다. 그냥 평범한 파트 갈등과 실력 부족으로 헤매다 극복하는 스토리 라인이다.
그러다 중후반부에 최원길이 고른 팀이 나왔다.
선아현과 큰세진을 포함해 지난 1차 팀전의 같은 팀 참가자들이 대거 포진한 팀이었다.
편집 포텐셜은 여기서 터졌다.
[최원길 : 왜 저한테만 그러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하일준 : 뭐……?]우는 최원길의 인터뷰 컷과 당황한 팀원들의 모습이 교차 됐고.
[최원길 : (노려보며) 문대 형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최원길은 완전히 떡락했다.
“와…….”
이걸 이렇게 보내네.
제작진은 1차 때 최원길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여기서 터뜨린 것이다.
솔직히 1차 때 어지간히 귀찮게 굴기는 했지만, 이렇게 원기옥으로 쌓여서 터질 줄은 몰랐다.
근데 이 업보 스택을 나한테만 쌓은 게 아니었다.
[권희승 : …말을 안 받아주니까요.]1차 때부터 골드 2가 욕 좀 본 모양이었다. 카메라 없을 땐 말도 제대로 안 받아줬더라.
[권희승 : 제가 나이도 제일 어리고… (등수도) 제일 낮으니까 그런가.]물론 그걸 고정 캠으로 잡아서 송출한 제작진도 징그러운 놈들이었다. 시청률 떡상 각 보려고 또 참가자 하나 멍석말이하네.
[이세진B : 자, 자! 원길아. 마음은 잘 알겠어. 여기 앉아 봐봐.]선아현에게 들었던 그대로, 갈등은 큰세진이 나서서 봉합한 것으로 방송을 탔다.
[최원길 : 제가 좀 감정적이었던 건 맞으니까요.]저 인터뷰와 함께 열심히 연습한 팀이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훈훈한 모습으로 끝났지만, 눈 가리고 아웅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벌써 인터넷 페이지는 욕으로 도배되고 있었다.
-최원길 인성 실화냐
-지가 좀 감정적이랰ㅋㅋㅋ 지랄한다 니가 한 건 분노조절장애급임
└근데 또 만만한 사람한테만 저 지랄하는 것 같아서 더 기분 나빠
-희승이 무시하는 거 봤어? 나 진짜 학교에서 힘들 때 생각나서 PTSD 올 뻔…
-박문대 재평가해야 함 저 꼴 보고 파트를 그냥 주다니 보살이었음
‘음, 박문대가 거론되는 건 곤란한데.’
자기들 마음대로 인성을 치켜세우다가, 또 의심스러운 점이 생기면 괘씸죄로 욕이 두 배가 된다.
다행히 이 팀 무대가 괜찮았었기 때문에 무대에 대한 감상이 지분을 먹으면서 최원길에 대한 화제는 좀 밀려 나갔다.
다시 이야기가 올라올 때는 아마 최원길을 비난하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것이다.
‘멘탈 안 좋아 보이던데, 고생 좀 하겠군.’
나는 혀를 차면서 댓글 페이지를 껐다.
이제 남은 건 두 팀. 곧 내 분량이 나올 차례였다.
물론… 다른 놈이 다 처먹지 않았다는 가정 아래에서 말이다.
‘등수 높은 놈들이 워낙 많아야지.’
나는 기대를 내려놓고 시청을 계속했다.
그리고 놀랐다.
두둥!
화면에는 김래빈의 인터뷰가 웅장한 배경음과 함께 재구성되어 나오고 있었다.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뭔가의 오마주 같은 자막과 함께.
[] [김래빈 : 일단 박문대 참가자님을 모실 생각입니다.]“쿨럭.”
나는 마시던 맥주를 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