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enders score goals well RAW novel - Chapter 98
레벨 차이가 너무 심해
“버스가 여기까지 들어간다구?”
알리안츠 아레나는 구단 버스가 선수 라커룸 앞까지 들어갈 수 있게 설계되었다.
덕분에 상대 팀 훌리건들에게 공격당할 위험이 없었다.
“와아… 시설 미쳤네.”
우리는 시골 영감들처럼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독일인들답게 경기장 내부도 꼼꼼하게 신경 써서 만들어서 너무 쾌적했다.
원정팀 드레싱룸도 깔끔하게 잘 만들어서 선수들이 이것저것 만져보며 감탄했다.
진짜 놀랄 일은 이제부터였다.
“우와~~ 여기서 우리가 뛴다구!? 바이언 선수가 되면 진짜 좋겠다~ 대박이야.”
피치로 나가보니 잔디의 상태도 너무 좋았다.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푹신하고 매끄러웠다.
업튼 파크처럼 배수가 안 되어 질퍽대는 곳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 몇 시간 후면 여기가 가득 차는 거지!?”
수용인원 7만 명을 자랑하는 관중석은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웅장했다.
졸라 감독은 우리가 동요하는 걸 눈치채고 분위기를 바꾸었다.
“경기장으로 축구 하는 거 아니야. 다들 훈련한 전술대로만 하면 충분히 우리가 이길 수 있어. 우린 레알도 물리쳤으니까. 바이언도 잡을 수 있어. 경기가 시작되면 시끄러워서 콜 사인이 안 들릴 테니까 미리 수신호를 맞춰두도록 해.”
“알겠습니다!”
졸라 감독은 큰 대회를 많이 겪어본 사람답게 어떤 돌발 상황이 벌어질지 알았다.
그리고 그의 경고는 현실이 되었다.
[전 세계 챔피언스리그 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조별 리그 2라운드 경기가 이곳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벌어집니다! 바이에른 뮌헨 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1라운드에서 1승씩을 거둔 팀끼리의 대결입니다.]쿵! 쿵! 쿵! 쿵!
전반전을 치르러 피치로 나갔다.
몇 시간 만에 7만 석이 가득 차 있었다.
바이언 응원단이 붉은 깃발을 흔들며 박수를 치고 구호를 외치고 땅을 굴렀다.
“살벌하네.”
잉글랜드 응원단과는 전혀 달랐고 얼마 전 겪었던 스페인 응원단과도 달랐다.
독일은 독일이다.
수만 명의 팬들이 질서정연하게 응원하는 모습은 어딘가 공포스러웠다.
“유나이티드! 유나이티드!”
“저 녀석들… 왔구나.”
그 엄청난 함성 속에서 조그맣게 웨스트햄 응원단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북쪽 스탠드 3층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는데 경기장 전체를 휘감는 붉은 물결에 위축되어 보였다.
“다들 콜 사인 주의하고 마크 놓치지 말고!! 알겠지!?”
“예!”
주장 마이클 캐릭이 애써 동료들의 마음을 다잡았다.
나는 붉은 유니폼을 입은 바이언 선수들의 면면을 살폈다.
발락, 루시우, 리사라수, 슈바인슈타이거, 제 호베르투, 메멧 숄, 하그리브스…
투톱은 피사로와 마카이.
그리고 그들의 뒤에는 현 세계 최고의 골키퍼 올리버 칸이 버티고 있었다.
선수들 이름만으로 숨이 턱턱 막혔다.
레알 마드리드는 선수들 이름값에 비해 전력 불균형이 심했고 덕분에 약점을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에는 약점이 없다.
특히 발락 – 슈바인슈타이거 – 제 호베르투가 버티고 있는 미드필더 라인은 악몽이었다.
삐이이이익- !!
[전반전 시작했습니다! 웨스트햄의 선공!]우리는 후방에서부터 볼을 돌리며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쿠우우우웅! 파앗!
[바이언이 시작부터 강력한 전방 압박을 시도합니다!]캐릭이 볼을 잡자마자 발락, 슈바인슈타이거, 피사로가 기계처럼 압박을 가했다.
뻐어어어어엉- !
볼을 빼앗은 발락이 즉각 우리 골대로 볼을 띄웠다.
마카이가 내 앞에서 점프하며 헤딩슛을 시도했다.
파아아앙!!
[나영웅의 공중경합! 헤딩 클리어! 아슬아슬하게 막아냅니다! 뮌헨의 코너킥 찬스!] [위험했어요! 웨스트햄은 킥오프 2분 만에 골을 먹을 뻔했습니다!]마카이가 나를 빤히 보았다.
반니스텔로이와 유사한 전형적인 네덜란드산 떡대 스트라이커였다.
“그래도 반니처럼 주둥아리질은 안 해서 좋네.”
반니는 골대 앞에서 꼭 미친놈처럼 계속 떠벌이며 수비수를 자극했는데 마카이는 입은 꾹 다물고 성난 얼굴로 돌아다녔다.
척-
코너킥 기회를 잡자 바이언이 자랑하는 떡대들이 몰려들었다.
발락과 루시우가 내 앞뒤로 섰다.
둘 다 몸이 통나무처럼 굵고 단단했다.
삐이이이익- !!
코너킥이 날아오자 발락과 루시우가 양쪽에서 나를 밀치며 뛰어올랐다.
“치워! 이 자식들아!”
파앗!
나는 팔을 휘두르며 뛰어올랐다.
파아아앙- !!
[이번에도 나영웅의 머리에 맞습니다! 클리어링 성공!] [발락과 루시우가 양쪽에서 방해했는데도 기어이 머리에 공을 맞춥니다. 대단한 집중력!]경기 중계 화면에서 VIP룸에서 지켜보는 베켄바워 회장과 나영웅을 번갈아 보여주었다.
그만큼 나영웅은 뮌헨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었다.
“뒤에 조심해! 빨리 처리하라구! 젠장!”
콰아아앙!
우리의 공격은 중원을 넘어서지 못했다.
캐릭과 마크가 볼을 잡으면 사방에서 바이언 선수들이 압박을 가했다.
그 압박의 강도와 속도가 살벌했다.
“미친… 90분 동안 저렇게 뛴다구?”
비디오로 봤던 것과 실제 느끼는 압박의 강도가 달랐다.
발락- 슈바인슈타이거– 제 호베르투 미드필더 삼인방의 활동량은 초인적이었다.
박스와 박스 사이를 쉬지 않고 뛰어다니며 기계처럼 압박하고 역습을 전개했다.
처음 겪어보는 압박 강도에 캐릭과 마크가 당황했다.
뻐어어어어엉- !!
[웨스트햄이 중원을 포기하고 측면으로 공격 방향을 바꿉니다!]나는 후방에서 중원을 생략하고 풀백을 이용해서 측면 공격을 감행했다.
하지만.
쿠우우웅- !
[조지 쇼! 오버래핑 시도! 아! 뺏겼어요! 바로 역습하는 뮌헨!]웨스트햄에서 가장 볼 간수 능력이 좋은 캐릭과 마크도 당하는데 볼 터치가 투박한 조지 쇼와 스펜서에게는 쥐약이었다.
바이언 입장에서는 중앙에서 압박하는 것보다 측면에서 압박하는 게 더 쉬웠다.
중앙 압박에는 3명이 필요했지만 측면 압박은 2명으로 족했다.
바이언은 남는 미드필더 1명을 공격에 침투시켰고 이 작전이 적중했다.
뻐어어어엉- !
[뮌헨! 측면에서 크로스! 웨스트햄 골대 앞에서 또 공중경합을 벌입니다! 아!]마카이와 공중경합을 벌이는데 등줄기가 싸늘했다.
“젠장! 뒤를 봐!”
우리 수비진이 마카이와 피사로를 막는데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어느새 발락이 성큼성큼 박스로 들어왔다.
뻐어어어엉- !!
[웨스트햄이 걷어낸 볼을 발락이 뒤에서 논스톱으로 때립니다!!]촤아아아악!
[고오오오오올~!! 전반 12분 만에 첫 골을 집어넣는 미하엘 발락! 바이언이 홈에서 기세를 올립니다!] [바이언 1 대 0 웨스트햄]발락이 골을 집어넣고 응원단으로 달려가 포효했다.
7만 명이 쏟아내는 함성에 경기장이 들썩였다.
우리는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큰일이군.”
레알을 물리치고 우리도 강팀이라는 자신감이 생겼었다.
그런데.
오늘 뮌헨을 상대하고 깨달았다.
“레벨 차이가 너무 심해.”
우리가 레알에게 선전할 수 있었던 건 중원 지배력 덕분이었다.
레알의 미드필더진은 심각한 불균형 상태였다.
그래서 우리는 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하며 경기를 주도할 수 있었다.
허나.
바이언의 미드필더진은 지금까지 우리가 상대한 어떤 팀보다 강했다.
맨유, 아스널, 첼시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쿵! 쿵! 쿵! 쿵! 쿵!
여기에 질서정연하게 응원하는 7만 명의 함성이 더해지니 우리가 느끼는 압박감은 더 커졌다.
기세를 탄 바이언이 풀백을 이용해서 공격해왔다.
프랑스 [철의 포백] 멤버 리사라수가 높은 지점까지 올라와 날카로운 크로스를 날렸다.
뻐어어어엉- !!
[낮고 빠른 크로스! 아! 안톤이 피사로를 놓쳤어요! 피사로! 그대로 슈티이이이잉~!!]처어어얼썩!
첫 골이 들어가고 3분 만에 두 번째 골을 먹었다.
피사로가 안톤을 따돌리며 그림 같은 슈팅을 꽂아 넣었다.
[바이언 2 대 0 웨스트햄]“안톤! 피사로를 놓치면 어떻게 해!!”
“뭐라구요!?”
“젠장!”
엄청난 함성에 서로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알렉산데르 골키퍼가 분통을 터트렸다.
“위험한 신호야.”
웨스트햄 선수들은 얼굴에 짜증이 묻어났다.
설마 이렇게까지 실력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
경기장 분위기도 너무 싫었고 목소리도 안 들리고 패스는 계속 끊기고 답답했다.
삐이이익- !
[웨스트햄으로서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네요. 뮌헨의 강한 압박에 걸려서 볼이 전방으로 넘어가지 못합니다.] [대책이 필요해요. 이대로 가면 참패를 면치 못할 겁니다.]터치 라인에 서 있는 졸라 감독의 얼굴도 잔뜩 썩었다.
나름 대책을 세웠다고 했는데 하나도 통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투우웅- !
“우우우우우우우!!”
바이언 응원단이 야유를 쏟아냈다.
내가 그들의 우상인 카이저 베켄바워를 흉내 낸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진짜 나를 불쾌해하는 인간들은 따로 있었다.
파밧- !!
[뮌헨 선수들이 나영웅에게 강력한 전방 압박을 가합니다! 위험해요!]피사로 – 발락 – 슈바인슈타이거가 세 방향에서 압박을 가했다.
척- 휘릭-
나는 캐릭을 돌아보며 몸을 젖혔다.
‘!’
슈바인슈타이거가 반응하는 순간 그쪽으로 드리블을 쳤다.
발락이 어깨를 집어넣으며 긴 다리를 뻗었다.
쿠우우우웅!!
[나영웅과 발락이 충돌합니다! 아! 빠져나왔어요!!]나는 발락과 어깨를 부딪쳤다.
무슨 불곰과 부딪친 것처럼 충격이 컸다.
뻐어어어엉- !!
[나영웅! 압박을 빠져나와서 왼발로 전진 패스!]나는 뮌헨 수비진이 나오는 걸 보고 페넌트에게 볼을 보냈다.
백스핀이 곱게 걸린 볼이 휘어지며 침투하는 페넌트의 오른발에 척! 하고 붙었다.
그런데.
[저메인 페넌트! 오늘 처음으로 볼을 잡습니다! 빠르게 드리블 돌파! 아!!]쿠우우웅!
뮌헨 골대 앞에는 루시우가 있었다.
브라질 국대 센터백 루시우는 애 다루듯 간단하게 페넌트의 공을 빼앗았다.
[루시우! 볼을 빼앗아서 직접 드리블을 칩니다! 역습 시도!]루시우는 태연하게 드리블을 치며 공격을 전개했다.
너만 드리블 칠 줄 아는 거 아니야~
이런 느낌으로.
그게 나를 열 받게 했다.
파밧!
[나영웅이 루시우에게 달려듭니다! 양 팀의 센터백이 중원에서 드리블 대결을 펼칩니다!]“우우우우와아아아!”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에 야유와 함성이 동시에 쏟아졌다.
루시우는 브라질 선수답게 공을 잘 다루었고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했다.
척- 휘릭-
루시우가 헛다리를 짚으며 상체를 크게 흔들었다.
내가 반응하지 않자 볼을 왼쪽으로 치다가 순간 오른쪽으로 돌아나갔다.
파아아앗- !!
[루시우의 드리블 돌파! 아! 나영웅이 뒤꿈치로 막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