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347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47화
저건 류건우 몸을 쓰는 중인 박문대, 그러니까 큰달이 지금 띄우고 있는 팝업….
[형? 괜찮으세요?]“……후.”
납득했다. 나는 어깨에 힘을 풀며 한숨을 쉬었다.
갑자기 웬 사람 말이 떠서 귀신인 줄 알았… 아니.
“너 언제부터 이게 됐냐.”
분명 이런 재주는 없던 놈인데 말이다.
[어, 잘 모르겠어요. 그냥 왠지 될 것 같아서 해봤는데… 되네요?]“…그래.”
아무래도 상태창과 동기화가 막바지에 이른 모양이다. 저렇게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걸 보니.
썩 긍정적인 징조는 아니다만, 본인은 재밌어하니 쓸데없는 소리 말고 입 다물고 있기로 할까.
아니, 좀 너무 재밌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항상 정적인 설명 문구나 올라오던 상태창을 뒤덮는 채팅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위화감에 체할 지경이다.
[저 이모티콘도 쓸 수 있을까요? 이렇게 >_< 헐 된다!]“그래 정말 놀랍다.”
참 상상도 못 한 재주를 부리고 있다.
나는 한숨을 참으며 몸을 일으켰다. 류청우가 회사랑 통화하느라 나가 있어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웃긴 꼴 될 뻔했네.
[혹시 제가 경거망동한 거면 죄송해요…. 헉 이제 컴백 시즌이신데 혹시 어디 삐끗하시거나 한 건.]“아니야.”
나는 줄줄 늘어나는 팝업창의 문구를 막았다. 이게 누굴 약골로 보나.
“멀쩡하니까 그런 건 신경 쓰지 말고. 간만에 스탯 확인해서 집중하느라 좀 놀란 거니까.”
[네…….]좀 진정한 것 같다. 나는 문자뿐인데도 어째 능수능란하게 뉘앙스까지 전달되는 것 같은 팝업창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래도 어디 써먹을 수 있을지 모르니, 점검은 해둬 볼까.
“지금 말하는 걸 보니까 내 상황이 보이는 모양인데, 어디까지 보이냐.”
[그냥 형이 보는 정도로… 넵. 똑같은 것 같습니다!]“시야 말고 다른 건?”
[소리도 약간 흐리지만 들려요. 그 외에 다른 건 딱히 느껴지지 않구요!]이제야 빠릿빠릿한 답이 나오는군.
“항상?”
[아뇨! 이렇게 상태창에 접속하셨을 때만 그런 것 같아요. 뭔가… 상태창을 켜시면 저한테 전자 신호 같은 게 오는 느낌이에요!]그렇군.
그러니까 내가 상태창을 켜면 이놈에게 호출이 가서 동기화되는 형태인가.
‘급할 때 여차하면 써먹을 수도 있겠는데.’
가능성은 지극히 낮지만 가령 몇 달 내로 또 무인도에 조난이라도 당하거나 하면 말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단 연락 방법이 하나 더 생긴 건 좋지.”
네가 시한부만 아니면 말이다.
[그렇죠??]팝업창이 작게 진동했다. 이거… 설마 신나서 이런 건가.
그리고 심지어 살짝 작아지더니, 곧 머뭇거리는 듯 느릿느릿 글자가 새롭게 작성된다.
[저… 가끔 상태창 보실 때 연락드려도 될까요?]나는 피식 웃었다.
“당연하지.”
[감사합니다!]창이 다시 커졌다. 어지간히 반영이 잘되는 모양이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감상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아, 형 정말 스탯 찍으시는 거 보고 너무 가슴이 뛰더라고요! 첫 라이브 진짜 실물 보고 싶은데 못 가서 아쉬워요!]“네 생각에도 쓸 만해 보이냐.”
[네! 저 기대돼서 심장이 입 밖으로 나올 것 같아요!]테스타 보는 걸 입시생활의 낙으로 삼더니 어째 저놈 입에도 팬들이 쓰는 단어가 붙었네.
나는 대답을 위해 입을 열었으나, 후다닥 올라온 글이 먼저였다.
“…….”
그렇게 팝업창은 순식간에 글리치와 함께 사라졌다.
‘진짜 카톡처럼 쓰고 있네.’
…적응할 때까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군. 나는 어깨를 주무르며 남은 상태창까지 껐다.
각설하고, 현실로 돌아오자.
지금 중요한 건 첫 무대.
‘준비는 끝났다.’
연습량, 실전 경험, 비장의 한 수까지 전부 채워놨다.
…어쩐지 퍼포먼스가 아니라 천하제일무투대회라도 나가는 것 같은 문구긴 하다만.
나는 떨떠름 해하다가 피식 웃었다.
‘뭐, 별로 다를 건 없지.’
칼만 안 들었다뿐이지, 쪽팔리지 않을 성과를 내야 하는 건 똑같지 않나.
‘진검승부로 가자.’
땜빵이라 변변한 특수 효과나 장치도 추가 못 했다. 주어지는 건 원래 무대에 설치된 폭죽 하나뿐.
그래서 더 좋다. 이 무대에 감명을 받는다면 공연한 당사자, 테스타 외의 이유를 댈 순 없을 테니까.
“문대야. 연습실, 가야 해…!”
“그래.”
나는 방을 나왔다.
무대 첫 공개가 코앞이었다.
* * *
테스타의 첫 공연이 미국 유명 서바이벌 오디션 예능, 에서 선공개된다는 소식이 강타한 인터넷.
-헐 이거 잔인하고 존잼인데 테스타 나와? 대박ㅋㅋㅋ 매화 두 팀씩 외부 퍼포머 있기는 한데 한국 아이돌 나올 줄은 몰랐다ㅋㅋ
-이거 브이틱도 나온 적 없네 올
-벌써 기대된다 한국 시간으로 몇 시에 보면 되는 거임?
트랜디하거나 핫한 퍼포머만 부르기로 유명하다, 굉장히 좋은 일이라며 사람들은 떠들어댔다.
물론 여전히 라이브 걱정 글이 작정한 듯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긴 했다.
-타이틀 겁나 잘했다고 사녹 후기 올라오던데
└팬들은 원래 그런 거야 당연히 이 악물고 좋다고 하지ㅋㅋㅋ 어차피 후보정 들어갈 거 아니까
└저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 거의 안 깔고 할 텐데 걱정되네; 테스타 라이브 잘하는 건 알지만 이걸?
이세진과 박문대의 트윈 홈마, 직장인은 그 반응들을 쭉 내렸다.
‘이제 조금 있으면 테스타는 무조건 잘할 텐데 무슨 소리냐면서 과도하게 추켜세워 주겠지.’
조금만 망해도 호들갑을 떨기 위해 말이다.
“쯧.”
그녀는 혀를 찼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입꼬리가 움직이는 것을 굳이 막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사람이 바로 그 사전 녹화를 보고 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정말 자신답지 않은 짓이었다. 행사나 콘서트면 모를까, 팬 대우 쓰레기 같기로 유명한 음악방송 사전 녹화에 직접 갔다 온다니.
‘내가 그 새벽에 타 방송국의 홀대를 받아가면서 사람 틈바구니에서 기다린 값어치를 했냐고?’
충분히 했다.
아니, 공짜로 본 것이 수지타산에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생방송이라 더 좋아.’
보정을 못 해서 더 좋았다. 자신이 아는 놈들이라면 이 판국에 절대 목이든 발목이든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았을 테니까.
직장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침착하게 하던 보정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그 손에서는 어딘가 기대감으로 인한 리듬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테스타의 미국 방송 퍼포머 출연 당일.
[다음은 축하공연인데요. 글로벌 KPOP 가수이자 의 ‘그’ 미친 밴드, 테스타입니다!]프로그램의 중반부, 별 기대나 거창한 예고도 없이 짤막한 소개가 흐르듯 지나갔다.
애초에 준비할 시간도 부족했을뿐더러, 실험 삼아 섭외한 축하공연 전반부 무대일 뿐이니까.
그리고 언제나처럼 중간 광고가 들어가고 다시 화면이 돌아왔다.
[…….]방금까지는 오디션 참가자들이 올라가 있던 거대한 무대 위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올라서 있다.
붉은 의상의 댄서들.
그리고 그 사이, 검은 점퍼를 입고 마스크를 쓴 일곱 명.
-테스타!
-헐헐 나왔다
‘의상은 괜찮네.’
너무 컨셉추얼하지 않고 자리에 맞게 현대적인 멋과 핏을 챙겼다.
직장인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검은 테스타는 마치 붉은 댄서를 가르고 밀어내는 듯한 군무 끝에 앞으로 나왔다.
가면을 쓴 댄서들이 고개를 따라 돌리며 노려보는 가운데, 강렬한 트럼본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비트.
노래.
박문대가 아무렇지 않게 검은 마스크를 벗어 던지며 보컬을 한번 긁어 올린다.
[저기 애타게 부르는 소리들어, 뛰어드는 내 발소리]
이어서 안무에 슬로우를 건다.
그리고 질주.
[가장 먼저 나타난선두!]
도입부 첫 소절의 초고음.
피치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날카롭고 맑은소리가 단단히 공기를 가른다.
쿵!
손이 바닥을 내리찍었다가 뛰어오르는 발소리까지 들리는 현장감.
하다못해 음계를 잡기 위해 넣어둔 AR도 없는, 깨끗한 하나의 소리다.
-?????
-와 씨 박문대
-라이브 맞죠?
‘맞아!’
사녹에서 들었던 그 미친 안정감이 다시 직장인의 귀를 울렸다.
‘저게 인간인가 싶은데.’
거의 서커스나 다름없는 그 묘기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지나가면, 이어서 김래빈의 낮고 정제된 랩 파트가 의미심장한 슬로우 안무와 함께 지나간다.
검은 앞머리에 덮인 눈이 빛난다.
[출두!]그러면 다시 힘이 넘치는, 터지는 듯한 동작으로 안무가 이어지는 것이다.
[사월에 몰아치는 소나기때아닌 방문자 (Hi)
굳은 맘을 두드려, 성큼
그 안으로]
발을 사용하는 안무에도 단단한 류청우의 중고음을 끝으로, 또 곡은 드랍된다.
[Now the rain fell]피들의 익살맞은 소리에 맞춰 댄서와 함께 들어가는 코러스 전 드랍.
댄서에게 파묻힐 듯 격렬한 군무에서도 구성과 제스처로 기어코 튄다.
그리고 내레이션과 코러스까지 불러 버리는 집념.
[Whoa uh]-저걸 다 부르네
-미쳤나봐;
테스타는 1절이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에너지가 빠지지 않았다.
대충 흘러가거나 쉬는 순간도 없다. 사지 한쪽도 쉴 틈 없이 모든 강약 조절이 절묘하게 이루어지는, 흐르는 듯 폭발하는 퍼포먼스.
히어로 무비라는 컨셉에 어울리는 기세.
[That’s ma Savior!]2절 도입 전, 뒤를 돌아 양팔을 움직이는 슬로우 안무.
검은 점퍼는 마치 대학의 맞춤 점퍼처럼 등 뒤에 푸른 해태가 호랑이처럼 입을 벌리고 있다.
-이게 국뽕이라는 걸까?
-개신나
-테스타 숨 언제 쉬냐
웃음기마저 빠진 감탄 댓글이 미친 듯이 갱신된다.
하나의 유기체 같은 구성에 환호가 들어갈 빈틈마저도 없이 꽉 찬 밀도.
그러나 눈을 사로잡는 와우 포인트와 몰입감 때문에 그 꽉 찬 느낌에서 올 만한 괜한 부담감은 전해지지 않는 것이다.
덕분에 직장인은 눈치챌 때마다 선뜻할 지경이었다.
‘사녹에서도 이러더니.’
원래도 잘했지만, 슬슬 늘어질 때도 되지 않았나 싶으면 귀신같이 더 강한 걸 가져온단 말이다.
심지어 마지막 후렴에서의 거대한 포격 안무는 직장인마저도 심장이 짜릿했다.
-Yeah, that’s ma Savior.
달칵.
센터의 이세진이 빙긋 웃었다.
쿵!
날리는 듯 연결되는 안무에 빛이 비산하며, 반주가 다시 터진다.
“…!”
포격 같은 비트와 동작에 맞추어 무대장치의 폭죽이 튀어나오게 만든 것이다.
절묘한 무대로의 연결.
그리고 이어서 터지는 가볍고 잔박이 많은 화려한 안무.
축제 같은 마무리였다.
-Ring the bell, Ring my bell
I wanna be your Savior
쓰러진 댄서 사이로 테스타가 연달아 팔을 들어 올렸다 접으며 대형을 취한다.
그렇게 테스타의 첫 무대는 끝났다.
그리고 댓글과 현장이 폭발했다.
-으아아아아아아ㅏㅏㅏ
-찢었다
-ㅋㅋㅋㅋㅋㅋ이게 라이브가 된다고? 아주사 대체 뭘 배출한 거임?
-다시는 테스타를 무시하지 말아라
직장인은 댓글을 볼 새도 없이 숨부터 내쉬었다.
‘독하다, 독해.’
독한 만큼 근사하고 매력적이었다.
변변한 특수 장치 없이 완전히 날것에서 시작해서, 날 것의 박력으로 무대를 끝내 버렸지 않은가.
입이 벌어질 지경이었다.
‘얘네 연골… 아니, 성대나 폐는 괜찮나?’
순간 의문이 떠올랐으나, 그렇다고 몸 관리하겠답시고 국내 방송 무대나 행사에선 사리면 그건 또 그것대로 보기 싫긴 했다.
‘돈 많이 버니 알아서 관리하겠지.’
이 무대는 정말로 돈을 쓰고 볼 가치가 있었다.
게다가 이걸로 끝도 아니었다.
‘사전 녹화에서는 저기에 추가로 인트로 야광 퍼포먼스까지 했어.’
그게 나오면 또 여론이 어떻게 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Tnet에서 방영될 이틀 뒤 컴백쇼를 떠올리며 그녀는 손을 꺾었다.
반응 보니 이제 더 실물 보기 어려워지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뭐, 어쩌겠는가. 잘된 것을!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
‘그래도 철도 철이니 대학행사는 한두 번 뛰어줘라, 업로드감 좀 더 뽑자.’
그리고 놀랍게도, 그녀의 바람대로 테스타가 대학행사를 하나 잡아놓기는 했다.
물론 커리어상 중요한 것은 행사가 아니라 이후 정식 방송 스케줄이었지만 말이다.
같은 시간.
“후우욱.”
“무, 물 좀.”
무대에서 내려온 테스타 대다수는 거의 탈진 상태로 주저앉아 있었다.
환호 소리가 들리긴 했으나 그보다 눈앞이 핑핑 돌았다.
‘했던 것 중에 제일 체력 소모가 큰 것 같은데.’
‘폐가… 폐가 튀어나올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지금까지 테스타의 타이틀과 서브 곡 중에도 어려운 퍼포먼스는 충분하다 못해 넘칠 만큼 많긴 했다.
다만 이렇게까지 혼신의 힘을 다 짜내야 겨우 에너지를 맞출 수 있는 무모한 수준의 한 곡 퍼포먼스는 없었다.
‘그래서 의미가 있지.’
강렬하니까.
마찬가지로 바닥에 앉아서 갈비 부근을 누르고 숨을 몰아쉬고 있던 박문대는 눈을 빛냈다.
아까 무대 위에서 느낀, 그 딱 먹혔다는 육감이 틀린 게 아니라면 출연은 성공이었다.
‘물론 제대로 모니터링을 해봐야 하겠지만….’
그래도, 이제 다년간의 경험으로 그의 무대적 감각도 꽤 잘 맞는 수준이 되어서 말이다.
그는 본래 예정해놓은 프로그램 순서를 머릿속으로 점검한 뒤, 피식 웃었다.
“차유진.”
“네!”
“다음 무대도 준비됐지.”
아드레날린 효과로 홀로 스트레칭을 하던 차유진이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언제나 그렇죠.]박문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다음은 시장 진출 2단계.
일명 ‘거리감 좁히기’ 작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