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100
99화. 도깨비 (1)
비는 그치지 않고 있었다.
오전 8시.
강소는 모처럼 한가롭게 비 오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강소의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형, 오늘도 저 대신 신문 배달을 해 주셔서 고마워요.]오동수의 문자였다.
요즘 장마철이기에 오동수가 신문 배달을 할 수 없어 강소가 대신 해 주고 있었기에 메시지로 감사를 표한 것이었다.
“참 착한 녀석이야.”
강소는 뺨을 긁적였다.
“오늘은 뭘 해야 하나?”
오늘은 8월의 첫 번째 주 월요일, 바로 양춘각의 정기 휴일이었다.
“좋은 아침이다!”
그때 위에서 유순태가 내려왔다. 그에게서 비누 냄새가 나는 것을 보니 씻자마자 내려온 것 같았다.
“왜 더 안 자고 나왔어?”
강소의 물음에 유순태는 멋쩍게 웃었다.
“일찍 일어나는 게 습관이다 보니까 눈이 저절로 떠지더라. 그래도 좀 더 밍기적거렸는데 허리가 아파서 더 누워 있지 못하고 나온 거야. 오래 누워 있으면 허리가 아파서 말이야.”
“그랬군.”
“안사람하고 하영이는 아직 자고 있다. 모처럼 하영이가 유치원에 가지 않는 날이니까.”
요즘 장마철이라서 하영이는 유치원에 가지 않고 있었다. 마수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유순태는 정수기에서 물 한 잔을 따라 마시며 TV를 켰다. 마침 가요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재방송인가?’
화려한 조명이 반짝이는 무대 위에서 젊고 잘생기고 키도 훤칠한 젊은 남자 네 명이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신나는 리듬에 몸을 맡겨!얼씨구! 절씨구! 저절씨구!
우리가 누구? 도깨비 장단!
I say Yeah! You say Yo!]
그리고 화면에 보이는 관객석에서는 팬들이 야광봉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었다.
[까악! 오빠!] [반짝반짝! 도깨비 장단! 반짝반짝! 도깨비 장단!] [핸썸 영훈! 큐티 반디! 스윗 준호! 쿨가이 해성!]그 모습을 보며 강소가 말했다.
“저 아이돌이 도깨비 장단이라는 아이돌이었지?”
“맞아.”
유순태가 말을 이었다.
“도깨비들로 이루어진 그룹이지.”
그는 말을 이었다.
“격변의 시대가 시작되고, 게이트가 역류하여 튀어나온 존재들인데, 최전방에서 마수와 맞서 싸운 자들이지. 도깨비 부족 중 한 곳이 영문도 모르고 그 마을이 통째로 게이트에 있었다나?”
그 말에 강소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건 자신과 같은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강소도 눈을 떠 보니까 게이트 안에 있었으니까.
“아무튼 그때 마수와 같이 튀어나와서 우리와 함께 싸웠고 그 후 인간들에게 친숙한 존재가 되었지.”
“그런데 도깨비라고 하면 뿔이 있고 뻐드렁니가 있는 그런 괴상하고 무서운 모습 아니었어? 도서관에서 그런 것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아아, 그거?”
유순태가 설명을 이어 갔다.
“그건 일본이라는 나라의 도깨비. 그쪽의 도깨비는 인간을 벌주는 무서운 존재거든. 하지만 우리나라의 도깨비는 인간을 좋아하는 순박한 존재들이지. 뿔도 없고 오히려 잘생겼지. 저렇게.”
강소는 TV를 보았다.
팬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있었다. 잘생겼으니까.
“그나저나 도깨비가 아이돌을 한다니! 나 어릴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는데 말이지.”
그 말에 강소가 씩 웃으며 말을 받았다.
“너 그렇게 말하니까 되게 늙은 것 같다.”
“윽!”
“너 아직 서른다섯이잖아.”
“으윽!”
“나랑 동갑.”
“커헉!”
강소의 3연타 공격에 결국 유순태는 장렬하게 전사했다. 멘탈을 부여잡으려 노력하는 유순태를 보며 강소는 피식 웃었다.
강소는 언제 한번 도깨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신 동생은 혹시 아는 도깨비가 없나?’
유순태는 역시 멘탈 하나 만큼은 강했다.
그는 멘탈을 수습하고 식재료를 꺼내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은 토스트다.”
“토스트?”
유순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처럼 안사람이 늦게 일어나도 되는 날인데, 오늘도 아침밥 챙겨 달라고 깨우면 좀 그렇잖아.”
“그건 그렇지.”
“그래서 간만에 별식을 만들어 볼까 하고 말이지.”
그 말에 강소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와줄게.”
“그럼 나야 땡큐지!”
토스트를 만드는 건 손이 은근히 많이 가서 그렇지 제법 간단했다.
식빵을 굽고, 그 안에 치즈와 햄 등을 넣었다.
“사실 이 안에 양배추와 지단을 차례대로 넣기는 하지만, 그러면 하영이가 먹을 때 양배추가 다 빠져나와 정신이 없더라고.”
“음, 그렇겠군. 양배추는 빵 사이에 얌전히 고정되어 있지 않으니까.”
“그래서 나는 아예 달걀에 양배추를 넣고 섞어서 같이 부쳐 버린다.”
유순태는 달걀에 양배추 채 썬 것을 넣고 지단을 부쳤다. 양배추는 달걀과 엉겨 붙어 모양이 잘 잡혔다.
“이제 사이사이에 마요네즈와 케첩을 넣고 재료를 넣으면 완성이지!”
그걸 랩으로 감싸자 제법 그럴듯해졌다.
“그런데 샌드위치와 토스트의 차이점이 뭐냐?”
“글쎄? 뭐 그게 그거겠지.”
유순태는 앞치마를 벗으며 말했다.
“나는 와이프하고 하영이 내려오라고 할게.”
“나는 토스트 세팅해 놓고 있으마.”
강소가 식탁 위에 토스트와 우유를 세팅해 놓고 잠깐 기다리자 위에서 임소영과 유하영이 내려왔다.
“어머! 맛있는 냄새가 나네요.”
“오늘 아침은 토스트야? 나 토스트 좋아해!”
그들의 말을 들으며 강소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말했다.
“순태와 제가 만들었습니다. 식기 전에 드십시요.”
“잘 먹을게요.”
그리고 임소영은 유순태의 뺨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고마워요. 감동했어요.”
“음. 험험. 뭘 이런 걸로 감동하고 그래.”
유순태는 붉어진 얼굴로 뺨을 긁적였고, 그걸 보며 유하영이 말했다.
“나두 나중에 결혼하면 신랑한테 뽀뽀해 줄 거예요.”
“험, 험험.”
“하영아…….”
화기애애한 아침의 풍경에 강소도 웃었다.
아침을 먹은 후 임소영은 집안일을 해야 한다고 위로 올라갔고, 유하영은 꼬롱이와 뽀뽀를 데리고 대본을 읽고 있었다.
잠시 중단되었던 영화 촬영은 장마가 끝나자마자 재개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음…… 아저씨, 여기는 어디예요? 우리 왜 이곳에 있는 거예요? 음, 그다음이…… 보면 모르냐? 꼬마, 여기는 게이트잖아. 음…….”
대본을 읽던 유하영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강소를 불렀다.
“오빠! 여기 모르는 단어가 있어. 생존이 무슨 뜻이야?”
“그건……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그렇구나. 그럼 여기 ‘널 게이트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 나니까, 네 생존은 내가 책임지도록 하지.’라는 대사는 ‘널 게이트 안으로 끌어들인 것은 나니까, 네가 살아남는 건 내가 책임지도록 하지.’라는 뜻이구나.”
“그렇겠지.”
그때였다.
유하영이 창밖을 보며 외쳤다.
“도깨비다!”
“응?”
“저기 도깨비가 있어!”
유하영의 말에 강소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비가 오는 가운데, 훤칠하고 잘생긴 한 남자가 걸어가고 있었다.
캐주얼한 바지에 반팔 티를 입고 허리에는 빨랫방망이 비슷하게 생긴 방망이를 차고 있었는데, 강소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그 본질을 알 수 있었다.
‘반정령의 존재로군.’
허리에 차고 있는 방망이에서는 이곳의 헌터들이 가지고 있던 무기에서 느껴졌던 것과 비슷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티펙트라고 했나?’
언뜻 봐도 A급 아티펙트로 보였다.
그런데 도깨비가 반정령이라고 해도 일반 사람들이 볼 때에는 평범한 사람과 별다를 바 없을 터였다.
하지만 유하영은 보자마자 도깨비인 것을 알았다. 강소는 그게 궁금했다.
“하영아. 저자가 도깨비라는 것은 어떻게 알았어?”
그 물음에 유하영이 대답했다.
“도깨비들은 여기 가슴에 초록색 불꽃이 있어.”
“불꽃?”
“응. 유치원에도 도깨비인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한테 물어봤어. 그러니까 그 친구가, 그게 도깨비들의 본체라고 했어. 그걸 도깨비불이라고 부른다고 했어.”
“그렇군.”
“그런데 도깨비불이 꺼지면 죽는다고 했어.”
그 말에 순간 강소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하영아, 혹시 네가 도깨비불을 볼 수 있다는 거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한 적 있어?”
“아니. 그때 말고는 없어.”
유하영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오빠가 그랬잖아. 뭔가 이상한 것이 있으면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고 오빠한테만 말하라고. 그런데 그거는 오빠하고 약속하기 전에 말한 거야.”
“그 후에는?”
“약속 잘 지키고 있어.”
“그래, 착하네.”
강소는 유하영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상으로 노란 꿀 열매를 주마.”
“고마워! 오빠!”
강소는 유하영에게 노란 꿀 열매 다섯 개를 주었고, 유하영은 신나 했다.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건 썩 좋은 일이 아니었고 그걸 다른 사람이 아는 것도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걸 비밀로 끙끙거리는 것도 정신 건강에 좋지 않았다.
그래서 강소는 그걸 강소에게만 말하라고 했다.
자신은 유하영이 무엇을 보든 감당할 수 있었으니까.
유하영은 다시 대본을 읽기 시작했고, 강소는 창밖의 도깨비를 보았다.
그리고 내공을 풀어 그 도깨비를 살폈다.
“음…….”
유하영의 말대로 도깨비의 심장 쪽에서 뭔가 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그건 이 세상의 오러라고 부르는 기운이었는데, 좀 더 싱그러운 느낌이 들었다.
‘도깨비들은 심장 쪽에 오러를 저장하고 그것으로 힘을 사용하나 보군.’
그런데 그 도깨비는 뭔가 힘이 없어 보였다.
그때 위에서 유순태가 내려왔고, 강소에게 물었다.
“뭐 하고 있냐?”
“도깨비를 관찰하고 있었다.”
“도깨비?”
강소는 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켰고, 유순태는 그걸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허리에 도깨비 방망이를 차고 있는 것을 보니, 정말 도깨비군! 그런데 힘이 없어 보이네? 별일이야.”
“음? 도깨비가 힘이 없어 보이는 것이 별일이라고?”
“응.”
유순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신나고 활기찬 존재들이 도깨비들이거든. 비가 오나, 장마가 지나, 눈이 오나.”
“음. 그렇군.”
“뭐 문제라도 있나?”
그런데 도깨비는 열심히 문마다 두드리며 무언가를 묻고, 이내 실망한 표정으로 돌아서고 있었다.
“대체 뭘 물어보고 다니는 거지?”
“회생초(回生草)에 관해서 물어보고 있군.”
“회생초?”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이 닫혀 있고 빗소리가 시끄러워도 강소의 귀에는 도깨비의 말이 잘 들렸다.
마침내 도깨비는 양춘각에까지 당도했다.
도깨비는 가게 문을 두들기며 외쳤다.
“저, 김 선생님! 문 좀 열어 주십시오! 긴히 여쭈어볼 것이 있습니다.”
유순태는 잠겨 있던 문을 열어 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저, 혹시 회생초에 대해서 아시거나, 가지고 계시거나 하지 않으십니까?”
물론 유순태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죄송하지만, 회생초에 대해서 모릅니다. 그리고 가지고 있지도 않…….”
하지만 도깨비는 유순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외쳤다.
“김 선생님! 저 열매는 무엇입니까!”
도깨비가 가리킨 건 유하영이 노란 꿀 열매라고 부르는 명정황밀실이었다.
강소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명정황밀실이라고 하는 열매입니다만.”
“저, 저 열매는 어디서 나셨습니까?”
“그건 왜 물으십니까?”
그 물음에 도깨비가 말했다.
“저 열매에서 회생초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틀림없습니다! 저 열매의 근처에 회생초가 있었습니다!”
그 말에 강소는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했다.
‘명정황밀실 근처에 회생초라는 것이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가 모르는 이름의 영초인가?’
어느새 그 도깨비는 강소 앞에 넙죽 엎드려 외쳤다.
“김 선생님! 저희 족장님 좀 살려 주십시오! 제발 부탁드립니다!”
“족장님이요?”
유순태의 물음에 그 도깨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희 족장님이 아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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