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163
162화. 스케줄은 이어진다 (2)
윤진의 말에 메리는 민망한 표정으로 호호 웃었다.
“너무 의젓해서 5살인 줄 몰랐어요.”
그녀는 말을 이었다.
“분위기 메이커라는 말은,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사람을 말하는 거예요.”
“그럼, 저는 분위기 메이커가 아닌 거 같아요.”
“어째서요?”
“저는 그냥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인데, 귀엽다고 해 주시는 거예요. 저는요, 감독님이 분위기 메이커 같아요.”
“조금호 감독님이요?”
“네.”
유하영이 사르르 웃으며 말했다.
“감독님이 웃으실 때마다 스탭 언니 오빠들도 같이 웃으니까요.”
“풋!”
그 말에 주변에서 윤진과 유하영의 인터뷰를 보고 있던 스탭들은 순간 빵 터지고 말았다.
그 현실 웃음에 메리 역시 웃었다.
“하하하하! 역시 하영 양이 분위기 메이커가 맞네요.”
“그러니까요.”
윤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하영 양은 이번 영화 촬영이 처음이라고 들었는데, 어땠어요?”
“너무 좋았어요!”
“어떤 점이 좋았어요?”
“촬영장에서 먹는 밥이랑 간식이 맛있었어요.”
그 말에 다시금 주변은 빵 터진 웃음소리로 가득해졌다.
그들은 이런저런 대화를 즐겁게 나누었다.
30분 정도 대화를 했어도 편집되면 실제 방송에 나가는 건 10분 내외일 터.
그렇게 인터뷰를 마치고, 메리는 촬영장에 있는 누군가를 발견하고 다가갔다.
“어머! 언니! 반가워. 오랜만이야.”
“너도 잘 지내지?”
“물론이지! 그런데 언니가 여기 촬영장에는 어쩐 일이야?”
인터뷰에 대한 것은 감독과 직접 조율한 일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임소영이 촬영장에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유하영이 임소영에게 쪼르르 달려왔다.
“엄마!”
“수고했어! 딸!”
그 모습에 메리는 두 눈을 깜박이다가 소리쳤다.
“헤엑! 언니 딸?”
“응. 내 딸이야. 전에 봤었지?”
“그 아기가 이렇게 큰 거야?”
메리는 지난 몇 년간 개인적으로 임소영을 만나러 오지 못했기 때문에 유하영을 알아보지 못했던 것.
“하영아. 메리 이모야.”
“이모?”
“응. 전에 만났던 유하 이모는 기억하지?”
“네. 머리 길고 예쁜 이모.”
“그 이모한테 부르는 것처럼 여기 메리 이모도, 이모라고 불러야 해. 메리 이모에게 인사해야지?”
임소영의 말에 유하영은 배꼽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유하영입니다.”
“꺅! 너무 예뻐!”
메리는 그런 유하영을 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하영이 얼굴에서 언니 얼굴이 보이긴 했는데, 설마 언니 아이일 줄은 몰랐어.”
“어머? 그래?”
“언니 몸무게 48kg 나갔을 때 말이야.”
“윽!”
그 말에 임소영의 얼굴이 확 찌푸려졌다. 당시 혹독했던 다이어트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지?”
“응.”
“에휴…….”
“아무튼, 언니. 행복해 보인다. 부러워.”
그 말에 임소영은 유하영을 안으며 말했다.
“부러우면 너도 좋은 사람 만나면 되지.”
“칫. 그게 마음대로 되나.”
메리가 볼을 부풀리며 투덜거렸고, 임소영은 웃으며 그녀를 달래 주었다.
“호호. 그건 그렇지. 그나저나 저기 너 기다리는 거 같은데?”
“그러네. 하여간 바쁘다니까. 그럼 언니, 다음에 유하 언니랑 같이 놀러 갈게.”
“응.”
“하영이 잘 있어.”
“네. 안녕히 가세요.”
유하영은 다시 배꼽 인사를 했고, 메리는 다음 스케줄을 위해 차로 향하며 핸드폰으로 아까 인터뷰 때 들은 유하영의 팬클럽을 검색했다.
그날, 메리도 초코빵이 되었다.
* * *
유순태는 임소영에게 온 전화를 끊고는 말했다.
“출발한다고 연락 왔어.”
그 말에 옆에 있던 강소가 말했다.
“초코 케이크는 준비되었다.”
“식탁 세팅도 완벽해요!”
“풍선도 다 되었어요.”
김지은과 오동수의 말에 유순태는 미소를 지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식탁 위에는 치킨과 피자 그리고 곁들여 마실 콜라와 주스가 있었다.
유하영의 마지막 영화 촬영을 무사히 끝냈음을 축하하기 위한 미니 파티였다.
그렇게 약 30분 정도 기다렸을 때, 빨간 경차가 양춘각에 도착했다.
차에서 임소영과 하태복 그리고 유하영이 내렸다. 이미 파티 사실을 알고 있는 둘은 유하영의 표정을 살폈다.
그런데, 유하영의 표정은 문을 열기도 전에 이미 활짝 웃고 있었다.
“아빠!”
딸랑.
문이 열리고 유하영이 들어오자 김지은과 오동수는 폭죽을 터트렸다.
팡!
파앙-!
“하영아! 마지막 촬영 축하해!”
“수고했어!”
유하영은 케이크와 음식들을 보며 외쳤다.
“오늘 하영이 생일 같아요!”
“그렇게 좋아?”
“네!”
유하영은 무척 신난 표정이었고, 그 모습을 보는 모두 즐거웠다.
.
.
.
유하영을 위한 파티가 끝나고.
뒷정리를 하던 강소는 유순태의 얼굴을 보았다. 뭔가 고민이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강소는 그 이유가 뭔지 알고 있었다.
“순태야.”
“어?”
“혹시 아까 고영민 실장이라는 자가 한 제안 때문에 그러는 거야?”
“음…… 뭐, 그런 거지.”
오늘 오후, 고영민이 그들을 찾아왔다.
그는 유하영이라는 보물을 발견한 이후, 타깃 제1순위를 그녀로 바꿨다.
물론 강소도 여전히 그의 타깃이었지만 말이다.
“저희는 유하영 양의 음반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우린 하영이가 하고 싶다고 하는 일만 시킬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돈만 보고 이런 제안을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하영이가 꼬물이 동요 대회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자살하려던 사람이 다시 살기로 결심했다는 소식, 혹시 들어 보셨습니까?”
“네. 듣기는 했습니다.”
동영상 사이트에서 한 남자가 담담하게 고백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었었다.
그 남자는 더 이상 살아갈 용기가 없어 자살하기 위해 모든 준비를 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남자의 마음을 바꾼 것은 바로 유하영이 부르는 ‘무지개 꿈’이었다.
일각에서는 그 남자와 유하영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심하며 추적했지만, 당연히 그들 사이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그로 인해 유하영이 ‘무지개 꿈’을 부르는 영상은 입소문을 타며 조회수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30만 뷰를 넘어간 지 오래였다.
마수로 인해 인구수가 급격히 줄어든 대한민국에서 동영상 조회수 30만 뷰 라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그래서 드리는 제안입니다. 지금 세상은 유하영 양의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로하는 노래를 부르는 일이니 그리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그때 유하영 양의 노래를 작곡하셨던 황태준 작곡가님도 유하영 양이 이 음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흔쾌히 곡을 주시겠다고 하십니다.”
그 대화를 들으며 강소는 생각했다.
고영민 실장이라는 자의 언변이 무척이나 뛰어나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확실히 하영이의 재능을 이대로 묻어 두기에는 아깝지.’
그러나 중요한 건 그녀의 의사였다.
아무리 뜻과 취지가 좋아도 싫다고 하는데 억지로 시킬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결국 유순태는 유하영에게 물어보겠다고 하고 고영민을 돌려보냈다.
그때 김지은이 말했다.
“만약 하영이가 하고 싶다고 하면 하게 해 주실 건가요?”
그 물음에 유순태가 웃으며 말했다.
“하영이가 하고 싶다고 하면 하게 해 줘야지.”
“그렇게 되면 계약서에 도장 찍을 때 제가 같이 가도 될까요?”
“지은 씨가?”
“네.”
김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엔터 업계의 계약서는 확실히 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요.”
“지은 씨가 도와준다면야, 나야 좋지. 그런데 그럼 내가 미안해지는데.”
그 말에 김지은은 결연하게 말했다.
“하영이의 팬클럽 회장으로서, 하영이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
“아, 알았어. 그렇다면 부탁할게.”
그리고 다음날.
유순태의 말을 들은 유하영은 신나서 외쳤다.
“나 할래요! 나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해요!”
그렇게 유하영의 음반 제작 프로젝트가 결정되었다.
* * *
고영민은 잔뜩 들떠 있었다.
“실장님! 정말 오늘 유하영 양이 오는 건가요?”
“맞아. 오늘 온다고 했어.”
“축하드려요.”
홍 대리의 말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축하 받기에는 일러. 알잖아? 계약서에 도장 찍기 직전에 엎어지는 경우도 많다는 거.”
“물론 알죠.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마음을 돌리신 거예요?”
“그게…….”
“?”
“유하영 양이 하고 싶다고 해서 한다는데.”
“네?”
“험험…….”
갑자기 민망해진 분위기에 고영민은 헛기침을 했다.
“아무튼, 이거 정말 큰 건이니까 잘해야 해.”
그때 그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유하영 양의 아빠 유순태입니다.
“아! 네!”
유순태의 전화였다.
고영민은 벌떡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 지금 로비에 와 있습니다.
“지금 나가겠습니다!”
– 분수 옆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고영민은 얼른 손님맞이를 위해 로비로 달려갔다.
그 시각.
“와! 저거 예쁘다!”
유하영은 로비 한가운데 있는 분수에 장식해 놓은 꽃을 보면서 외쳤다.
“어머? 정말 예쁘네?”
“그래도 하영이보다는 안 예쁘다.”
그 말에 김지은은 호호 웃었다.
“오빠. 그거 남자들이 여자 꼬실 때 쓰는 작업 멘트예요.”
“헛! 그렇습니까?”
“네.”
“저는 사실을 말한 것뿐인데 그게 작업 멘트라니, 생각도 못 했습니다.”
유순태와 임소영 그리고 강소와 유하영은 처음 와 보는 RD엔터의 화려하고 다채로운 디스플레이에 놀라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구경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김지은만은 담담했다.
평소에도 많이 보던 디스플레이였고, 적룡길드 본부의 디스플레이가 더 화려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그때 고영민이 그들에게 달려왔다.
“다시 한번 인사드립니다. 가수 3실의 고영민 실장입니다.”
“반갑습니다. 유순태입니다.”
그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원래 계약을 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인원이 오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상대가 5살 어린아이였고, 또 유하영에게 잘 보여야 할 처지였기에 네 명의 동행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럼, 저희 RD엔터 구경 먼저 하실까요?”
고영민은 직접 RD엔터의 이곳저곳을 구경시켜 주었다.
지하의 댄스 연습실과, 1층의 카페 그리고 2층의 식당과 3층에 있는 휴게실 겸 라커룸, 4층의 보컬 연습실 등등 구석구석을 소개해 주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반응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임소영은 왠지 모를 아련한 표정, 김지은은 의미심장한 표정, 그리고 강소는 알 수 없는 표정.
보통 사람들에게서 볼 수 없는 반응이었다.
정상적인 반응을 보이는 건 오직 유순태뿐이었다.
그래서 고영민은 적지 않게 긴장됐다.
‘왜 그러지? 혹시 내가 뭐 실수한 거라도 있나?’
그렇게 건물 소개를 마치고 6층 회의실로 들어온 그들에게 홍인아 대리라는 명찰을 찬 사원이 커피와 음료수를 가져다주었다.
“음, 어떻게 저희 시설은 잘 보셨습니까?”
“네.”
유순태가 말했다.
“역시 RD엔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님이 보신 대로 저희 RD엔터는 엔터 업계의 선두를 달리고자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습니다.”
고영민은 말을 이었다.
“저희에게 따님을 맡기신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 가장 중요한 절차가 남아 있었다. 그건 바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것이었다.
그는 계약서를 내밀며 맨 뒷장을 펼쳐 보였다.
“도장은 여기에 찍으시면 됩니다.”
그때였다.
“잠시만요. 그 계약서, 제가 먼저 볼게요.”
“네?”
그 말에 유순태가 웃으며 답했다.
“제 법률 자문입니다.”
“아, 네.”
유순태는 그 계약서를 김지은에게 건넸고, 그녀는 그 계약서의 첫 장부터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평소의 버릇대로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꼰 뒤,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치며 내려가는 시선.
그 모습에 고영민은 갑자기 식은땀이 흘렀고, 극도로 긴장이 되었다.
‘어, 어라? 내가 왜 이러지?’
무림에서 온 배달부 16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