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269
268화. 생태수목원 (1)
월요일이었다.
정기휴일이었지만, 유순태와 강소는 주방에 있었다.
오늘 소풍 갈 때 가지고 갈 도시락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어린이날 때 유하영과 함께 어딘가에 가는 건 유순태의 직업상 불가능했다.
어린이날은 매출이 많이 나오는 날 중 하나였으니까.
그렇기에 어린이날 전의 정기휴일인 오늘, 유하영을 데리고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뮤지컬 피터 팬의 촬영도 끝나서 스케줄도 없었기에 놀러 가기 딱 좋았다.
어디에 가고 싶으냐는 유순태의 물음에 유하영이 “전에 꽃들이 엄청 많은 곳을 TV에서 봤어요. 거기 가고 싶어요.”라고 했다.
유순태는 자세히 묻고 찾아보며 마침내 유하영이 가고 싶어 하는 곳이 어딘지 알 수 있었다.
그곳은 경기도 쪽에 있는 ‘국립 푸른 생태수목원’이었다.
최근에 지어진 생태수목원으로, 엄청난 크기의 생태관이 그곳의 자랑이었다.
그리고 5월을 맞이하여 튤립 축제도 한창이었는데, 밤에는 수억 개의 불빛이 반짝이는 별빛 축제가 장관이라고 했다.
“잘 됐지. 사실 나도 가고 싶었거든.”
“그런데 그곳에 도시락을 가져가도 되는 거냐?”
“안 그래도 어제 전화해서 물어봤는데, 가능하대.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장소도 따로 있다고 하더라.”
유순태는 그리 말하며 쌀을 씻어 밥솥에 넣고 취사 버튼을 눌렀다.
강소는 그 밥솥이라는 물건을 볼 때마다 참으로 신기했다.
버튼만 누르면 저절로 맛있는 밥이 되니 강소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신묘한 물건이었다.
‘제갈천린이 봤다면, 놀라 까무러쳤겠지.’
사실 강소는 소녀와 함께 살 때 밥하는 것이 무척 귀찮아 제갈천린에게 저절로 밥이 되는 기계를 의뢰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제갈천린을 고개를 저었다.
이유인즉슨, 밥을 짓는 과정에서 불 조절이 생각보다 까다로워서 그걸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그런데 강소의 눈앞에서 그것이 실현되고 있었다.
“저 밥 짓는 기계는 언제 봐도 신기하다.”
“이게?”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살던 세상에서는 불을 때서 밥을 했으니까.”
“뭐, 우리나라도 아주 옛날에는 그렇게 밥을 해 먹었다고 하지. 그리고 격변의 시대가 왔을 때도 아궁이에 솥을 걸고 불을 때서 밥을 해 먹었고. 지금도 불을 때서 요리를 하곤 하지.”
“그래? 그럼 너도 불 때서 밥을 할 수 있는 거냐?”
“물론이지.”
유순태는 씩 웃었다.
“게이트 짐꾼 10년 경력을 무시하면 안 되지. 간혹 게이트 중에서 숲 지형이 나오면 그 숲에서 직접 나무를 해서 밥을 짓곤 했으니까.”
강소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 마수들에게 위치가 발각될 텐데 괜찮냐?”
“솔직히 헌터들이 게이트 안에 들어가자마자 마수들이 헌터들의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데, 조심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냐?”
“그렇겠군.”
유순태는 어제 사 놓았던 빵을 꺼냈다.
오늘 도시락 메뉴는 유부초밥과 샌드위치, 그리고 무를 넣고 끓인 국이었다.
“밥이 되기 전에 샌드위치 먼저 하자.”
“알았다. 그런데 재료가 전에 샌드위치를 만들었을 때와 좀 다른데?”
“아, 오늘은 감자 샌드위치를 할 거야.”
“그래서 먼저 감자를 삶았었군.”
우선 햄을 잘게 잘라서 프라이팬에 볶았다.
“감자 샌드위치라고 해도 햄은 꼭 들어가야 해.”
유순태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전에 햄을 넣지 않았는데, 하영이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샌드위치를 먹으며 ‘햄이 없어…… 샌드위치에 햄이 없으면 붕어빵에 팥이 없는 거랑 똑같은데.’라고 하더라.”
“하하하.”
“웃지 마. 그때 정말 심각한 표정이었단 말이야.”
하지만 강소는 웃음이 나왔다.
프라이팬에 잘게 다진 양파와 햄을 볶아서 그릇에 넣고, 당근도 잘 다져서 그릇에 넣었다.
그리고 삶은 계란도 다져서 넣어야 했는데 삶은 계란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잘 다져지지 않았다.
하지만,
팍-!
퍽-!
“됐지?”
강소의 손짓에 탱글탱글한 삶은 계란은 잘게 다져져 그릇 안으로 들어갔다.
“언제 봐도 대단하다니까!”
유순태의 말에 강소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다음은 감자냐?”
“어, 그건 으깨다시피 하면 돼.”
마지막으로 입장할 속 재료는 피클이었다.
“절임무를 넣어도 되는데 지금은 그게 없으니 피클을 넣을 거야. 이게 느끼한 맛을 잡아 주거든.”
피클까지 다져서 넣고는 마요네즈로 잘 버무려 주었다. 강소는 숟가락으로 속 재료를 떠먹어 보았다.
“음! 맛있다.”
“그치? 거기에 사과를 다져 넣어도 맛있어. 그럼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있거든.”
이제 빵에 속 재료를 넣을 차례였다.
식빵의 갈색 부분을 자르고, 가운데 딸기잼을 바른 후 속 재료를 넣고 식빵으로 뚜껑을 덮은 후 사각틀로 꾹 눌러 주었다.
“오! 이건 꼭 주머니같이 생겼다.”
“포켓 샌드위치라고 부르지.”
“아! 그래?”
그때 밥솥에서 안내 음성이 들렸다.
[증기 배출을 시작합니다.]치이익-!
“밥이 거의 다 되었네.”
그때 위에서 꼬뀨거리는 소리와 뽀뽀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꼬롱이와 뽀뽀가 1층으로 내려왔다.
“자, 먹어라.”
강소는 꼬롱이에게는 남은 삶은 계란을 주었고, 뽀뽀에게는 당근을 주었다.
오랜만의 별식에 신난 꼬롱이와 뽀뽀는 신나서 얼른 다다다 달려왔다.
욤욤.
사각사각.
그들이 별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에 강소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 그런데 그 녀석들은 어떻게 하지?”
“저번처럼 그냥 내 인벤토리에 넣으면 알아서 잘 놀 거다.”
“아, 그러면 되겠네.”
다다다다.
그때 위에서 유하영이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 안녕히 주무셨어요?”
“잘 잤지! 하영이도 잘 잤어?”
“네!”
유하영은 강소에게도 인사를 해 주었다.
나들이 가는 날이라 그런지 유하영은 평소 일어나는 시간보다 훨씬 일찍 일어났다.
그때 밥솥에서 안내 음성이 들렸다.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그 음성에 유순태가 유하영에게 말했다.
“하영이도 유부초밥 만들어 볼래?”
.
.
.
아침을 먹고 외출 준비 후, 도시락까지 챙긴 유순태 가족과 강소는 양춘각에서 출발했다.
운전은 강소가 하기로 했다.
강소 옆의 조수석에 앉은 유순태가 뒷좌석의 임소영에게 물었다.
“괜찮아? 불편한 건 없지?”
“네. 괜찮아요.”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강소는 핸들을 잡았다.
빨간 경차는 국립 푸른 생태수목원으로 향했다.
평일이라 길이 막히지 않았기에 1시간도 되지 않아 도착할 수 있었다.
“다 왔다!”
“와!”
차에서 내린 유하영은 좋아서 폴짝폴짝 뛰었다. 그러더니 입구에 도착하자 흥분하여 외쳤다.
“꽃밭이다! 저기 꽃밭이 보여요!”
“어머? 그러네. 하영이 저 꽃 이름이 뭔지 알아?”
“네! 튤립이에요!”
“어떻게 알았어?”
“유치원에서 배웠어요.”
임소영과 유하영의 대화를 듣자 유순태와 강소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네 사람은 입장권을 끊고, 안으로 들어갔다.
강소는 안내 책자를 보았다.
국립 생태수목원의 안내도를 보니 무척이나 넓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죽음의 땅이었던 곳보다는 넓지 않군.’
강소가 정화하여 생명이 땅이 된 그곳의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했다.
그 땅들은 각성자 협회의 땅이었는데, 죽음의 땅이 되면서 각성자 협회에서 모두 사들였다고 했다.
서울 외곽이라는 지리적으로도 적당한 곳이지만 땅 주인이었던 자들은 뭐라 불만을 토로할 수도 없는 것이, 당시 죽음의 땅이 되기 전의 시세의 두 배라는 가격으로 사들였기 때문이다.
‘그때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어갔습니다.’
라고 성진호가 말했었다.
그리고 그곳을 정화해 준 보답으로 땅의 일부를 준다기에, 강소는 거절하지 않았다.
‘땅이야, 많으면 좋은 거니까.’
강소는 자신의 이름이 알려져서 피곤해지는 것이 싫은 거지, 보상이 싫은 건 아니었다.
‘세상에 보상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그리고 당시 더블S 게이트 사태 당시 참전했던 길드도 조금씩 그 보상으로 땅을 받는다고 했다.
“저기! 엄청 큰 튤립이 있어요.”
강소는 유하영이 가리키는 튤립을 보며 감탄했다.
품종 개량을 한 것인지 다른 튤립보다 두 배는 더 컸고 꽃송이는 세 배가 더 컸다.
튤립 축제 기간이다 보니 온갖 종류의 튤립들이 가득했다.
게다가 오랜만의 나들이라 그런지 유하영 뿐만 아니라 임소영도 무척 즐거워 보였다.
지금 임소영은 임신 9주차에 접어들고 있었다.
아직 유산을 조심해야 할 때라 유하영과 함께 나들이를 하러 가도 될지 걱정했다.
그 고민에 강소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있으니까. 내가 매일 안주인과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기운을 불어넣어 주고 있으니까. 전에 말한 것 같은데?”
“아! 참! 그랬지. 그래서 입덧을 하지 않는 거구나.”
“맞아. 가뜩이나 힘드실 텐데 입덧까지 하면 얼마나 힘들겠냐.”
“하영이 가졌을 때 입덧이 엄청 심했거든. 그래서 걱정했는데. 하하하. 고맙다.”
강소는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녀를 보며 미소 지었다.
‘내년에는 식구가 늘어나겠군.’
유하영의 동생이 남동생일지 여동생일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가족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았다.
유순태 가족과 강소는 생태관을 먼저 관람하기로 했다.
그곳은 각각 열대, 사막, 지중해, 온대, 극지 등의 5대 기후를 재현한 곳이었다.
각 기후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조성한 곳이었는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열대관 먼저 볼까?”
“네.”
그들은 열대관 안으로 들어갔고, 온도 유지를 위한 세 개의 문을 지나자 열대관을 의미하듯 더운 공기가 훅 느껴졌다.
강소는 그 앞에 있는 안내문을 읽어 보았다.
[이곳은 열대관입니다. 중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의 열대우림을 재현하고 자생하는 식물을 조성하였습니다. 1년 내내 비가 내리는 만큼 덥고 습한 기후로 인해 울창한…….]옆에서 안내문을 함께 읽은 유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덥고 습하구나.”
그러면서 임소영을 보았는데, 그녀는 전혀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강소는 피식 웃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말라니까. 내 기운으로 적당히 조절하고 있으니까.”
“고맙다. 그런데…… 하영이는?”
유하영은 더운지 손바닥으로 파닥파닥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하영이는 그냥 놔두고 있다. 이런 기후를 체험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네 말대로 경험해 보는 것만큼 좋은 교육도 없지.”
열대관 안의 식물들을 관찰하던 유하영에게 강소가 물었다.
“신기한 식물들이 많지?”
“응. 오빠도 신기하지?”
“그러네.”
라고 했지만, 그다지 신기하지는 않았다.
강소가 살던 세상에서도 이런 기후를 가진 지역이 있었기 때문이다.
“으으…….”
그때 유순태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왜 그러냐?”
“저 나무를 보니까 갑자기 게이트 안에서 고생했던 것이 떠올라서.”
“게이트?”
“게이트 안의 환경은 다 제각각인데, 차라리 사막이 낫지, 저 나무가 있던 열대우림은 정말 끔찍했어.”
그 반응에 강소는 씁쓸하게 웃었다.
‘음, 그때 엄청나게 고생했던 기억이 나는군.’
초목이 무성하니 먹을 것이 많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매일 비가 오는 이런 기후만큼 척박한 곳도 없었다.
매일 비가 오는데 토양에 거름기가 남아 있을 리 없고, 그 와중에 살아남은 식물은 치열한 생존경쟁을 뚫고 모든 영양분을 독식한 결과였다.
하지만 생물이란 참으로 기묘했다.
그렇게 자란 식물 대부분은 독초였고, 곤충은 독충이 많았다.
임무를 받은 강소는 그곳에서 살행 대상자가 나타나기까지 닷새를 기다렸다.
배고픈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비에 체온을 뺏겨 동사할 뻔하기도 했고, 독충들의 독 때문에 피부가 시뻘겋게 부어오르며 따갑고 가려운 건 정말 사람을 미치고 환장하게 했다.
무공을 익힌 강소가 그 정도였으니 일반인에게는 참으로 가혹한 환경임이 틀림없었다.
물론 지금의 강소에게는 그런 극한 환경도 아무렇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열대관의 식물들을 관찰한 후 다음 건물인 사막관으로 향했다.
강소는 사막관의 안내문을 읽었다.
[이곳은 사막관입니다. 건조한 사막을 재현하고…….]안내문에서 설명하고 있듯이 사막관은 열대관과 기온은 비슷했지만 건조해서인지 열대관보다 덥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강소는 사막기후 역시 경험해 본 적이 있었다.
“저거 알아요! 선인장이에요!”
유하영이 가시가 뾰족한 선인장을 보며 말했다.
“맞아. 조심해야 해. 선인장 가시에 찔리면 아프거든.”
그때였다.
“으악!”
옆에서 비명이 들린 것은.
무림에서 온 배달부 26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