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344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44화
선아현의 태도가 바뀌었다.
시작은 캠프 스케줄 회의였다.
“그럼 컨셉용 이미지 레퍼런스는 더 안 모아도 괜찮겠죠? 이대로 할까요?”
“저는 괜찮습니다!”
“그래. 그럼 혹시 다른 의견 있는 사람은….”
이건 보통 없다는 걸 가정하고 하는 대사다.
“저, 저요…!”
“…!”
그런데 한 번도 남의 말을 제치고 끼어든 적 없던 놈이 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든 것이다.
류청우는 약간 당황한 것 같았으나, 친절히 놈에게 물었다.
“그래, 아현이는 어떻게 생각해?”
“좀, 좀 더 범위를 넓혀서 한 번만 더 수집해 봤으면, 좋겠어요.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음….”
그리고 선아현은 아예 직설적으로 반대 의견까지 내고 있다.
‘쟤 무슨 일 있어?’
‘우리 혹시 지금 마감하면 도덕적으로 문제 생기나?’
멤버 놈들이 눈으로 이런 소리를 해대기까지 이르렀는데, 선아현 말은 여기서 끝도 아니었다.
“이틀, 정도는 더…! 안 될까요? 전에 프로젝트팀 직원분께서, 말씀하신 데드라인이 모레 오후니까… 스케줄이 그러면, 이, 일찍 드려도 더 빨리 진행되지는 않으니까요…!”
땀이라도 흘릴 것 같은 기세로 설득 근거까지 알아서 붙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근거라는 게 또 그럴싸한 사실이기까지 하다.
“아, 그러고 보니 그랬지.”
“와~ 아현이 그걸 기억해? 3달 전인데….”
“으응, 기, 기록해 둬서….”
특출난 아이디어를 내진 못한다. 그러나 주어진 상황에서 좋은 판단을 하고, 끈기 있는 주장을 한다.
그건 선아현이 평소 보여주던 모습과 일맥상통하긴 했다.
“그, 그러니까…! 이틀 더, 생각해 보자…!”
“그, 나야~ 당연히 찬성이지! 그쵸?”
“으음, 그렇지.”
다만 기세가 평소에 열 배쯤 되니 박력이 남다르다. 다들 놀라서 휘말려 들어가는군.
‘이게 무슨 일이야.’
좋아해야 하나 싶다만, 어쩐지 좀 찜찜했다. 갑자기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어서 이놈이 이런단 말인가.
“문대는, 어떻게 생각해!?”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
“…나도 네 말에 동의하지.”
“으응!”
이젠 아예 나한테까지 동의를 수집해 간다. 생전 보지 못한 적극성이다.
‘뭐지.’
그리고 저녁의 작곡 회의 때도 이 기세는 마찬가지였다.
“저, 저는… 곡에 좀 더 현악기 반주가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오오.”
“현악기 중에 어떤 걸?”
“날카롭고 경쾌한, 극적인 소리를 다 낼 수 있는…, 그, 예시로 들자면, 바이올린 피들이요! 컨셉에 좀 더 적합한 느낌이, 될 것 같아요…!”
“피들?”
그리고 선아현은 피들이 무엇인지 더 열심히 부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바이올린 연주 기법 중에 가장 덜 클래식하여 따로 명칭이 붙었으며 컨트리스럽게도 음이 튀고, 어쩌고저쩌고….
“오오.”
무슨 발표라도 하는 것 같다. 흥미롭게 듣고 있던 차유진이 거의 박수라도 칠 자세다.
“그거 좋은 의견이에요! 형 멋졌어요!”
“으응!”
그리고 선아현은 이 말에 얼굴이 터질 것 같아졌을지언정 사양도 안 한다.
“…….”
뭐지?
정말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뭐, 그래 봤자 다른 놈들이 강하게 말할 때 정도긴… 한데.’
그래, 심적 변화가 생겨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면 좋은 일이다.
사실 그간 선아현이 말에 잘 못 끼어들었던 거지, 멤버들이 자기 주장하는 정도를 평균 내보자면 그보다 그리 심하다고 볼 수도 없고 말이다.
“그러면 아현 형의 말씀대로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을 두루 갖춘 동시에 현 편곡과 어우러지는 현악기로 바이올린을 넣어보겠습니….”
“아, 아니! 그냥 바이올린이 아니라 피들! 피들로! 했으면, 좋겠어!”
“네, 넵!”
“…….”
아니, 좀 심한가.
‘무슨 죽느냐 사느냐 문제가 달린 수준으로 애가 달려드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고, 고마워…!”
배세진까지 눈치를 보는 가운데, 회의는 그렇게 선아현의 주도로 이어져 가다가 마무리되었다.
그날 밤.
주방에 앉아서 탄산수를 들이켜던 큰세진이 진지하게 물었다.
“문대문대, 진짜 우리 앨범 못 내면 누가 망한다든가 그런 슬픈 사연 있는 거 아니지?”
“…….”
“헉, 아니면 설마 문대가 밥값 좀 하라고 아현이를 괴롭힌… 어우씨!”
그럴 리가 있냐.
나는 등을 얻어맞은 놈이 엄살을 부리는 것을 보다가 한숨을 참았다.
“…다른 이유가 있겠지. 그런 건 아닐 거야.”
“그래? 으음… 뭐. 하기야.”
나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큰세진은 어깨를 으쓱하고 똑같이 넘어갔다.
“친구라고 사람 사정 꼬치꼬치 다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지?”
“…….”
남의 사정 꼬치꼬치 다 캐어간 놈이 저렇게 말하니까 어쩐지 열받는군.
그 와중에 선아현은 캠프 야간 개장 끝나자마자 자기 방으로 후다닥 달려가서 안 나오는 중이다.
‘뭘 하는 건지.’
나는 침음을 참다가 입을 열었다.
“…선아현이 좀,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까 싶은데.”
“응?”
“지금 뭐만 하면 걔 놔두고 너랑 나만 이야기하고 있잖냐.”
사실 나이든 짬이든 직급이든 똑같은 관곈데 말이다.
이 부당 대우에 빡쳐서 회의에서 폭주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거 아니냐는 것이다.
큰세진은 한 번 돌이켜 생각하는 듯 고개를 주억거린다.
“음, 좀 그랬을 수도 있겠네. 에이, 그래도 아현이가 그럴 스타일은 아니지 않… 아.”
놈이 탄식한다.
“아현이가 학교 다닐 때 영 친구 질이 별로였지?”
“…그래.”
“그게, 음… 좀 안 좋은 기분 들었을 수도 있긴 하겠다.”
큰세진이 힐끔 나를 돌아보더니 꽤 진지하게 물었다.
“어떻게 할 거야?”
“…….”
내가 알겠냐.
물론 저놈도 진짜 대책을 내놓는 게 아니라, 비밀 공유 어떻게 할 거냔 거겠지.
결국 선아현의 이상행동 원인이 이 초자연 현상을 우리끼리 알고 있기 때문이라면 말이다.
“으음… 물론 내가 너한테 이래라저래라 할 순 없는데, 그래도 아현이는 네 이야기 듣는다고 태도가 변할 것 같진 않은데?”
“…….”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지.
‘워낙 속없이 착한 놈이라.’
나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야, 그리고 우리가 너 혼자 정신연령 아재라고 따돌리지도 않을… 아! 야, 방금 진짜 아팠다?”
그래. 20대의 팔 힘이다, 새끼야.
…아니, 사실 찔려서 손이 먼저 나간 것 같다는 게 제일 쪽팔리는군.
나는 낄낄거리는 큰세진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놈은 웃음을 멈추고 나서야 화제를 돌렸다.
“아이고, 그리고 말 나와서 말인데… 그 희승이는 어떻게 말하면 될까? 뭐, 나도 요 모임에 초대됐다, 그렇게 설명하고 좀 타이르는 정도로 해?”
놈이 히죽히죽 웃었다.
“아니면 나도 확 미래에서 왔다고 해버려? 와, 진짜 웃기겠네.”
“그만해라.”
그 타이밍도 안 맞는 가설 파괴자 사례 들이댈 생각을 말아라.
“그런 장난 안 통해. 이건 바통 터치 형태로 전해지는 것 같으니까.”
“오~ 문대 이것저것 많이 분석했네. 역시 문대문대야. 그거 알아내려고 희승이를 그렇게 신경 써줬구만?”
눈치 빠른 새끼.
나는 손깍지를 꼈다.
“그래, 골드 2는 써먹을 곳도 있고.”
“…….”
그러나 큰세진은 잠시 대답이 없었다.
‘뭐지.’
그러더니 갑자기 의문스럽다는 듯, 진지한 얼굴로 입을 다시 열었다.
“근데 문대문대.”
왜.
“아까도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 골드 2, 혹시 희승이 말하는 거야?”
“…!!”
그걸 어떻게 알….
“…….”
잠깐, 내가… 아까부터 그걸 육성으로 말했냐?
“맞구나! 너 희승이 골드 2로 부르고 있었어? 왜?”
“……그,”
“잠깐, 잠깐. 내가 맞춰볼게. 설마… 에서 골드 등급이라?? 설마 거기에 넘버링한 거야?”
“…….”
“이것도 맞아?? 아 대박이네 이거! 와~ 박문대 매정한 것 좀 봐! 끝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골드야!”
X발.
나는 폭소하는 놈을 보며 이를 갈았다.
“내 마음이다. 왜.”
“너 진짜 쪽팔…. 아니, 아니, 미안해. 너무 웃었지? 야, 진짜 미안~”
이 새끼 마음에 없는 소리로 얼버무리려고 하네.
그러나 큰세진은 진짜 얼굴을 가다듬더니, 눈을 빛낸다.
“문대문대, 나 진짜 궁금해서 묻는 건데…. 혹시 세진이도 그렇게 불렀어? 어, 막 때 애들 다 그렇게 분류한 거야? 내가 골드 1인가?”
꿈도 크다.
“…그냥 큰세진이었는데.”
“오~ 뭐야. 그래도 별명이네. 좋아 좋아.”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는 큰세진을 보고 한숨을 참았다. 미치겠네.
“그럼 언제까지 그렇게 불렀어?”
“…….”
“문대문대?”
지금도 그렇게 부르고 있다 새끼야.
나는 징징대는 놈을 두고 방으로 돌아가서 취침했다.
* * *
다음 날도 앨범 제작 캠프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선아현의 기세도 계속되었다.
“우리 계속 이렇게 진도가 안 나가면 밤까지 해야 해요. 야근하기 다들 싫을 겁니다. 그러니까….”
“야, 야근…! 하자!”
“……어.”
그렇게까지… 할 일인가?
이 정도면 캐릭터 붕괴다. 나는 무슨 특수장치 만난 차유진이라도 되는 것처럼 열정을 불태우는 선아현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형, 저는 야근 싫어요!”
“그, 그래도 해야 해, 필요하면…!”
어쭈. 이제 차유진에게 싫은 소리도 하는군.
물론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능률적으론 좋은 일이다만, 아무래도 저거… 무리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나는 목 뒤의 식은땀을 몰래 슬쩍 닦아내는 선아현을 보고 결정했다.
‘안 되겠다.’
운이라도 띄워봐야겠군.
“고생하셨습니다~”
“자, 정리하자.”
나는 저녁 식사 후 회의가 잠정 종료되자마자 방으로 떠난 선아현을 따라 놈의 방을 방문했다.
똑똑.
“…!”
“나야.”
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책상에서 뭔가를 가리려는 듯 엎드린 선아현이 보인다.
뭐 하냐?
“차, 찾는 물건이라도, 있어…?”
“그냥 대화 좀 하려….”
나는 가까이 다가가다가, 이 녀석이 뭘 가리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기사, 리뷰, 평점.
그건 우리의 기존 앨범 관련 내용들을 다 프린트해 정리한, 일종의 스크랩북이었다.
그리고 이 녀석이 달아놓은 듯, 유려한 필체의 코멘트가 여기저기 깔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이 녀석이 반사적으로 가린 전자 리더기에도 뭔가 떠 있었다.
[에드거 앨런 포 전집 5]…이거 설마.
‘따로 만들고 있었나.’
누가 봐도 모든 것은 테스타 새 앨범을 위한 준비 자료였다.
그래도 일단 한번 물어보자.
“그게 다 뭐냐.”
“…! 아, 으응, 이건…….”
선아현은 몇 번 머뭇거리는 것 같았으나 곧, 제법 확신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세, 세진 형이 말해주신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 중에… 우, 우리랑 더 어울리는 소재를, 찾은 것 같아서.”
“…!”
“거, 검은 고양이도 근사하긴 했지만… 조금, 그, 이랑 겹치는 느낌도 들고… 테스타가, 제일 잘하는 걸 접목해 보고 싶어서.”
선아현은 긴장한 것 같았으나,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이놈이 말하는 것은 벌써부터 그럴싸했다.
“…….”
“여, 여기.”
나는 이 녀석이 약간 떨리는 손으로 내민, 전자 리더기 아래에 깔려 있던 노트를 받아들었다.
그 안에는 작품명과 이와 접목했으면 하는 테스타의 기존 컨셉군이 적혀있었다.
나는 빠르게 노트에 강조된 몇 글자를 읽었다.
[에너지의 분출] [몰입감, 속도감]그러고선 쭉 노트를 읽었다.
“…….”
“아, 아직 보기 좋게, 정리글이 나오지 않아서… 말하지 못했어. 그, 근거가 없이 말하면… 안 되니까.”
선아현은 다소 민망한 것처럼 고개를 숙였다.
“나는… 말을 잘, 못하니까…. 내용이라도, 충실히 구성하면, 좋을 것 같아서….”
나 참.
“오늘 하는 걸 보니 그런 걱정 안 해도 됐을 것 같은데.”
선아현의 얼굴이 벌게졌다.
“고, 고마워. 그래도 마무리 단계를 더하면…….”
“아, 그렇게 따로 작업 중이셨군요!”
“…!”
깜짝이야.
고개를 돌리자, 저쪽 책상에서 헤드폰을 끼고 작업 중이던 김래빈이 어느새 기기를 벗고 고개를 돌린 상태였다.
‘언제부터 있었냐.’
쥐 죽은 듯이 반응도 안 하고 작업만 하고 있어서 못 봤다.
“요 며칠 숙소에서 지내는 동안 아현 형님께서 매번 읽고 계시던 게 앨범 리뷰였을 줄은 몰랐습니다.”
“으응….”
선아현은 얼굴이 시뻘게져서 긍정했고, 김래빈이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리고 눈을 빛냈다.
“투어 기간 동안 생긴 새로운 취미인 줄 알았는데, 그토록 시간과 품을 들여 대단위의 분석을 진행하고 계실 줄이야… 역시 성실함과 재능을 두루 갖추신 면모입니다.”
“……으, 으으응.”
굉장히 사양하고 싶단 얼굴이면서도 기어코 긍정한다.
나는 피식 웃었다.
“맞아. 훌륭해.”
“…!”
“내용도 좋아. 바로 건의했어도 됐을 거야. 이대로도 충분해.”
“지, 진짜…?!”
그럼 여기서 거짓말하겠냐.
“그래.”
깔끔하게 말하자면, 이건 누가 초안만 던졌어도 혹했을 내용이다.
‘결론 도출 과정이 워낙 깔끔해.’
물론 세상엔 김래빈처럼 영감이 솟아나서 한 방에 사람 홀리는 걸 뚝딱 만들어내는 케이스도 있다.
그러나 때로는 퍼즐처럼 수많은 조각을 맞추고, 채반처럼 촘촘히 걸러 만드는 단 하나의 경우의 수, 정답을 찾는 놈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지금 이놈의 판단이 그랬다.
이 녀석이 한눈에 보기에도 엄청난 양의 기존 테스타 앨범 자료 다 훑어보고 분석해서 내린 결론은…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고생 많이 했겠어.’
나는 캠프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해 우울해하던 놈을 떠올리다가, 내심 감탄했다.
이건 기대 이상이었다.
“나도 이건 당장 해보고 싶은데.”
“…!”
선아현의 눈이 더없이 초롱초롱 빛났다. 거의 감격한 것 같다.
“무, 문대야. 정말… 고마워.”
“좋은 의견 내줘서 나야말로 고맙지.”
그러나, 선아현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 그럼… 있잖아.”
음?
“그, 나도… 혹시, 그, 무슨 일인지….”
그 순간, 나는 이놈이 말하는 ‘무슨 일’이 뭘 지칭하는지 깨달았다.
‘이거… 비밀 까라는 건가?’
아무래도 내가 뭘 오해한 것 같다.
이놈의 적극성은 빡침에서 온 게 아니다.
이놈 눈치 보는 태도는… 어디 비밀 결사의 자격 증명이라도 치르는 눈치다.
“아, 아니! 아니야…. 나, 나는 이걸 좀 더, 정리하고 있을게….”
아니라고 하는 것치곤 제법 기대가 가득한 얼굴로, 선아현은 슬금슬금 책상을 향했다.
“저도 좀 봐도 괜찮겠습니까?”
“으응!”
“…….”
…아무래도 선아현은 내 예측보다도 대단히 생산적인 방향으로 두 감정을 융합해 움직인 것 같다.
앨범 캠프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과 동갑내기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두 가지를 말이다.
‘이거… 이 판국까지 와서 말 안하면 X될 것 같은데.’
“…….”
에이 X발. 나도 모르겠다.
‘자리 만들든가.’
이러다 이놈저놈 할 것 없이 입 무거운 놈들한테는 다 말하게 생겼군. 나는 마른세수를 했다.
어쨌든 이날 밤, 결국 회의를 소집한 선아현은 발표를 진행했다.
그리고 안목 괜찮은 놈들답게 반응은 나랑 비슷하게 나왔다.
대호평이었단 뜻이다.
“…나도 이쪽이 더 마음에 들어.”
“그럼 이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서 열심히 가보면 되겠네요. 아현이 굿인데?”
“으응, 고, 고마워…. 감사, 합니다!”
아이디어를 낸 당사자부터 현실주의자까지 다 두루두루 마음에 들어 하는 모습에, 선아현이 꾸벅꾸벅 고개를 숙인다.
분위기는 굉장히 화기애애하게 선아현에게 박수를 보내는 듯 밝았다.
다음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음, 그럼 일정 재점검해야겠구나.”
“…?”
류청우가 빙긋 웃었다.
“그 말은… 지금 최종까지 나온 구성안을 다시 다 수정해야 한다는 말이니까.”
“…….”
“…….”
선아현이 눈을 깐다.
“죄, 죄송해요.”
“무슨 소리야. 앨범 컨셉이 좋아지는데 좋은 일이지.”
직장인의 비애가 느껴지는 답변이었다.
‘케이팝 불지옥 야근 캠프… 재개장.’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 야근 캠프가 효과가 출중했다는 점이다.
“이거 하나만 추가하죠.”
“으음.”
그리고 기왕 이렇게 된 거, 내가 넣고 싶었지만 밸런스상 제외했던 것도 추가했고.
‘이게 최종이다.’
날이 완전히 따듯해졌을 때쯤, 우리는 새 앨범 발매 준비를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