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189
188화. 아저씨와 소녀 (1)
유하영에게 새로운 장난감이 생겼다.
그건 유하영이 가지고 싶어 하던 인형으로, ‘눈의 요정 도도’라는 이름의 바비 인형이었다.
이번 크리스마스 때 유순태와 임소영이 유하영에게 준 선물.
사실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사제의 눈동자 능력 각성자, 그것도 S급으로 추측되는 유하영에게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줬다는 말을 믿게 하기 위해서는 평범한 방법으로 선물을 줘서는 안 된다.
그래서 강소는 유순태에게 제안했다.
자신이 허공섭물로 선물을 주겠다고.
허공섭물이 뭐냐는 유순태의 물음에 강소는 직접 보여 주었다.
기를 이용하여 허공에 양파를 띄운 그 모습에 유순태는 놀랐지만, 어느새 납득해 버렸다.
“그럼, 잘 부탁한다. 아직 하영이의 동심을 깨고 싶지는 않거든.”
그 말에 강소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눈동자의 사제 능력을 가진 유하영이 아직 동심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고.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이가 동심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
하지만 동심은 소중한 것.
강소는 가능하면 최대한 오래 유하영의 동심을 지켜 주고 싶었다.
크리스마스 새벽.
강소는 미리 열어 놓은 창문을 통해 선물을 유하영의 머리맡에 무사히 배달했다.
사실, 유하영은 강소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기에 허공섭물 같은 것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머리맡에 놓아도 몰랐을 테지만 말이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일어난 유하영은 머리맡의 선물을 보고 기뻐서 폴짝폴짝 뛰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강소는 뭔가 뿌듯함을 느꼈다.
눈의 요정 도도는 내 친구 쫑이의 뒤를 이은 유하영의 최애였다.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눈의 망토를 펄럭이며 나타나 악당을 물리치는 그 모습에 유하영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들이 열광했다.
사실 그 애니메이션에서 눈의 요정 도도는 각성자와 헌터를 대변하는 존재였고, 악당은 블랙맨이었다.
전에 김명희가 살짝 말해 준 바에 의하면 눈의 요정 도도는 각성자 협회의 후원을 받고 있다고 했다.
즉, 애니메이션을 통해 아이들에게 블랙맨은 나쁜 사람들이고, 각성자 협회의 헌터들은 착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고 있는 것.
강소는 생각했던 것보다 각성자 협회가 무서운 곳이라 느꼈다.
하지만 유하영이 눈의 요정 도도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에 대해 뭐라 하지는 않았다.
각성자 협회와 헌터가 꼭 선의 존재인 건 아니었지만, 블랙맨이 없어져야 할 존재들인 건 맞으니까.
게다가 도도가 입고 있는 하얀색 나풀거리는 망토는 강소가 보기에도 예뻤다.
냉기를 뿜어내는 망토로 악당들을 얼려 버린다는 설정까지 있어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저 망토를 보니 천잠사가 떠오르는군.’
천잠이라는 누에에게 얻은 천잠사라는 실로 짠 천은 그 자체로 굉장한 보물이었다.
각종 화공에 대항하거나 빙공을 익힌 자들의 내공을 증대시켜 주었는데, 강소가 살던 세상에서는 천잠사로 만든 피풍의 때문에 혈투가 벌어졌었다.
그리고 그 피풍의는 지금, 강소가 살던 세상. 그의 집에 아직까지도 있을 것이다.
유하영은 가게 한쪽의 식탁 앞에 앉아 도도 인형으로 혼자 놀고 있었다.
오늘은 모처럼 스케줄이 없는 날이었다.
그 동안 영화 홍보 때문에 하루가 멀다 하고 나갔지만, 이제 그런 스케줄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내일부터 다시 RD엔터에서 기획한 스페셜 앨범의 녹음이 재개될 예정이었다.
그때 핸드폰으로 뭔가를 열심히 하던 유순태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드디어 됐다!”
그 소리에 강소는 그를 돌아보았다.
“뭐가 되었다는 거냐?”
“영화 예매 말이야.”
그들은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함께 유하영이 출연한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임소영과 하태복은 시사회 때 유하영과 함께 움직여야 했기에 영화를 봤지만, 아직 유순태와 강소는 영화를 보지 못했다.
예전에는 지인들도 초대해서 시사회를 했다지만, 요즘은 홍보를 위한 언론 시사회만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시즌이 끝나고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기로 했는데, 문제는 ‘아저씨와 소녀’의 인기가 예상을 웃돌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직 영화표를 구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예매에 성공한 것.
사실 요즘은 개봉하자마자 집에서도 인터넷이나 핸드폰으로 내려받아 볼 수도 있었지만, 영화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사람이 영화관을 찾고 있었다.
“그럼 영화를 보러 갈 수 있는 거냐?”
“그래. 내일 3시 타임이다.”
“상당히 기대가 된다.”
* * *
따르르릉!
“네, 쇼앤씨(Show&See)입니다. 네, 네. 그게 정말인가요? 감사합니다.”
‘아저씨와 소녀’의 배급사 쇼앤씨의 직원은 전화를 끊으며 말했다.
“아저씨와 소녀의 관객 및 다운로드 수가 10만 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뭐? 벌써 10만 명이 넘었다고? 개봉한 지 아직 일주일도 안 지났는데?”
격변의 시대는 영화계에서도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마정석을 활용한 기술의 발전과 각성자의 존재로 영화 제작 기간도 짧아져 제작비가 많이 줄었다.
그래서 손익분기점도 격변의 시대 이전에 비해 몇 분의 일 수준에 불과했지만, 문제는 인구수도 많이 줄었다는 것.
그걸 생각하면 지금 관객 수 10만은 대단한 수치였다.
단 5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셈이니까.
격변의 시대 이전에도 5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쇼앤씨의 제1마케팅 과장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짜릿한 뭔가가 관통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언론 시사회에서 이런 관객 반응을 예상 못한 건 아니었다.
영화를 본 기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기립 박수를 치는 일은 정말정말, 아주 정말 많이 드문 일이었으니까.
그때 SNS 반응을 모니터링하던 직원이 말했다.
“SNS에서의 반응도 폭발적입니다. 심지어 아저씨와 소녀를 보지 않은 사람과는 대화도 못 하겠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래?”
“이 정도면 얼마 지나지 않아 100만 관객은 넘길 거 같은데요?”
“윤진 씨의 팬덤은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유하영 양의 팬덤도 어마어마한데요?”
“아, 하영 양도 팬클럽이 있다고 했었지.”
“네. 초코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어머! 귀여워!”
유하영의 팬클럽에 접속한 직원이 감탄을 터트렸다.
“나도 초코빵할까 봐요.”
“험험.”
과장의 헛기침에 정신을 차린 직원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무튼 예감이 상당히 좋았다.
과장은 핸드폰을 들어 조금호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현재 상황을 알려 줘야 할 의무가 있었기 때문.
“감독님, 접니다.”
– 그래, 오늘은 무슨 일이야?
“관객 수 보고입니다. 지금 10만이 넘었다고 합니다.”
“하하하! 내가 뭐랬어? 이번 영화 대박 날 거라고 했지? 하하하하!”
“아무튼, 고생하셨습니다. 조 감독님.”
“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 다 배우들이 고생했지.”
“암튼, 조만간 한잔하시죠.”
“그래, 과장 전화를 기다리지.”
쇼앤씨의 제1마케팅 과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배우들 계약을 러닝 개런티로 했었지…….”
러닝 개런티는 영화가 흥행할수록 출연료가 높아지는 방식.
조금호 감독의 전작은 천만 관객을 동원했고, 그건 격변의 시대 이후 유일한 천만 관객 영화였다.
과장은 그때 당시 배우들에게 지급되었던 출연료를 떠올렸다.
만약 이번 영화도 천만 관객을 넘긴다면 배우들에게 지급되는 출연료는…….
과장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부럽다.’
* * *
강소는 영화를 보기 위해 유순태 가족과 함께 양춘각을 나섰다.
유순태가 운전하는 빨간 경차가 길거리를 미끄러지듯 달렸다.
“영화 보는 거, 기대돼!”
유하영의 말에 강소가 물었다.
“하영이는 전에 영화 보지 않았나?”
“봤어! 하지만 그땐 모두 같이 본 게 아니잖아.”
“그러냐?”
“응!”
유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가족하고 같이 보고 싶었어! 왜냐하면 내가 처음 나온 영화잖아.”
그 말에 유순태와 임소영은 뭔가 흐뭇하면서도 뿌듯한 얼굴이었다.
격변의 시대 이전에는 서울 시내를 운전해서 이동할 때 차가 막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다른 곳에 비해 차가 많기는 했지만, 감안할 수 있을 만큼의 교통체증이었다.
하지만 강소는 소음에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보통 사람들은 듣지 못하는 소리를, 강소는 들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처음 이 소음을 겪었던 그때보다는 참을 만하다고 생각하며, 인간은 어디까지 적응할 수 있는 것인가 싶었다.
잠시 후.
유순태가 운전하는 차는 커다란 건물로 들어섰다.
전면이 유리창인 그 건물의 위쪽에는 커다란 RDMC라는 간판이 달려 있었다.
Red Dragon Media Center의 약자로서, 적룡 길드에서운영하는 영화관이란 뜻이었다.
적룡 길드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이런 영화관을 운영했는데, 현재 자본이 가장 많은 이들이었기에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들이 탄 차는 주차 요원의 안내를 받아 지하 주차장에 주차했다.
탁.
“영화관을 7층이니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자.”
“알았다.”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으로 향했다.
띵!
[7층입니다.]내리자마자 보이는 무수한 사람들.
강소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영화 예매처의 모습에 눈을 깜박였다.
처음 보는 모습이었으니까.
어디선가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냄새도 느껴졌다.
사람들은 기대감에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이 볼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 영화, 진짜 감동적이래.”
“나도 후기 봤어. 완전 대박이라는데?”
“하영이 너무 귀여운 거 같아.”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며 강소 자신이 뿌듯했다.
“강소야. 너는 나랑 같이 영화 티켓 발급하러 가자.”
“알았다.”
강소는 예매 데스크가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하는 유순태에게 물었다.
“순태야. 저곳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니냐?”
“아, 저기도 맞기는 한데 우리는 이미 핸드폰으로 예매했으니까 키오스크로 티켓을 발급하면 돼.”
유순태는 강소에게 천천히 방법을 알려 주며 티켓을 발급했다.
그렇게 네 장의 티켓을 발급한 그들은 다시 임소영과 유하영에게 돌아왔다.
그때 유하영이 유순태에게 말했다.
“아빠! 나 캐러멜 팝콘이 먹고 싶어요!”
“영화 볼 때 팝콘이 빠지면 안 되지.”
그 말에 강소가 사람들이 하나씩 들고 있는 커다란 종이 상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혹시 사람들이 먹고 있는 저걸 말하는 거냐? TV에서 본 적이 있다.”
“맞아.”
유순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매력 있는 과자지. 특히 영화 볼 때 말이야.”
그들은 팝콘 파는 곳으로 향했고, 작은 콜라 세 잔과 작은 사이즈의 팝콘 세 개를 사 왔다.
유순태는 오리지널 팝콘을, 그리고 단 것을 좋아하는 강소와 유하영을 위한 캐러멜 팝콘이 두 개였다.
임소영은 어차피 유하영이 팝콘 하나를 다 먹지 못할 것을 생각해서 따로 사지는 않았다.
강소가 캐러멜 팝콘을 향해 손을 뻗을 때 유순태가 말했다.
“네 거 먹기 전에 내 것 먼저 먹어 봐. 그건 달아서 오리지널을 나중에 먹으면 그 맛이 잘 느껴지지 않을 테니까.”
“알았다.”
그 말에 강소는 유순태의 팝콘을 집어 조심스레 입에 넣었다.
파스락.
바삭하면서도 부드럽고 또 고소하면서도 짭조름한 맛이 느껴졌다.
그 오묘한 맛에 강소는 고개를 갸웃하며 하나 더 먹어 보았다.
이상하게 먹을수록 더 먹고 싶어지는 맛.
강소는 이제 자신의 캐러멜 팝콘을 먹어 보았다.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건 같았지만, 고소하면서도 단맛이 느껴졌다.
그렇게 몇 번 먹다 보니 목이 막혀서 콜라를 빨대로 쪽 빨아 마셨다.
“아!”
강소는 감탄했다.
“왜 팝콘에 콜라를 먹는지 알 것 같다!”
“하하하.”
유순태와 임소영이 웃었다.
“그 팝콘이 옥수수로 만든다는 거 알아?”
“뭐? 그게 정말이냐? 이런 매력적인 과자가 구황 작물인 옥수수로 만들었다고?”
강소의 말에 유하영이 유순태에게 물었다.
“아빠. 구황 작물이 뭐예요?”
“아, 그건 말이지…….”
유순태가 유하영에게 구황작물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 있을 때.
강소는 팝콘 기계를 인벤토리 안에 마련해 놓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18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