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366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66화
자신의 ‘미션’을 무려 홀로그램으로 확인한 충격, 초현실적인 증거!
권희승은 몇십 초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
“그그그, 그게 어떻게 어, 이게… 이게 어떻게 돼요??”
정정하겠다. 머리는 정신을 차린 줄 알았는데 이놈의 입은 정신을 못 차렸다.
‘으아악!’
이게 무슨 SF영화야? 라임스톤 영화?
그러나 스마트폰에서 들리는 박문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원리는 나도 모른다만, 말하자면… 해킹 같은 거야.
“해킹이 된다고요…? 이거 컴퓨터예요?”
-…….
아무 말이었는데 박문대는 의외로 생각에 잠긴 듯 침묵했다.
그리고 약간 흥미로운 듯이 대답했다.
-그럴 수도 있겠는데.
‘그럴 수 있긴요!’
이게 무슨 메타버스 가상현실 AI도 아니고!
아는 IT 기술 단어는 다 붙이던 권희승이 충격에서 회복해서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을 한 건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물어보려던 찰나였다.
박문대가 먼저 선수를 쳤다.
-어쨌든, 아까 봤을 때 뭐가 보였지? 미션 내용 말이야.
“으음.”
‘상태이상’이라는, 상당히 꺼림칙한 문구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아마 이 선배가 묻는 건 그게 아니라 그 밑의 내용이겠지.
권희승은 반사적으로 입을 열었다.
“그, 공동 작업물 발표… 였던 것 같은데요?”
-그래.
“놀랍긴 하네요. 진짜 자체 제작 앨범이 맞다니….”
권희승은 마술에 당한 사람처럼 짜릿해졌다.
진짜 영화 주인공 같았다. 그게 좋은지 나쁜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박문대는 냉정했다.
-아니, 다르지.
예?
-기준이 자체 제작 앨범이 아니라 공동 작업물이잖아.
“네… 근데 그게 그거 아니에요?”
-다르지. 공동 작업물이 꼭 앨범 전체일 필요는 없으니까.
“아.”
칼같이 정의를 갈라낸 박문대는 유연하게 요령을 가져다 댔다.
-대중이 단순히 ‘공동 작업물’이라고 인정하게 만드는 게 훨씬 쉽다.
“와.”
진짜 비밀 조직 요원 같은 발언이었다.
덩달아 약간 진지해진 권희승은 스마트폰을 공손히 두 손으로 잡고 물었다.
“그러면… 저 이번 앨범으로 성공할 수 있겠네요? 확률이 좀 높아진 게 맞죠?”
-그래.
오오.
권희승은 짧게 감탄했으나, 다음 순간 계산했다.
그도 바보가 아니었다. 박문대가 자신에게 사기를 치거나, 음모를 꾸몄을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본 것이다.
‘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굳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아니, 저 형님이 날 조지고 싶었으면 기회가 얼마나 많았는데.’
지금까지 친절하게 잘 챙겨주다가 굳이 이… 초능력 같은 것까지 공유하면서 뒤통수를 갈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무슨 조커도 아니고, 이 형이 그랬으면 벌써 난리 났지.’
권희승은 이번에도 박문대의 호의를 달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그에 앞서서 신중한 목소리가 들렸다.
-도와줄까.
“헐!”
권희승은 냉큼 물었다.
“저야 너무 감사하죠 형님! 그런데 혹시 뭐 이거 막 저당 잡히고 이런 건….”
-말도 없이 그런 짓은 안 하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목소리에 권희승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죄송해요. 막 영화 보면 그래가지고 한번 물어봤어요! 그래도 도와는 주시는 거죠? 헤헤….”
피식 웃는 소리가 났다.
-그래.
그리고 박문대는 정말로 권희승을 철저히 돕기 시작했다.
* * *
시작은 제작 공정.
박문대는 스페이서의 이번 앨범에서 숟가락을 얹을 만한 부분을 능숙하게 집어냈다.
-가사집 쪽이 좋지. 외부로 드러나는 파트나, 팬들이 소비하는 사진집이 아니지만 이름 있는 구성 요소로 느껴지니까.
“오오.”
-그리고 비전문가가 말 얹어도 결과물이 그렇게 망가지지 않아. 선공개되지도 않은 항목이라 건드리기도 쉽고.
“괜찮네요…. 진짜!”
권희승은 자신의 창의성을 못 믿고 앨범 제작 참여를 끝까지 거절한 멤버에게 이걸 말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그 멤버가 회사의 권유에 가사집 디자인에 의견을 내는 것을 보았다.
“어, 뭐야?”
“몰라, 회사에서 하래서.”
그리고 수정된 가사집은 이틀 만에 교체가 통과되었다.
‘…속도가 이렇게 빨라?’
우리 회사가 이렇게 결정을 빠릿빠릿 내리던가?
권희승은 좀 당황했지만 일은 계속 진행되었다.
실물 앨범이 찍혀 나오고, 앨범 홍보 문구가 재단장되어 나온다.
========================
꿈을 향한 의지와 도약!
음원부터 속지까지 스페이서 멤버 전원의 손이 닿은 이번 앨범 많이 기대해 주세요! (폭죽 이모티콘)
========================
홍보 전면으로 나오진 않는다. 단지 팬들이 ‘그렇구나’ 하고 정보를 받아들일 수준의, 부가적인 소개 문구.
아이돌로서의 꿈과 포부를 소재로 하는 앨범과 이미지도 딱 떨어져서 어색함이 없었다.
스페이서의 본래 플랜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깔끔하게 정답만 덧대는 마감 솜씨.
‘와, 이게 되네.’
권희승은 감탄했다.
아무리 자신보다 오래 살다가 과거로 돌아왔다지만, 이런 센스와 권력(?)은 또 다른 이야기 아닌가!
‘진짜 문대 형이 레이블 다 세웠다는 카더라가 맞는 거 아니야?’
지난번에 사내에 도는 이 소문에 관해 물어봤을 때 그 형이 굉장히 떨떠름하게 반응해서 아닌가 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겸손이었나보다.
권희승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동시에 슬쩍 오싹했다.
나중에 스페이서가 테스타의 경쟁자가 될 만큼 크는 날에는….
‘…테스타 선배님들이 독립하시겠지!’
그래, 내년이면 재계약 시즌이라고 들었다. 당연히 이 거지 같은 회사에서 탈주하시겠지. 하하!
권희승은 일단 그렇게 넘어가기로 했다. 답 없는 문제 고민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현실을 살자!
그래서 당장 고마운 당사자에게 인사부터 박았다.
“다 형 덕분이죠 이게! 아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보답할게요!”
-그래.
박문대의 대답은 짧았지만, 퉁명스럽진 않았다. 도리어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정산받으면 랍스터라도 한턱 쏴야겠다며 한번 내면에서 호들갑을 떤 뒤, 권희승은 즐겁게 외쳤다.
“저 느낌상 이거 된 것 같은데, 된 거 맞죠?”
이제 자신은 자유였다!
그러나 너무 빠른 자신감이었다. 박문대는 애매하게 답변했기 때문이다.
-조건 충족은 맞아.
“…어어, 달라요?”
차분한 목소리가 대답했다.
-이제 뜰 거야. 잠시만.
“넹?”
지지직.
“와악!”
권희승의 눈앞에 글리치가 튀었다.
그리고 또 등장하는 묘한 홀로그램.
[성공적 발매!]당신은 공동 작업물 발매에 성공했습니다!
!제한시간 : 충족 (성공)
!상태이상 : ‘메이크 잇 워크’ 제거!
: *^@5#& 확인 ☜ Click!]
“…!”
성공했다는 글이 빼곡이 적혀있는 그것은 지난번에 박문대가 보여줬을 때보다도 더 안정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대놓고 반짝이는 버튼도.
‘이걸… 그냥 누르면 되는 건가?’
권희승은 노골적인 ‘Click!’ 버튼을 확인하고, 홀린 것처럼 팔을 들어 올렸다….
찬물 쏟는 것처럼 박문대의 목소리가 들린다.
-네가 보답한다는 거 말인데.
“…?”
홀로그램 향해 손을 뻗던 권희승은 잠시 손을 멈췄다.
그 순간.
-누르지 마라.
“예, 예?”
-그걸 며칠 기다려 주는 게 나한테 보답이 되거든.
아니, 눈이라도 달렸나? 권희승은 불에 댄 것처럼 손을 내렸다.
“왜, 왜요?”
-음.
박문대는 잠시 침묵한 뒤, 웃음기가 살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휴가 하루로 할 수 있는 좋은 일에 관심 있어?
“…??”
* * *
서울의 대형 공연장 아래.
관객의 환성이 이명처럼 여전히 귀를 웅웅 울렸다. 주변에서 멤버들이 웃는다.
“아이고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재밌어요!”
카드사에서 주최하는 합동 콘서트의 끝이었다.
“문대문대 뒷자리 가게?”
“그래.”
실수 없이 잘 끝낸 무대에 퇴근길이 즐거운 놈들 사이에서, 나는 차량 맨 뒷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어제 했던 권희승과의 대화를 돌아봤다.
‘전제부터.’
나는 ‘진실 확인’ 타이밍을 통해 상태이상 클리어 타이밍을 조절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온전히 상태창 덕이었다.
‘그래서 반대로 생각해 본 거지.’
누구든 상태창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지금 상태이상이 있는 놈에게도 상태창으로 접속할 수 있으면, 클리어 타이밍을 조절할 수 있지 않나?
그래서 큰달이 권희승의 시스템에 접속해 상태창을 띄운 것이다.
물론 내 상태창을 쓰는 것보다 불편하다고 했지만, 이 녀석은 다른 부작용 없이 성공했다.
괜한 편법 없이 미션 보상으로 받은 것이라 힘만 늘어난 것 같았다.
‘좋아.’
큰달이 내 상태창의 상태를 바꿨던 것에서 착안한 것이었는데, 문제없이 잘 이루어져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권희승은 내 ‘시스템 파괴 전 후원’ 제안을 냉큼 승낙했다.
-당연히 좋죠! 이거 막 임무하는 느낌인데요?
…VR 게임장 온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않았어도 더 좋았겠다만. 아무튼 상부상조 분위기로 가서 다행이군.
‘좋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목 베개를 고쳤다.
잘 조절한 대로 시기도 딱 여유가 있었다.
활동기가 끝나고 투어 준비를 하며 스케줄에 빈틈이 생긴 상황.
‘하루 정도는 뺄 수 있겠지.’
계획대로라면 결괏값을 보는 데엔 하루면 충분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도착한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계획을 검토하면서 보낼 생각….
“문대 형, 혹시 잠시 대화 좀 나누셔도….”
“어, 그래.”
좀 미뤄야겠다. 무슨 일이 있나 보군. 나는 김래빈의 호출을 받고 걸음을 옮겼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멤버들이 다 주방 식탁에 모여있다.
“…?”
너희들 뭐 하냐.
“문대야.”
“예.”
“우리 투어 전에 시간이 좀 있잖아.”
그래. 나도 마침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게 왜.’
류청우는 빙긋 웃더니, 식탁에 놓인 노트북 화면을 내게 돌렸다.
“그때 우리 여기 갈래?”
“예?”
화면 속에 있는 것은… 캠핑 휴양지였다.
-힐링 글램핑
구도 맞춰 잘 찍은 사진이 자동으로 넘어간다.
산림욕, 온천, 시골, …동물.
어디서 많이 본 키워드들.
예능에서 겪은 힐링 키워드와, ?제작진이 다음 힐링으로 약속한 키워드다.
‘뭐야.’
큰세진이 내 어깨를 잡는다.
“아현이가 가족여행으로 가본 곳이래! 진짜 좋다는데?”
그래. 시설과 몰골이 좋아 보인다. 그 잘사는 집에서 갈 정도면 당연히 괜찮겠지.
그런데 갑자기 왜.
나는 선아현을 쳐다보았다. 놈이 어깨를 움츠린다.
“무, 문대가, 우리 예능으로 갔던 동네를 마음에, 들어 했잖아…. 그것까지 문대에게, 기분 나쁜 추억으로… 남지 않았으면 해서.”
“……!”
“그, 그래서 알아봤어.”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시, 싫어?”
“…아니.”
나는 대답했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기분 나쁘진 않았어.”
좀 쪽팔리긴 했다만, 그래도 제작진 수작질을 알기 전까진 괜찮았다. 그래서 더 쪽팔렸던 거고.
“하지만 형 맛있는 거 안 줬….”
“차유진 조용히 해!”
그건 기분 나쁜 것과 열받는 것은 별개의 일이기 때문이다. 새끼야.
하지만 동공 떨며 눈치 보는 놈들에게 이제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다.
배세진은 냉큼 말을 보탠다.
“그래. 그, 어쨌든 온천을 꼭 그 예능 사람들하고 갈 필요 없잖아. 우리끼리 가자!”
“그러게. 그럼 이건 그냥 휴가 기념으로 생각하고 놀러 가면 어떨까?”
류청우가 말을 끝냈다.
나는 피식 웃었다.
“좋죠.”
“오오~”
“그럼 여기로 결정!”
“OK!”
긴장이 풀어진 놈들이 자기들끼리 떠들기 시작한다.
“우리 다음 휴가 때는 다 같이 유람선 탈까요? 유럽이나 이런 데서 타면 다들 잘 못 알아볼 테니까~”
“아, 그것도 좋다.”
“유람선이 뭐예요?”
“Cruise ship.”
“오우….”
“유진이는 싫구나?”
“할아버지는 유람선을 좋아해요. 저는 어려요.”
참 한결같았다.
‘나 참.’
나는 다음 날 아침, 간만에 목적 없는 대용량 요리를 했다. 동거인들이 다 군말 없이 입에 쑤셔 넣어서 귀찮은 처리는 없었다.
웃기지만, 큰일 앞두고 하는 일종의 세리모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끝내고 휴양을 간다라.’
나는 피식 웃었다. 의도한 건 아니다만, 거의 전형적이기까지 한 구조라서 말이다.
그리고 오후.
나는 마지막 협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 몇 번에 전화가 걸리고, 개가 우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린다.
-오랜만이네요, 후배님. 용건이?
“네 전용기 좀 빌리자.”
웃음소리가 들린다.
-무슨 용도로?
나는 목을 꺾었다.
“다음 타자가 없게 만드는 용도.”
시스템을 여기서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