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190
189화. 아저씨와 소녀 (2)
강소가 마침내 팝콘 기계의 가격을 알아봐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유순태가 말했다.
“이제 슬슬 시간이 되었으니까, 화장실에 다녀오자.”
“알겠다.”
그들은 번갈아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리고 상영관이 오픈할 때까지 영화관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구경했다.
강소는 아저씨와 소녀의 포스터를 발견했다.
초원지형 게이트가 배경이었다.
잘 씻지도 못하고 마수에게 쫓기느라 상처가 나고 해어진 옷을 입은 윤진과 비슷한 모습의 유하영이 손을 잡은 채 마수를 피해 달아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 [아저씨, 우리 나갈 수 있는 거죠?] 라는 대사가 적혀 있었다.
영화의 내용을 무척이나 잘 표현한 포스터라는 평이 있었다.
“상당히 잘 나온 사진이다.”
강소의 말에 유하영이 말했다.
“이거 찍을 때 힘들었어. 이렇게 하고 한참 동안 가만히 있었어.”
“그랬구나.”
사람들은 유하영을 알아본 것 같았지만, 쓰고 있는 모자의 챙이 얼굴을 가려서 긴가민가하고 있었다.
설마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를 보러 왔겠느냐 싶은 표정.
오히려 강소에게 더 관심이 가는 모양이었다.
그때 상영관 오픈 방송이 흘러나왔다.
[3시 10분에 상영되는 아저씨와 소녀 티켓을 예매하신 관객님들께서는 B상영관으로 입장해 주시기 바랍니다]“가자.”
“알았다.”
상영관으로 향하던 유순태가 순간 외쳤다.
“조심해!”
유하영을 챙기느라 임소영의 정신이 다른 곳에 가 있던 그때, 다가오던 한 여자와 부딪힌 것!
“꺅!”
임소영이 들고 있던 팝콘이 공중으로 비산했다.
그와 동시에 강소가.
‘저게 바닥에 쏟아지면 모두 속상해 하겠지?’ 라고 생각한 것이 0.1초.
기운을 움직여 팝콘을 종이상자 안으로 회수하는데 0.3초 정도가 걸렸다.
어찌나 빠르고 깔끔했는지 임소영이 들고 있던 팝콘이 다시 종이상자 안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 죄송합니다.”
임소영의 사과에 상대방도 사과했다.
“저야말로 못 봐서……. 어? 사모님?”
“자연 씨?”
그녀는 이신이 운영하는 달님책방의 여자 직원 오자연이었다.
“자연 씨가 여기는 어쩐 일이야?”
“저, 저는 영화를 보러……. 혹시 사모님도?”
임소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소가 오자연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괜찮으십니까? 어디 다치신 곳은?”
“아, 어, 없어요!”
강소의 물음에 오자연은 고개를 저었다.
“일어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네!”
오자연은 강소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두 뺨이 붉어졌다.
그 사이 임소영도 이미 유순태의 부축을 받아 일어나 있었다.
“그런데 혼자 온 거야?”
임소영의 물음에 오자연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다.
“아, 아뇨. 그게…….”
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연 씨.”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린 곳을 보았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목소리.
“어? 사장님?”
“이거 책방 사장님 아니십니까?”
두 손에 팝콘과 콜라를 들고 서 있는 그는 바로 이신이었다.
“형님…….”
강소는 이신에게 물었다.
“너도 영화 보러 온 거냐?”
“아…… 네.”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강소는 아까 영화 포스터를 구경하고 있을 때 이신이 영화관에 있음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뭔가 불온한 움직임을 감지하고 영화관에 왔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자연 씨와 영화 보러 왔구나?”
강소의 물음에 오자연이 얼른 외쳤다.
“어, 어쩌다 보니 영화표 두 장이 생겨서요! 그래서 사장님께 같이 보러 가자고 했어요.”
“그렇군요.”
그때 유순태가 시계를 보며 말했다.
“어서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아! 그렇지!”
이신이 물었다.
“사장님은 어디서 보십니까?”
“우리는 B관으로 갑니다. 책방 사장님은?”
“저희는 C관입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책방 사장님과 자연 씨도 즐겁게 보십시오.”
그렇게 인사를 하고 상영관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유순태와 임소영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었다.
강소는 마치 그 눈빛이 “혹시?” “네. 맞는 것 같아요.”
라는 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직원에게 티켓을 보여 주고 어두컴컴한 영화관 안으로 들어갔다.
티켓에 인쇄된 자리를 찾아 앉으니, 앞의 커다란 화면이 잘 보였다.
강소는 유순태가 하는 대로 옆의 팔걸이에 콜라를 놓고, 무릎 위에 팝콘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등받이에 등을 기대었다.
‘음, 무척 편하군.’
의자 역시 폭신한 것이 무척 편했다.
3시 10분이 되자 화면에서는 광고가 나왔고, 몇 개의 광고 후 비상구 안내가 나왔다.
[여러분이 계신 곳은 B관이며, 탈출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 마수의 습격을 받으면 B관 뒤쪽의 비상 탈출 장치를 이용하여 방공호로 대피하시면 됩니다.]광고를 할 때는 심드렁하던 사람들은 탈출구를 설명하는 방송에는 진지한 눈으로 자신이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를 살폈다.
그건 위급한 상황이라는 것이 먼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곧 화면에는 배급사의 로고가 떠올랐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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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은 극 중 서철중으로 나온 윤진의 긴박감이 넘치는 전투 씬이었다.
방어구를 입은 서철중이 검을 들고, 게이트를 빠져나온 마수들과 싸우고 있다.
이미 몇 차례 공격을 허용한 듯 온몸이 피투성이다.
“훗! 이 정도로 이 서철중을 물러나게 할 수는 없지.”
그때 들려오는 무전음.
– 야! 물러나! 화염 능력을 가진 너 같은 녀석에게 레드 스네이크는 버겁다고!
하지만 서철중은 무전을 꺼 버렸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내가 물러나면 시민들은 어떻게 하라고?”
그 장면을 보며 강소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마 모든 헌터들이 주인공처럼 행동하지는 않을 터였다. 죽음 앞에서 도망치고 싶은 건 사람의 본능이니까.
‘주인공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려는 건가? 아니면 각성자 협회의 입김이 들어간 건가?’
뭐가 어찌 되었든, 전투씬을 상당히 잘 묘사했기에 강소도 위화감 없이 영화에 빠져들었다.
서철중과 레드 스네이크는 치열하게 싸웠고, 결국 레드 스네이크의 숨통을 끊어 버렸다.
“하아, 하아…….”
하지만 서철중도 무사하지 못했다.
심각한 상처.
몸에 포션을 부어 죽는 것은 면했지만, 결국 귀환하던 도중 쓰러지고 말았다.
쏴아아아-.
갑자기 쏟아진 비.
그곳으로 하늘색 우산을 쓴 한 여자가 다가온다.
긴 머리의 그녀는 쓰러진 서철중을 보고 그를 부른다.
“저기 괜찮아요? 구급차 부를게요.”
“구급차는…… 안 돼. 이 꼴을 보일 수는…….”
그녀는 난감해하다가 결국 그 비를 다 맞으며 서철중을 부축하여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장면이 바뀐다.
이어진 서철중과 그녀의 행복한 나날들.
함께 산책도 하고 요리도 하고, 또 같이 빨래를 널면서 달콤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혼인 신고서를 구청에 접수하는 그들.
그들은 서로를 본다.
지금의 선택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는 눈빛.
그러던 어느 날, 서철중에게 온 연락.
게이트에 들어가야 한다.
고민하는 서철중.
그를 결심하게 만든 건 이민정의 한 마디였다.
“철중 씨. 가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다녀오세요. 나는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알았어. 민정아. 잠시 다녀올게.”
“네.”
두 사람의 눈이 감기고, 입을 맞추었다.
함께 이부자리로 넘어가며 어두워지는 화면.
강소는 힐끔 유순태를 보았다.
붉어진 얼굴이 어둠 속에서도 잘 보였다. 어른들의 그런 것을 의미하는 장면이었으니 당연한 것.
한편, 강소의 왼쪽에 앉은 유하영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
단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 언니가 나한테 맨날 초콜릿 줬어.”
“그러냐?”
“응.”
강소는 피식 웃었다.
서철중이 게이트에 들어가고, 이민정에게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서철중을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던 블랙맨들.
이민정은 간신히 도망치고, 도피생활을 이어 가던 도중, 입덧을 한다.
놀란 이민정.
그리고 임신 테스트기의 선명한 두 줄.
한편, 게이트에서 나온 서철중이 이민정의 집으로 갔을 때 보인 건 난장판이 되어 버린 집이었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서철중.
그는 이민정의 집을 습격한 블랙맨을 찾았고, 블랙맨은 말한다.
“그년? 당연히 죽었지! 뒤졌다고! 컥!”
서철중은 그 블랙맨들을 도륙해 버렸고, 그렇게 블랙맨들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며 피도 눈물도 없는 헌터가 되어 갔다.
하지만 마음속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그녀를 찾기 위해 전국을 헤매고 다닌다.
화면에 떠오른 글자.
5년 후.
서철중의 삭막한 눈동자로 자신이 있는 동네를 살펴본다.
그리고 실망한 말투.
“여기도 아닌가 보군.”
좁은 골목길.
혜민으로 분한 유하영이 혼자서 공깃돌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드디어 유하영이 나오기 시작하자, 유순태와 임소영 그리고 강소는 긴장했다.
티저로 본 장면이었지만, 이렇게 영화관에서 보는 것은 달랐으니까.
유하영의 연기에 유순태는 감탄했다. 자신의 딸이었지만 너무 잘했다.
그는 강소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보고 있는 강소는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유순태는 강소가 유하영에게 연기를 지도한다고 했을 때 그냥 상대방 대사를 읽어 주는 정도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강소는 정말 전문적으로 연기를 가르쳐 주었다.
다른 연기 학원에서는 어떤 식으로 연기를 가르치는지 모르겠지만, 문외한인 자신이 봐도 체계적인 지도였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숨은 공로자는 바로 강소라는 의미였다.
‘정말 대단한 녀석이야.’
유순태는 강소가 숨겨진 제로급 각성자라는 것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대단하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실력이 있음에도 평범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 대단했다.
문득 유순태는 그가 짐꾼으로 일할 때 함께 일했던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왜 그런 눈으로 봐? 헌터들이 부러워서?”
“헛! 선배! 그게 그러니까…….”
“당연히 부럽겠지. 나도 헌터들이 부러우니까. 뭐, 꼭 부럽기만은 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네? 왜요?”
“넌 아직 어려서 이해할 수 없겠지만, 평범하게 살 수 있다는 것도 큰 행복이다.”
“에이, 선배! 사람이 이왕 태어났으면 멋지게 살아야죠!”
“그러니까, 넌 아직 어려서 이해할 수 없다니까. 쯧쯧.”
그땐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 여자의 남편으로 그리고 한 아이의 아버지로 살다 보니 그때 들었던 선배의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정말 평범하게, 평범한 가정을 꾸리며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말이다.
강소가 그 평범한 행복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알기에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한편, 영화를 보고 있던 강소는 불쾌한 기운을 느꼈다.
‘음, 이 기운은…….’
바로 블랙맨의 기운이었다.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서철중과 이혜민이 티격태격하다가 블랙맨의 공격을 받게 되고, 그 와중에 생성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게 된 장면이 막 나왔다.
이제부터가 중요한 부분이었다.
게이트 안에서의 등장인물이 단 두 명뿐이라는 건, 그만큼 두 사람의 연기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자칫하면 지루해질 것이 뻔했으니까.
그런데도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는 윤진과 유하영의 연기가 엄청나다는 뜻.
강소는 인터넷 후기들을 읽으며 게이트 씬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중요한 때에 블랙맨이라니!
강소는 지금, 보기 드물게 분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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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C상영관에서 영화를 보고 있던 이신도 블랙맨들의 오러를 느꼈다.
이신은 속으로 혀를 찼다.
‘쯧쯧. 눈치 없는 블랙맨 새끼들. 왜 하필이면 오늘이냐? 한 대 맞을 것 열 대 맞게 생겼군. 하다못해 영화가 끝난 다음에 움직이기 시작했으면 좀 덜 맞을 텐데 말이지.’
이신은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소의 영화 감상을 방해하게 둘 수는 없었으니까.
영화 상영 도중에 빠져나왔지만, 제로급 각성자인 그의 움직임을 인지한 사람은 없었다.
그는 오러를 감지해 블랙맨들을 찾아냈지만, 이내 허탈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혀, 형님…….”
블랙맨들이…… 손에 폭탄을 든 채 꽁꽁 얼어 있었다.
그걸 보며 이신은 문득, 요즘 인기 절정이라는 애니메이션이 떠올랐다.
“눈의 요정 도도이십니까?”
무림에서 온 배달부 19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