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357
356화. 하영이의 오르골 스튜디오 (2)
스탭들은 자신에게 디저트 세트를 나누어 주는 남자가 누군지 궁금해졌다.
보기 좋은 비율에, 듣기 좋은 목소리까지.
‘어디선가 들은 목소리인데?’
‘어디서 들었지?’
‘아, 기억이 날 듯 말 듯 안 나네.’
그 얼굴이 궁금했지만, 볼 수가 없었다.
캡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름 아닌, 그 남자는 강소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가 ‘얼굴 없는 가수’의 153-8번 참가자라는 것도, ‘그들의 청사초롱’의 OST를 부른 ‘무적의 철가방’이라는 것도 알아보지 못했다.
만약 강소의 부캐가 153-8번 참가자와 무적의 철가방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이곳은 난리가 났을 터.
하지만 강소는 자신의 유명세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유하영을 위해 스탭들에게 돌린 디저트 박스에만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다행히 모두 좋아하시는군.’
그렇게 모든 스탭들에게 디저트 세트를 돌리자, 차현태가 그에게 말했다.
“그럼 우리도 이제 대기실로 가죠.”
“네. 알겠습니다.”
그들이 출연자 대기실에 들어갔을 때, 유하영은 팬클럽 서포트로 온 초코빵을 냠냠하고 있었다.
“오빠! 이거 맛있어!”
유하영은 자신이 먹던 초코빵과 같은 모양의 빵을 강소에게 내밀었다.
“아, 고맙다.”
요즘 양춘각 건물을 다시 짓는 중이었기에, 강소는 본의 아니게 휴가 중이었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집 안에서 빈둥대는 것도 그렇고 해서 유하영을 따라 방송국에 온 것이다.
“우유도 마시자.”
“응.”
강소는 우유에 빨대를 꽂아 주었고, 유하영은 우유를 쪽쪽 빨아 마셨다.
똑똑.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네. 들어오세요.”
차현태가 문을 열어 주자, 한 남자가 젊고 잘생긴 다섯 명의 남자를 대동하고 들어왔다.
“둘! 셋! 당신을 위해! 안녕하세요. FYG입니다.”
유하영도 FYG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유하영입니다.”
그 모습에 FYG는 가슴을 부여잡은 채 흐어억 하고 신음을 흘렸다.
“너무 귀여워.”
“진짜 너무 귀엽다.”
그 옆에 서 있던 남자가 명함을 내밀었다.
“오로라 엔터의 한지훈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RD엔터의 차현태입니다.”
차현태도 자신의 명함을 그에게 내밀었다.
그 둘이 명함을 교환했고, 한지훈이 말했다.
“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희 애들하고 하영 양하고 같이 사진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SNS에 올릴 사진을 뜻하는 것이었다.
“아, 물론이지요.”
그들은 유하영의 곁에 빙 둘러섰고, 한지훈과 차현태는 각자의 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럼 하영 양.”
“하영이라고 불러도 돼요.”
유하영의 말에 FYG의 리더이자 맏형 민혁이 웃으며 말했다.
“아, 그래도 괜찮아?”
“네.”
“음, 하영아. 혹시 우리가 누군지 알아?”
민혁의 말에 유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아요! FYG 오빠들이에요.”
“오? 우리를 알다니!”
유하영의 말에 그들은 퍽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이들도 잘 모르는 그들을 6살짜리 아이가 알고 있다니 말이다.
“혹시 그럼, 우리 이름도 알아?”
그들은 반쯤 기대하면서도 상처받지 않을 준비를 하며 유하영의 대답을 기다렸다.
“민혁 오빠, 히오 오빠, 여리 오빠, 은 오빠, 레이 오빠. 맞죠?”
“세, 세상에!”
“우리 이름까지 알다니!”
그들은 너무 감동했다.
6살 꼬마가 자신들의 이름을 전부 외워서 정확하게 눈을 보며 이름을 불러 주었으니까.
“제가요, 많이 부족할 거예요. 그러니까 이따가 많이 도와주셔야 해요.”
“그럼그럼.”
“우리도 준비 많이 해 왔으니까 우리만 믿어.”
그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유하영이 그들에게 물었다.
“오빠들. 배 꼬르륵이죠?”
“어?”
지금 시간은 아침 8시.
그들은 아직 아침을 먹지 않은 상태였다.
해장국이라도 사 먹고 올 수도 있었지만, 솔직히 회사에 눈치가 보여서 배가 고파도 말을 못 하고 있었다.
그때 한지훈의 눈이 커졌다.
“너희, 아직 아침 안 먹었냐?”
“…….”
“야, 왜 배고프다고 말을 안 해? 말을 안 하니까 나는 너희들 숙소에서 먹고 온 줄 알았다.”
“죄송해요.”
한지훈은 그들의 표정에서, 왜 말을 안 하고 있었는지 알아차렸다.
그래서 차마 그들을 질책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회사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내가 빵이라도 사 올게.”
“아니에요. 저희는…….”
그때 강소가 나섰다.
“혹시 아메리카노에 케이크라도 괜찮으시면 드시겠습니까?”
“괘, 괜찮…….”
“스탭들 돌리고 남아서 말입니다. 그러니 부담 가지실 것 없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마침 남은 디저트 세트가 딱 7개였다.
그것들을 전부 넘겼고, 그들은 무척 감사해하며 그것들을 받았다.
“잘 먹겠습니다.”
그들 역시 메이크업을 하는 등 준비를 하기 위해 대기실로 향했다.
.
.
.
9시.
드디어 녹화가 시작되었다.
유하영은 PD의 사인에 맞추어 뽀짝뽀짝 걸어 스튜디오로 나왔다.
그리고 배꼽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유하영입니다. 여기, ‘하영이의 오르골 스튜디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유하영이 진행하는 추석특집 토크쇼의 이름이 바로 ‘하영이의 오르골 스튜디오’였다.
그녀는 대본대로 멘트를 이어 갔다.
“오늘 만나 볼 분들은 무척 잘생긴 오빠들이에요. 보이 그룹 FYG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유하영이 준비된, 높은 의자로 다가가자 백은하가 그녀를 안아 의자에 앉혀 주었다.
FYG도 스튜디오로 나와 유하영 앞의 의자에 앉았다.
방송에서는 FYG를 소개하는 VCR이 나올 타이밍이었다.
FYG는 물을 마시거나 심호흡을 하며 긴장을 가라앉혔다.
유하영에게 자신들이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생글생글 웃고 있는 그녀와 달리 그들이 더욱 긴장해 있었다.
그 긴장감은 어떻게 된 것이 데뷔했을 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너무 오랜만의 단체 스케줄이기도 하고, 이번이 FYG라는 이름을 알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스탠바이! 큐!”
PD의 외침에 다시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오빠들.”
“하영이도 안녕.”
민혁이 대표하여 그녀에게 인사했다.
“그냥 하영이라고 불러 달라는 제 부탁을 들어 줘서 고마워요. 그럼 하영이의 오르골 스튜디오의 시청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려요.”
그 말에 FYG는 카메라를 향해 인사를 했다.
“둘! 셋! 당신을 위해! 안녕하세요. FYG입니다.”
“와!”
유하영은 짝짝짝 박수를 쳤다.
“인사하는 말이 멋있어요!”
“그렇게 말해 주니, 우리가 더 고맙네.”
다른 이들의 우려와 달리, 유하영은 정말 능숙하게 토크쇼를 이끌어 나갔다.
강소는 무대 앞에서 그런 유하영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특훈을 한 보람이 있군.’
유하영에게 토크쇼 제의가 들어오고, 강소와 그녀는 함께 특훈을 했다.
“내가 토크쇼들을 분석해서 장수하는 진행자와 장수하지 못하는 진행자의 차이점을 알아냈다.”
“그게 뭔데? 오빠?”
“그건 바로 초대한 손님의 말을 잘 들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듣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지.”
“기술?”
“그래. 지금부터 그 기술을 익힐 것이다.”
“알았어. 나 열심히 배울게!”
지금 유하영은 강소와 특훈을 한 대로, 초대 손님의 얼굴을 보며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을 때 고개를 끄덕여 지금 듣고 있다는 제스처도 했다.
그때 그녀는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
그건 강소와 유순태 부부만 알아볼 수 있는 그녀의 버릇 중 하나로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보이는 표정이었다.
“오빠들. 아직 긴장이 안 풀린 것 같아요. 그래서는 신나게 놀 수 없어요. 그러니까 나 따라 해 봐요.”
“어?”
유하영은 의자에서 폴짝 뛰어내렸고, 그 앞에 서서 양손을 허리에 올렸다.
“이렇게 해 봐요.”
“이, 이렇게?”
그들은 어색한 표정으로 유하영의 행동을 따라 했다.
“네! 이제 노래를 부를 거예요! 저 따라서 같이 불러야 해요.”
그녀와 FYG가 같이 부르는 동요가 스튜디오에 울려 퍼졌다.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수많은 짤을 탄생시킬 명장면의 탄생이었다.
백승안 CP가 피식 웃었다.
“제법인데? 전에도 느꼈지만, 하영이는 역시 보통 아이가 아니야.”
“네?”
작가의 물음에 그가 말을 이었다.
“저 녀석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떨려서 버벅거렸는데 지금은 그런 거 없잖아.”
“아!”
“하영이는 저 녀석들의 긴장을 풀어 주면서, 동시에 분위기를 살리면서 흐름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오고 있어. 1석 3조라고 할 만하지.”
“그렇군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강소는 왠지 모를 흐뭇함을 느꼈다.
백승완 CP와 작가의 대화처럼, FYG는 언제 덜덜 떨었나 싶었다.
사람들 앞에서 곰 세 마리 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율동까지 하고 있었다.
“와! 잘했어요! 박수!”
“박수!”
그들은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이제 긴장 안 되죠?”
“응.”
더는 부끄러운 것도 긴장되는 것도 없었다.
“민혁 오빠가 리더죠?”
“맞아.”
“다른 오빠들이 말 잘 안 듣죠? 제 친구 중에 동생이 있는 친구가 있는데요, 자기 과자도 뺏어 먹고 장난감도 망가트린다고 했어요.”
“하하하하. 그래?”
“네. 그래서 궁금해요. 다른 오빠들이 민혁 오빠 말 잘 들어요?”
“글쎄에?”
민혁은 말을 길게 끌며 말했다.
“솔직히 말 안 듣지.”
“헉! 민혁 형! 저 말 잘 듣잖아요.”
“레이야. 네가 가장 말 안 들어! 소크라테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지. 네 주제를 알라고!”
“그건 맞아. 레이야.”
“윽! 이건 배신이에요!”
민혁은 하하 웃으며 유하영에게 말했다.
“하지만 모두 좋은 동생들이야. 힘들고 지쳐서 포기하고 싶었지만, 내가 여기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동생들이 있기 때문이었어.”
“형…….”
“민혁이 형.”
민혁의 말에 다른 이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때 유하영이 말했다.
“그럼 오빠. 다른 오빠들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건 어때요?”
“그럴까?”
민혁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너희 덕분에 지난 시간, 더욱더 성장할 수 있었어. 그리고 너희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어. 고마워. 그리고 사랑한다.”
그 말에 결국 다른 네 명의 멤버들이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왜 울어!”
“이거 우는 거 아니에요.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그런 거예요.”
“먼지가 많네요. 콜록! 콜록!”
그 모습에 유하영이 옆에 있던 화장지를 내밀었고, 그걸 받은 멤버들은 눈가의 눈물을 조심스레 닦아 냈다.
“그럼 우리 안 슬퍼지게 노래 한 곡 들어요. 오빠들이 부르는 노래 듣고 싶어요.”
유하영은 재치 있게, 그들의 무대를 청했다.
잠시 후.
그들은 살짝 숨을 헐떡이며 다시 앉았던 의자로 돌아왔다.
“엄청 멋졌어요!”
유하영의 쌍따봉에 그들은 미소 지었다.
“고마워.”
그들은 다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유하영의 진행은 6살 아이가 진행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만큼 무척이나 매끄러웠다.
그러던 중 팬클럽에 대한 것이 주제로 나왔다.
“그런데, 오빠들도 팬클럽이 있어요?”
“물론이지. 우리 팬클럽은 ‘별똥별’이야.”
“오빠들에게 별똥별 언니 오빠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나요?”
“팬들에게 우리가 잠깐 반짝이는 별일지라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어.”
유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아빠가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했어요.”
“아아, 그랬지.”
“맞아. 그런 말이 있지.”
“그럼 오빠들의 소원은 뭐예요?”
“우리의 소원?”
“제가 노래 한 곡 불러드릴게요. 그동안 생각해 보세요.”
“그래.”
유하영은 다시 높은 의자에서 폴짝 뛰어 내려왔고, 스튜디오 옆에 마련되어 있는 무대로 향했다.
프로그램명이 유하영의 오르골 스튜디오인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 유하영이 직접 노래도 불렀기 때문이다.
그녀는 특별제작한 조그마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에겐 소원이 있어요.
매일매일 닦고 닦아
반짝이는 나의 소원.
내가 커가면서, 소원은
소원은, 그 색을 바꿔 가죠.
어릴 땐,
아빠 엄마랑 같이
신나게 놀고 싶어요.
학교에 들어가니,
공부를 잘해서
훌륭한 사람이 될래요.
그다음엔,
나의 소원은 무슨 색으로
그 색을 바꿔 갈까요?
무림에서 온 배달부 35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