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480
479화. 함께 걸을까요? (3)
양춘각 단합대회 겸 벚꽃놀이는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유순태가 준비한 상금은 봉투 하나당 1만 원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돈은 돈이었다.
그리고 그가 준비한 봉투의 개수가 꽤 많았다.
모두 열심히 놀이에 참여했고, 모두가 즐거운 단합대회였다.
“다음 순서는, 족구입니다.”
유순태는 가져온 짐에서 공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
“여기서 족구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사람?”
“…….”
없었다.
그야 그럴 것이 대한민국 고유의 구기 종목이며, 기초군사훈련을 받았다면 누구나 규칙을 익히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받을 때, 유일한 오락거리가 족구였으니까.
유순태가 공을 들고 임시로 만든 족구장에 들어서며 말했다.
“그럼 팀을 나눌까?”
팀이 나누어졌다.
백팀은 황진혁, 오동수, 최예진.
청팀은 강소, 허만철, 김지은. 이렇게 정해졌다.
그때였다.
“어? 아저씨!”
돗자리에 앉아서 과자를 욤욤 먹으면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유하영이 어딘가를 향해 소리쳤다.
강소는 그녀가 보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기타를 멘 한 미남자가 있었다. 강소는 그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말라흐라는 이름의 작곡가이다.
사실 강소는 벚나무 숲 안으로 그가 들어오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유하영이 알아차리고 그를 부른 것.
“어? 하영이구나!”
말라흐는 유하영에게 다가왔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유하영이 소개했다.
“작곡가 말라흐 아저씨예요. 이번에 세계정복의 노래를 작곡해 주셨어요.”
“아! 그러셨구나!”
유순태가 먼저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하영이 아빠 유순태입니다.”
“하영이 엄마 임소영이에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가워요.”
“저야말로 반갑습니다.”
임소영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하영이가 노래가 무척 좋다고 하더라고요. 좋은 노래를 작곡해 주셔서 감사해요.”
“하하하. 저야말로 감사하지요.”
그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슥 보고는 말했다.
“여기서, 무슨 행사라도 하십니까?”
“네.”
유순태가 대답했다.
“제가 작은 중국집을 하고 있는데, 그 직원들이 모여서 벚꽃놀이 겸 단합대회 중입니다.”
“그러시군요.”
말라흐가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그냥, 벚꽃을 보면 악상이 떠오를 것 같아서 온 겁니다. 그럼 저는 이만…….”
그때 유하영이 외쳤다.
“아저씨도 우리랑 놀아요.”
“응?”
“아저씨 심심하잖아요?”
그 말에 말라흐는 움찔했다.
심심하다 라는 말은 말라흐의 현재 상태를 나타내기에 적당한 말이었다.
왜냐하면, 말라흐는 무료했으니까.
그분의 명을 받아 인간 세상에서 인간 행세를 하며 살고 있지만, 무료했다.
그나마 그의 무료함을 달래 주는 것은 음악뿐.
하지만 때론 그것마저 무료하게 느껴지곤 했다.
유하영이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열심히 놀면, 안 심심해요.”
“그럼…… 그럴까?”
그때 강소가 말라흐에게 말했다.
“지금 족구를 하려고 합니다만, 족구 어떠십니까?”
“좋습니다.”
말라흐는 기타를 옆에 내려놓으며 유하영에게 맡겼다.
“하영아. 이 기타 소중한 건데, 잘 맡아 줄래?”
“네!”
그는 어깨를 풀며 족구장으로 들어갔다.
마침 운동화를 신고 있었고, 편한 옷을 입고 있었으니까 움직임에 제약은 없었다.
사람 하나가 추가되면서 짝수를 맞추기 위해 유순태도 들어갔고, 팀은 다시 짰다.
백팀은 유순태, 말라흐, 황진혁, 최예진.
청팀은 강소, 허만철, 오동수, 김지은.
이렇게 정해졌다.
삑-!
심판을 맡은 임소영이 호루라기를 불었고, 시합이 시작되었다.
휙-!
퍼억-!
유순태가 먼저 서브를 했다.
“좋은 서브! 감사합니다!”
허만철이 받아 찼고, 그걸 말라흐가 감아 찼다.
쌔액-!
“윽!”
오동수가 낭패한 표정을 지었고, 임소영이 외쳤다.
“1대 0!”
그 모습을 보며 강소는 말라흐를 보았다.
‘제법이군.’
광휘의 족속인 만큼, 평범하지는 않겠지만 생각보다 더 잘 움직였다.
유순태가 웃으며 말했다.
“이거 너무 봐주는 거 아니야? 좀 더 힘을 내 보라고. 하하하!”
그의 도발에 강소의 눈이 스산하게 빛났다.
“원한다면, 힘을 좀 더 내 보지.”
순간, 유순태는 움찔했다.
자신이 누굴 자극했는지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강소는 모처럼 승부욕이 불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매사에 냉철해야 했던 살수로서 살던 당시에는 승부욕이라는 것은 자제해야 하는 감정이었다.
승부욕 때문에 임무에 실패하고 죽을 수는 없었으니까.
강소가 공을 들었고, 서브를 넣었다.
다리를 지면과 평행하게 하여 강하게 차 넣는, 발리서브였다.
쾅-!
쐐애애애액-!
유순태는, 공을 찰 때 쾅 소리가 난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대포알처럼 쏘아지는 공에, 말라흐가 외쳤다.
“제가 가겠습니다.”
그리고 공을 블로킹하여, 헤딩했다.
“제법이군요!”
“별말씀을요.”
그때 오동수가 외쳤다.
“제가 갈게요!”
그리고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강소가 이신을 통해 가르쳐 준 신법인 제운종으로 날듯이 날아왔다.
그리고 공을 찍어 누르듯 찼다.
퍼억-!
“1대1!”
그렇게 승부는 계속되었다.
각 팀의 홍일점인 김지은과 최예진도 날카로운 서브에 적절한 수비와 매서운 공격으로 팀의 전력에 도움이 되었다.
말라흐는 자신과 족구를 하는 이들이 모두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각성자인가?’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유순태와 강소였다.
분명 그들은 각성자가 아니었다.
자신은 각성자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유순태와 강소를 보며 혼란을 느끼는 것이다.
솔직히 유순태의 신체 능력은, 일반인보다는 좀 뛰어나도 각성자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 공 조심…….”
“아이쿠!”
저렇게 위기 상황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렸다.
‘저건…… 인간 본연의 능력인가?’
가끔 평범한 인간 중에서도 어느 한 가지가 비정상적으로 뛰어난 이들이 있기 마련이었으니까.
‘하지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건, 강소라는 인간이었다.
각성자가 아니었음에도 그의 신체 능력은 각성자를 뛰어넘고 있었으니까.
옆에서 유하영이 열심히 응원했다.
“아빠 이겨라! 오빠 이겨라!”
결국은 둘 다 이기라는 소리였기에 유순태와 강소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강소는 불타오르던 승부욕을 조금 자제하기로 했다.
삐익-!
임소영이 호루라기를 불었다.
“14대 14! 듀스!”
그리고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승부는 여기서 마무리할까요?”
“뭐, 좋습니다.”
“슬슬 배가 고프니까요.”
강소는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12시 10분.
“이제 고기를 구워야 할 시간이군요.”
그 말에 말라흐가 땀을 닦으며 물었다.
“고기요?”
“오늘 점심은 삼겹살입니다. 삼겹살 좋아하십니까?”
“물론이죠. 고기라면 다 좋습니다.”
사실 2만 원의 회비가 있었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고기는 넉넉했고, 어차피 고깃값도 회비 그 이상이었으니까.
나머지 고깃값을 지불한 유순태가 먹고 가라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리고.
말라흐는 예의 바른 사람이었기에 불쾌하지도 않았다.
“저도 돕겠습니다. 뭐든 시켜 주십시오.”
“그럼 저랑 먹을 장소를 세팅해요.”
김지은의 말에 말라흐는 얼른 김지은, 최예진과 함께 상추를 접시에 담아서 돗자리 위에 놓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동안 강소는 야외용 바비큐 화덕을 인벤토리에서 꺼냈고, 숯에 불을 피웠다.
토치로 불을 붙이자 숯이 금방 발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삼겹살을 직화로 구울 땐, 화력이 너무 세면 겉만 타고 속은 익지 않았다.
그래서 불 조절이 중요했다.
강소는 위에 철망을 올리며, 오동수를 불렀다.
“동수야! 고기 가져와라!”
“네! 형!”
오동수는 고기를 가져오며 물었다.
“형이 직접 구우시는 거예요?”
“그래. 직화구이는 내가 전문이거든.”
그도 그럴 것이, 무림에서 그의 주식은 만두였지만 그것도 만두가 수중에 있을 때나 먹을 수 있었다.
그게 아니면 산짐승을 사냥해서 구워 먹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타지 않으면서도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게 고기를 굽는 방법을 익히게 된 것.
우선 돼지고기 비계로 철장을 슥슥 닦아서 기름칠을 해 주었다.
고기가 철망에 달라붙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고기를 불 위에 올렸다.
치이이익-!
단백질이 응고되는 소리에 그걸 보는 사람들은 저절로 침을 꿀꺽 삼켰다.
배도 고팠지만, 기름진 삼겹살의 맛이 상상되었기 때문이다.
강소는 불판 위에 채소 꼬치도 올려놓았다.
그렇게 고기를 굽는 동안, 황진혁과 허만철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강소는 씩 웃었다.
그들이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네가 고기를 잘 굽는구나!”
“익숙하니까. 그리고 고기도 좋고.”
“한 사장님이 신경 써 주셨지.”
유순태도 고기에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생신 축하합니다~ 생신 축하합니다~”
갑자기 노랫소리가 들렸고, 그 노래에 유순태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황진혁은 두 손에 케이크를 들고 있었다.
유순태를 위한 깜짝 파티였다.
언제 말라흐를 섭외했는지, 그는 기타를 들고 노래에 맞추어 반주를 해 주었다.
“와~!”
“촛불을 꺼 주세요!”
그 말에 유순태는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케이크의 촛불을 훅 불어서 껐다.
짝짝짝짝!
모두의 박수 소리에 유순태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예상 못했던 일이니까.
“생신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말라흐의 축하에 유순태가 감사를 표했다.
“자! 그럼 이제 고기 드십시오.”
강소가 집게를 들며 말했다.
“먹기 좋게 잘 익었습니다.”
“네!”
그들은 불판으로 달려들었고,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고기 맛에 모두 감탄했다.
고기가 좋았을 뿐만 아니라, 정말 잘 구워졌기 때문이다.
“하영이도, 아~”
“응.”
유하영은 강소가 내민 고기를 바람으로 잘 식혔다.
이제 유하영은 뜨거운 음식을 바람의 마법으로 식히는 것쯤은 할 수 있었다.
적당히 식은 고기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던 유하영의 두 눈이 반짝였다.
“맛있어!”
“하하하, 그러냐?”
“응! 오빠, 고기 엄청 잘 구웠어! 아주 훌륭해!”
“고맙다.”
숯으로 고기의 기름이 떨어지며 피어오르는 연기가 고기에 입혀지며 고기에 풍미를 더했다.
숯불구이 고기를 먹으면 몸에 좋지 않다는 말이 있었지만, 그래도 맛있는 것을 포기할 순 없었다.
‘몸에 나쁜 물질이 있다면, 이따가 후식으로 마실 차가 해결해 줄 테지.’
그때,
모두가 맛있게 삼겹살을 먹고 있는 것을 보던 유채영이 울먹울먹하더니, 그만 으앙 하고 울어 버렸다.
뭔가 무척 서러운 듯한 울음이었다.
.
.
.
중간에 익지 않은 마늘을 먹은 황진혁이 괴로워하고 또 유채영이 우는 등의 소소한 해프닝이 있었지만, 즐거운 식사였다.
고기를 맛있게 구워 먹은 후, 정리를 시작했다.
차리는 것보다 치우는 게 더 힘들었지만, 그래도 여럿이 함께하니 금방 치울 수 있었다.
오늘 하루가, 평소와 달리 즐거웠기 때문일까?
말라흐는 문득 악상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기타를 꺼내어 연주를 시작했다.
따라라, 딴.
사실 그의 기타는, 아티펙트이다.
[오르페우스의 기타]라는 이름을 가진 아티펙트로, 연주자의 의도에 맞는 음색을 낼 수 있었다.그리고 지금 그의 기타는 영혼을 감싸 안는 듯, 무척이나 따스한 음색을 내고 있었다.
그렇게 기타 연주를 마친 그는 고개를 들었을 때, 모두 그를 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하하, 마침 악상이 떠올라서…….”
“훌륭한 음악이었습니다.”
“역시! 대단한 솜씨군요!”
그들의 칭찬에 그는 하하 웃었다. 그때 유하영이 말라흐에게 말했다.
“아저씨. 저도 기타 쳐 보고 싶어요.”
말라흐는 웃으며 유하영에게 기타를 내밀었다. 유하영은 왠지 모르게 호감이 가는 아이였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는 건네지 않을 기타를 건네며 말했다.
“이렇게 손가락으로 튕기는 거란다.”
“이렇게요?”
띠링!
유하영의 작은 손끝에서 기타 줄이 퉁겨지며 청아한 소리가 났다.
“……!”
그 소리에 말라흐의 눈빛이 흔들렸다.
‘뭐, 뭐지? 이 소리는?’
악기가 연주자의 의도대로 소리가 난다는 건, 그 영혼이 깨끗할수록 청아한 소리를 낸다는 뜻이다.
방금 유하영의 손끝이 만들어 낸 소리는, 아무리 어린 인간이라 해도 절대 낼 수 없는 소리였다.
말라흐는 유하영을 보았고, 그녀의 두 눈을 보았다.
‘……’
그제야 그는 유하영의 존재에 대해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하영아, 본격적으로 기타 배워 볼래?”
무림에서 온 배달부 480화