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345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45화
테스타의 앨범 티저가 공개된 것은 5월 중순이었다.
그들이 카메오 출연한 영화, 가 국내에선 800만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글로벌 대흥행에 성공하며 극장에서 내릴 즈음.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보려고 급하게 나오는 거 아니야?ㅋㅋ
-아 제발 셤별 인기 견인하는 건 자본맛이라고 제발 급하게 하지마라
-레이블까지 차렸는데 왜 이렇게 주먹구구식처럼 느껴지냐…
몇몇 사람들은 예고도 없이 티저 공개 3일 전에야 불쑥 튀어나온 컴백 기사와 소문에 수군거렸다.
박문대의 첫 번째 홈마도 손톱을 물어뜯기 직전이었다.
‘본부장이 영 미국병 든 멍청이 같은데…! 설마 테스타한테도?’
본부장이 용케 미리내에게 꽂혀서 그동안 마수를 피해갔는데, 이제는 정말 헛바람이 들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불쑥 든 것이다.
물론 수군대는 사람을 일부고, 테스타 컴백 소식을 들은 대부분은 를 통해 차오른 뽕에 취해 있었다.
그것도 사실 좀 걱정스러웠다.
-대박 대박 테스타 깜짝 컴백 미친ㅠㅠㅠㅠ
-빌보드 또 들겠네 와 벌써 설렘
‘…이놈의 기대치가 끝도 없이 오르네.’
문대는 한 번도 자신을 실망시킨 적이 없지만, 어디 사람 하는 일이 매번 자기 맘대로 되는가.
‘문대랑 애들이 잘해도 회사가 또 멍청한 짓하면 소용없잖아…!’
기사 말미에 붙은 회사 관계자의 말에서 ‘다양한 글로벌 팬덤을 즐겁게 해줄 이번 앨범’이란 표현까지 불안했다.
-두근두근! (링크)
그래도 테스타의 컴백 기사를 공유하며 이런 코멘트를 달긴 했지만, 이것도 대외용 반응이다.
‘나는 네임드다…. 자중… 한다…….’
팬사인회에서 자기가 그린 사과떡 스티커를 볼에 붙여주던 문대가 유독 그리웠다.
…최소한, 컴백하면 그건 또 볼 수 있을 것이다. 팬사인회는 할 테니까.
‘그래. 믿고 기다리자.’
사실 텀만 봐서는 슬슬 컴백해도 안 이상할 시즌이기도 하지 않은가!
그녀는 제법 순수한 팬심으로 그렇게 마음을 정리했다.
그리고 사흘 뒤.
-떴다! 떴다!
긴장과 설렘 속에서 클릭한 티저는,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와 함께 시작되었다.
펼쳐지는 것은 어둡고 그윽한 근현대의 연회장.
그림자가 짙어 살짝 불길한 듯 우아한 그곳에서, 가면을 쓴 화려한 인영들이 춤을 춘다.
실루엣이 겹치고 아우러졌다.
20세기 예술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컷이 몇 초쯤 이어진다 싶을 때.
갑작스럽게 소리가 바뀐다.
-우르르릉!
천둥.
“…!”
빛이 번뜩이는 가운데, 화면은 어둡고 창백한 연회장 밖 야외로 풍경을 바꾼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한밤중 성문 위, 창밖으로 새어 나오는 연회장의 불빛들.
[…….]철퍽.
그리고, 어느 맨발이 빗물 고인 성문 앞에 멈춰 선다.
그 살갗이 붉게 물들어 뚝뚝 떨어져, 물에 퍼진다.
오염된다.
“…!”?
어딘가 섬찟한 카메라 워크와 편집.
그리고 천천히 시야는 올라간다.
드러난 것은… 붉은 후드를 쓴 얼굴 없는 그림자.
이목구비가 없는 가면.
고오오오
그 섬뜩한 괴기함을 확인했다 싶은 순간, 다시 화면은 시커멓게 변한다.
암전.
그 속에서 울리는 리프 멜로디.
-으으으으으음.
우아하고 느릿한 저음의 바이올린이 불길하고 선뜩하게 흐르고, 연회장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잦아든다.
앨범 타이틀이 뜬다.
[OVER the Masquerade] [TeSTAR]“…와.”
분위기는 또렷했다.
우아하고 불길하고, 어둡고 고급스러운 느낌.
-와아아씨!
-대박!
일단 일부 네티즌들의 추측과 염려와는 달리 자본을 꾹꾹 눌러 만든 영상미가 탁월했다.
일단 국뽕을 기대한 사람들은 좋은 평가를 속속들이 내놓으며 신나서 떠들어대었다.
-어디 내놓기 안 부끄러울 듯
-사운드까지 고급진 거 보소ㅋㅋ
문제는 시간이 좀 지난 후에 발생했다.
이 난해하면서도 미학적이며 강렬한 분위기가 위화감을 조성한 것이다.
어디서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음… 브이틱 등등 미국에서 인기있는 케이팝 돌들 다 합친 것 같은 느낌
-미국 맛이 그렇게 달달했나봄ㅋㅋ 크 벤치마킹 양심 없고
-얘네는 진짜 정체성이라는 게 없네 그냥 인기 있는 거 먹힐 만한 것만 박쥐처럼 옮겨 붙기;
어둡고 치명적인, 고급스러운 상징들이 미국 마니아층을 꽉 잡은 VTIC부터, 글로벌 기세가 국내보다 더 좋은 몇몇 아이돌들을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돌이 컨셉을 바꾸는 것이야 흔한 일이었으나, 정확한 타이밍에 노리고 들어온 것 같은 스위칭에 웃지 못하는 사람들도 속출했다.
소위 말해서 폼이 안 산다는 것이다.
-1군 가오 다 죽었다
-ㅋㅋㅋ그래도 미국 케이팝 파이는 좀 뜯어먹을 듯? 퀄리티는 대기업 답잖아
-이럴 필요까지 있었나 싶다 교묘하게 참…
“으으으음.”
사실 좀 억지 쓴다 싶었지만, 위기감에 악에 받쳐 달려드는 타 그룹 팬들의 기세는 과했다.
‘그래도 대중 반응은 괜찮은데.’
짧은 티저에서 여러 가지 고전적 상징물을 발견한 사람도 많았다.
-이거 에드거 앨런 포의 ‘적사병의 가면’ 레퍼런스 같네요. 역병이 돌자 자기들끼리 호화로운 은신처를 만들어 살던 기득권층이 결국 역병의 소리 없는 방문에… 여기까지만 이야기할게요^^
└오 어떻게 응용할지 궁금하네요!
└대박 엄청 심오하고 위험한 느낌 날 듯
-위에 드럽게 어렵게 말하는데 걍 역병 돌자 지들끼리 잘 살려고 벽친 놈들도 다 죽는 공포소설임ㅇㅇ
하지만 그녀 역시도 어딘가 찜찜하긴 했다.
‘이건 영화 출연분이랑 비슷한 이미지도 아니잖아.’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가. 평소 테스타답지도 않고….
“…….”
어쨌든 걱정과 달리 퀄리티가 좋으니, 발매 초 어그로만 잘 견디면 문제없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번 활동도 커리어하이 가자!’
그러나 사실, 이런 그녀의 걱정과 고민은 이미 당사자들도 치른 상태였다.
테스타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들이 가진 독특함의 근원은 어디인가.
-결국 하나로 돌아가는 것 같은데요.
선아현의 분석을 받아, 박문대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재밌는 거죠.
바로 재미.
그리고 그 재미의 매력이 발휘하는 흡입력.
몰입감.
-그래서 아현이가 이걸 다 분석해서 뽑은 첫 키워드가 몰입감이겠죠.
그들은 절대 모호한 상징물과 암시를 주된 가치로 삼은 적이 없었다.
그건 부가적 이야깃거리일 뿐이다.
주된 가치는 하나였다.
‘보고 듣는 재미.’
무대와 음원이 가지는, 가장 토속적이고 근원적인 가치 말이다.
부담 없이, 찜찜한 뒷맛 없이 즐길 수 있는 쾌적한 즐거움.
테스타의 중심은 지금껏 변한 적이 없다. 그리고 그건 이번 앨범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갑시다.
티저 공개로부터 다시 일주일 뒤.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다.
‘으으윽!’
홈마는 손을 떨면서도 바로 영상을 클릭했다.
뮤직비디오의 장면은 반쯤 뜯겨나간 성문으로 시작했다.
티저에서 이어지는 컷이었으나 분명한 차이가 보였다.
‘…빛이 없어.’
희미하게나마 새어 나오던 연회장의 불빛이 없다. 그리고 빗물도 없다.
모든 것이 멈춘 음산한 그 한밤중 야외의 풍경.
고오오오
오싹함도 잠시.
성문 안으로 빨려들 듯 이동하는 카메라 워크는 불 꺼진 복도를 지나 어두침침한 연회장까지 이어진다.
부서진 가면들. 붉은 페인트.
이미 폐허나 다름없게 변한 그 난장판 속에서 티저에 등장했던 붉은 로브를 쓴 괴인영이 중심에 잡힌다.
누가 봐도 이 참상의 원인 같도록.
‘으음……. 저게 역병인가.’
설마 멤버 중 하나인가? 저 섬뜩한 느낌이?
그러나 카메라는 더 클로즈업되지 않았다.
대신, 휙 장면이 바뀐다.
다시 성문.
-후우.
짧게 숨을 들이켜는 소리.
반쯤 뜯어진 거대한 성문을 향해, 카메라를 등지고 서 있는 뒷모습이 잡힌다.
적막 대신 들리는 밤의 숲 소리와 벌레 소리.
남빛 도포를 뒤집어쓴 훤칠한 사람.
그 순간, 음악이 돌아온다.
우우웅-!
북소리와 트롬본 소리가 빠르고 웅장하게 교차하고, 앞에 선 이는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본다.
콰광!
천둥 번개가 내리친다.
비가 내린다.
하지만 음악 탓인지, 티저에서 봤던 음울함 대신 어딘가 시원하고 벅차오르는 장면이었다.
‘어어?’
그 인영이 돌아서며 가면을 벗는 순간.
클로즈업된 샷이 얼굴을 잡는다.
박문대다.
“…!”
그림자가 진 그 목과 어깨, 귀까지 군복의 테크웨어적 요소가 SF 장비처럼 부착되어 있다.
하지만 그걸 제대로 확인한 것은 단 한 순간.
바로 다음 장면, 박문대는 머리에 쓰고 있던 남색 후드를 휙 넘긴다.
푸른 기가 도는 하얀 머리카락이 휘날린다.
치칙!
그리고 머리 뒤로 글리치가 튀나 싶더니, 푸른빛이 갈기처럼 어깨 위로 돋아나 일렁인다.
“…!?”
박문대가 씩 웃었다.
[하!]짧은 기합 소리와 함께, 음산했던 야외는 순간 공상과학적 야광 빛이 난무하는 무대의 장이 된다!
-저기 애타게 부르는 소리
들어, 뛰어드는 내 발소리
가장 먼저 나타난
선두!
첫 소절부터 멜로디 랩에 이어 시원한 고음이 창대를 찌르는 것처럼 반주를 가른다.
최고 음과 함께 박문대가 뛰어내리듯 바닥을 치는 순간, 카메라가 뒤로 빠지며 인영 뒤에서 도포가 휘날린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등장하는 다른 여섯의 사람.
센터로 치고 나온 김래빈의 저음 랩이 고음의 첫 소절과 엇갈린다.
-Yeah, give me that baton.
Rule의 상징, 정의의 종
오늘 울린다 더 크게
팽 팽 팽 창 창 한
출두!
박문대가 마지막 소절을 더블링했다.
질주하는 랩과 찌르는 듯한 고음이 만드는 속도감.
게다가 후드를 젖히고 휘날리는 퍼포먼스와 함께 즉시 후렴이 터진다.
-That’s ma savior!
긴장은 버리고 즐겨
승리의 밤!
“허억.”
짜릿하고 듣기 좋은 비트.
순간에 뒤바뀐 분위기에 입을 벌리고 비디오를 보고 있자면, 어느새 7명은 카메라에 손짓하며 성문 안으로 뛰어들어 간다.
그들이 가는 곳마다 촛불에 노랗고 파란 야광 빛이 휙휙 돋아났다. 날카롭도록 경쾌하고 기교 넘치는 현악기의 반주가 보조하듯 따라붙는다.
그리고 다시 빨려들 듯이 주목되는, 붉은 로브를 뒤집어쓴 맨발의 섬뜩한 인영.
찌이이잉!
멤버들은 각각 색색의 일곱 연회장에 자리 잡더니, 각자의 파트마다 전투처럼 치열한 퍼포먼스 컷이 엇갈린다.
마치 빌런과 싸우는 히어로처럼.
“와.”
충돌 임팩트가 멋지게 터지는 부분만 짧게 짧게 잘린 덕에 어설픈 액션 영화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저 퍼포먼스의 역동성이 더 실감 나게 살아났을 뿐이다.
‘이게 무슨 컨셉이지?? 이게 누구지?’
흥분한 홈마가 주먹을 쥐었으나 딱히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확실한 건 그냥… 전통 무관복 디테일이 섞인 테크웨어를 입고 미친 듯이 날뛰는 테스타가 멋지고 재밌었다.
그래, 재밌었다!
-올라타 이 춤사위에
당기는 활시위, 던져진 주사위
행진을 멈추지 마
선율!
어두운 연회장에 벼락이 내리친다.
그리고 빗물이 쏟아지며, 화려한 춤 주변에 비산한다.
타오르는 듯한 파란 불빛의 잔상이 만드는 퍼포먼스의 장관.
그리고 자세와 몸을 연결해 거대한 공성포 따위로 분하는 것 같은 브릿지의 강렬한 안무.
-That’s ma savior!
뻗어나가는 손.
붉은 후드는 순식간에 머리를 잡힌다.
그 순간, 폭주하는 듯 내달리던 퍼포먼스와 음악이 딱 멈춘다.
잡힌 머리 주변 천이 축 늘어지더니, 붉은 후드가 바닥에 떨어진다.
그 속에는 아무것도 없다. 질병과 공포 그 자체의 형상화이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차유진의 손에 들린 가면뿐.
고오오오
순간 화면에 백색소음이 흐르며, 살짝 오싹하도록 색감과 카메라 워크가 바뀐다.
하지만 가면을 잡고 있는 차유진은… 그냥 이해가 안 되는 듯 고개를 기웃거렸다.
긴장감이 싹 가신다.
“…?”
게다가 뒤에 서 있던 배세진이 아무렇지 않은 듯 나와서 가면을 뺏어 들더니, 거침없이 박살 내서 창밖에 던졌다.
[……!]그리고 ‘됐냐?’는 얼굴로 나머지 멤버들을 돌아본다.
눈치를 보는 듯 어설프게 열심히 손바닥을 치는 멤버들의 4차원스러운 모습은, 격렬한 퍼포먼스와 대조되어 묘한 웃음을 지어냈다.
“아, 뭐야!”
홈마도 피식 웃었다. 화면은 서로를 격려하며 터벅터벅 연회장을 나가는 멤버들로 마무리되고 있었다.
-Ring the bell, Ring my bell
I wanna be your savior
더 이상 음산하지 않은 빈 연회장.
마지막 소절이 자막에 크게 뜨며, 깔끔하게 모든 소리와 컷을 끝낸다.
더 보고 싶게 만드는 완벽한 마무리였다.
“하…….”
그러나 홈마가 뭐라 감상을 생각하기도 전에, 다시 영상이 돌아온다.
“음??”
구름이 걷히고 달빛이 내리쬐는 성문 안 공터.?
일곱 개의 둥근 석상이 원형으로 배치되어 있는 것이 하늘의 시야로 잡힌 것이다.
그리고 그녀도 아는 석상이었다.
“…! 이거….”
경복궁 앞에서 본 적 있던 거대하고 둥그런 몸.
해태였다.
“…?!”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나쁜 놈들을 혼내주는 수호자적 성격이 강조된, 신비의 동물.
그리고 홈마는 벼락같은 깨달음을 얻는다.
“그… 그게 그래서!”
이건… 역병을 때려잡는 해태 컨셉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쿠키영상까지 있었다.
사원의 문을 열고, 시원하게 산 아래 도시로 뛰쳐나가는 멤버, 해태들이었다.
도시에서는 역병으로 사라진 적도 없다는 듯, 이미 회복된 야경이 반짝이고 있었다.
“와…….”
홈마는 입을 벌렸다.
지금까지 테스타 앨범 활동의 정수만 모아둔 것 같은… 역시 컨셉 퍼포먼스 전문 맛집은 뭐가 다른… 아니, 아무튼!!
‘그냥 봐도 재밌고! 알고 보면 더 재밌다!’
그리고 테크웨어를 입은 멤버들이 미친 듯이 잘생기고 노래를 잘했다!
특히 박문대가!
몇 분 후, 흥분한 그녀가 간신히 진정하고 SNS를 켰을 때는, 이미 글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멤버들 역시 이 모든 걸 발 빠르게 모니터링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