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449
448화. 작전명 : 발렌타인 (3)
강소는 생각하지 않아도 무슨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블랙맨이 이곳을 노리고 있다더니…….’
우선, 이 상황을 김명희에게 알려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후속 조치를 취할 테니까.
그는 시계를 보았다.
아직 5분 정도 시간이 남았다.
그는 즉시 김명희와 김명진이 있는 곳으로 웃으며 다가갔다.
“이거,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 네.”
김명진은 살짝 당황했지만, 김명희는 얼굴에 천연덕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산전수전 다 겪으며 감찰과 말단에서 과장까지 올라온 인물.
이 정도는 돌발 상황도 아니었다.
“누구…… 신지?”
“하하하. 어제도 짜장면 배달해 드렸는데.”
“아! 어머! 오늘 여기 참가하신 건가요?”
“네. 마침 정기휴일이라서요.”
“그러셨군요.”
“이것도 우연인데 잠시 차 한잔하시겠습니까?”
“어머. 좋죠.”
그렇게 김명희는 강소를 따라 인적이 드문 구석으로 향했다.
그리고, 주변을 살핀 후 다시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
“블랙맨들이 움직였습니다.”
“네?”
김명희가 고개를 갸웃했다.
“전혀 그들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는데요?”
“그야 이곳에 들어온 건 블랙맨이 아니라, 독이 발라진 틀이니까요.”
“네?”
강소는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그 설명에 김명희의 눈이 스산해졌다.
“하! 요즘 새봄맞이 대청소 중이라서 집행과 직원들 눈에 띄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그냥 있기는 뭣하니까 이런 식으로 엿을 먹인단 말이죠?”
김명희는 시계를 보았다.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네요. 감사해요.”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여기에는 하영이도 있지 않습니까? 하영이를 위해 하는 일입니다.”
김명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얼른 연락해서 오늘 행사를 중지시켜야겠어요.”
그 말에 강소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안 됩니다.”
“네?”
“하영이가 초콜릿 만들기를 무척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지라니. 하영이가 무척 슬퍼할 겁니다.”
“하지만……. 독이라면서요?”
“독 따위는, 문제없습니다. 제가 해독시키면 되니까 말입니다.”
“해, 해독이 가능한가요?”
“그저, 독기를 흡수하여 정화하면 됩니다.”
“그게 그렇게 간단한 것이었나요?”
강소는 이에 대해 대답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혹시 증거가 필요하다면, 하나 정도는 미리 빼놓으십시오.”
“네, 그래야겠네요.”
김명희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분명, 이곳에서의 일을 확인하기 위해서 뭔가 장치를 해 놨을 거예요.”
재수 없게 걸려서 죽고 싶지는 않지만, 행사장에 들여온 틀이 제대로 쓰이는지 확인은 해야 했으니까 카메라라도 설치했을 터.
“그걸 찾으면 범인이 어디서 이곳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까?”
“네. 가능해요.”
물론 이런 일에 사용할 수 있는 아티펙트가 있기는 했지만, 그런 고가의 물품을 쉽게 사용하는 건 어려웠다.
그러니 가능성이 높은 건 카메라였다.
그리고 각성자 중에는 그 회선을 잡아낼 수 있는 각성자도 있었다.
“카메라는 저곳에 있습니다.”
“네?”
강소는 손을 들어 행사장 한쪽을 가리켰다.
“사실 아까부터 저 카메라가 수상했습니다. 블랙맨 특유의 기운이 묻어 있었으니까요.”
“아.”
김명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즉시 핸드폰을 들었고, 은탑에 연락을 취했다.
그사이, 강소는 김명희에게 부탁받은 대로 증거로 쓸 초콜릿 틀 하나를 몰래 빼놨다.
지키는 사람도 없으니 그 정도는 무척 쉬웠다.
그리고 강소는 그 초콜릿 틀을 향해 기운을 보냈다.
스으윽-.
그의 기운은 초콜릿 틀을 덮었고, 강소는 그 안의 모든 기운을 흡수했다.
강소가 익힌 심법은 자연의 기운이 내공이 되어 쌓이는 심법이었다.
자연의 기운이란 즉, 세상의 모든 기운을 뜻했다.
즉, 독기 역시 자연의 기운이라는 뜻.
순식간에 초콜릿 틀에 발라져 있던 독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강소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강소는 오늘 유하영이 초콜릿을 만들어서 유순태와 임소영에게 준다고 했다.
또, 이곳에는 김명희와 김명진도 있었다. 그들에게 간단한 선물을 해 주고 싶었다.
‘회복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면 되겠지.’
하지만 어느 것이 그들이 쓸 틀인지 알 수 없었다.
강소는 고민하다가 가장 쉬운 방법을 택했다.
‘그냥 모든 틀에 다 불어 넣으면 되겠지.’
스스슷-!
강소는 다시 초콜릿 틀을 자신의 기운으로 덮었다. 그리고 회복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이제 저 초콜릿 틀로 만든 초콜릿을 먹은 사람은 피로가 회복되는 효과를 얻을 터였다.
물론 일회성 효과였지만 말이다.
강소는 눈을 떴다.
막대한 양의 독기가 내공으로 쌓인 탓에 안광이 형형해졌지만, 강소는 자신의 기운을 완벽하게 갈무리했다.
‘이런! 내공이 또 늘었군.’
그는 귀밑을 긁적이며 시계를 보았다.
이제 시작할 시간이었다.
이곳을 노린 블랙맨들은, 나중에 손봐 주기로 하고 유하영이 기다리고 있는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 * *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초콜릿 만들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전광판을 봐 주세요.”
방익진의 말에 참가자들은 전광판을 보았다.
오늘 행사를 끝까지 지켜봐야 했기에 김명희와 김명진은 아직 남아 있었다.
강소는 전광판에 비친 한 중년의 남자를 보았다.
백색의 요리복을 입고, 토크 또는 토크 블랑슈라 불리는 백색의 굴뚝 모자를 쓴 그가 자신을 소개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레드 카밀리아 호텔 디저트 담당 수석 셰프인 손권이라고 합니다.”
그는 친절하게 재료와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사실 손권은 누군가에게 초콜릿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작년에도, 김지은에게 초콜릿 만드는 것을 가르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초콜릿을 녹이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틀을 준비하는 겁니다.”
손권이 말을 이었다.
“틀은 지금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원래 미리 준비되어 있어야 했는데 제작이 조금 늦어져서 지금 나누어 드리게 된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강소는 스탭에게 틀을 받아 들었다.
별 모양과 하트 모양 그리고 동그란 모양이었다.
“이거랑 같은 모양이 나오는 거야?”
유하영의 물음에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그러면 음…… 오빠는 별 모양 초콜릿 줄게.”
“별 모양?”
“응.”
유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랑 엄마는 내가 많이 사랑하니까 하트 모양 줄 거야. 그리고 오빠는 내 별이니까 별 모양이야.”
그 말에 강소가 물었다.
“내가 하영이 별이라고?”
“응.”
유하영이 대답했다.
“전에 어떤 언니가 그랬어. 하늘에는 길잡이 별이라는 것이 있대. 아무리 깜깜한 밤이라 해도 길잡이 별은 환하게 빛나서 길을 헤매지 않게 해 준대.”
“그래?”
“오빠는 나한테 노래도 알려 주고 연기도 알려 주고 또 바람 쓰는 법도 알려 주잖아.”
그녀는 빙긋 웃었다.
“그러니까 오빠는 별이야.”
그 말에 강소는 미소 지었다.
웃고 있음에도 왠지 눈 밑이 따끔거렸다.
.
.
.
그날 행사는 잘 마무리되었다.
초콜릿이 굳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유하영은 무대 위에 서서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다 굳은 초콜릿을 예쁘게 포장하여 강소와 함께 집에 돌아왔다.
* * *
“후우…….”
김명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작전 종료를 알리는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제 집에 가는 거야?”
김명진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리가 있겠냐?”
“타. 내가 은탑까지 데려다줄게.”
“그래.”
김명진은 운전석에 앉았고, 김명희는 조수석에 탔다.
그들이 탄 차는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그때, 김명진이 물었다.
“누나.”
“왜?”
“혹시 강소 씨에게 마음 있는 거야?”
김명진의 물음에 김명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왜? 잘 생겼잖아.”
“하하하하.”
김명희는 웃었다.
“그 사람은……. 아니야. 그런 관계가.”
“혹시, 우해인 선배님을 아직 잊지 못한 거야?”
그 물음에 김명희는 움찔했다.
하지만, 이내 처연하게 웃었다.
“잊었어.”
“잊었다는 사람이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어?”
“너, 운전하면서 전방주시 소홀히 할래?”
“이거 지금 자율주행 모드거든?”
“…….”
김명진은 힐끔 뒤에 있는 초콜릿을 보았다. 오늘 만든 초콜릿이 잘 포장되어 뒷좌석에 실려 있었다.
이것으로 지원 1과 팀장들에게 받은 미션은 완료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자신이 아는 누나는, 저 초콜릿을 던져두고 일에만 매달릴 게 분명했으니까.
김명진은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입을 열었다.
“누나.”
“왜?”
“누나도 알지? 성진호 과장님이 누나 많이 좋아하는 거.”
“그걸…… 어떻게 모르겠어?”
“그런데 과장님 마음을 왜 받아 주지 않는 건데?”
“…….”
“그거 사람 마음 가지고 노는 거야. 그거 상대방이 엄청 비참…….”
“무서워서.”
“…….”
“해인 선배처럼, 그렇게 내 앞에서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
사실 김명희는 성진호의 마음을 받아 주려고 몇 번이고 결심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눈앞에, 죽은 우해인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피투성이가 되어 자신을 보던 그 눈빛이.
마지막 말이.
서서히 식어가던 그 손의 체온이.
어쩐지 그 모습이 성진호의 모습과 겹쳐져 보이는 것 같아서…….
그래서 아직 성진호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는, 내가 꼭 나쁜 어장관리녀 같잖아.’
사실 그녀의 어장에 있는 남자는 성진호 한 명뿐이지만 말이다.
‘그게 더 나쁜 건가? 후후.’
그 외의 남자들과는 그저 동료로서만 함께 할 뿐, 사적인 대화는 전혀 없었으니까.
그녀가 사적인 대화를 하는 상대는 성진호 한 명뿐이었다.
“누나.”
김명진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성진호 과장님, 아니 진호 형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
“하지만 진호도 사람이잖아.”
“그렇지. 하지만 생각보다 강한 것도 사람이야. 강소 씨를 봐봐. 사람이 그렇게 강할 거라고 상상이나 가?”
“…….”
김명희는 피식 웃었다.
“그건 그러네.”
저번 그녀의 생일 때, 전라도 웨어울프 사태가 일어났다.
그날 김명진은 강소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때 김명진은 자신을 구해 준 사람이 강소라는 것을 눈치챘다.
낯익은 목소리와 뒷모습이었으니까.
자신을 구해 준 자가 강소가 맞느냐는 물음에 김명희 역시 긍정했고.
김명진이 말을 이었다.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거야.”
그는 피식 웃었다.
“누나 때문에라도, 진호 형은 절대 못 죽어.”
* * *
다음 날 아침.
강소는 눈을 뜨자마자 자리에 앉아 운기조식을 했다.
어제 흡수한 독기는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운기조식을 마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벽에 걸어 놓은 부모님의 초상화를 보았다.
강소는 자신이 그린 부모님의 초상화를 액자에 끼워 벽에 걸어 놓았다.
그리고 매일 아침저녁 그 앞에서 문안 인사를 했다.
“아버지, 어머니. 좋은 아침입니다.”
그의 인사에 초상화의 부모님의 얼굴도, 그에게 웃어 주는 듯했다.
강소는 1층으로 내려갔고, 식탁의 먼지를 닦기 시작했다.
어느새 허만철도 일어나 내려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네. 좋은 아침입니다.”
허만철은 빗자루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가게 밖과, 가게 바닥은 허만철이 청소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청소를 마치고 그들은 각자 올라가서 씻고 내려왔다.
먼지가 묻은 몸으로 음식 준비를 할 수는 없었으니까.
강소가 씻고 내려왔을 때 주방에서는 이미 유순태가 식재료를 준비 중이었다.
“좋은 아침이다.”
“그래.”
.
.
.
오늘 아침은 김치찌개였다.
돼지고기를 잔뜩 넣고 끓인 김치찌개는 유하영도 곧잘 먹었다.
“꼬기! 하영이는 꼬기가 조아!”라고 하면서 고기를 오물오물 꼭꼭 씹어 먹었다.
이제 유채영도 제법 컸다.
다음 달 초가 백일이었으니까.
그래서 백일잔치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중이었다.
밥을 다 먹고, 유하영은 2층으로 쪼르르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그녀의 손에는 초콜릿이 들려 있었다.
“오늘 초콜릿 주는 날이에요.”
유하영은 유순태와 임소영 그리고 강소와 허만철에게 초콜릿을 나누어 주었다.
“하하하. 이거 어제 직접 만든 거야?”
“네.”
유하영이 직접 만든 초콜릿을 받았다는 것이 무척 기쁜지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유순태의 광대가 하늘 높이 승천해 있었다.
“고맙다.”
“고마워. 잘 먹을게.”
강소와 허만철도 유하영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강소는 초콜릿을 보았다.
금색 포장지에 쌓인 초콜릿은 별 모양이었다.
10시.
“안녕하세요!”
김지은이 발랄하게 인사하며 출근했다.
“좋은 아침이야.”
“어서 오십시오.”
모두의 인사를 받으며 양춘각 안으로 들어온 김지은은 가방 안에서 초콜릿을 꺼냈다.
“짠! 제가 초콜릿을 준비했어요.”
그리고 모두에게 나누어 주었고, 강소의 초콜릿은 마지막에 건넸다.
사실, 강소의 초콜릿은 좀 더 특별했다.
다른 초콜릿은 의리와 우정의 초콜릿이었지만, 강소에게 주는 초콜릿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강소는 초콜릿을 받으며 말했다.
“혹시, 저녁에 시간 있으십니까?”
“네?”
김지은의 반문에 강소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럼요! 시간 많아요!”
없어도 만들어야 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44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