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549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49화
그렇다.
나는 과거의 LeTi와 배우 계약을 체결하는 미친 짓을 저질렀다.
청려의 정보를 다각적으로 수집하고, 유사시 나설 수 있는 신분을 얻기 위해서.
신상 정보 명시와 서명까지 잘 마무리된 후, 실장은 싱글벙글 웃으며 내게 말했다.
“그럼 여행 끝나는 2개월 후에 한국에 오시는 걸로?”
“예. 감사합니다.”
당연하지만, 내가 당장 국내로 돌아갈 순 없었다. 여권도 없을뿐더러 신분도 가짜지 않은가.
‘심지어 미국 입국 기록도 없을 텐데 말이지.’
체포당하기 딱 좋았다.
그래서 나는 ‘내년 학기 시작 전에 미국으로 두 달 살기 여행을 와서 취소하기 어렵다’ 같은 개소리를 하며 입국을 미뤘다.
뭐, 여행 취소비 보상해줄 생각까지는 없는지 LeTi도 흔쾌히 오케이 하더라.
“잘 알겠습니다!”
다만 헤어질 때, 실장이 무슨 비밀이야기라도 전달한다는 듯이 숙덕였다.
“근데 한국 오시기 전에… 바로 스크린 데뷔부터 갈 수도 있어요. 딱 괜찮은 로케가 있어서.”
“예?”
“저희 내부에서 심사했을 때 건우 씨 마스크도 그렇고 태도도 그렇고 평이 너무 좋았거든요… 아시죠?”
모르겠다.
“데뷔 바로 하실 수도 있다는 거예요.”
데뷔할 생각이 없다.
나는 그 말을 하는 대신 일부러 좀 머뭇거리며 말했다.
“제가 하기엔 너무 빠른 것 같은데요, 뭐라도 연습한 후에 해야 회사가 부끄럽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에이~ 무슨 소리세요!”
안 듣는군.
뭐, 상관없다. 어차피 난 시스템 단서 분석 끝나는 대로 뜰 거거든.
나는 카페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는 실장을 배웅했다.
“아무튼 잘 부탁드립니다, 건우 씨!”
“예. 감사합니다.”
그리고 바통 터치하듯이, 슬그머니 뒤쪽 테이블에서 한 녀석이 일어나서 내 앞에 앉았다.
“계약은 합의점에 잘 도달한 것 같군요.”
“…….”
주단이다.
왜 그냥 옆에 안 앉고 이런 괴상한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만. 나는 물어보는 대신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미국에 남으시는 겁니까?”
“그래.”
“한국보다는 낫겠지만, 미국도 무국적자가 살기에 녹록한 곳은 아닙니다.”
“미국에 불법체류자가 한둘도 아니고. 적당히 하면 돼.”
영어도 할 수 있고 요리나 커피도 내릴 수 있으니 어디 패스트푸드점이든 카페든 취직은 될 것이다.
주단이 고개를 저었다.
“최소한 제가 첫 스마트폰은 개통해 드리죠. 선불폰으로.”
나는 픽 웃었다.
“네가 무슨 돈이 있다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할 건데요.”
아직도 내가 본인 그룹이었다고 굳게 믿는 모양이다.
놈이 눈을 빛내더니, 진지하게 물었다.
“하나만 여쭤보겠습니다. 저는 미래에 건물을 살 재력이 됩니까?”
“…어.”
그건… 확실하지.
녀석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청려 선배님의 동태를 감시하면서 정기적으로 연락하면서 지내죠.”
그리고 악수라도 하자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
나는 웃는 채로 같이 손을 내밀었다.
“고맙다.”
그리고 깨달았다.
상대의 손이 불타는 듯 뜨겁게 느껴진다는 것을.
내 손이 말도 안 되게 차가웠다.
“…!”
상대도 느꼈는지 눈을 크게 떴다가, 곧 상황을 파악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날씨에 차가운 음료를 시키면 일어나는 일이죠.”
“…그래.”
아니다.
사실, 나는 내가 시킨 음료에 손도 안 댔다.
즉, 이건 추워서 일시적으로 나타난 체온저하 증상이 아니라는 것.
“…….”
음료를 다시 시키겠다며 일어선 주단을 확인한 후, 나는 내 손을 들어 살펴보았다.
유리 탁자를 쥐자, 차가워야 할 유리마저 미적지근하게 느껴졌다.
둔탁한 통증은 덤.
‘후.’
그래, 이것도 문제였다.
내 몸 상태가 빠르게 쓰레기 같아지고 있다는 점이지.
신분을 도용한 데다가 돈도 없어서 병원에 가기도 난감한 상황이다.
‘애초에 병원 가서 나을 문제도 아닐 거고.’
나는 주먹을 폈다가 쥐었다.
* * *
“모, 몸이… 더 차가워졌어요.”
“…….”
“어쩌죠?”
큰달은 소파에 널브러진 박문대의 팔을 잡고 있었다.
얼어붙은 것처럼 체온이 식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숨도 아주 가늘고, 맥도 아주 옅다.
거의 죽은 것과 다름없는 느낌.
심지어 한번은 사라질 듯이 희미하게 변했다가 돌아오는 통에 세 사람을 숨넘어가게 만들었다.
영상통화 중이던 권희승은 머리를 잡아 뜯었다.
[와. 미치겠네. 인터넷에선 진짜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 안 해요. 게다가… 잠깐만! 벌써 점심시간도 끝인데? 청려 선배님 이제 복귀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와 그럼 형 어쩌지?]“오늘은 상관없습니다. 휴일이니까.”
[아… 그럼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요.]청려는 전혀 안도하지 않았다.
그는 큰달을 돌아보며 물었다.
“시스템 흔적은 아직도 못 찾았겠지.”
“…네.”
큰달은 코를 훌쩍이며 계속 시도했으나, 박문대의 몸에서는 아무런 단서도 나오지 않았다.
너무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시스템을 다 모은 건 형이었고, 형을 이 상태에 빠트린 건 시스템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흔적도 없을 수 있지?’
머리가 멍멍할 무렵.
짝짝!
[자자, 너무 거기에만 빠지지 말고 우리 생각을 좀 다시 해보면 어떨까요!]권희승이 상황을 환기했다.
[일단 어, 형이 지금 시시각각 막 차가워졌다가 희미해졌다가 상태가 널뛰는 걸 봐서는….]청려가 중얼거렸다.
“변화.”
[예?]“박문대는 죽은 게 아니야.”
[다, 당연히 그래야죠!]안심하자고 꺼낸 소리가 아니었다.
‘몸이 여전히 살아있는 상태로 계속 상태가 비정상적을 변한다면.’
어떤 기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청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니까 박문대가 무언가를 경험 중이기 때문에 이런 반응도 나타나는 것일 터다.
다만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그리고 그곳이 어딘지 단서도 없는 상황일 뿐이다.
권희승이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음… 장소. 아, 그때, 저기… 제가 서버가 됐을 때요. 그때 혹시 우리 몸은 어떤 상태였는지 알아요? 그 비행기에서요. 그… 큰달 형? 형은 거기 없었잖아요.]큰달이 같이 끙끙거렸다.
“다 같이 끌려 들어가셔서 모르겠는데… 아, 하지만 그때도 형의 상태창으로 접속해서 형을 찾아냈는데요!”
하지만 지금은 흔적이 없다.
[아 진짜!]툭. 툭.
청려가 탁자를 느리게 두드렸다.
청려는 탁자를 두드리던 손가락을 멈췄다.
조건.
-박문대가 시스템을 가지고 있나?
: YES
-박문대에게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 YES
요약하면 똑같다.
그렇다면 다른 건 디테일.
그리고 과정에서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매개체.
“그런가.”
[예?]박문대는 시스템 파편이라는 것을 수집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파편을 가졌던 사람.
게다가 그가 이상한 현상에 휘말릴 때 유일하게 접촉한 사람은….
“나야.”
“예??”
자신이었다.
청려는 큰달의 팔을 움켜쥐었다.
“나를 확인해.”
“아…….”
큰달은 그 기세에 밀려서 자기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청려에게 ‘접속’해 보려고 했다.
그리고….
움찔.
“…!!”
큰달은 팔을 떨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침을 삼켰다.
“있어요.”
눈에서 희망이 빛났다.
“청려 씨한테 뭔가 있어요! 그, 그러니까, 무슨 시스템으로 연결되는 흔적이라고 해야 하나, 통로 같은 게….”
[와아악 내가 맞았다!!]권희승이 뭐라고 외치든 청려는 반응하지 않았다.
“접촉할 수 있나?”
“지금 해보려는 중이에요!”
큰달은 안간힘을 다해 노력했다.
그리고.
퉁.
청려는 미약한, 흡사 기분 나쁜 둔통 같은 울렁거림이 정신을 스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
큰달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너무…, 너무 멀고…… 빨라요.”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그냥 그런 느낌인데…….”
마치 달리는 기차 안에 있는 사람에게 맨몸으로 달려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드는 것 같았다.
역부족이라는 느낌.
아예 다른 방법이 필요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으으!!’
그래도 간신히 단서를 잡은 만큼, 큰달은 좀 더 안정된 채로 열심히 생각하려 노력했다.
어떻게 접촉하지?
“선아현.”
“예?”
큰달은 청려를 돌아보았다.
“시스템에 오류를 발생시킨 게 그거였는데. 이용할 수 없나?”
애초에 청려는 그래서 일이 터지자마자 선아현에게 전화 우선순위를 뒀었다.
‘아!’
큰달은 그 말을 이해했지만 동시에 다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선아현에겐 청려의 통화가 전혀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 하지만 문대 형을 기억도 못 하고, 아예 인지도 못 하시는데… 어떻게,”
어떻게 설득한단 말인가.
그 순간이었다.
똑똑.
“저, 저기요.”
“…!!”
고개를 돌리자, 건물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키 큰 인영이 드러났다.
긴장 어린 표정을 한 그 사람은… 코트 차림의 선아현이었다!
“…?!”
큰달은 순간 자신에게 무슨 이상한 능력이 생겼나 의심했다.
“안녕…하세요.”
하지만 선아현이 끝이 아니었다.
조심스럽게 실내로 들어온 선아현의 뒤로 각기 다른 발걸음의 다섯이 더 들어왔다.
“실례합니다.”
큰달은 얼이 빠졌다.
테스타 전원.
모두가 갑자기 JSA에 나타난 것이다.
“…!?”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왔습니다.”
맨 마지막으로 들어온 류청우는 멤버들이 전부 문 안으로 들어온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물었다.
청려에게.
“박문대가 누굽니까?”
* * *
두 시간 전.
“책 빌려줘서 고마워. 세진아. 재밌더라.”
“…뭘.”
배세진은 약간 민망해하면서 류청우가 내미는 책을 휙 낚아챘다.
“하하.”
류청우는 시원하게 웃었다.
이 친구가 때때로 퉁명스럽게 굴지만, 사실 자신에게 책을 추천하기 위해 따로 시간 내서 목록까지 작성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책도 신경 써서 고른 티가 났다. 퇴직한 운동선수가 IT업계에서 성공하는 자전 수필이었다. 약간 노골적일 정도의 책 내용에 류청우는 기분 좋은 헛웃음을 지었다.
‘잘 읽어봐야겠네,’
하지만 막상 내용을 완독하니, 이건 자신보다는 인터넷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읽어도 더 흥미로워할 것 같았다.
그러니까, 멤버 중에 그…….
“…….”
류청우는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섰다.
“세진아.”
“…왜.”
“우리 중에 모니터링을 네가 제일 많이 했었던가?”
“…! 나는 위, 위튜브를 좀 보는 것뿐이지 그렇게 많이 보는 건 아니야!”
“응. 그렇지.”
“나보다는…!”
그러나 거침없이 예시를 들려던 배세진은 거기서 딱 굳었다.
‘…그러니까.’
분명 있었던 것 같은데, 예시로 들려고 하니 누구도 생각나지 않는 것이다.
누가 있었는데.
“…….”
“…….”
거실로 어딘가 경직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사이로 칫솔을 물고 지나가려던 이세진이 잠깐 멈칫할 정도였다.
“…?”
그 순간 배세진은 침묵을 깨고 간신히 외쳤다.
“그래! 그, 이세진이 더 많이 보잖아! 인터넷!”
“제가요?”
“그래!”
“…뭔지 모르겠지만 왠지 나쁜 것 같은데요? 아니죠~?”
“……아, 아니지.”
장난기 어린 말투가 추가되며 경직된 분위기가 겨우 풀리고, 이유 모를 안도감이 거실을 지배했다.
그러나 류청우는 차분한 얼굴로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세진은 그런 리더의 어깨를 살짝 쳤다.
“아, 세진아.”
“넵. 형!”
이세진은 쾌활하게 웃다가도 목 뒤를 문질렀다.
“음. 왠지 오늘 숙소 분위기가 영 뻑적지근하네요~ 다들 너무 열심히 일해서 그런가?”
“그럴지도.”
류청우는 고개를 끄덕인 뒤 이렇게 권유했다.
“예전 영상들이나 좀 볼까?”
“오 좋죠. 초심도 찾을 겸!”
그렇게 그들은 거실에 모여서 테스타의 예전 무대와 컨텐츠들을 관람하기 시작했다.
데뷔 활동부터, 최근 활동까지 무작위로.
[내일 만난 너를 오늘 내내 생각해.] [낮처럼 파란 꿈을 꿔-]“Oh, 뭐 봐요?”
“저도 마침 작업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휴일답게 하나둘씩 멤버들이 합류하며 해당 영상들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데뷔 무대, 익스트림 여행, 무인도 조난기, 뭉개와 함께하는 시골살이, 콘서트 특별 무대….
첫 콘서트 기념 W라이브까지.
[박문대 (오늘의 울보왕) : …감사합니다.]하지만 묘하게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아.”
“음.”
하지만 보면 볼수록 그 어색함도 사라지고, 그냥 기분탓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배세진은 생각했다.
‘이상해.’
보통 다 같이 모여서 모니터링을 하는 것은 재밌어야 하는데. 왜 이렇게 꾸역꾸역 참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지.
그리고 그의 옆에 앉아있던 류청우가 혼잣말처럼 입을 열었다.
“그냥 든 생각인데.”
“네.”
“방금 무대, 고음이 좋았잖아.”
“그렇습니다.”
“우리 멤버들이 잘하죠~”
류청우는 여상스러운 덕담들에 냉정히 물었다.
“정확히 누가?”
“…….”
-누구의 고음이지?
“어, 물론 형이시고. 아, 저희 래퍼라인 빼면 다들 중고음까지는 잘 하잖아요~”
“나는 저렇게 높게 못 올릴 것 같은데.”
“…예?”
“내 음역대는 스스로 잘 파악하고 있거든.”
류청우는 차분히 말했다.
스티어 때의 경험을 지식으로 흡수하며, 그는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도 전보다 더 명확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니야.”
“…….”
“우리 멤버가 불렀다며.”
“그게… 그렇습니다.”
“누가?”
다시 아찔한 침묵이 거실을 지배했다.
테스타의 무대 소리만 TV로부터 둔탁하게 나와 울리는 가운데.
“Shit… 우리 아무도 모르는 7번째 멤버 있어요? 귀신의 집 이야기처럼?”
차유진이 입을 가리고 그렇게 외쳤다.
“어어??”
모두가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젓거나 말한 사람을 때리기 시작했다.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차유진!”
“너는 매번, 매번!”
“Ouch! 아파요! 저 아파요!”
이세진은 차유진을 때리진 않았으나,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말했다.
“에이, 귀신 같은 게 어딨어~ 아, 유령된 아이돌 하니까 그거 생각나네. 그 왜 있잖아. 예~전에 VTIC 청려 선배님이랑 우리 멤버가 같이 나온….”
“아. 그 산장.”
를 기억해 낸 배세진이 말하자 멤버들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것도 있었지!
류청우가 물었다.
“…그 멤버가 누군데?”
“…….”
“…….”
싸늘한 침묵.
차유진을 때리던 손도 멈췄다.
[OK. 이제 말 그대로 소름이 돋는데요.]그리고 그는 자신이 아무렇지 않게 누군가 이 영어를 통역해줄 것이라고 믿었다는 것과, 지금 아무도 해주겠다고 나서지 않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지금까지 느꼈던 위화감에 대해서도.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상해요.”
류청우가 미간을 눌렀다.
“좋아. 다들 혹시 이상한 경험을 했다면 구체적으로 말해보자. 무슨 계기 같은 건 없었을까?”
“그게… 그러니까.”
하지만 모든 게 안개 속처럼 모호하고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순간 느꼈던 소름도 어느새 사라지고 없던 일처럼 됐다. 마치 자신들이 과하게 비현실적으로 반응했던 것처럼 살짝 부끄러워지는 단계로 넘어가려는 찰나.
그때였다.
“아.”
선아현이 창백한 얼굴로 감탄사를 뱉었다.
“뭐, 뭔데.”
“형…?”
독촉에 밀려 선아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그러니까 그게… 아까. 토, 통화를, 했는데요. 갑자기 전화가 와서….”
“누구랑?”
“VTIC 청려 선배가, 이 스마트폰으로.”
이세진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거 아현이 프라이빗폰 아니야? 그 번호를 그 선배가 왜 알지?”
“으응, 그게 이상했어… 그리고.”
스마트폰을 내리며, 선아현이 읊조렸다.
“갑자기 어떤 낯선 사람을, 아냐고, 나한테 물어봤어.”
“…….”
“누구.”
“바, 박문대라는 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그래서 멤버들은 더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너는 뭐라고 대답했는데?”
“모른다고, 그러니까 검색창에 검색해보라고도 하시고….”
“…….”
보통, 포털사이트에 검색해 보라고 한다는 건 검색하면 나온다는 뜻이고….
그 직종은, 보통 연예인이다.
자신들 같은 아이돌.
“그리고, 지금 확인했는데요.”
선아현이 여전히 안색 없는 얼굴로 또 다른 스마트폰도 탁자에서 들어 올렸다.
바로 선아현의 업무용 스마트폰이었다.
그는 통화 이후로 이걸 체크하고 있었다.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서였다.
“프라이빗폰으로 전화 온 번호가, 달랐어.”
“뭐?”
“제가 여기에 저장한, 청려 선배님의 번호가… 아니었어요.”
“…….”
그거다.
모두가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게 제일 이상하고 수상쩍었다!
“무, 문자를 넣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래!”
그리고 선아현은 류청우의 감독하에 청려에게 이런 문자를 넣게 되었고.
-JSA에 당일 면회가 가능할까요? 저희가 지금 만나 뵈러 가고 싶습니다.
몇 시간 후.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요.”
그들은 여기서 이렇게 물어보게 된 것이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아까 아현이에게 통화로 말씀하신 박문대라는 분 말인데요.”
“…….”
“혹시 저희 멤버였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