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187
186화. 크리스마스의 기억 (3)
강소의 말에 유순태가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잠시 볼일이 있어서.”
“그래, 늦게 들어오진 말고.”
“알았다.”
잠시 후.
양춘각 문이 열리고 김지은이 출근했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오늘도 여전히 활기찬 모습이었다.
그녀의 동생 김호은의 말에 의하면 고생만 엄청나게 한 누나였다.
그런데도 어떻게 저런 밝은 모습일 수 있는지 강소는 그녀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크리스마스에 착한 사람에게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준다고 했으니…….’
그러니까 강소는 그녀에게 선물을 줄 생각이었다.
* * *
서울 남산 근처에서 열린 게이트 A-0131356.
발견이 늦어서 역류 직전의 상태였기에 적룡 길드의 길드장 김해철이 직접 정예들을 이끌고 들어갔다.
대부분의 게이트는 각성자 협회의 관측소에서 관측할 수 있었지만, 간혹 놓치는 경우도 있었다.
그 이유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게이트에 대해서도 많은 것이 밝혀졌지만, 여전히 적잖은 부분이 미지의 영역이었다.
게이트를 여는 존재가 어둠의 족속이라는 것은 극소수의 인물들이 알고 있었지만, 아직 그 목적은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김해철은 서걱거리는 모래를 박차고 뛰어 올랐다.
타앗-!
뛰어오른 그 발 아래 킹 샌드웜이 대가리를 들이밀었다.
킹 샌드웜이라는 말처럼, 일반 샌드웜보다 다섯 배는 더 큰 크기였다.
노련한 헌터인 김해철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검을 통해 뿜어낸 화염이 벌린 입안으로 들어갔고, 킹 샌드웜은 괴로워하며 온몸을 비틀었다.
생생히 들리는 비명.
하지만 김해철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적이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 것이니까.
김해철의 검이 빛을 내뿜으며 덩치를 불렸다.
그리곤 공중에 몸을 띄운 그 상태로 들고 있던 검으로 몸통을 그었다.
끝이었다.
“후우…….”
그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을 내려다보았다.
이번에 각성자 협회에서 만들었다는 홀리 웨폰이었다.
“확실히…… 성능이 좋아.”
열 번 정도 칼질을 해야 죽일 수 있던 킹 샌드웜을 단 두 번의 칼질로도 처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홀리 웨폰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하급 마수들은 몸을 사렸다.
‘어둠의 족속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고 했던가?’
이번 추석에 각성자 협회장 윤한종에게 인사를 하러 갔을 때 그가 준 무기였다.
그가 들고 있는 검의 이름은 라구엘의 검.
그동안 그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게이트에 들어온 지금 얼마나 뛰어난 무기인지 알 수 있었다.
“길드장님! 킹 샌드웜은?”
“아, 처리했다.”
그 말에 팀원 지성연은 킹 샌드웜의 사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나머지 조무래기들은?”
“아, 처리했습니다.”
“그럼 재정비한 후 다시 출발한다.”
“네.”
김해철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수통을 꺼내 입만 축였다.
그들이 있는 지형은 사막 지형이었기에 최대한 물을 아껴야 했다.
물의 마법을 다루는 헌터를 데리고 왔지만, 그 헌터가 공급할 수 있는 물에도 한계가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이렇게 안 더울 리가 없는데?’
몇 년 전에 사막 지형 게이트에 들어왔을 때 느꼈던 고통에 비하면 지금은 편안할 정도였다.
불의 마법을 다루기에 사막 지형은 그에게 쥐약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음…….’
잠시 고민하던 그는 이번 복날에 딸이 선물해 준 약주를 떠올렸다.
“아빠. 이거 선물이에요. 제가 아는 사람이 준 건데요. 이거 마시면 더위 안 탄대요.”
사실 술을 좋아하기에 맛있게 마셨는데, 그동안 에어컨을 달고 있어서 그 효과를 몰랐었던 것.
하지만 지금, 사막지형 게이트에 들어와서야 그 효과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펄펄 날아다닐 수 있었다.
‘지은이에게 고맙다고 말해야겠네.’
김해철은 자신의 딸을 떠올리다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 이번에는 함께 생일을 보내고 싶었는데…….”
그 말에 옆에 앉아 있던 헌터가 물었다.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이브가 지은이 생일이지?”
그 헌터의 이름은 송길명.
김해철과 아주 오랫동안 일했던 동갑내기 헌터였기에, 김지은을 어릴 때부터 봐 왔었다.
“지은이와 생일 파티하는 게 이렇게 힘들어서야!”
“내 말이 그 말이야!”
송길명도 그 말에 긍정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어쩌겠어? 우리 일이 이런 건데. 지은이도 이해해 줄 거야.”
“너무 잘 이해해 줘서 걱정이지.”
씁쓸한 그 얼굴에 송길명은 자신이 이 게이트에 들어오기 전, 김지은을 만났던 일을 떠올렸다.
“이번 생일은 아빠랑 함께 케이크를 먹을 수 있을까요?”
그가 궁술과 함께 지팡이의 사제 능력을 각성했기 때문에 물은 것이다.
A급 각성자였기에 그의 예측은 꽤 정확했다.
그래서 그 말에 송길명은 대답해 주었다.
함께 케이크를 먹을 수 있다고.
그런데 갑자기 역류 직전의 게이트가 발견되었고 정신을 차려 보니 자신은 김해철에게 끌려와서 게이트 안에서 마수들과 싸우고 있었다.
‘내 능력도 이제 다 된 건가……?’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왜 한숨이야?”
“아무것도 아니다.”
그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자신과 김지은의 대화를 절대 김해철에게 말할 수 없었다.
그가 엄청난 딸바보인 걸 알기 때문에.
“진짜 아무 일 아니야?”
“그게…… 이번 크리스마스는 게이트 안에서 캐럴을 불러야 할 것 같아서.”
김해철은 피식 웃었다.
“그러게 말이야.”
자신이 들어와 있는 게이트는 역류 직전이라서 그런지 보통 한 개체밖에 없는 킹 샌드웜만 해도 세 마리째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크리스마스 전에는 나가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게 걷고 싸우고를 반복하던 김해철과 팀원들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잠깐! 이 녀석…… 내가 아까 죽였던 그 녀석 같은데?”
“저도 방금 그 생각을…….”
아까 죽이고 지나온 사체가 눈앞에서 움직이고 있다니.
순간 팀원들의 머릿속에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건 바로, 주술사의 존재.
간혹 게이트 안에 존재하는 마수 중 이성이 있는 마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도 주술을 쓸 수 있는 마수는 상당한 골칫거리였다.
처리하기가 까다로웠을 뿐만 아니라 많은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마리오네트 주술이군.”
이미 베어 넘긴 사체를 일으켜 싸우게 하는 주술.
이성이 아닌 본능으로 움직이는 샌드웜이 그 주술을 사용할 리가 없었다.
분명 샌드웜 이외에 다른 마수가 있다.
“감지 능력이 있는 각성자들은 서둘러 감지를 하고, 전투 요원들은 저것을 처리한다!”
김해철의 명령에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감지 능력자들과 송길명은 한 존재를 찾아냈다.
“저곳입니다!”
“모래 속에 숨어 있다.”
그 말에 김해철이 송길명에게 외쳤다.
“길명아!”
“알았다!”
그는 즉시 활시위에 화살을 걸고 발사했다.
팍-!
하지만 화살은 그곳에 닿지 못했다.
드드드드.
곧 땅이 울리고 모래 산이 생겼다.
아니, 그건 모래 산이 아니었다.
거대한 무언가가 모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일어난 현상이었다.
“나의 잠을 깨우는 것이 누구인가?”
“킥킥킥킥.”
검은색 갑각에 둘러싸인 거대한 신형.
그리고 날카로운 꼬리.
그 모습을 본 김해철이 말했다.
“블랙 스콜피온인가…… 젠장. 저게 보스였군.”
게다가 킹 스콜피온의 어깨에는 작은 무언가가 매달려 있었다.
주술사였다.
김해철은 그 모습에 이번 전투가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악의 경우, 자신이 살아서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그만큼 블랙 스콜피온은 엄청났다..
10년 전 S급 게이트 역류 사건에서 일어난 엄청난 피해를 입힌 것이 바로 블랙 스콜피온 군단이었으니까.
당시 현장에 있던 그는 그 위험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지은이 생일이 내 기일이 되게 하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지.’
여기에서 죽을 수는 없었다.
각오를 다지며 검을 들었다.
우우우웅.
라구엘의 검이 빛을 뿌리며 진동했다.
마치 저곳에 자신이 징벌해야 할 사악한 존재가 있다는 것처럼!
“간다! 엄호해라!”
“네!”
라구엘의 검의 검신이 길어졌다. 그리곤 블랙 스콜피온을 향해 내질렀다.
타앙-!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흠집을 냈을 뿐이었지만, 김해철은 희망을 보았다.
“백 번 정도면 아무리 딱딱한 갑주라 해도 구멍이 뚫리겠지.”
그 끈질김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은 김해철이었다.
“가소롭구나.”
“킥킥킥! 가소롭다! 가소롭다!”
주술사가 얄미운 웃음으로 그들을 도발했지만, 그 도발에 쉽게 넘어갈 그들이 아니었다.
김해철은 자신의 손을 보았다.
충격에 손이 덜덜 떨렸다. 하지만 그는 반대편 손으로 오른손을 꽉 쥐었다.
“앞으로 구십구 번!”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달려들려던 그때, 갑자기 블랙 스콜피온의 표정이 변했다.
자신보다 훨씬 위에 있는 존재를 발견한 듯한 표정.
“다, 당신은 대체 누구…….”
“사, 살려…….”
그들은 덜덜 떨며 뒷걸음쳤다.
그리고.
툭.
투둑.
어느 순간, 블랙 스콜피온과 주술사의 머리가 떨어져 사막의 모래에 뒹굴었다.
“…….”
그게 끝이었다.
김해철과 팀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방금까지 사생결단을 각오하게 만든 상대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 버렸으니 말이다.
게다가 누가 죽였는지도 알 수 없었다.
“길드장님……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던 그들의 뒤에서 누군가 달려왔다.
“길드장님!”
이신이었다. 그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외삼촌이라는 말 대신, 길드장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이신 헌터!”
“윤한종 각성자 협회장님의 명으로 지원을 왔습니다.”
함께 온 은탑 소속의 통신전담 헌터의 연락을 받고 지원을 명한 것.
누군가 들어간 게이트는 S급 이상만 들어올 수 있다.
한국 유일한 제로급 각성자인 이신이기에 문제없었다.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그의 물음에 김해철이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블랙 스콜피온에, 스콜피온 주술사라니! 이거 큰일이군요! 어디에 있습니까?”
이신의 말에 김해철이 어느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죽었다.”
“네? 목이 잘려 있군요. 길드장님께서 처리하신 겁니까?”
“아니.”
그 물음에 김해철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아니다.”
“그럼?”
“갑자기 물러나더니, 목이 잘렸다. 우리는 전혀 눈치도 채지 못했고.”
그는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없는 말이었기에 이신도 당황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는 뭔가 뿌듯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와! 역시 대단하시다니까!”
사실 이신은 윤한종의 명으로 A-0131356 게이트로 오는 와중에 강소의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강소가 말했다.
– 잘 되었군. 까다로운 건 내가 처리할 테니 뒤처리를 최대한 빠르게 부탁한다. 지은 씨가 생일에 아버지와 데이트를 해야 하거든.
그 통화를 끝내고 게이트에 들어오자마자 발견한 것이 바로 블랙 스콜피온의 시체.
아무리 이신이라도 처리하기 까다로운 상황을 벌써 정리한 것이다.
“누가 대단하다는 거냐?”
김해철의 물음에 이신은 얼른 말을 돌렸다.
아직 강소에 대한 것은 비밀이었으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얼버무리는 이신의 모습.
자신은 모르고 있는 뭔가가 있음이 분명했다.
궁금하긴 했지만, 이신의 태도로 봐서는 말해 주지 않을 것 같았다.
또한 이신의 얼굴에서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으니 위험한 건 아닐 터.
그러니 그건 게이트에서 나간 후 천천히 알아보면 될 터였다.
“레이드 진행 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한 70% 정도 처리된 것 같다.”
“그럼 어서 처리하고 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내일이 지은이 생일인데, 같이 미역국 드셔야 할 것 아닙니까.”
“그렇지.”
그의 말대로 빠르게 처리를 하고 지은의 생일을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렇게 그들은 레이드를 예상보다 더 빠르게 끝냈다.
* * *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의 아침이 밝았다.
알람이 울리고 눈을 뜬 김지은은 언제나처럼 아침 훈련을 위해 훈련장으로 향했다.
“어……?”
훈련장에 도착한 김지은은 눈을 깜박였다.
도저히 믿기 힘든 일이 눈앞에 벌어졌기 때문.
게이트에 계셔야 할 아빠가, 생일 케이크를 들고 훈련장에 서 있었다.
“생일 축하한다. 지은아.”
무림에서 온 배달부 18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