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106
105화. 운전면허를 따자 (2)
아침 10시.
양춘각으로 출근한 김지은의 손에도 초콜릿이 들려 있었다.
“짜잔! 초콜릿 선물이에요!”
그녀는 가방 안에서 초콜릿을 꺼내 임소영에게 건네었다.
“어머! 고마워!”
임소영은 생각지도 못한 초콜릿에 기뻐했다.
자신의 합격을 기원해 주는 사람이 두 명이나 더 있다는 건 기쁜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이건 하영이 거!”
김지은은 분홍색 포장지로 싸여 있는 상자를 꺼내 유하영에게 내밀었다.
“와! 초콜릿이다! 고마워, 언니.”
유하영은 김지은에게 물었다.
“그런데, 언니. 나는 시험 안 보는데 초콜릿 주는 거야?”
“괜찮아. 하영이는 아직 그런 세파에 휘둘리지 않아도 된단다.”
“언니, 세파가 무슨 뜻이야?”
“음…… 그러니까. 세상의 힘든 이런저런 일들을 말하는 거겠지.”
“그렇구나.”
김지은은 가방에서 초콜릿을 하나 더 꺼내 임소영에게 내밀었다.
“이건 태복 씨에게 주세요. 시험 잘 보라고요.”
“태복 청년까지 챙겨 줘서 고마워요. 태복 청년이 많이 고마워할 거예요.”
그리고 김지은이 가방을 가져다가 사물함에 넣으려는데, 유하영이 물었다.
“그런데, 언니. 왜 오빠는 초콜릿 안 줘?”
“어?”
그 말에 김지은은 갑자기 우울해졌다.
사실 그녀는 초콜릿을 사면서 강소에게 초콜릿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다.
‘오빠는 시험을 안 보는데, 초콜릿을 주면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어! 하지만 초콜릿을 주고 싶은데…… 그러면 사장님이 걸린단 말이지.’
결국 그녀는 엄청난 자제력을 발휘하여 초콜릿을 임소영과 하태복 거, 그리고 유하영 거 이렇게 딱 세 개만 사 온 것이었다.
그때 유하영이 말을 이었다.
“오늘 오빠도 시험 보는데.”
“뭐? 알바 오빠도 시험을 보신다고요?”
김지은의 물음에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제 결정했습니다. 오늘 함께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셨군요.”
“그래서 아까 아침에 책방 아저씨가 와서 초콜릿 줬어. 나도 받았어.”
“그래?”
“응! 나랑, 엄마랑, 오빠랑, 그리고 영웅 삼촌이랑…… 이렇게 받았어.”
그 말에 유순태와 임소영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은 사실이니까.
그렇다고 그런 건 말하면 안 된다고 유하영에게 말하지도 못하고 참 곤란했다.
하지만 김지은은 사르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랬구나. 아침부터 하영이 기분이 좋았겠네?”
“응! 좋았어!”
김지은은 한숨을 내쉬었다.
“할 수 없죠. 다음에 실기시험 볼 때에는 더 맛있는 초콜릿을 드릴게요.”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음이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지은 씨의 마음이 전해졌으니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오빠…….”
“그러니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아뇨! 실기시험 보실 때에는 꼭 더 맛있는 초콜릿을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아침의 초콜릿은 선물 사건은 가벼운 해프닝으로 지나갔다.
하지만 유순태는 뭔가 쎄한 기분을 느꼈다.
‘음, 그런데 어디서 이렇게 한기가 느껴지지?’
유순태는 각성자는 아니지만, 위기 감지 능력만큼은 각성자급이었다.
그리고 지금 김지은은 속으로 이신을 향해 이를 갈고 있었다.
‘이 바보 멍충이! 그런 중요한 사실을 자기만 알고 나에게는 안 가르쳐 줬다는 거지?’
* * *
그 시각.
각성자 협회장 윤한종과 차 한 잔을 하면서 어둠의 족속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이신은 갑자기 오한이 들어 몸을 떨었다.
“으…….”
“왜 그래?”
“아니, 갑자기 추워서 말입니다.”
“에어컨이 그리 센 것도 아닌데? 나는 뜨거운 커피 마시면서 춥다는 사람은 처음 봤다.”
“그나저나 다곤이라는 자가 아직도 입을 열지 않고 있다고요?”
“그래, 제법 끈질긴가 봐.”
“그래서 저를 부르신 겁니까?”
이신의 물음에 윤한종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한번 취조해 봐.”
“알겠습니다. 그런데 청홍 남매는 어떻게 잡았답니까?”
“우리가 안 잡았다.”
“……네?”
얼빠진 표정의 이신을 보며 윤한종은 씩 웃으며 커피 잔을 내려놓았다.
“그 집 짬뽕이 참 맛있더라.”
“설마…….”
“파전에 막걸리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 그 집 사장이 젊은데도 낭만을 알아.”
“저, 저도 부르시지요!”
“내가 뭐 하러?”
“아! 영감님!”
“시끄럽고, 가서 일이나 해!”
윤한종은 손을 내저어 축객령을 내렸다.
그가 양춘각에 간 이유가 감사하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굳이 말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 * *
양춘각의 브레이크 타임.
강소는 임소영, 그리고 하태복과 함께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보러 운전면허 시험장으로 향했다.
운전면허 필기시험은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문제지를 풀고 답안지에 마킹을 한 적도 있었고, 컴퓨터로 문제를 풀어서 즉시 채점을 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격변의 시대인 지금, 운전면허 필기시험은 한 명씩 작은 방 안으로 들어가 터치 스크린으로 보았다.
강소 일행이 시험장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앉아서 자신의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카운터로 가서 필기시험을 접수하였다.
그리고 임소영과 하태복은 떨리는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운전면허 필기시험 문제집을 보고 또 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 수험번호 51번부터 70번까지, 필기시험실로 들어오세요.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수험번호 51번부터 70번까지…….
그 방송에 임소영은 얼른 자신의 가방에 문제집을 집어넣었다.
“들어가요. 우리 차례네요.”
“네.”
“알겠습니다.”
그들은 임소영의 말에 시험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신의 번호가 반짝이는 작은 방으로 들어갔고, 앞에 가방과 핸드폰 등등을 내려놓은 후 화면 앞에 섰다.
하나의 방에 한 명이 들어가 시험을 보는 것.
시험 감독관이 없고, 혼자 있으니 부정행위가 일어나지 않을까 염려할 수도 있지만 절대 그럴 수 없었다.
방 안의 카메라 여러 대가 수험생을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간혹 각성자의 경우 자신의 능력으로 종종 컨닝을 시도하자, 할 수 없이 만들어진 시험 방법이었다.
[핸드폰을 비롯한 전자기기와 가방 등은 앞의 서랍에 넣고 닫아 주세요.]강소는 안내에 따라 핸드폰을 서랍에 놓고 닫았다. 그리고 방 안의 스크린을 보았다.
강소가 손바닥을 대자, 스캐닝 중이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확인되셨습니다. 손을 내려 주세요.] [수험번호 65번 강소 님. 안녕하세요. 지금부터 국토교통부가 주관하고 경찰청이 시행하는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시작합니다. 문항은 총 20문항이며,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이면 합격입니다. 문제는 4지선다형입니다. 그럼 시험을 시작합니다.]강소는 왜 이신이 문제와 답만 외우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는 화면을 손으로 톡톡 터치하였다.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강소였기에, 터치 스크린을 어려워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었다.
20문항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문제를 다 풀자, 화면에서는 ‘채점 중’이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채점이 끝났습니다] [수험번호 65번, 강소 님의 점수는 100점입니다.] [귀하는 운전면허 필기시험에 합격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100점을 맞은 게 뭐라고 강소는 뭔가 뿌듯했다.
‘음, 별것 아니군.’
* * *
그날 밤.
양춘각에서는 작은 파티가 열렸다.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세 명 전원 통과한 것을 축하하는 파티였다.
탕수육에 맥주를 마시던 유순태가 강소에게 물었다.
“그래서, 몇 점이었냐?”
“나는 100점이었다.”
“오! 대단한데?”
“별것 아니었다.”
유순태는 하태복에게 물었다.
“태복 청년은?”
“저는 85점이었습니다.”
“나는 90점이요.”
그 말에 유순태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는 75점이었다. 그리고 70점 이상이면 합격이니까.”
“음, 그건 그렇군. 결국은 점수가 높으나 적으나 합격이라는 것이군.”
“그런 것이지.”
유순태는 맥주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이제 중요한 건 실기시험인데, 실기시험은 기능 시험과 도로 주행이 있다.”
“기능 시험과 도로 주행?”
“그래도 걱정하지 마라. 격변의 시대 이전에는 자율 주행 자동차가 없었지만, 요즘은 마정석 공학이 발달해서 자율 주행 자동차가 있어서 도로 주행 시험이 그렇게 힘들지 않으니까.”
* * *
그 후로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강소와 임소영, 그리고 하태복은 운전학원에 등록하였고, 하루 2시간씩 열심히 운전을 배웠다.
강소는 자동차라는 기계가 참 신기했다.
핸들과 페달, 그리고 기어를 조정만 하면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자동차가 움직이니 말이다.
‘말을 타는 것보다 훨씬 편하군!’
말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말은 생물이라 말을 끄는 사람이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할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보통 몸을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거나 반사 신경이 둔한 사람의 경우 운전하는 것이 힘들 수도 있었지만 강소는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
강소의 반사 신경에 운전을 알려 주는 교관도 감탄할 정도였다.
그래서 기능 시험은 간단하게 통과했다.
기능 시험은 격변의 시대 이전과 좀 달라졌다.
차선을 잘 지켜서 500미터 이상을 주행하고, 운전 장치를 조작하는 것과 경사로를 넘어가는 것, 좌회전과 우회전, 직각주차와 신호교차로에 S자 코스, 그리고 후진까지 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급정지 항목이었다.
급정지 항목이 무려 여섯 번이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갓길 주차도 해야 했는데, 모두 마수 때문에 개정된 것들이었다.
강소에게 그리 어려운 건 아니었고, 하태복 역시 기능시험을 한 번에 클리어했지만 임소영은 재시험을 봐야 했다.
그리고 오늘, 주행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오빠! 시험 잘 보세요!”
김지은은 이번에는 강소의 초콜릿까지 준비했다.
“고맙습니다.”
“헤헤. 맛있게 드세요.”
강소는 초콜릿 상자를 열었고,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건…….”
상자가 메이커 상자가 아니었다.
그때 임소영이 감탄했다.
“어머! 초콜릿을 지은 씨가 직접 만든 거야?”
“네. 부족한 솜씨지만 만들어 봤어요.”
“어머머! 정말 잘 만들었다.”
그 말에 김지은의 얼굴이 빨개졌다.
“직접 만든 거라니, 정성이 담겨 있어서 그런지 더욱 맛있어 보입니다.”
“마, 맛있게 드시고 오늘 꼭 합격하세요!”
초콜릿은 25개의 칸에 하나씩 들어 있었는데, 상당히 잘 만들어져 있었다.
마치 초콜릿에만 인생을 바친 초콜릿 장인이 만든 것처럼 말이다.
먹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하지만 김지은은 강소가 그 초콜릿을 모셔 놓기를 원해서 준 것은 아닐 터였다.
강소는 초콜릿 하나를 꺼내서 입에 넣었다.
입안에 들어간 초콜릿이 녹으며 달콤쌈싸름한 맛이 느껴졌다.
“맛있습니다.”
“아! 정말요?”
사실, 김지은은 초콜릿 선물을 위해 진짜 50년 경력의 초콜릿 장인에게 초콜릿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그 장인은 격변의 시대 이전에 유명한 호텔에서 디저트를 만들던 쉐프였다.
하지만 격변의 시대 때,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서 지금은 적룡길드에서 운영하는 호텔의 디저트 담당 수석 쉐프로 일하고 있었다.
아무튼 그 쉐프가 칭찬할 정도로 김지은의 초콜릿은 무척이나 잘 만들어졌고, 그 결과물이 바로 강소가 받은 초콜릿이었다.
“네. 정말 맛있습니다.”
“아! 다행이에요!”
그 모습을 보던 유순태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이제 가 볼까?”
운전면허 도로 주행 시험의 시간은 오전으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오늘 하루는 양춘각의 가게 문을 닫고 모두 운전면허 시험장으로 가기로 했다.
그래서 김지은은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초콜릿을 주기 위해서 온 것이었다.
유순태의 말에 강소와 임소영, 그리고 하태복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10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