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570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70화
다음 날 아침.
스케줄로 이동 중인 테스타의 차량 안.
“문대야…! 저기, 우리 아침은 어떻게 먹을 건지, 매니저님이 물어보시는데…….”
“…….”
“무, 문대야…?”
“…어. 뭐든 괜찮다.”
“……으응.”
나는 창문에 머리를 댔다. 뇌에서 계산이 팽팽 돌아가고 있었다.
이 그룹의 차후 활동에 관해서.
‘갈림길이다.’
문제는, 두 길 모두 벼랑 끝이라는 점이지만 말이다.
지금 강렬한 정규 앨범을 내면, 편안한 음악을 기대한 대중이 외면한다.
그렇다고 편안한 노선을 계속 끌고 가면, 팬덤 이탈을 막을 수 없다.
‘그리고 문화훈장도 끝이지.’
죽을 맛이었다.
그나마 단점을 거르고 어떻게든 뽑아보자면… 안무가 빡센 이지리스닝이라는 하이브리드가 있긴 했다.
데뷔곡인 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건 해외에서 반응이 오진 않을 거다.’
글로벌 KPOP팬에게 먹히는 건 언제나 강렬한 컨셉이다.
군무, 격렬한 비트, 강한 멜로디.
물론 그걸 넘어서서 영미권 대중의 지지까지 얻고 싶다면, 그쪽에서 유행하는 이지 리스닝을 공략하는 단계도 있다.
하지만 그건 더 상위 클래스가 하는 방식이다.
우선은 글로벌 팬 규모를 VTIC 급으로 확보해야 가능한 일인 데다가… 자칫하면 그룹색을 잃어버려서 다음 앨범부터 고전할 수도 있다.
지금처럼.
‘X발.’
게다가 이미 팬덤 이탈이 시작된 이상, 이런 ‘이지리스닝에 수준 높은 안무’ 방식마저도 ‘간을 보는’ 시도로 받아들여질 확률이 높다.
-이번엔 빡센 거 할 텀인데 꾸역꾸역 이지리스닝도 포기 못 하고 챙겨온 걸 보면 각 나왔네ㅋ
경향성이 ‘이제 빡센 아이돌 안 해요’ 쪽으로 기울었다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는 미간을 눌렀다.
‘욕먹는 건 아무래도 좋다.’
문제는 욕 안 하고 조용히 ‘재밌게 덕질하다 갑니다~’하면서 이탈하는 팬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란 점이다.
가뜩이나 그 혼성 그룹 신인이 말도 안 되는 전략으로 성공하는 걸 본 다음이라 그런지 불길한 예감이 가시지 않는다.
유지가, 어려운 시기.
‘뜨는 방식이 변하고 있다.’
세대교체의 시기가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
사실 테스타의 연차는 문제가 아닐지도 몰랐다.
그래봤자 겨우 새해가 되어 7년 차다. 데뷔 이후 5년 반 정도 흘렀을 뿐이다.
‘당장 테스타보다 선배면서 전성기 맞아서 활동하는 그룹은 널렸지.’
문제는… 테스타가 데뷔 때부터 성공했다는 점이다.
대규모 콘서트, 투어, 연간 음원 순위권, 신인 그룹 앨범 판매량 기록 갱신.
이 모든 것들이 데뷔 1년 차에 다 일어났다.
그리고 지금까지 교통사고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선,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성적을 자체 갱신해 왔다.
‘그래서 사람들이 테스타에게 질리지 않게 예능과 앨범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잘 관리했다… 고 생각했지만.’
사실, 문제는 정반대 방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테스타도 이제 본인들은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음
-자기들도 슬슬 그룹 활동에 미련 없지 않을까?
이런 인식들.
사람들은 테스타에 질리지 않았어도, 테스타가 테스타 활동에 질렸을 것이라 예측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대심리가 주가에 미리 반영되듯이, 미리 테스타를 대체할 다른 아이돌을 알아보게 되는 흐름은…….
“그, 문대야.”
나는 고개를 돌렸다.
“이거.”
선아현이 뜨끈뜨끈한 상태로 포장된 샌드위치 토스트를 내밀고 있었다.
매니저가 아침을 챙긴 모양이었다.
“고맙다.”
나는 아무렇게나 포장을 뜯고 샌드위치 토스트를 입에 가져갔다.
맛을 평가할 여유는 없었다.
그동안 옆에서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 혹시. 몸이 아프거나, 아니면…… 고민이 있어?”
“…….”
“조금, 힘들어 보여서.”
말할까?
선아현은 잘 들어주는 녀석이었고, 이런 문제를 꺼내면 경청한 후에 같이 전전긍긍하면서 고민해 줄 녀석이었다.
아니, 이 그룹 녀석들이 대부분 그런 성향이다. 그러니까….
나는 입을 열었다.
“어제 새벽에 추가 근무해서 그래.”
“…?”
“우리 제치고 음원 1위 한 신인들을 좀 찾아봤거든.”
나는 손가락으로 둘을 찍었다.
“쟤네랑 같이.”
“워엉?”
각자 자기 토스트를 입에 밀어 넣고 있던 녀석들이 눈을 꿈벅였다. 큰세진과 차유진이다.
물론 둘 다 상태는 멀쩡하다. 잠 못 못 잤다고 피곤할 체력도 아니고, 좀 피곤하다고 티낼 스타일들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나 혼자 피곤하다고 말하는 이 상황은…….
‘이상한가?’
차유진이 측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Whoo… 문대 형 이제 나이 많아서 그래요?”
“…….”
너랑 두 살 차이다 새끼야.
새해가 된 후로 저거 계속 저러네.
“토스트 맛있냐.”
자칫하면 저녁에도 토스트나 씹어먹게 생겼다는 것을 깨달은 차유진이 움찔하더니 빠르게 말을 고쳤다. 과연 눈치가 빠르다.
“저 실수했어요! 문대 형보다 나이 많은 형들 있어요! 배세진 형이 가장 나이 많아요!”
“……??”
갑자기 처맞은 배세진이 허망한 표정을 짓고, 폭소할 뻔한 큰세진이 쓱 말을 돌린다.
“에이 무슨 소리야! 대한민국은 만 나이가 공식이지! 우리 20대 한참 남았죠~”
“합리적인 말씀입니다!”
따듯한 아침을 먹으며 왁자지껄 떠드는 녀석들은 더는 내 상태를 캐묻지 않았다.
나도 내 토스트를 다시 씹었다.
“…….”
여기까지가 딱 적당했다.
‘괜히 내 예측까지 떠들 필요는 없다.’
이제 우리가 뭘 하든 하락세 처맞을 각오를 해라?
문화훈장은 물 건너갔으니 내년 동반 입대 준비나 하자?
‘말해봤자 겁만 주는 꼴이다.’
사기를 더 키우지 못할망정 그딴 식으로 박살 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적당히 팀 분위기를 띄웠다는 것에 만족하고…….
“와, 새해 맞을 때 박문대 카메라 보고 귀여운 척은 다 하더니 체력도 귀여운 수준…….”
그건 그거고.
나는 큰세진의 아직 열지 않은 탄산수 캔을 슬쩍 가져와서 사정없이 흔들어준 뒤, 얌전히 원위치로 보냈다.
차유진이 낄낄거리며 그 모습을 영상으로 남겼다.
“왁! 이거 뭐야!”
“하하하!”
그렇게 내 미심쩍은 태도는 요란하고 훈훈한 분위기에 묻혀서 지나가는 것 같았다.
다만 이 난장판에서도 고요히 입을 다물고 상념이 빠진 사람이 있었다.
비관적인 미래를 예측한 팀원을 다루는 것에 이골이 나 있는 녀석이, 거기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문대야. 잠깐 이야기 좀 할까.”
“…….”
그날 오후.
대기실에 들어가는 순간, 류청우가 나와 대화하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 * *
나는 녀석과 간이침대가 있는 대기실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쪽잠을 자는 대신 둘 다 매트리스에 걸터앉았다.
“아현이가 계속 걱정하더라. 새벽에 많이 무리한 건지 문대가 오늘 상태가 안 좋다고.”
그렇군.
티를 안 내려고 했는데도 은연중에 내 대가리가 복잡하다는 게 샌 모양이다. 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드렸지만, 피곤해서 그런 겁니다.”
“정말?”
“…….”
“문대야. 지금은 내가 사촌 형에게 묻는 게 아니라, 그룹 리더가 멤버에게 묻고 있는 거야.”
아 망할.
나는 눈두덩이를 누르다가 입을 열었다.
“형만 들어두세요.”
그리고 나는 류청우에게, 내가 지금까지 분석한 테스타의 현 상황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진퇴양난의 시기.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고 떠들어서 만든 곡이 어떤 나비효과로 끝났는지.
“…그래서, 다음 앨범을 언제 어떻게 내더라도 하락세 이미지는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류청우는 경악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웃지도 않은 채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을 경청했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말을 끝마칠 수 있었다.
“……아직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우선 입 다물고 있었던 거고요.”
“그렇구나.”
“…….”
“잘 들었어. 말해줘서 고맙다.”
류청우는 빙긋 웃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
뭐?
“문대야.”
류청우가 깍지를 끼더니, 부드럽게 말했다.
“테스타가 하락세라는 이미지가 생겨도 괜찮아.”
갑자기 이게 무슨 미친 소리냐.
“그런다고 갑자기 우리 그룹이 사라지거나 팬분들이 다 사라지진 않을 거야.”
이해를 못 한 거였나.
“그 이미지 때문에 팬분들이 빠져서 진짜 하락세가 올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그래도 우리가 또 좋은 앨범을 내면 들어보시겠지. 멋진 퍼포먼스를 하면 보실 거고.”
“예. 일부만이겠지만.”
사람들은 유행이 지나간 것에는 기본적으로 관심을 덜 둔다. 테스타도 같은 처지가 될 것이다.
“그래. 전성기가 지난다는 거지…. 하지만 문대야.”
류청우가 쓴웃음을 지났다.
“전성기는 지나가니까 전성기인 거잖아.”
“……!”
어딘가 익숙한 말이었다.
그건… 내가 리셋증후군에 걸렸던 청려에게 했던 말이었다.
-전성기는 지나가니까 전성기다.
그렇다.
모든 그룹은 잘 나가다가도 침체하는 순간이 온다.
티홀릭이든 VTIC이든 테스타든.
그게 몇 년 후든, 지금이든.
“문화훈장을 받아도 시기를 미루는 것뿐이고, 군대는 나랑 유진이를 제외하면 다들 가게 되겠지.”
“…….”
“그 공백기가 오면 또 전성기가 끝나는구나 걱정할 텐데, 맞지?”
‘안 가는 입장에서 언급하기가 그래서 지금까진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이라고 덧붙이면서도, 류청우는 말을 계속했다.
“그래도 우린 또 거기에 맞춰서 활동 계획을 짤 거잖아.”
차분하고 논리적인 말을.
“물론 언제까지나 성적이 잘 나오면 좋겠지. 하지만. 성적이 떨어져도 이 그룹이 끝나는 건 아니야.”
-테스타는 계속 원하는 만큼 앨범을 내면서 잘 활동할 수 있고, 그때마다 들어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말들은 조용히 귀에 넣었다.
그리고 머리로 보내, 천천히 소화했다.
‘그렇군.’
무슨 ‘대상이 아니면 죽음을’ 같은 상태이상이 걸린 것도 아닌데, 마치 그런 것처럼 생각했다.
‘테스타는 1군이 아니면 죽는 것처럼 말이지.’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이 그룹은 계속 있을 거고, 갑자기 성적 안 나온다고 공중 분해될 일도 없다. 애초에 우리가 세운 회사지 않은가.
테스타는 갑자기 해체하지 않는다.
‘그래.’
나는 내가 지나치게 한 사고방식에 매몰되었다는 것을 깔끔히 인정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후, 한결 단정된 뇌로 응답했다.
“이해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형.”
“고맙긴.”
내 안색이 한결 나아졌는지 류청우가 안심이라도 한 것처럼 씩 웃었다.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기분이 더러운데요.”
“…?!”
“이렇게 오해로 하락세를 맞으면 잠도 안 올 것 같고요.”
개같이 억울할 만하지 않은가.
‘무슨 논란이 터진 것도 아니고, 앨범 퀄리티가 X된 것도 아니고.’
아니, X발 그냥 팬서비스용으로 발표한 음원이 뜬금없이 잘 되더니 이렇게 오해나 받게 될 줄을 누가 알았느냔 말이다.
더 올라가려고 이번 연간 플랜까지 다 뽑아놓은 판국에….
“솔직히 당장 답은 안 보이지만, 해결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내고 싶은데요.”
그러자.
“그래. 그럴 줄 알았어!”
류청우가 씩 웃었다.
“……?”
“아, 미안. 음…… 사실 이렇게 말은 하긴 했지만. 그래도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
류청우의 미소가 살짝 흐려졌다.
“최선을 다할 수 없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은 아니라서…….”
“…….”
아무래도 스티어 당시를 떠올리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류청우는 금세 그 기색을 지웠다.
“하지만 이건 기억하자.”
녀석이 손을 내밀었다.
“우선…… 팬들에게 이런 오해가 생긴 건 네 탓은 아니야.”
“…!”
때로는 예상 못 한 일이 벌어지는 법이라는 것을 인정하자며, 류청우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하하. 사실인데 감사할 일도 아니고. 음, 그리고 다음이 제일 중요한 말인데.”
류청우가 웃으며 내 어깨를 잡았다.
“이건 그냥 전성기가 끝나는 게 무서워서 뭐라도 해보려는 게 아니라, 계속 도전해 보고 싶기 때문에 하는 거야.”
이렇게 이 악물고 노력하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계속 절박하게 해보는 건, 안 하면 죽어서가 아니다.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우린 쫓기는 게 아니라, 쫓는 거야. 잊지 말자.”
그걸로 충분했다.
“예.”
나는 녀석과 악수하며, 그 말을 인정했다.
자, 그럼…….
“회의 열어주시죠.”
“그래.”
7명이 다 레몬즙 짜내듯이 뇌를 짜내서, 되든 안 되든 간에 만들어보자.
해결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