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186
185화. 크리스마스의 기억 (2)
김지은의 말에 강소가 말했다.
“그렇군요. 크리스마스에 생일이 묻힌다니, 속상하시겠습니다.”
“처음에는 속상했는데, 언젠가부터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어요.”
그녀는 다시 크리스마스트리를 보았다.
“사실 저도 크리스마스이브에 아빠랑 같이 식당에서 저녁도 먹고 커다란 트리가 장식된 그 광장을 걷고 싶었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언제나 바쁘셔서요.”
유순태는 그녀의 말에 혀를 찼다.
“저런…….”
“그래도 아빠가 저를 사랑하신다는 건 알고 있어요. 매년 크리스마스 아침이면 머리맡에 선물이 놓여 있었거든요.”
“머리맡의 선물은 무슨 의미입니까?”
강소의 물음에 유순태가 설명했다.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말하는 거야.”
“그러고 보니 그에 관련된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다. 분명 산타 할아버지는 나쁜 아이에게는 선물을 주지 않으신다는 가사였던 것 같다.”
“맞아.”
유순태는 말을 이었다.
“먼 옛날 다른 나라에 성 니콜라스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을 자주 도와줬거든, 그 사람을 기리기 위해 그 사람처럼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주던 풍습이 이런저런 매체를 통해 변화되어서 지금의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된 거지. 자세한 건 사전을 찾아봐.”
“알았다.”
“아무튼,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일 년 동안 어린아이들을 살펴서 착한 어린이에게는 선물을 주고 나쁜 어린이에게는 선물을 주지 않는다는 그런 이야기가 생겼고, 그 부모님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대신하여 선물을 준다는 뭐 그런 거지.”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이해됐다. 그러니까, 이번 크리스마스 아침에 하영이 머리맡에 놓아둘 선물을 사야 한다는 것이군.”
“어…….”
유순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리곤 강소에게 다가가서 작게 속삭였다.
“그러니까 절대 하영이한테 진짜 산타가 없다는 말은 하면 안 돼. 하영이는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는 말을 믿고 있거든.”
하지만 강소는 어색하게 웃었다.
‘눈동자의 사제’ 능력을 각성한 유하영이다. 그녀에게 정체를 숨기는 건 불가능했다.
그때 강소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 나에게 선물을 줄 좋은 방법이 있다.”
“어? 그래? 무슨 방법인데?”
“나중에 말해 줄게.”
그렇게 말하고는 김지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지은 씨는 생일 때 받고 싶으신 것 없으십니까?”
“맞아. 나도 궁금하네.”
그들의 물음에 김지은이 웃으며 대답했다.
“선물 같은 거 안 주셔도 괜찮아요.”
“그래도 나와 강소 선물도 챙겨 주고 했는데, 그건 아니지.”
“그러면…….”
김지은이 입을 열었다.
“크리스마스이브 파티 언제 하세요?”
“밤에 할 예정인데.”
“그럼 그 파티에 초대해 주세요.”
* * *
적룡 길드.
김호은은 심각한 얼굴로 자신의 사무실 안에 앉아 있었다.
마침 그의 사무실에 놀러 온 염성민은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왜 그런 표정이야?”
“왔냐?”
“평소 너답지 않다?”
염성민은 고개를 갸웃하다 말을 이었다.
“네가 그런 표정을 지을 때는, 지은 누나랑 관련된 일일 가능성이 큰데…….”
“맞아.”
김호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은 누나 생일 선물 고민하고 있었어.”
“아, 크리스마스이브가 지은 누나 생일이지!”
염성민이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명품백은 어때?”
“누나는 이미 웬만한 거 다 가지고 있어. 명품 회사들이 신상을 출시할 때마다 가져와서 제발 들고 다녀 달라고 애원하잖아.”
적룡 길드의 장녀이자, 차기 적룡 길드장이 될 김지은은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셀럽이다.
그녀가 들고 다니는 가방의 홍보 효과는 최고였고, 그래서 많은 브랜드에서는 신상품을 출시할 때마다 선물을 보냈다.
“아, 그렇지. 그럼 최고급 포션은?”
“누나 전용 의무실에 가면 웬만한 건 다 있거든.”
“그, 그러면…… 새로운 방어구나 무기 같은 건?”
“그건 내가 아니라도 다른 사람들이 잔뜩 들고 올 거야.”
“에휴.”
염성민은 사무실의 소파에 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대체 어떤 선물을 줘야 좋아하시려나?”
“사실 하나, 있기는 해.”
“어? 있다고?”
“내가 어릴 때, 그러니까 초등학교 때 누나는 중학생이었을 거야. 그때 내가 누나에게 물어본 적이 있어. 누나가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이 뭐냐고.”
“지은 누나가 대답해 주셨어?”
“응.”
김호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게 쉬우면서도 엄청 어려운 일이라서 말이지.”
“뭔데 그래?”
그 물음에 김호은이 대답했다.
“크리스마스이브 날에 아빠랑 같이 데이트하는 거.”
“……어?”
염성민은 눈을 깜빡였다.
“그게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이라고?”
“응. 사실 우리는 아빠랑 같이 크리스마스이브를 함께 보낸 날이 없어.”
“아…….”
그제야 염성민은 두 사람의 아버지가 누군지 떠올렸다.
적룡 길드장 김해철.
그는 한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을 꼽을 때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누나의 말이 너무 이해가 되는 거야.”
“그, 그렇구나.”
염성민은 다시 뺨을 긁적였다.
“이번 크리스마스이브 때 길드장님의 스케줄이 어떻게 되는데? 한두 시간 정도라도 어떻게 빼실 수 없으시대?”
그 물음에 김호은이 대답했다.
“힘들 것 같아.”
“왜?”
“지금 아빠, 게이트에 들어가 계시거든.”
“어? 길드장님이 왜 직접 게이트에 들어가셔? 몇 년 전부터 직접 들어가지 않으시잖아?”
“엊그제 역류 직전의 게이트가 발견되었거든.”
“아…….”
“A급 게이트라서 역류하면 피해가 크니까, 그래서 역류하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고 정예 헌터들만 데리고 들어가셨어.”
“아, 그래서 엊그제부터 삼촌이랑 이모님들이 안 보였구나.”
“워낙 다급하게 들어가셔서 이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 없을 거야.”
“하긴, 나도 몰랐으니까.”
염성민이 말을 이었다.
“그럼 언제 나오실 것 같아?”
“통신에 따르면 사막지형이라고 하더라고. 아마도 크리스마스가 지나서 나오실지도…….”
“아…….”
갑자기 어색해진 분위기.
“그래서 그러는데, 차선은 어때?”
“차선?”
“지은 누나가 좋아하는 분 있잖아. 그 양춘각의 형님!”
“아, 강소 형님!”
저번에 둘이서 김지은을 미행했을 때.
양춘각 옆 골목에서 쫄쫄 굶고 있던 그들을 군만두 한 접시로 구원해 준 뒤부터 그들은 강소를 형님이라 부르고 있었다.
“지은 누나에게 강소 형님과의 데이트를 선물해 주는 거야! 어때? 내 생각이?”
염성민의 말에 김호은이 씩 웃었다.
“너 제법 똑똑하다?”
“그걸 이제 알았냐?”
* * *
그날 저녁.
미리내 공원에서 헤븐스 차일드 멤버들을 기다리던 강소는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어둠의 족속이라…….’
김장할 때 양춘각 앞에 등장했던 어둠의 족속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았다.
강소는 이미 그자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이번 어둠의 족속은 산속에 틀어박혀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우선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다.
물론 불온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즉시 처리하겠지만.
강소는 하늘을 보았다.
별이 총총한 하늘은 마치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장식한 전구처럼 빛났다.
‘그나저나 어떤 선물을 해야지?’
그는 주변 사람들의 선물을 어떤 것으로 준비해야 할지 고민했다.
크리스마스는 선물을 나누는 날이라고 했으니까.
‘내 인벤토리에 적당한 것이 있으려나?’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것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그때 누군가 다가왔다.
‘이 기운은 지은 씨 동생과 그 친구의 기운인데?’
저번에 김지은을 미행하던 그들에게 군만두를 준 이후로, 가끔 저녁에 양춘각으로 와서 짜장면을 먹고 가곤 했는데 강소를 형님이라 부르며 따르고 있었다.
자신은 딱히 잘해 준 것도 없는데 왜 형님이라 부르는지는 의문이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형님!”
“강소 형님!”
“오랜만이구나.”
강소는 말을 낮춰서 답했다.
처음에는 말을 높였지만, 그들이 질색하며 말을 낮추어 달라고 했기 때문.
“이 시간에 여기까지 어쩐 일이냐?”
“양춘각에 갔더니 여기 계시다고 해서 왔습니다.”
염성민의 말에 김호은이 설명을 덧붙였다.
“사실 형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나에게 부탁이라고?”
강소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 부탁이 뭐냐?”
“저, 그게…….”
“?”
“그러니까…….”
“?”
“아, 그게, 저…….”
김호은이 차마 말하기 어려운 듯, 머뭇거리다가 결국 눈을 감고 빽 소리쳤다.
“저희 누나하고 크리스마스이브에 데이트해 주세요!”
“……데이트?”
강소의 물음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데이트요.”
“부탁드립니다.”
“데이트라는 것이, 이성끼리 교제를 위해 만나는 일이라고 알고 있는데? 하지만 나와 지은 씨는…….”
그때 염성민이 얼른 말을 꺼냈다.
“물론 그런 의미도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건 포괄적인 의미로써의 데이트에요! 그냥 둘이 만나서 즐겁게 노는 것을 말해요.”
“그렇군.”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해도 그게 내가 지은 씨와 크리스마스이브에 데이트를 해야 하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날은 지은 씨의 생일 아니냐?”
“아, 아시는군요.”
“생일은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하고, 또 그날 밤에는 양춘각의 파티에 참여하기로 했다.”
“…….”
강소는 김호은과 염성민의 눈에서 아직 말하지 않은 뭔가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뭔가 있군. 그렇지?”
“…….”
“설명해 봐라.”
강소의 카리스마에 눌린 두 사람은 사실대로 이실직고했다.
“음, 그러니까 지은 씨가 가장 받고 싶어 하는 생일 선물이 아버지와의 데이트라는 거냐?”
“네.”
김호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지금까지 고생만 엄청나게 했던 누나라서요.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아빠는 지금 게이트 안에 계셔서요.”
그 말에 강소는 피식 웃었다.
“좋은 동생이군.”
“아니에요.”
그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말 징그럽게도 안 듣는 동생이에요.”
“그건 본인이 아니라 타인이 평가해야 하는 거다. 그리고 내가 평가하는 너는 좋은 동생이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형님.”
강소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 네 아버지가 들어가 계시는 게이트가 어디냐?”
그 물음에 김호은은 게이트의 넘버를 불러 주었다.
“그렇군.”
그 좌표를 외운 강소가 말했다.
“지은 씨와 데이트를 해 달라는 그 청은 거절한다.”
“아…….”
“죄송합니다. 저희가 무례했습니다.”
강소가 씨익 웃으며 한마디를 던졌다.
“지은 씨는 그날, 나보다 훨씬 좋은 사람과 데이트를 해야 하니까.”
의미를 모를 그 말에 둘은 고개를 갸웃했다.
* * *
다음 날.
유하영이 신이 나서 폴짝폴짝 뛰어 1층으로 내려왔다.
“오빠! 오늘 내가 나온 영화 개봉하는 날이야!”
“아, 그렇군.”
강소는 유하영에게 말했다.
“축하한다.”
“오빠! 내가 나온 영화, 엄청 좋아! 사람들이 그거 보고 일어서서 박수쳤어.”
안 그래도 이번 시사회 때 조금호 감독의 영화 ‘아저씨와 소녀’를 본 사람들이 감동해서 기립박수를 쳤다는 것은 뉴스를 통해 보았다.
그리고 어제 연예가 소식을 알려 주는 프로에서도 유하영이 나온 영화를 관심 있게 다루었다.
“오빠! 내가 나온 영화 꼭 볼 거지?”
“물론이다.”
영화관이 가장 붐비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지나면 유순태 가족들과 함께 영화관에 가서 보기로 했다.
“그럼 나 다녀올게! 아빠! 다녀오겠습니다.”
유하영은 임소영, 하태복과 함께 영화관으로 향했다.
개봉 첫날인 오늘, 영화관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배웅한 강소와 유순태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점심 장사 준비를 시작했다.
그때 강소가 말을 꺼냈다.
“아, 이따가 잠시 나갔다 올게.”
무림에서 온 배달부 18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