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276
275화. 민호의 카네이션 (3)
유하영의 말에 한민호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어? 카네이션을 아빠에게 드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응. 내가 아는 이모가 있어. 그 이모에게 부탁하면 돼.”
사실 한민호는 서영희에게 부탁해서 전해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민호야. 아빠를 보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우리 조금만 참을까? 아빠 일을 방해하면 안 되니까. 아줌마 말 이해하지?”
그래서 한민호는 아빠에게 전화하고 싶은 것도 꾹 참고 있었다.
그런 서영희가 카네이션을 전달해 줄 리 없었다.
한민호는 고민했다.
혹시 자신이 카네이션을 전달해 주면, 그것 때문에 아빠가 하시는 일을 방해하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함부로 연락하면 안 된다고…….”
“내가 아는 이모도 각성자 협회에서 일하는 이모야. 그러니까 괜찮을 거야.”
그 말에 한민호는 유하영의 말대로 하기로 결정했다.
.
.
.
잠시 후,
임소영과 함께 유하영의 하원을 위해 새싹유치원에 도착한 강소는 유하영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음? 카네이션을 전달해 줘야 한다고?”
“응.”
유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명희 이모에게 부탁할 거야.”
전에 유하영이 김명희에게 언니라고 하자, 김명희는 웃으며 ‘솔직히 언니라고 불릴 나이는 아니지. 그냥 이모라고 해.’ 라고 해서 이모가 되었다.
한민호는 강소에게도 익숙한 아이였다.
전에 유하영이 새싹 유치원의 학예회인 ‘새싹들의 날’ 때 유하영과 함께 연극을 했던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민호가 도깨비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카네이션을 아빠에게 전달해 달라고?”
“네.”
한민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의 성함이 어떻게 되시지?”
“한 자, 유 자 되세요.”
강소는 이미 한민호의 법적인 아버지가 한유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저번에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현장학습을 갈 때 함께 동행 했었으니까.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명희에게 부탁해서 협회 직원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알았다.”
강소의 말에 한민호는 물론이고 유하영도 무척 기뻐했다.
“감사합니다.”
“고마워. 오빠!”
유하영의 말에 강소는 코를 쓱 문질렀다.
“뭐, 이 정도는 일도 아니다. 흠흠.”
양춘각에 돌아온 강소는 김명희에게 연락했다.
“강소 씨!”
강소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김명희가 그에게 다가왔다.
“바쁘실 텐데,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의 사과에 김명희는 손을 저었다.
“강소 씨가 부르는데 당연히 와야지요.”
“이제 몸은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아요.”
김명희는 퇴원을 했고, 다시 업무에 복귀했다. 강소는 그녀의 몸의 재구성이 끝났음을 알았다.
“이제 그 무기를 사용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만.”
“아, 정말 못 속이겠네요. 맞아요.”
김명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단검을 사용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어요.”
“다행입니다.”
강소는 김명희의 허리에 달린 단검을 보았다.
그 단검에서는 이전과 다른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아, 이게 부탁받은 카네이션입니다.”
강소는 봉투를 내밀었다.
“알겠어요. 이거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었네요.”
“하하하. 잘 부탁드립니다.”
강소는 각성자 협회 앞의 공원에 설치되어 있는 시계를 보며 말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김명희는 피식 웃었다.
자신이 아는 강소는 세계 최강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사람에게 받은 부탁이 고작 카네이션을 배달해 달라는 부탁이라니!
그는 곧바로 감찰 1과로 향하지 않았다.
지금 한유가 사무실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감찰 1과와 2과는 서로 하는 일이 달랐기에, 실적 가지고 다투는 입장이 아니었다.
각성자 협회의 일은 서로 업무에 대한 협조가 잘 되어야 원활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유가 무슨 일 때문에 나갔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오늘 밤 8시 전에는 사무실로 돌아오니까, 오늘이 가기 전에 전달해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네.’
오늘은 어버이날이었기에, 각성자 협회에서도 이런저런 행사를 진행했다.
지원과의 일이었지만, 감찰과의 일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었다.
감찰과의 일은 모든 곳에 존재했으니까.
김명희는 각지에 나가 있는 이들의 보고를 취합하고 그에 맞는 지시를 내리며 오후를 보내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밤 9시가 되어 가고 있었다.
“어? 벌써 9시네?”
하지만 아직 감찰 1과에서는 연락이 오지 않고 있었다.
‘이상하네? 과장님이 들어오면 연락해 달라고 했는데?’
그때였다.
따르르릉-!
전화가 왔고, 김명희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네, 감찰 2과장 김명…….”
“과장님!”
김명희의 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상대방의 다급한 음성이 들렸다.
“감찰 1과 1팀의 원주철입니다.”
원주철은 김명희가 한유가 돌아오면 말해 달라고 부탁한 직원이었다.
“아무래도 저희 과장님께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 * *
유순태는 평소보다 일찍 양춘각 영업을 종료했다.
재료가 다 소진되었기 때문이었다.
“이 시간에 영업이 끝나다니! 놀랍네요.”
황진혁은 시계를 보며 말했다.
마지막 손님이 나가고 문을 닫은 시간이 8시 10분이다.
라스트 오더가 8시였는데 재료가 소진된 것이다.
문 앞에는 ‘재료 소진으로 인해 영업을 종료합니다.’라고 쓴 종이가 붙어 있었다.
“일부러 넉넉하게 재료를 준비했는데 말이지.”
유순태는 말을 이었다.
“오늘 정말 고생 많았고, 그래서 특별 상여금을 지급하기로 했어.”
“특별 상여금이요?”
유순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봉투를 꺼내어 각 직원들에게 주었다.
“봉투 안에 담긴 건 그냥 기분 내라고 넣은 거고, 진짜 상여금은 통장으로 넣었어.”
“네?”
“큰돈을 가지고 다니면 위험하니까.”
그래도 봉투의 두께를 보면, 봉투 안에도 제법 많이 넣은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사장님.”
“고맙다.”
황진혁과 오동수 그리고 강소는 유순태에게 감사를 표했다.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이렇게 특별 상여금을 주는 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뭘, 더 열심히 일하라고 주는 거니까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하하하.”
말은 그리했지만, 직원들은 유순태가 무척 좋은 사장님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이곳저곳 알바 자리를 전전해 온 황진혁과 오동수는 그것을 더욱더 체감하고 있었다.
“자, 그럼 어서 집에 가자!”
“네.”
직원들이 퇴근하고 있는 그때, 강소의 전화벨이 울렸다.
액정에 뜬 이름은 김명희 과장.
그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강소 씨.
강소는 카네이션을 잘 배달했다는 전화라고 생각했는데, 목소리를 들으니 그게 아닌 것 같았다.
– 카네이션 배달 말이죠. 문제가 생겼어요.
* * *
한유는 은닉 마정석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직원들과 함께 충북에 있는 야산으로 향했다.
얼마 전, 벚꽃놀이를 하던 직원들이 은닉되어 있는 마정석을 발견한 후 감찰 1과에서는 대대적으로 은닉 마정석을 찾고 있었다.
그들이 찾는 은닉 마정석은, 블랙맨들이 은닉해 놓은 마정석을 뜻했다.
블랙맨들이 마정석을 은닉해 놓는 건 상당히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그 마정석으로 일을 벌인다면, 사회에 큰 혼란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겨우 안정을 되찾은 세상이었다.
또 다른 혼란은 혼돈 그 이상이 될 터였다.
그래서 한유는 퇴근도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 발견 한 마정석 은닉지는 그 규모가 엄청났기에 과장인 그가 직접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문제도 아주 큰 문제였다.
마정석들을 살피던 한유는, 그 안쪽의 마정석들이 모두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짜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젠장! 어서 밖으로 나가!”
“네?”
“당장 나가라고!”
한유는 부하들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콰과광-!
그들이 모두 밖으로 나갔을 때 굉음과 함께 그들이 있던 동굴이 무너져 내렸다.
순간 간담이 서늘해졌다.
1분만 늦었더라도 그들 모두 생매장 당할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군.”
한유라는 대어를 낚기 위해 블랙맨이 준비한 덫은 하나가 아니었다.
화르륵-!
저 아래쪽에서 불길이 사나운 기세로 타오르고 있었다. 초목에 물이 오르는 5월이었음에도 불길은 맹렬했다.
한유는 도깨비 마을로 향하는 문을 열기로 했다.
그 문을 통하면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 이게 어떻게 된…….”
도깨비 문이 열리기 않았다.
마치 열쇠를 꽂으려는데 열쇠구멍이 막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한유는 어떤 상황에서 그런 느낌이 드는지 알고 있었다.
“공간 결계 아티펙트!”
그는 이를 갈며 말했다.
“이 안의 공간을 막아 놓았군. 본부와 연락은 되나?”
“그것이…….”
직원이 울상을 지었다.
공간을 격리하는 성질의 아티펙트 범위 안에 있는데, 통신이 될 리가 없었다.
확실했다.
적은 한유가 도깨비라는 것을 알고, 그를 제거하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인 것이었다.
‘하지만 언제 이런 것을 준비한 것이지? 이 정도 규모로 준비하는데도 은탑에서 몰랐을 리가 없는데?’
이 일에 대한 동향은 전혀 보고되지 않았…….
“……!”
한유는 이를 갈았다.
“팀에 쥐새끼가 있었군.”
“누군지 알 것 같습니다.”
옆에 있던 직원이 말을 이었다.
“여기서 살아 나가면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불길은 맹렬하게 번져오고 있었고, 물의 마법을 각성한 직원은 불을 끄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과장님! 불이 쉽게 꺼지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이거 보통 불이 아닌 듯합니다.”
“마정석을 매개로 인위적으로 만든 불이겠지. 그러니 저렇게 잘 타는 거겠고.”
그런 불을 끄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필요했지만, 그건 지금 당장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유는 직원들에게 말했다.
“괜히 힘 빼지 말고 가까이 오도록.”
그 말에 직원들은 한유의 주변으로 모여들었고, 한유는 도깨비 방망이를 들었다.
그리고,
푸욱-!
방망이를 바닥에 꽂았다.
지잉-!
그와 동시에 정사각의 공간이 그들을 감쌌다.
“이건?”
“도깨비 방패라고 부르는 거다. 이러면 조금은 편해지겠지.”
“그럼 저희는 안전한 건가요?”
그 말에 한유는 자신이 땅에 꽂은 방망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녀석이 버틸 때까지는.”
“도깨비 방망이에 이런 능력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당연히 처음 알았겠지.”
“네?”
“이 방법은 최후의 방법이나 마찬가지니까. 왜냐하면 도깨비 방패는 이 방망이 안의 모든 기운을 끌어 쓰는 것이기에…….”
빠직-!
도깨비 방망이에 실금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걸 본 직원들의 눈이 커졌다.
“쓰고 나면 도깨비 방망이가 부서지거든.”
그 말에 직원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도깨비에게 도깨비 방망이가 무슨 의미인지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유는 직원들을 살리기 위해서 도깨비 방망이를 희생하고 있었다.
“그 전에 방법을 찾아 봐야지.”
“방법이요?”
“우선 생각한 건, 이 공간 안에 있는 아티펙트를 찾아서 부수는 것이지만…….”
“하지만 그걸 위해서는…….”
“안다. 저 불길 속으로 들어가야겠지.”
그렇게 누구 하나가 희생한다 해도, 그들 모두가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극히 희박했다.
“그건 기각이다.”
탈출 방법도 없고, 구조 요청도 못하는 그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한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매캐한 연기 때문에 눈이 매워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눈물이 흘렀다.
왠지 눈앞에 이런저런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아빠! 이번 주에 도깨비 마을에 갈 수 있어요?”
자신이 맡아 키우는 한민호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한유는 중얼거렸다.
“민호와 이번 주말에 도깨비 마을에 가기로 약속했는데…….”
아무래도 같이 가지 못할 것 같았다.
그는 옆의 직원들에게 말했다.
“미안하네. 나 때문에…….”
그의 말에 직원들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런 말 마세요. 과장님.”
“과장님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파직-!
도깨비 방패가 불길 속에 휩싸인 상황에서, 도깨비 방망이가 부서지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그때였다.
“음?”
곧 죽을 거라는 공포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한 직원이 고개를 들었고, 순간 믿지 못할 광경에 눈이 커지고 입이 떡 벌어졌다.
늦은 밤이었지만, 활활 타오르는 불 때문에 볼 수 있었다.
“과장님. 해일입니다.”
“뭐? 지금 무슨 소리를…….”
한유는 자신들을 덮쳐오는 거대한 파도에 입을 떡 벌렸다.
산인데…… 해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27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