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28
27화. 특제 생크림 롤 케이크 (1)
오늘은 강소에게 기분 좋은 날이었다.
그는 콧노래를 부르며 식탁을 닦았고, 그 모습을 보며 유순태가 물었다.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네.”
그 말에 대답한 건 임소영이었다.
“오늘은 10일이잖아요.”
“아! 그렇군!”
매월 10일은 나라에서 고립인을 위한 정착 지원금을 입금해 주는 날이었다.
그리고 덩달아 유순태 역시 보증인 지원금을 받는 날이기도 했다.
“역시 돈 들어오는 날은 좋은 날이지.”
유순태는 강소에게 물었다.
“너는 이번에도 지원금 받으면 빵을 사러 갈 거냐?”
“어떻게 알았어?”
강소의 물음에 유순태는 씩 웃었다.
모를 리가 없었다.
매월 월급이나 지원금을 타면 항상 빵집에 가서 빵을 사 먹었으니까.
강소는 빵을 좋아했는데, 특히 롤 케이크를 좋아했다.
아직도 각성자 협회에서 교육받을 때 처음 먹어 본 롤 케이크의 식감을 잊을 수가 없었다.
떡도 아니고, 과자도 아닌 폭신하면서도 입안에서 살살 녹는 오묘한 그 맛은 뭐라 표현하기 어려웠다.
마치 구름을 먹는 듯한 기분이었다.
강소는 시계를 보았다.
입금되는 시간인 오후 세 시가 기다려졌다.
사실 지금 강소의 통장에는 롤 케이크는 물론 원하는 모든 빵을 사 먹고도 남을 만큼의 충분한 돈이 있었다.
매달 받는 지원금과 양춘각 월급을 쓸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돈이 들어오는 날 빵집에 가는 건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특별함이 사라져 버리지. 그리고 특별함이 사라져 버린 것은 더 이상 감흥을 주지 못하니까.’
강소에게 있어 감흥을 주는 존재는 무척이나 소중했다. 그건 강소 스스로가 아직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강해지면서, 그에게 감흥을 주는 것이 점점 사라진다는 것이 강소는 슬펐다.
그날 오후 세 시.
띠링.
강소와 유순태의 핸드폰에서 거의 동시에 문자 알림음이 들렸다.
그들은 핸드폰을 확인했고, 씨익 웃었다.
입금이 된 것!
강소는 벌떡 일어났다.
“순태야, 나 잠깐 나갔다 오마.”
“그래.”
강소가 향한 곳은 걸어서 삼 분 거리에 있는 동네 빵집이었다.
이혁 베이커리.
강소는 그 간판을 읽으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와, 총각!”
인상 좋은 둥그런 얼굴과 둥그런 몸의 가게 주인 겸 제빵사 이혁이 그를 맞아주었다.
“안녕하세요.”
강소는 얼른 인사를 하고 고개를 진열대로 돌렸다.
“……!”
순간 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진열대에 있어야 할 특제 생크림 롤 케이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제 생크림 롤 케이크…… 매진된 겁니까?”
강소의 떨리는 목소리에 이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두 시간 전에 다 매진되었어.”
“이럴 수가!”
“하지만, 오늘 총각이 올 것 같아서 미리 하나 빼 두었지.”
“그, 그게 정말입니까?”
강소는 순간 지옥과 천국을 오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왜 총각에게 그런 실없는 농담을 하겠어.”
“정말 감사합니다!”
강소는 특제 생크림 롤 케이크와 몇몇 빵들을 사서 양춘각으로 돌아왔다.
“빵 사 왔냐?”
유순태의 물음에 강소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들고 있던 두 개의 종이가방 중 하나를 식탁에 내려놓았다.
“사는 김에 네 것도 샀으니까, 안주인과 하영이랑 나눠 먹어.”
유순태는 그 종이 가방 안을 보며 말했다.
“뭘 이렇게 많이 샀어?”
“그냥 이것저것 사다 보니 그리되었어.”
강소는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갔고, 자신의 방에 있는 작은 냉장고 안에 특제 생크림 롤 케이크를 넣어 놓고 나머지 빵들은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이거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군!’
강소는 눈으로 보이는 행복을 조금 더 누려 보기로 했다.
‘빵의 유통기한은 좀 기니까, 오늘 저녁이나 내일 아침에 먹어도 되겠지. 그리고 롤 케이크는 냉장고 안에 넣어 놓았으니 그것도 내일 먹어도 되겠지.’
어느새 시간은 오후 네 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아! 하영이 하원할 시간이군!”
강소는 임소영과 함께 하영이의 하원을 위해 나갔고, 양춘각 안에는 유순태 혼자 남았다.
“하암-! 역시 4월이군!”
춘곤증에 늘어지게 하품을 한 유순태는 오후 장사 점검을 위해 주방으로 들어갔다.
“꼬뀨?”
그때 양춘각 홀에 한 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양춘각 안을 자신의 세상처럼 종횡무진하는 이 작은 생명체의 이름은 꼬롱이.
꼬롱이의 코가 실룩였다.
“뀨? 꼬뀨?”
꼬롱이의 눈이 반짝였다.
뭔가 맛있는 냄새를 맡은 것이었다.
그 냄새는 간혹 그의 주인이 그에게 하나씩 주곤 했던 맛있는 음식의 냄새였다.
꼬롱이는 후다닥 식탁 위로 올라갔고, 그곳의 종이 가방을 쓰러트렸다.
툭.
와르르.
종이 가방이 쓰러지며 안의 빵들이 식탁에서 떨어졌고, 그 소리를 들은 유순태가 주방에서 나왔다.
“쯧쯧, 꼬롱이가 빵이 먹고 싶었구나.”
유순태는 빵을 다시 종이 가방에 넣고, 근처 벽걸이에 매달아 놓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부드러운 카스텔라를 꺼내 포장지를 뜯어 꼬롱이 앞에 놓았다.
“자, 이건 네 몫이다.”
“꼬뀨! 꼬뀨!”
던전 랫트는 던전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사는 동물이라 그런지 지방이 가득한 우유와 단백질이 풍부한 계란을 좋아했다.
그것들은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영양소였고, 던전 랫트의 본능이 그것들을 좋아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러니 우유와 계란이 들어간 빵을 던전 랫트가 좋아하지 않을 리 없었다.
꼬롱이는 카스테라에 머리를 박은 채 열심히 카스텔라를 파먹었다.
“뀨?”
그 많은 카스테라를 배 속에 넣은 꼬롱이는 부른 배를 두드리며 두리번거리다 멈칫했다.
방금 먹은 카스텔라보다 훨씬 달고도 고소하면서도 눅진한 향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다다다-.
꼬롱이를 그 냄새가 풍기는 곳으로 달려갔는데, 그곳은 바로 강소의 방에 있는 냉장고 안에서 느껴지는 냄새였다.
완전 밀폐된다는 냉장고 안 롤 케이크의 냄새까지 맡을 수 있는 것을 보면, 던전 랫트의 후각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꼬오뀨…….”
꼬롱이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꼬롱이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앞에 맛있는 것이 있다 해도 주인의 것을 함부로 탐하면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꼬뀨…….”
결국 꼬롱이를 힘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날 저녁 역시 양춘각은 바빴다.
강소는 열심히 배달을 했고, 유순태는 쉴 새 없이 웍을 돌렸으며 임소영은 홀 서빙을 하는 등 평소와 다름없는 분주한 저녁이었다.
그때 한 손님이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오랜만이시네요, 이 사장님.”
그는 이혁 베이커리의 사장 이혁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그와 임소영의 인사에 주방에 있던 유순태가 고개를 내밀었다.
“아이쿠! 이게 누구십니까? 형님 아니십니까?”
둥근 얼굴의 이혁은 웃으며 인사했다.
“자네 짜장면 맛이 그리워서 왔어.”
“맨날 밀가루 만지면서 밀가루가 지겹지 않으십니까?”
“밀가루도 밀가루 나름이지.”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이혁은 자리에 앉았고, 곧 그의 앞에 짜장면 한 그릇이 놓였다.
그런데, 이혁은 짜장면을 먹는 것 보다, 누군가를 보는 것에 더 정신이 팔려 있었다.
‘어? 저 여자는?’
임소영의 촉이 발동되었고,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이 근처 원룸에 사는, 백현미 씨인데?’
하지만 그녀는 모른 척해 주기로 했다.
잠시 후, 백현미가 다른 여자 동료들과 나가고 한참 뒤에 이혁이 계산한 후 양춘각에서 나갔다.
“잘 먹고 가.”
“네. 살펴 가십시오.”
잠시 후.
“배달 다녀왔다!”
문이 열리며 강소가 들어왔다.
“베이커리의 사장님이 우리 가게에서 나오시는 것 같던데?”
“맞아. 짜장면 한 그릇 드시고 가셨다. 그런데 뭔가 행동이 이상했는데.”
“그래?”
“이거 참 걱정되네.”
그의 말에 임소영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할 것 없어요. 그저 봄이라 그런 것뿐이니까요. 호호호.”
그날 밤.
오늘도 열심히 일한 강소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탁자 위에 수북하게 쌓인 빵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언제 봐도 흐뭇한 모습이었다.
“이 모습을 먹어치워 망칠 순 없지. 내일 아침까지는 괜찮으니 잠시 놔둘까?”
강소는 그 모습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후, 잠자리에 들었다.
강소는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그건 빵으로 만들어진 성을 거닐며 행복해하는 꿈이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유순태의 가족들과 자신이 아끼던 소녀가 있었다.
왜인지 강소는 빵으로 만든 성에 있다는 것보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는 것이 더 행복하게 느껴졌다.
“…….”
눈을 뜨자 새벽 다섯 시였다.
강소는 자리에 앉아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을 했다.
그의 몸 안에 좋은 기운만을 담은 후 눈을 떴을 때 강소는 살짝 출출함을 느꼈다.
“이제 특제 생크림 롤 케이크를 먹어야겠군!”
강소는 기대되는 표정으로 냉장고로 다가갔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어라?”
그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없다?”
그랬다.
분명 냉장고 안에 넣어 두었던 특제 생크림 롤 케이크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남아 있는 건…… 포장지뿐이었다.
“내 빵이…… 특제 생크림 롤 케이크가……!”
강소는 그만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 * *
그날 아침.
강소는 마치 시든 잡초 같았다.
평소 생생하게 움직이던 그와는 전혀 다른 모습에 유순태가 물었다.
“갑자기 왜 그래?”
“내 롤 케이크가…… 사라졌다.”
“롤 케이크가 사라졌다니? 무슨 말이야?”
“냉장고 안에 넣어 두었던 내 특제 생크림 롤 케이크가 사라졌단 말이다!”
강소는 젓가락을 들고 있던 손을 콱 쥐었다.
으득-!
그 바람에 손에 들고 있던 수십 개의 젓가락이 마치 지푸라기처럼 구겨져 버렸다.
그 모습에 유순태는 얼른 손사래 쳤다.
“미리 말해 두는데, 나는 아니다!”
“알고 있어. 만약 누군가 내 방에 들어와 냉장고를 열었다면 금방 잠에서 깼을 테니까.”
그건 사실이었다.
그의 감각은 항상 날카롭게 벼려져 있었고, 좀처럼 무뎌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잘 때도 누군가 그의 곁으로 오는 것을 느끼면 눈이 금방 떠졌다.
‘대체 누가 내 롤 케이크를 가져갔단 말인가? 혹시 롤 케이크만을 노리는 도둑이라도 있는 건가? 탁자 위의 빵은 그대로인데 왜 롤 케이크만 사라진 것이지? 게다가 나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움직였다! 이 세상에 나보다 강한 존재가 있다는 건가?’
“어머나!”
그때 위에서 내려온 임소영의 눈이 커졌다.
“대체 무슨 일이에요? 그 침착하던 강소 삼촌이 젓가락을 부수면서까지 화를 내다니!”
“아!”
강소는 자신의 손 안에서 처참하게 구겨진 쇠젓가락을 보았고 화들짝 놀랐다.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이건 원래대로 해 놓겠습니다.”
강소는 얼른 구부러진 젓가락을 바로 펴기 시작했고, 유순태가 임소영에게 말했다.
“강소의 롤 케이크가 사라졌대.”
“네? 강소 삼촌의 롤 케이크라면 어제 사 온 거요?”
강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냉장고 안에는 포장지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혹시나 하여 포장지 안에 남아 있는 기운을 살펴봤는데, 이질적인 기운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요?”
강소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쩔 수 없지요. 이따 나가서 다시 사 올 수밖에요. 한 달에 두 번 특제 생크림 롤 케이크를 먹지 않으면 도무지 힘이 나지 않아서.”
유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따가 점심 장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다녀와라.”
그때 옆으로 꼬롱이가 다다다 지나갔다. 강소는 꼬롱이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어젯밤에 꼬롱이가 내 방에 들어왔었지. 설마 꼬롱이가?’
무림에서 온 배달부 2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