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353
352화. 마린 페스티벌 (8)
동요대회가 끝나고, 곧이어 ‘열쇠를 찾아라!’가 이어졌다.
“이제, 열쇠를 추첨하겠습니다.”
사회자는 추첨 방식을 설명했다.
“모두 아시다시피…… 하여, 오늘 이용한 손님 중 이 자리에 계시는 분에 한하여 추첨하도록 하겠습니다.”
추첨은 무작위였다.
두구두구두구-!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음악과 함께, 전광판에 한 번호가 떴다.
“197번 손님! 축하드립니다!”
“앗싸!”
관객석에서 한 남자가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다음 번호는…… 네, 891번 손님! 축하드립니다!”
그렇게 추첨이 연달아 이어졌다.
“다음은, 네! 10번입니다! 10번 손님! 축하드립니다!”
전광판을 본 강소가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저기, 순태야.”
“왜?”
“내가 10번이다.”
“뭐?”
유순태는 강소의 팔찌를 보았다.
틀림없이 10번이었다.
“와! 이 자식! 축하해!”
“축하드려요!”
강소는 모두의 축하를 받으며 무대로 나갔고, 황금열쇠는 받을 수 있었다.
황금열쇠를 본 강소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실물을 보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공간의 열쇠’와 무척이나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설마, 그래서?’
.
.
.
바셀은 지금의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이, 이럴 수가…….’
자신이 열쇠를 찾기 위해 했던 노력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불린 번호는 1921번.
자신의 번호였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의 모든 고생이 보상받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제 열쇠를 가지고 돌아가면 되는 것.
그런데,
열쇠를 받아 내려온 바셀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그 열쇠에서는 그 어떤 오러도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설마…… 이거 가짜?’
이런 금붙이 따위는 자신의 성에 얼마든지 있었다.
“내가 이런 가짜를 위해 그 개고생을 했다는 건가? 으아아악!”
그는 절규했다.
그리고 오늘 탔던 놀이기구들의 악몽이 하나둘 스쳐 지나갔다.
특히, 8자 모양의 레일을 고속질주 하는 888노브레이크는 그야말로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었다.
공중을 지배하는 전투 스타일의 바셀이었지만, 스스로 나는 것과 아무 준비 없이 기계에 태워져 공중을 나는 건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런 고난들을 다 이겨내고 드디어 이 열쇠를 손에 넣었건만…….
“열쇠…… 열쇠를 찾아야 해!”
자신을 이곳에 보낸 왕의 말이 떠올랐다.
물론 샤모스가 전한 말이었지만.
“왕의 명령입니다. 왕께서는 공간의 열쇠를 찾아오라고 하셨습니다. 만약 공간의 열쇠를 찾지 못한다면 쓸모없는 신하로 간주하여 폐기처분해 버리신다고 합니다.”
폐기처분.
바셀은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자신의 가문은 그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가문이었다.
그렇기에 설마 그 가문의 가주인 자신을 폐기처분해 버릴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지만…….
‘붉은 성주를 처리한 것을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
자신이 찾고 있는 공간의 열쇠의 원래 주인이었던 붉은 성주는 선왕의 막역지우였다.
그럼에도 가차 없이 처리해 버렸으니까.
그렇게 비참하게 죽을 수는 없었다.
마침내 그는 한 가지 결론에 다다랐다.
‘이곳에 있는 인간들을 죽이면 되겠군.’
그러면, 공포와 절망에 빠진 인간들에게서 절망의 구슬도 얻을 수 있을 터였다.
물론 그가 직접 각성자가 아닌 인간들에게 손을 댈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곳은 놀이동산.
수많은 시설이 있는 만큼 그 시설을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터였다.
‘그럼 폐기처분은 면할 수 있겠지.’
그는 안광을 빛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어느새 자신의 주변의 있던 인간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뭐야? 다 어디 간 거야?”
그리고,
저벅, 저벅, 저벅,
한 무리의 이들이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 중 두 명의 손에 들린 무기를 보는 순간 바셀은 주먹을 꽉 쥐었다.
“호, 홀리 웨폰?”
그랬다.
김명희와 심정필의 손에 들린 것.
그것은 홀리 웨폰인 우리엘의 단검과 사라카엘의 검이었다.
“어, 어떻게 인간이 홀리 웨폰을!”
그 말에 김명희는 피식 웃었다.
“이거 사용한 지 꽤 됐는데, 아직 모르고 있었나 봐? 정보가 느린 거야 아니면 우리를 무시하고 있는 거야?”
그 말에 심정필이 말했다.
“우리를 무시하고 있었겠죠. 미천한 인간들이 홀리 웨폰을 사용할 줄은 몰랐을 테니까요.”
김명희와 심정필이 이곳에 나타난 건, 강소의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성진호와의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마치고 각성자 협회로 돌아가는 와중, 강소의 연락을 받았다.
하여 즉시 이곳으로 다시 온 것.
“그래서 거기 어둠의 족속 씨? 여기서 대체 뭘 하고 있던 거지?”
김명희의 물음에 바셀은 웃으며 두 손을 으쓱해 보였다.
“내가 뭘 했다는 거지? 내가 아무리 어둠의 족속이라고 해도 이렇게 무작정 무기를 들이대도 되는 거야?”
“그렇게 진한 살기를 품고 말해 봤자, 설득력이 없는데? 설마 이 안의 놀이기구들을 파괴하여 인간들을 죽이려던 참인가?”
“……!”
“눈동자가 흔들렸어요. 정답이네요.”
심정필의 말에 바셀은 그들을 향해 튀어 나갔다.
이렇게 된 이상, 저들을 먼저 처리해야 했다.
탓-!
전투가 시작되었다.
각성자 협회의 직원들은 전투의 충격이 다른 곳으로 퍼지지 않도록 방어막을 쳤다.
하지만, 바셀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인간의 모습에서 한 쌍의 잠자리 같은 날개가 달린 기괴한 털북숭이 생명체로 바뀌었다.
상대가 홀리 웨폰을 사용하니, 처음부터 본체로서 상대하겠다는 뜻이었다.
그걸 보며 심정필이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무슨 파리 같지 않아요?”
“그러네.”
“나 파리 엄청 싫은데!”
바셀은 ‘파리’라는 말을 듣자 격분했다.
“감히, 공중의 가문의 가주 바셀에게 파리라니! 곱게 죽이지 않을 것이다!”
동시에 바셀의 몸은 수십 개로 나뉘었다.
김명희는 단검을 휘둘러 바셀의 공격을 막아 냈지만, 번번이 환영이었다.
그때 심정필이 외쳤다.
“본체는 저거예요!”
그는 불멸하는 힘이 있는 사라카엘의 검의 사용자인 만큼 금방 환영을 꿰뚫어 보았다.
“너, 생각보다 귀찮군.”
본체를 들킨 바셀은 심정필을 먼저 죽이기로 했다.
쐐애애액-!
날카로운 살기를 담은 검은색 화살이 쏘아졌다.
타앗-!
하지만 김명희는 그걸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
그녀는 그걸 쳐 내며 외쳤다.
“그만 놀고, 내려오지 그래?”
“내가 왜 내려가야 하지? 흐흐흐.”
스피드에 자신이 있는 김명희였지만, 적이 공중에 있는 이상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비행능력이 있는 직원을 데리고 올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 직원이 가장 먼저 죽을 테니까.
그때였다.
공중에서 뭔가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가만 보니 그건…… 사람이었다.
그자가 바셀을 향해 발을 뻗었다.
“응? 뭐, 뭐냐? 으아악!”
그리고, 바셀을 바닥으로 처박았다.
쿵-!
바닥에 짓뭉개진 바셀의 위에 서 있는 남자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는 두 손을 뻗어 바셀의 두 날개를 잡았고, 뜯어 버렸다.
부욱-!
“끄아악!”
그 고통에 바셀은 몸부림치며 발악했지만, 그 남자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화르륵-!
그 남자의 손에서 일어난 불길이 날개를 태워 버렸다.
“이자의 날개만 없다면, 두 분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 고마워요.”
김명희는 그가 누군지 이미 알아차리고 있었다.
“저,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때 심정필이 외쳤고, 그는 말했다.
“나는, 바다의 영웅, 마린M입니다.”
그 말만을 남기고, 그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걸 본 심정필의 표정이 묘해졌다.
마치, 존경하는 위인을 보는 듯했다.
“와! 저 남자 짱 센데요? 김 과장님, 아시는 분이세요?”
“으, 으응.”
“누군데요? 아!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아요. 저 정도면 제로급인데, 우리나라에 제로급 각성자가 몇이나 있겠어요?”
“…….”
“그런데 그분에게 컨셉 놀이를 하는 취미가 있으셨나보네요.”
그 말에 김명희는 말없이 하늘을 보았다.
어쩌다 보니, 이신은 가면을 쓰고 컨셉 놀이에 심취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아니라고 해명할 수도 없는 상황.
“험, 험험. 이 일은 비밀로 해야 하는 거 알지?”
“물론이죠.”
“그럼, 우리는 저것을 마저 처리할까?”
그들의 시선이 머문 곳에는, 날개가 뜯긴 바셀이 이를 갈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래 봤자, 날개가 없는 그에게 닥칠 결말은 뻔했다.
* * *
밤이었다.
유하영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늘 모든 일정이 끝났고, 이제 마린랜드도 폐장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피곤하지만, 뭔가로 가득한 마음을 가지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마린랜드에서 고객님들께 알립니다. 10분 후 폐장하겠사오니 모든 고객님께서는 출구를 통해…….”
이제 곧 폐장한다는 안내방송이 들리고 있었다.
시계는 8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늘 9월 10일은 유하영의 생일이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일어나 미역국도 먹고 선물도 받았다.
또 놀이동산에서 신나게 놀았다.
다른 그 어떤 선물보다 유하영에게는 그것이 마음에 드는 선물이었다.
아빠랑 엄마도 바쁘고 또 자신도 바쁘기에 오늘처럼 온종일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날이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다가왔다.
“하영아. 생일 축하한다.”
전망대에서 야경을 보던 유하영은 뒤를 돌아보았다.
아빠와 엄마, 강소와 양춘각과 인연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강소의 손에 들린 예쁜 초코케이크 위에는 촛불 6개가 꽂혀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자, 하영아! 소원을 빌고 촛불을 끌까?”
임소영의 말에 유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눈을 감고 간절하게 소원을 빌었다.
“다 빌었어요.”
“그럼 이제 촛불을 끄자.”
“후-!”
유하영이 촛불을 껐고, 사람들은 박수로 그녀를 축하해 주었다.
“이 케이크는 집에 가서 먹을까?”
“네!”
유순태의 말에 유하영은 고개를 끄덕였고, 유순태는 상자 안에 케이크를 집어넣었다.
“저, 하영아. 생일 축하해.”
그때 한 남자아이가 사람들을 뚫고 유하영에게 다가왔고, 그녀는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다.
“형우 오빠!”
“어, 내 이름 기억하고 있었어?”
“당연하지!”
사람들은 이 시간에 박형우가 어떻게 왔는지 궁금한 표정이었지만, 김지은은 피식 웃을 뿐이었다.
‘이곳 마린랜드는 M그룹의 사업체 중 한 곳이니까.’
박형우는 수줍은 표정으로 뭔가를 내밀었다.
“이거, 선물이야.”
투명한 포장지로 싸여 있는 곰 인형이었다.
“고마워.”
“저, 그리고 선물이 또 있어.”
“응?”
“저기, 하늘 봐봐.”
시계가 9시 10분을 가리키는 그 순간.
펑-!
퍼버벙-!
하늘에 꽃들이 수놓아지기 시작했다.
그걸 본 유하영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아-! 예뻐!”
아까 8시쯤에, 마지막 순서인 라이트 쇼를 했었다.
그것도 예뻤지만 지금 보는 폭죽이 더 예뻤다.
“어머, 정말 예쁘네.”
“이게 폭죽놀이라는 거구나.”
하늘에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피었다가 한순간에 지는 세상에서 가장 짧게 피는 꽃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강렬하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으니, 어쩌면 가장 길게 피는 꽃이기도 했다.
그리고,
“어?”
폭죽이 터지며 글자의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하영아, 생일 축하해!]그것이 박형우의 두 번째 선물이었다.
유하영은 그를 돌아보았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정말 예쁜 선물이야.”
* * *
집에 돌아온 강소는 자신의 방에 앉아 있었다.
오늘 하루 종일 피곤했는지, 유순태 가족은 깊게 잠들어 있었다.
그는 스케치북을 들었다.
그리고 연필을 들고 잠시 생각하던 그는 뭔가를 슥슥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대나무를 태우면 펑펑 소리가 나지. 이 소리가 나면 귀신이 모두 놀라서 나가는 거야.”
아까 폭죽놀이를 볼 때, 새해를 맞이하며 청죽을 불에 태워 터트리던 그때가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그토록 떠올리고 떠올려도 기억이 나지 않던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또다시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 강소는 스케치북에 그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완성된 그림.
강소를 닮은 두 남녀는 활짝 웃고 있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35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