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418
417화. 포터 총회 (1)
유순태와 강소는 임송규의 집으로 향했다.
김장도 끝내고, 재오픈 준비로 인해서 이것저것 괜히 바빴다.
그래도 유순태에게 그의 둘째 딸 유채영을 보러 가는 건 빠질 수 없는 일과였다.
“왔어요?”
“응. 나 왔어.”
강소도 얼른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오늘도 평안하셨습니까?”
“네. 덕분예요. 호호호.”
임소영이 웃으며 말했다.
“채영이는 지금 낮잠 자고 있어요.”
“그래?”
유채영은 무척 예민해서, 잠들었을 때 조금이라도 기척을 내면 잠에서 깼다.
그래서 낮잠을 잘 때는 최대한 조용히 해야 했기에 유채영의 방에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강소가 있다면 얼마든지 유채영을 볼 수 있었다.
유순태는 강소를 보았고, 물에 젖은 강아지 같은 표정에 강소는 피식 웃었다.
“알았다.”
곧 그들은 손을 씻고 유채영이 잠들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스으윽.
문이 열리고 유채영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보통 이러면 유채영은 금방 깨어서 울음을 터트렸지만, 그런 것 없이 쌔근쌔근 잘만 잤다.
강소가 그들의 기척을 없앴기 때문이다.
기운을 살짝 조정하면 되었기에 강소에게는 간단한 방법이었다.
처음 유순태는 강소가 그런 게 가능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강소가 말했다.
“그게 왜 문제지? 기척을 없애면 되지 않나?”
“응? 그게 가능하다고?”
“물론이다.”
그렇게 해서 유순태가 자고 있는 둘째 딸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강소는 유순태를 보았다.
그 표정은 그가 봐도 웃겼지만, 그 표정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표정 중 하나라는 것을 알기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유채영을 한참 본 두 사람은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유순태는 주방으로 들어갔고, 저녁을 준비 중인 고혜미에게 말했다.
“여사님, 항상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요. 다 돈 받고 하는 건데.”
“그래도 여사님이 하영이 엄마를 위해서 물심양면으로 힘써 주시는 거 알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냥 딸 같아서 그러는 거예요.”
고혜미는 그 남편과 자녀를 일찍 잃었다.
약 15년 전, 그녀가 살던 곳 근처에서 게이트가 역류했기 때문이다.
그녀 역시 큰 부상을 입었지만, 김해철에 의해서 간신히 목숨을 구했다.
그러나 남편과 딸을 잃은 그녀에게 살아갈 의지는 없었다.
그런 그녀를 측은하게 여긴 임송규가 그녀에게 자신의 집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해 달라고 제안한 것.
“배가 고프시죠? 여기 빵과 물입니다. 이걸 드시면 제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우습게도, 배가 고팠다.
그래서 그 빵과 물에 손을 대었고, 그렇게 가사 도우미가 되었다.
먹을 거로 유혹하는 치사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그런 방법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남편과 자녀를 따라 생을 마감했을 거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임소영은 자신의 딸을 떠올리게 했고, 어느새 자신의 딸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더 이상 가사 도우미를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이 집의 가사 도우미였다.
딩동-.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강소가 얼른 움직여 문을 열어 주며 말했다.
“임송규 길드장님하고 하영이다.”
“어? 하영이?”
“앞에서 만난 것 같다.”
오늘 유하영을 이곳에 데려다 달라고 아까 하태복에게 전화했었다.
문이 열리고 유하영이 임송규의 손을 잡고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다녀왔다.”
“오셨어요?”
“하영이도 잘 다녀왔어?”
네 사람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곧 저녁 시간이 되었다.
씻고 온 임송규가 식탁 앞에 앉았다.
“오늘 메뉴는 미역국에 고기 완자를 좀 했어요.”
“잘 먹겠습니다.”
고기 완자는 다진 고기를 동그란 모양으로 부쳐 낸 것으로, 강소는 고혜미의 고기 완자를 좋아했다.
씹을수록 풍부한 육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소스는 간장과 케첩이 준비되어 있었다.
‘고기 완자는 역시 케첩이지.’
강소는 고기 완자를 케첩에 찍어서 입에 넣었다.
‘아!’
역시 맛있었다.
그렇게 맛있는 저녁 식사를 끝냈을 때, 임송규가 강소에게 말했다.
“잠시 나랑 차 한잔하지.”
“알겠습니다.”
그 말에 유순태가 궁금한 표정을 하자 임송규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궁금하면, 같이 와.”
“네. 형님.”
차를 한잔하자는 이야기는 대화를 하자는 뜻.
강소는 직접 쟁반에 차 세 잔을 가지고 임송규의 침실 옆 서재로 향했다.
서재에는 소파와 테이블이 있었다.
테이블에 차를 올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차를 한 모금 마신 임송규가 잔을 내려놓았다.
그 모습을 본 강소가 말했다.
“요즘 많이 피곤하신 것 같습니다.”
“그렇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모레가 포터 총회 개회식이니까.”
그것 때문에 요즘 임송규는 무척 바빴다. 오늘은 오랜만에 일찍 들어온 것.
“그런데, 저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강소의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임송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자네에게 부탁할 게 있어서.”
“부탁이라 하시면?”
“내일 와서, 포터 총회 건물을 한번 살펴 주게나.”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 말에 임송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짜증난다는 표정이 되었다.
“블랙맨들이, 개회식을 노린다는 정보가 있네.”
“네?”
유순태의 반문에 임송규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이네. 혹시 문제가 될 것이 있는지 살펴 주면 안 되겠는가?”
그 부탁에 강소는 흔쾌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 * *
불과 올해 5월까지만 해도 죽음의 땅이었던 곳은, 이제 더는 죽음의 땅으로 불리지 않았다.
그곳의 새로운 이름을 공모했고, 그 결과 메모리 타운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대격돌의 그 날을 잊지 말자는 의미였다.
S급 게이트가 열린 대격돌로 인해서 죽음의 땅이 생겨났으니까.
그 메모리 타운의 노른자 땅.
그곳에는 백색의 석재로 외장재를 써서 지어진 커다란 두 개의 건물이 있었다.
포터 총회.
포터 교육원.
그 앞에서 한 남자가 그 건물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뿌듯하냐?”
누군가 그에게 물었고, 그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부른 이를 보았다.
그에게 질문한 이의 옆에는 백호 영물이 마치 호위하듯 서 있었다.
최인석이었다.
“당연하지.”
임송규가 대답했다.
“수많은 짐꾼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는데, 이제는 뭔가를 할 수 있게 된 것 아닌가. 그리고 우리 짐꾼들의 권익도 챙기고 말이야.”
그 말에 최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의 뜻이다.
“그런데 이곳이 죽음의 땅이었다고는 하지만, 엄청 비싸다는데 잘도 이곳에 자리를 잡았군.”
각성자 협회에서는 이곳을 계획도시로 만들었고, 민간인들에게 분양하였다.
분양 방식은 경매.
그 결과, 상당히 높은 가격에 거래되었다고 했다.
최인석의 말에 임송규는 멋쩍게 웃었다.
“사실, 토지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 그런데 익명의 기부자가 나타났거든.”
“기부자?”
“그래. 이 땅을 기부해 줘서 이렇게 무사히 건물을 올릴 수 있었지.”
“대단하네!”
최인석은 감탄했다.
“그래서 누가 기부했는지는 모르고?”
“기부자의 정체를 묻지 않는 게 조건이었거든.”
“특이한 사람이네.”
“고마운 사람이지.”
“아무튼, 어서 들어가자고. 내일 개회식 준비를 하려면 바쁘잖아.”
“알았어.”
그들은 포터 총회로 들어갔다.
원래 포터 협의회라는 이름이 될 계획이었지만, 헌터 총회와 짝을 맞춘다는 의미로 포터 총회가 되었다.
1층 로비에는 [포터 총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는 문구와 함께 멋진 조형물이 서 있었다.
색색의 고리가 이어져 원을 이루는 조형물은, 짐꾼들의 역할과 희생을 의미했다.
임송규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그 안에 있던 이들이 모두 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총회장님.”
“오셨습니까? 총회장님.”
그 호칭에 익숙하지 않은 임송규가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곧 임송규는 가장 꼭대기 층인 5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에 총회장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총회장실에 들어가자 임건영이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그는 원래 램프 포터 길드에서 안내를 맡고 있었는데, 이번에 임송규가 총회장이 되면서 비서로 데리고 온 것.
평소 그의 비서로서의 재능을 눈여겨보고 있던 참이었다.
원래 램프 포터 길드에서 그의 비서로 일하는 이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임건영을 추천한 것도 그의 원래 비서였다.
새로운 술은 새로운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하면서 그를 추천했다.
그리고 자신은 램프 포터 길드에 남아 있겠다고 한 것.
임송규는 그 의견을 존중해 주었다.
“멋지군.”
“그래, 멋진 풍경이야.”
임송규와 최인석은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았다.
층고가 높아서 거의 8층 정도의 높이였고, 그래서 전망이 무척 잘 보였다.
“의원들은 각자 사무실에서 바쁘겠지?”
“그렇겠지.”
3, 4층은 의원들의 사무실이었다.
이번에 짐꾼들을 대상으로 선거를 치렀고, 그래서 24명의 의원들을 선출했다.
물론 4년의 임기가 있었다.
이제 내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각자 열심히 각지에서 활동하게 될 터였다.
“그럼 최종적으로 의논을 해 볼까?”
그 말에 임건영이 얼른 서류를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아, 고마워.”
그들이 논의하는 것은 내일 있을 총회 개회식에 대한 전반적인 과정이었다.
최인석이 옆에 앉아 있는 백호 영물, 범이를 쓰다듬어 주었다.
범이는 곧 최인석의 손길에 기분이 좋은 듯 표정이 풀어졌다.
“그런데 이 아이디어는 누가 떠올린 거야?”
“무슨 아이디어?”
“여기, 좌석들을 원탁으로 한다는 계획.”
사실 이런 행사 때 특히 신경 써야 할 것이 초대 인사들의 좌석 배치였다.
서로 간의 미묘한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국가의 수장이라 할 수 있었지만, 실질적인 권력은 각성자 협회장이 쥐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최인석의 물음에 임송규가 대답했다.
“누구겠냐? 진평이 녀석이지.”
“아, 하긴.”
“후우…….”
임송규는 한숨을 내쉬었고, 그런 그를 보며 최인석이 웃으며 물었다.
“왜? 긴장되냐?”
“그럼 긴장되지. 안 되겠냐? 내 오랜 숙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인데.”
“그래, 축하한다.”
“축하는 아직 일러. 내일 성공적으로 개회하면, 그때 축하해 줘라.”
“그래.”
그때 최인석이 말했다.
“그런데 아까 들으니까 순태 녀석하고 강소라는 청년에게 출입증을 발급해 줬다더라?”
“아, 그랬지.”
임송규가 대답했다.
“내가 부탁한 게 있거든.”
* * *
그 시각.
유순태와 강소는 포터 총회에 들어와 있었다.
그들이 먼저 향한 곳은 개회식장.
포터 총회의 동쪽에는 1층과 2층을 터서 만든 회의실이 있었다.
그 회의실에서 내일 행사가 열렸다.
원래는 의장과 24명의 의원들이 회의를 하는 곳이기에 24개의 좌석과 의장석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 그곳은 완벽한 개회장으로 바뀌고 있었다.
먼저 여러 개의 원탁이 있었다.
총 12개의 원탁으로, 그곳에는 포터 총회의 의원 2명이 각각 12시와 6시 방향에 앉을 예정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자리는 외부 인사로 채울 예정인데, 그 자리 배치에도 수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했다.
전면에 살짝 올라와 있는 단상 위에는 총 4개의 테이블이 있었다.
포터 총회장, 헌터 총회장, 각성자 협회장, 그리고 대통령의 자리였다.
각각의 자리는 회장에 도착과 동시에 무작위로 결정하기로 했다.
블랙맨에 의한 암살의 위협 때문이기도 했지만, 자리 배치에 대한 불만과 구설수를 배제하기 위함이었다.
유순태와 강소가 이곳에 온 것은 개회식장을 꾸미기 위함이 아니었다.
블랙맨들의 습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정보 때문에 이곳을 살펴 달라는 임송규의 부탁 때문이었다.
유순태는 강소에게 물었다.
“어때? 뭔가 이상한 거 있어?”
그 물음에 강소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블랙맨들은 포터 총회가 별로 탐탁지 않은 모양이다.”
“무슨 뜻이야?”
그 물음에 강소는 곳으로 이곳저곳을 가리켰다. 그리고 소리 없이 입모양만으로 말했다.
‘폭탄이다.’
그 말에 유순태는 깜짝 놀랐다.
“아마 임송규 길드장님도 알고 계셨겠지. 그러니까 나에게 부탁하신 걸 거다.”
“…….”
강소는 개회식을 노리는 자가 궁금해졌다.
‘만나러 가 볼까?’
무림에서 온 배달부 41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